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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28 03:30
튀르키예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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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유재일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가 인접한 지역에서 엄청나게 큰 지진이 일어났어요. 이번 지진은 리히터 규모 7.8로, 원자폭탄 30여 개에 맞먹는 엄청난 힘이에요. 이후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여진 또한 40여 차례나 발생했지요.
워낙 크게 일어난 지진에 두 나라는 완전히 마비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건물들은 힘없는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졌고,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5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규모 지진은 왜 일어난 걸까요?
판의 격렬한 충돌, 얕은 진원(震源)
지진이 일어난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지구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알아야 해요. 수박을 자르듯 지구를 반으로 잘라, 그 단면을 본다고 생각해 볼게요. 중심에는 핵(核)이 있고, 그 위를 맨틀이 둘러싸고 있으며, 가장 바깥에는 우리가 사는 지각으로 구성돼 있어요. 이 중 지각은 10개 이상의 판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판들은 바다에 떠 있는 배처럼, 액체 상태인 맨틀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움직여요. 이를 '판구조론'이라고 해요.
지각판의 움직임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느끼기 어려워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지구과학부 제시카 호손 박사는 지각판 움직임을 "손톱이 자라는 속도"라고 설명했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지각판이 크게 움직이면 충격힘이 생기고, 그 힘으로 지각판이 흔들리며 지진이 일어나는 거랍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진은 지각판이 서로 맞댄 판의 경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이번 튀르키예 지진은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만나는 곳에서 일어났어요. 아라비아판이 아나톨리아판 쪽으로 매년 1~1.5㎝씩 이동하면서 아나톨리아판에 가해지는 힘이 누적된 결과, 500㎞에 달하는 경계면의 땅이 어긋나면서 계곡처럼 깊이 팬 협곡이 만들어졌답니다.
진원(震源)이 깊지 않았던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어요. 지진이 처음 일어난 땅속의 위치를 '진원'이라고 해요. 대부분의 지진은 지표면으로부터 수십~수백㎞ 깊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런데 미국 지질조사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원은 깊이 약 17.9㎞ 지점이었습니다. 진원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지표면과 가까웠던 거예요. 지진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는 땅 위까지 오는 과정에서 그 크기가 점점 줄어듭니다. 그러나 진원이 깊지 않으면 에너지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지표면으로 그대로 전달돼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우주 위성과 AI의 역할
지진 피해 지역의 빠른 복구를 돕기 위해 과학 기술이 동원됐습니다. 주인공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위성이에요. 우주 위성은 지구 주위에서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지구를 관찰하고 있어요. NASA는 우주 위성이 지진 발생 지역을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어요.
사진에서는 빨간색·주황색·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볼 수 있어요. NASA 과학자들이 피해 정도에 따라 색을 구분해서 나타낸 거예요. 빨간색은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자연경관에 큰 변화가 있는 곳을 나타내고, 이보다 피해가 적을수록 주황색·노란색 순으로 색이 달라지지요. 이를 통해 피해 지역이 심각한 지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구호팀에게 전달돼 구호 물품이 필요하거나 수색 작업이 시급한 지역을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NASA 지구과학응용과학프로그램 재난팀의 샤나 매클레인은 "위성으로 피해 지역을 지도에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산사태 위험, 정전, 날씨 등 피해 복구에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나아가 과학자들은 지진을 예측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큰 지진이 주기를 갖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이번처럼 규모가 큰 지진은 발생 주기가 너무 길어서, 주기만으로 지진을 예측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1년 정도로 주기가 비교적 짧은 지역의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아내 지진이 일어날 시기를 미리 찾아내는 거예요.
한국, 지진 안전 국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그동안 한국은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판의 경계가 아니라 안쪽에 위치한 데다, 판의 경계에 있어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꼈던 거지요. 하지만 최근 지진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해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에만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77회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지요. 지난 2016~2017년에는 규모가 큰 지진이 두 번이나 일어났습니다. 바로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입니다. 경주 지진은 규모 5.8로, 1978년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지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죠.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튀르키예 지진처럼 진원이 깊이가 얕아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포항과 경주 지진 이후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아졌어요. 큰 지진이 한 번 일어나면서 땅이 깨지거나 변형된 '활성단층'이 만들어졌거든요. 활성단층은 현재에도 계속 운동하고 있는 단층이에요. 또 지진이 났을 때의 힘이 남아 계속해서 땅을 자극하고 있으니, 가까운 미래에 지진이 날 가능성이 커진 거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부산대학교 AI 융합연구센터가 지진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 'LEQ넷'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지진 및 소음 데이터 5만개를 입력해 학습시켰어요. 그 결과, 생활 소음 속에서 미세한 지진 신호를 예민하게 잡아내 99%의 정확도로 지진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앞으로 AI의 활약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지진을 예측하고, 큰 피해를 막아 모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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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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