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이들 전설
옛날에 지금의 금산군 금산읍 신대리 건너편에 정장자란 사람이 바위 밑에 집을 짓고 살고있었다.
그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잘까 모를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낮에는 뼈가 부서지도록 일을 했고 저녁에는 희미한 등불 아래서 하다 못해 짚신이라도 만들어서 돈을 모으는 사람이었다.
마을 사람들이"이 사람아, 그렇게 돈을 벌어서 무엇 하려고 그래. 좀 쉬면서 하게."이렇게 말을 하면"이 사람아, 놀며 먹는다고 죽으면 뼈다귀가 안 썩을 줄 아나? 살아생전 일을 해야지..."하며 일손을 멈추지 않는 그였다. 그는 놀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기 때문에 차츰 부자로 행세하게 되었다. 그래도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만 잘 먹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쌀을 얻으러 오면 그냥 줄 수 없다고 해서 장리를 주어서 또 곡식을 모았다. 가난한 집에 초상이 나면 쌀 한 섬쯤 거뜬히 보냈다. 또한 어려운 사람이 아기를 낳고도 산모가 끼니가 어렵다 하면 벼 한 섬에 겉보리 닷 말을 보내며 겉보리는 팔아서 미역을 사다 국을 끓여 먹으라고 했다.
밭농사를 많이 하는 그로서는 겉보리를 팔아서까지 돈을 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집엔 유난히도 쥐가 많이 들끓었다. 동네쥐가 모두 모였는지 마치 쥐를 키우는 집처럼 쥐들이 빽빽했다. 하지만 구태여 쥐도 없애려하지 않는 그였다.
하루는 몸도 불편해서 그런지 수수떡이 먹고 싶었다.
그는 수수를 꺼내기 위해 광문을 열고 수수자루를 들었더니 수수자루는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었고 수수는 껍데기만 남았을 뿐 빈 자루였다. 그래서"에잇, 이놈의 쥐들. 그래 주인 먹을 것이나 남겨놓지."하고 광문을 꽉 닫고 나왔다.
그 날은 몹시 서운했다. 그렇다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갈대나 한 짐 베어와야겠다고 머슴과 함께 집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조금 전까지 들석거리던 쥐들이 일제히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마치 어떤 행렬이 자나듯 질서정연하게 자기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쥐의 행렬은 자기 집 광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많은 쥐들이었다.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그는 생각했다."옳지, 내가 수수자루를 비어놓았다고 화를 냈더니 섭섭해서 떠나는 모양이구나."어찌 생각하면 곡식이 축나지 않아 좋을 것도 같았으나 그렇게만 생각할게 아니었다.
그는 쥐들이 가는 방향을 쫓아가 봤다. 그들은 앞산 바위 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는 바위에 앉아서 한참 쥐들을 바라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그렇지, 이놈들이 여기로 이사오는 것이 수상하지. 아마 우리 집에 흉한 일이 생길 모양이다."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선 사람을 사고 그래서 쥐들이 터를 잡기 시작한 앞산 구셋돌이란 곳에 새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은 돈을 벌은 멀쩡한 집을 버리고 불편한 구셋동로 이사간다고 비웃었지만 그는 아무 대답 없이 집만 지었다. 어느덧 집이 완성됐다.
그는 바삐 이사를 해야한다고 그날 밤이 늦도록 새집에 짐을 옮기고서야 다리를 쭉 뻗고 잠이 들었던 것이다.부지런한 사람이지만 새 집을 짓느라고 피곤했던지 정장자는 그 이튿날 새벽까지 코고는 소리로 방안을 시끄럽히면서 잠만 자고 있었다. 그가 새집에 이사온 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새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비 오는 것도 아랑곳없이 잠만 자고 있었다.
빗줄기는 새벽녘에 이르러 장대처럼 굵게 쏟아졌다. 비 오는 소리와 함께 멀리 마을에선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도 들려왔다. 아내가 그를 깨웠으나 아랑곳없다는 듯이 더욱 곤한 잠에 파묻히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벽녘에 이르러 집 앞에 큰물이 흐르는 것 같은 물소리를 들었다. 그때서야 그는 부스스 눈을 떴다. 노을이 점점 밝아지고 있을 때였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그는 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다가 방바닥에 덥석 주저앉았다. 그의 눈앞에 보여야 할 마을엔 강이 생기고 마을의 자취는 하나도 없어졌던 것이다.
그때서야 자기가 쥐를 따라 이사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고 그 뒤 이곳엔 귀한 쌀이 냇물이 생기면서부터 많이 생산된다 해서 다금의 들이라고 부르게 됐다 한다.이내용은"여기가 금산이다"에 수록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