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초능력자들], 2009 제작, 2011 국내 개봉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 제프 브리지스.
출연진만 보면 엄청나다. [오션스 11]이 무색할 정도의 초호화 캐스팅이다.
그러면 내용은?
관객들의 평은 극과 극을 달리 것 같다.
'대체, 저런 배우들을 데리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화를 낼 관객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코미디를 철학으로 바꾸어놓았다'고 작품성을 논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재미는 없다.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건 바로 <신념>에 관한 부분이다.
아직 미국과 舊소련이 자유진영과 사회주의의 대표격으로 냉전시대를 이끌고 있을 때, 소련에서 초능력부대를 창설하고 이에 대항한 미국이 특수부대를 만든다.
당연히 특수부대원들은 일반인과는 다른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했다.
부대의 인솔자 빌 장고(제프 브리지스 분)는 뛰어난 염력의 소유자 린 스킵 캐세디(조지 클루니 분)와 그저 그런 능력자 래리 후퍼(케빈 스페이시 분)를 비롯한 다수의 부대원들과 훈련을 한다.
그런데 그 훈련이라는 것이 우습기 짝이 없다.
인디언이나 집시들의 혼욕이나 명상을 하고, 머리도 치렁치렁 기르고, 수염도 깎지않아 히피족처럼 하고 부대 안을 배회한다.
부대장 장고는 상대방 즉, 적군이 싸울 의욕을 잃게하여 전투에서 승리한다는 바꿔말하면 싸우지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능력을 기른다고 주장한다.
뛰어난 염력으로 사물함 속의 물체를 투시할 수 있고, 염소를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캐세디는 장고의 말을 신봉한다.
반면 후퍼는 초능력보다는 정치력이 뛰어나 부대가 해산되고 난 후에도 군대 안에서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라크의 사막에 특수부대를 만들어 지휘하던 후퍼는 퇴역한 장고를 불러들여 부하들을 조련한다.
장고는 염력으로 캐세디를 불러들이고, 이 과정에 변변치못한 신문기자 밥 윌턴(이완 맥그리거 분)과 동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의 이야기는 기자 윌턴이 훗날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는 회고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영화의 원제 [The Men who stare at goats]에서 보이듯 [염소를 노려보는 자]는 캐세디의 이야기로, 유목민들이 기르는 염소를 실험실 안에서 노려보는 것만으로 심장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캐세디는 장고의 취지대로 초능력을 사용하여 적의 요인들을 죽이거나 하는 것이 아닌, 적에게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없애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의 소유자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동행했던 기자 윌턴은 돌이켜보니 그러한 초능력은 존재할 수 있다는 아니,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회고록을 완성한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지루하고, 그다지 웃기지도 않고, 배우들의 명연기도 펼쳐지지 않는다.
[유주얼 서스펙트 1995], [아메리칸 뷰티 1999]에서의 케빈 스페이시를 기대했다면,
[오션스 11] 시리즈의 조지 클루니를 기대했다면,
[빅 피쉬 2003], [아일랜드 2005]의 이완 맥그리거를 기대했다면 실망한다.
하지만 빌 장고와 캐세디의 바보 같은 신념을, 기자 윌턴의 깨달음을 느낀다면 다른 각도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