벌써 언제 시작한 전시회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봤습니다. 윌리엄 웨그만展. 우리나라에서 첫 전시회가 열린다기에 반가웠죠. 사실 제가 윌리엄 웨그만 다이어리를 한 권 갖고 있어서 괜히 친근하게 느껴지는 작가였으니까요. 외국 출장을 다녀온 친구가 동물 좋아하는 저에게 사다 준 선물이었죠.
그런데 그때는 사진 속 개들의 모습이 익살맞고 재미있으면서도 ‘사진 찍느라 개 혹사시킨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했습니다. 제가 그런 의심 할만하죠?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귀엽고 예쁜 사진들만 보다가 어찌보면 기괴하기까지 한 작가의 사진 작업이 당췌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작가인지 제대로 알고 싶어서 별렀던 전시였습니다. 그래서 발걸음도 가볍게 전시회가 열리는 성곡 미술관으로 고고! 허걱~~! 월요일 휴관!!!! 털썩~~ 머리를 미술관 정문에 갖다 박았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ㅠ,ㅜ;;; 그냥 돌아오긴 너무 허망해서 밖에 내걸린 전시회 플래카드만 하나 달랑 찍어왔습니다.
거의 2시간 동안이나 미술관에서 즐겁게 놀았네요. 전시회에는 제가 다이어리에서 본 인위적인 사진 작업보다는 개들을 피사체로 한 자연스런 사진들이 많았는데 그 피사체에 담긴 애정이 실로 물씬 넘쳐나더라구요. 실제로 그 개들은 윌리엄 웨그만의 반려견인 만 레이와 그의 자녀들이랍니다. 이외에도 윌리엄 웨그만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꼴라주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만 레이 가족을 찍은 사진 몇 장 구경하실래요?
(*깜짝 놀란 몽몽이의 표정이 귀엽죠? 제목이 '침입자'였던 것 같습니다.)
(* 두 녀석이 꽤 다정해 보입니까?^^*)
(* 이 사진의 제목은 feet first 입니다. 사진을 찍으려하니 발 먼저 찍으라고 벌러덩 했다는 얘기인가요^^*)
(* 바다를 바라보는 몽몽이들의 뒷모습이 여유롭기도, 사색적이기도 합니다)
(* 컬러 아크릴 판을 썼을 뿐이데 참으로 색다른 사진이 나왔지요? 컬러 아크릴이 윌리엄 웨그만의 독창적인 세계인듯 보였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꽤 많거든요)
(* 늘어지는 사진 촬영이 지루했겠죠? 자쓱~ 입도 크다~.)
이번 전시는 7월22일까지 하구요, 관람료는 5천원인데 관람권 하나로 더불어 별관에서 하는 ‘내일의 작가전’까지 볼 수 있으니 여름철 한 나절 나들이 코스로 아주 좋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페인팅부터 애니메이션까지 꽤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성곡 미술관에서 전시를 봤다면 미술관 안쪽, 광화문에서 보기 드문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빠뜨리면 안되겠죠? 저는 때때로 전시가 아니라 숲 속 카페에 가려 성곡 미술관에 가기도 합니다. 또 커피 좋아하는 분들은 미술관 정문 앞의 커피스트를 좋아하더라구요. 완전 수제 커피라지요? 커피 못 마시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미술관 앞 카페’의 테라스는 근사하더이다. 전시 기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 주말에 나들이 한 번 해보심이 어떨까요? |
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