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알프스 방울 소리 넣고, 아찔한 절벽도 선율에 담았죠 '산'을 주제로 한 음악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알프스교향곡'을 작곡한 독일 가르미슈 지방./가르미슈관광청 페이스북 매년 여름 강원도에서 열리는 평창 대관령 국제 음악제(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가 올해 20회를 맞습니다. 올해 주제는 '자연'입니다. 예술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획이죠. 강원도 대자연 한가운데에서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음악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26일 개막 연주회에서 연주하는 프로그램 중 '산'에 대한 주제를 갖고 있는 작품과 여름 산행에 어울리는 작품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교향곡' 대관령 야외 공연장(뮤직 텐트)에서 열리는 26일 개막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알프스교향곡' 작품 번호 64입니다. 프란츠 리스트가 처음 창안한 '교향시'라는 장르를 적극 개발해 예술성과 흥행 양쪽을 모두 잡아내는 데 성공한 슈트라우스는 끊임없는 변신으로 호응을 얻었습니다. 교향시는 자연·역사·인물 등 다양한 소재를 관현악으로 묘사하는 자유로운 형식의 오케스트라 작품을 말합니다. 1915년 만든 알프스교향곡은 '살로메' '장미의 기사' 등 오페라로 명성을 쌓은 슈트라우스가 모처럼 관현악 분야로 돌아와 내놓은 대작이죠. '교향곡'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산 모습을 묘사한 교향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트라우스는 작곡을 위해 독일 가르미슈라는 산악 지방에 거처를 마련했어요. 마치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을 등반하듯 생생한 묘사가 살아있는 작품을 완성했죠. 좀 더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특별한 악기도 사용했어요. 폭풍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바람 기계, 알프스 지방에서만 사용하는 소 방울(카우 벨) 소리를 사용했죠. 또 금관악기를 오케스트라와 멀리 떨어진 곳에 따로 배치해 입체적인 소리를 만들었어요. 전곡은 22부분으로 돼 있는데, 작곡가가 작품의 화자가 돼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화자는 새벽녘 어스름에 길을 떠나 찬란하게 동이 트는 모습을 경험한 뒤, 숲과 폭포를 지나 목동의 노래를 듣고 소들을 구경합니다. 작품은 수풀 속에서 길을 잃은 모습이나 빙하와 낭떠러지의 아찔함, 비로소 정상에 오른 사람의 홀가분함을 음악으로 그립니다. 하산하면서 만나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와 폭풍 등도 생생하게 나타납니다. 밤으로 시작해 다시 밤으로 마무리되는 이 교향곡은 한 시간 남짓 이어지는데, 짧은 동안 거대한 산 하나를 오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그의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같은 날 개막 공연 전반부에 연주하는 에드바르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중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는 신비로운 전설 속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그립니다. 그리그가 1876년 작곡한 '페르 귄트'는 헨리크 입센이 쓴 동명(同名) 연극에 딸린 부수 음악이에요. 연극 주인공 페르는 모험심이 많은 인물이에요. 안정된 생활을 거부한 채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신비하고 극적인 경험을 하는데, 결국 고향에 돌아와 사랑하는 여인 솔베이지 품에서 숨을 거둔다는 줄거리입니다. 나중에 그리그는 이 연극 음악 중 여덟 곡을 골라 두 모음곡을 만들었어요,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는 모음곡 1번의 마지막 곡입니다. 페르가 산속에 사는 마왕의 딸을 유혹하려다 궁전을 찾게 되는데, 거기에서 맞닥뜨린 온갖 괴물을 만나 도망간다는 내용입니다. 작품은 느리고 조용하게 시작한 멜로디 하나가 점차 힘을 얻고 속도도 빠르게 변화해 엄청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구성으로 돼 있어요. 이 곡은 그리그의 작품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유명한 애니메이션 '형사 가제트' 주제 음악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산사람 교향곡'과 '종달새의 비상' 프랑스 작곡가 중 전원을 특히 사랑한 작곡가가 있어요. 바로 뱅상 댕디입니다. 그는 프랑스인인데도 독일 작곡가 베토벤을 특히 사랑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가 만든 '프랑스 산사람의 노래에 의한 교향곡' 작품 번호 25에는 존경하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과 분위기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댕디는 프랑스 세벤 지방 산골에서 매년 여름을 보냈는데, 이 작품은 이 지방 양치기의 노래에 착안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1887년 파리에서 초연했습니다. 세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가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해 피아노 협주곡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작품 전체를 통해 여러 번 등장하는 '산사람의 주제'는 작품 앞 부분 잉글리시 호른 연주로 나타나요. 잉글리시 호른은 오보에와 같은 계통 악기로 오보에보다 길고 낮은 음을 내지요. 어딘가 동양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편안하고 낙천적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20세기 영국의 대표 작곡가인 랠프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2007년 연기한 음악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졌어요. 본 윌리엄스가 영국 시인인 조지 메러디스가 쓴 동명 시를 바탕으로 음악적 영감을 표현한 곡입니다. 편안하고 근심 없는 전원 생활에 대한 시인의 동경심을 자유로운 모습의 종달새를 통해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 바이올린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동시에 종달새가 날아다니며 위아래로 빠르게 오르내리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립니다. 본 윌리엄스가 이 곡을 만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으로, 그는 전운이 감도는 영불해협을 오가는 도중 메모지에 악보를 그려가며 작품을 완성했다고 해요. 어지러웠던 시대, 평화와 안식을 원하는 시인과 작곡가의 교감이 이루어진 걸작입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위키피디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에드바르 그리그. /위키피디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뱅상 댕디. /위키피디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랠프 본 윌리엄스. /위키피디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잉글리시 호른. /위키피디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김주영 피아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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