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생김새·행동 닮았지만 전혀 다른 종류… 둘 다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해요
입력 : 2022.10.26 03:30
너구리와 라쿤
▲ 너구리(왼쪽)와 달리 라쿤의 꼬리에는 흰색과 검은색의 고리 모양 얼룩무늬가 있어요. /위키피디아
반려동물처럼 키워지다 버려져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외국 동물들을 돌보는 공간이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 마련된대요. 이곳에서 살아갈 대표적인 동물로 처음 꼽히는 게 '미국너구리'라고도 불리는 라쿤이래요. 미국이 있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라쿤은 우리나라 토종 동물 너구리와 자주 혼동된답니다. 그만큼 생김새와 행동이 아주 비슷하거든요.
몸길이 최장 70㎝, 꼬리 길이 최장 20㎝까지 자라는 너구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 포유동물 중 하나입니다. 숲속 바위틈이나 땅속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살아가는데, 개구리·뱀·쥐·곤충부터 과일·도토리·곡식까지 왕성하게 먹는 잡식성이에요. 늑대·여우 등과 함께 갯과(科)의 무리에 속하는데, 과학자들은 너구리가 그중 가장 원시적인 종류라고 말해요. 오랜 옛날 숲에서만 살던 개의 조상들은 저마다 들판이나 사막 등의 지형과 기후에 적응해나갔는데, 너구리는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숲속에 주로 살고 있다는 거죠. 너구리는 겨울잠을 자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도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라쿤은 미국너구리과인데 캐나다 남부와 미국, 멕시코를 지나 중앙아메리카까지 이르는 지역에 살아요. 너구리와 생김새와 덩치가 아주 비슷한데, 자세히 보면 차이점이 있어요. 우선 라쿤의 꼬리에는 흰색과 검은색의 고리 모양 얼룩무늬가 있지만 너구리는 무늬가 없지요.
라쿤 역시 너구리처럼 작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나무 열매를 먹는 잡식성인데요. 먹이를 먹기 전에 물에다 넣고 문지르는 독특한 버릇이 있어요. 또 라쿤은 너구리와 달리 나무 위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나무가 썩어 생긴 구멍 등을 집으로 삼지요. 따로 겨울잠에 들지는 않고요.
이런 차이점을 가진 너구리와 라쿤의 공통적인 특징은 낯선 환경이라도 훌륭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거예요. 너구리는 산속뿐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하천 둔치나 주택가에서도 종종 발견돼요. 라쿤 역시 쓰레기통에서 먹잇감을 찾으려 대도시 한복판까지 내려오기도 하고요.
너구리는 원산지인 동북아시아 말고도 유럽에도 많이 살고 있는데, 옛 소련 사람들이 모피를 얻으려고 들여온 너구리가 유럽 국가까지 흘러들어 간 뒤 지금은 완전한 야생의 터줏대감이 됐대요. 우리나라에서도 길러지다 버려진 라쿤이 들개나 길고양이처럼 도시에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고 있죠. 너구리와 라쿤은 완전히 별개의 종류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교잡종이 생겨날 가능성은 없대요. 그런데 두 동물 모두 광견병을 옮길 수 있어 마주칠 경우 가까이 가면 안 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