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수요일 저녁에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라는 다큐멘터리를 감상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단순삶님, 종호님, 난희님, 원국님(단야, 이정이 동반 참석)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애초 초록길도서관에서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아 큰 화면으로 감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프로젝터 전원이 켜지지 않는 바람에 방 안에 있는 큰 모니터로 감상했습니다.
프로젝터를 직접 가져와 이리저리 애를 많이 쓰신 종호님, 고맙습니다.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뜻깊었습니다.
제가 조사한 내용과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섞어서 후기를 남길까 합니다.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는 2006년 선댄스 영화제, 트라이베카 영화제 상영작이며
2007년 미국 작가협회상의 다큐멘터리 각본상과 2007년 브로드캐스트 영화비평가협회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됐습니다.
다큐멘터리의 구성이 전기자동차가 사라진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의 탐사보도 형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로 '각본상' 후보로 오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앞서 김원국 당원님도 잘 지적하셨습니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기자동차가 아주 많았습니다.
그런데 1908년 포드사가 양산한 '모델-T'와 같은 휘발유 자동차는
주행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전기자동차를 능가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석유값이 워낙 싸서 전기자동차보다 휘발유 자동차가 더 경제적인 면이 없지 않았고,
전기자동차의 무겁고 큰 배터리와 긴 충전시간은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포드사가 1913년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하여 대량생산 라인을 갖추고
1914년부터 본격적으로 휘발유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성능 개선이 빨리 이뤄져
불과 13년만인 1927년에 이르면 1500만 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리게 됩니다.
이와 같은 휘발유 자동차의 급증으로 전기자동차 산업은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내연기관에서 동력이 생성되는 자동차가 늘어나자 미국 사회에 공해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됩니다.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은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스모그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공해의 원인이 광화학스모그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문제가 자동차 배기가스였던 셈이지요.
이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1959년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농도 기준을 설정한 뒤 1960년에 처음으로 자동차오염방지법을 제정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1963년에 대기정화법을 만들고, 1965년에 자동차 배출가스 오염방지법을 추가합니다. 여기에 1968년 신차부터 연방 통일의 배출가스 규제가 더해졌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 때문에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에 관한 관심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1987년 태양광 발전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시합인 선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둔 일을 계기로 삼아
제너럴일렉트릭(GM)은 본격적으로 전기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무공해 자동차 도입 정책을 법제화한 일도 GM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게 만든 원인이었습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퍼센트 이상, 2001년부터 2002년까지 5퍼센트 이상, 2003년부터 10퍼센트 이상을 무공해 자동차로 판매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 '배기가스 제로법'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1996년 12월에 GM이 생산한 EV1은 4시간 완전 충전으로 배기가스나 소음 없이 최고 속력 13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성능 좋은 전기자동차였습니다. 한번 충전하면 최장 160킬로미터까지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EV1의 성능이 지나치게 좋았기 때문에 자동차업계, 석유업계, 자동차 부품업계 등은 위기의식을 느껴 전기자동차를 죽이기로 합니다. 크리스 페인 감독은 석유산업과 자동차산업에 대한 통제력이 부재했던 정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 환경이라는 가치보다 자신들의 편의를 중시했던 소비자도 전기자동차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왜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전기자동차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던 걸까요?
전기차는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모터로 달리기 때문에 오일필터, 엔진오일 등을 교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정유업계, 자동자 부품업계, 수리점과 판매점 모두에게 위기 상황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결국 GM은 자신이 만든 전기차 배터리에 문제가 많고 비용이 비싸다는 식의 억지 소문을 퍼트립니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로비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압박해 공청회를 열어 2003년 '배기가스 제로법'을 철폐하게 만듭니다.
GM은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던 옵신스키의 회사를 적대적 M&A로 인수한 뒤 석유회사에 팔아버렸습니다.
옵신스키가 한 번 충전으로 500킬로미터를 달리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했기 때문이었죠.
GM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초기 모델에 저질의 배터리를 탑재한 채 전기자동차가 100킬로미터밖에 달리지 못한다고 사용자를 속였습니다. (국토가 넓은 미국 시민으로서는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보였겠지만, 그 당시 자동자의 평균 주행거리는 40킬로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독은 지적합니다.)
GM은 EV1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관련 직원들을 해고한 뒤 전기자동차를 소리 소문 없이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EV1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이 차의 성능에 매료되어 항의와 시위를 하며 회수 정책에 반대하지만, 결국 회수된 EV1은 사막 한가운데서 폐차 처리되고 맙니다.
법적 제재에서 자유롭게 된 GM은 그 뒤에 기름을 많이 먹는 SUV(사륜구동) 차량을 생산하여 엄청난 지원금을 보장하며 소비자를 농락합니다.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는 음해하는 세력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던 전기자동차의 부활을 예견하며 마무리되는데요, 사실 우리는 그 뒷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의 개발 상황을 목격했으니까요.
급등하는 석유값, 자원전쟁 논란, 지구온난화와 같은 시대적 문제는 다시금 전기자동차의 효용성에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에서 전기자동차 보급은 획기적인 사건이 될 수 있음에도 거대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익 때문에 가로막힌 장벽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녹색당원으로서 이런 지식을 조금씩 습득하면서 과연 어떠한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만 가는군요.
다음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보이는 다큐를 선정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에 못 오신 분들은 다음 모임(5월 7일 오후 7시 30분) 때 뵙겠습니다.
*<전기자동차의 복수>는 이번 환경영화제 상영작이 아닙니다.
환경영화제 누리집에서 내려받은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2012년도 내용이었습니다.
2013년 환경영화제 상영 프로그램 시간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더군요.
어쨌든 이번 모임을 계기로 환경영화제 때 같이 작품을 관람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성실님 덕분에 좋은 다큐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다음 다큐도 기대된다눙....우리 은평당원들이 있어 행복합니당~~~(난희씨동)
이제 다시 보니 DVD에 '청소년관람불가'라고 되어있네요...아니 이게 왜???? 청소년도 당연히 알아야지...참나~
지난번에 단순삶님 글에 댓글로 단 내용을 그대로 다시 붙여야겠네요. ^^
참, DVD 커버에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되어 있는데요, 다큐멘터리 내용과 전혀 관계 없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전체 관람가' 등급입니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내용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그런데 이런 등급을 받은 이유는 소니픽처스 홈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영화 예고편이 디브이디(DVD) 부가영상으로 실려 있었는데, 그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기 때문이랍니다.
후기 잘 봤어요~ 다음 다큐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참 그리고 고장난 프로젝터를 집에가져와서 이리저리 씨름하다보니 또 다시 돌아가네요.ㅠㅠ 다음번 다큐는 꼭 큰 화면으로 감상해요~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요? 프로젝터가 장소를 타는 건가요? ^^;
프로젝터가 가끔 그러더라구요.
예전에 저도 아무 이유없이 가끔 작동이 안되는 상황을 경험했어요.
그러다가 또 다른 곳에서 해보면 멀쩡하게 잘 돌아가니 진짜 미치겠더라구요.
음 감독의 다음 작품이 이번 환경영화제 상영작이 아니군요.
그 영화도 어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좋은 다큐 선정해서 보여주셔서 고맙고,
또 자세한 설명과 후기도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