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23.07.06 03:30
엔 캐리 트레이드
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엔화(왼쪽)와 미국 달러화. 최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4엔대까지 올라 7개월 만의 최고치가 됐어요. /뉴시스
Q. 여름방학에 가족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요즘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져서 일본 여행 경비가 저렴해졌다고 해요. 그래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뭔가요?
A. 최근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어요. 작년 초만 해도 100엔당 1000원 선이었는데, 지난달 19일에는 100엔당 800원대로 내려가기도 했거든요. 100엔 가치가 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8년 만이라고 하네요. 엔화 가치는 왜 이렇게 하락한 걸까요?
우선 시중에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걸 알아야 해요. 요즘 엔화의 양이 많아졌는데, 이런 현상은 일본의 낮은 금리(이자율)와 연관이 있어요.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이 되는 금리를 정하면 시중은행들의 금리는 그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0.1%입니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니 놀랍죠? 은행에 예금하면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받는 걸까요? 실제 시중은행에 예금할 때 금리가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거의 0%에 가깝다고 하네요.
일본에서 0%대 '제로 금리'가 시작된 건 2000년대 초예요. 일본은 1990년대 시작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시작했어요.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부담 없이 돈을 빌려 새로운 사업에 많이 나서기를 바라면서요. 2016년부터는 아예 마이너스 수준으로 금리를 낮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일본 은행에서 매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그걸 예금 금리가 높은 나라 돈으로 바꿔 투자하면 이득을 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지금 일본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땐 연 0.2% 정도 이자만 내면 됩니다. 반면 미국 금리는 연 5%대입니다. 연 0.2% 금리로 엔화를 빌린 후, 달러로 바꿔서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한다면 금리 차이만큼 이득을 볼 수 있겠죠. 만약 달러 가치가 더 오른다면, 그로 인한 이득도 생깁니다.
이렇게 금리가 낮은 나라의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걸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고 불러요.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 돈으로 옮겨(carry) 투자하는 거래(trade)를 한다는 의미죠. 엔화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2008년 전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췄고, 2011년쯤 유럽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했어요. 당시에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있었답니다.
만약 금리 차이로 얻은 이득보다 환율 변동이 크다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엔화를 달러화로 바꿔 투자했는데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면 그만큼 손실이 생기는 거죠. 또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크면 국제 금융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답니다.
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김나영 양정중 사회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