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보는 얼굴이라 애법 많이 모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박스 훔쳐간다고 지키고 있어야 한다'며 최씨 할부지, 할매는 안 온단다. 다음에는 꼭 갈테니 많이 잡수라고 하네.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생계다, 진짜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이 양반들 말고 딸래미집에 간 오권사님도 오지 않았다.
오늘 모임은 추석을 앞두고 같이 밥이라도 먹어야지, 싶어서 모였다.
또 한울이도 인사시키려고 했지. 역시 한울이는 인기야. 모두들 한 입으로, "아바이 닮았어." 그런다. 집에서만 보다가 밖에서 보니 정말 넙대대하다. 딸이 좋다, 아들이 좋다, 서로서로 한바탕했다. 그래도 결론은 아들이 승. 왜냐하면 이 분들은 아들이 없기 때문이지. 김씨할머니는 아들이 있으면 훨훨 날아다닐 거라고 한다.
오늘 밥상은 전라도 김치가 최고 인기. 김미숙선생님, 정말 음식솜씨는 대단하다. 그렇지, 주부경력이 몇 단인데. 무우생채, 두부찌짐, 소고기를 넣은 무시국. 흑미를 섞은 리밥. 술 한 잔 걸치고 온 할아버지들 빼고 할머니들은 밥을 두 그릇 드셨다.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예수믿고 천국가는 문제, 거짓말하고 생계보조비 타먹는 노인들 이야기, 수급자에 떨어진 다양한 사례발표(?), 교회가 너무 많이 생겼다는 이야기까지. 정말 중요한 문제들이다.
이제 제대로 정리하면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하나. 온천이나 회먹으러 가자. - 이번 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가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회비문제때문에(내가 천원이상 그러니까 만원은 해야 한다고 다들 난리였다) 아무튼 회비는 다시 조정하기로 하고, 가기로 함.
둘. 반찬나누기. - 9월 말부터 나누기로 함. 다들 동의함.
셋. 정례모임을 가지자. - 매달 첫째 주에 점심을 나누기로 함.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를 하자는 제안에, 목사님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해 보기로 함.
'추석 잘 보내세요.' 이렇게 인사는 못드렸지만, "건강하세요! 온천가기전에 연락할께요." 이렇게 대신했다.
치운다고 방석을 정리하는데, 한울이가 깔고 있는 방석밑에 돈 만원짜리가 접혀져 있다. 정할머니가 놓고 가셨다. 그러지 마라고 했는데,
그러면 다시는 안본다고 큰소리쳤는데. 아내말에 의하면, '닭을 미역과 같이 푹 삶아 먹으면 좋다'고, '뭘 표시하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그걸 가만히 듣고 있었냐"고 아내에게 큰소리쳤지만, 그 고마운 마음이야. 와동은빛마을이 품고 싶고 찾고 싶은 따순
마음이지.
그래, 마을사람. 정말 마을사람이 좋은 것이다.
>> 놀라운 음식솜씨. 김미숙 선생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만원을 방석밑에 놓고 간 할머니. 할머니는 저 멀리 중국에서 오셨다.
>> 왼쪽에서 첫번째, 두번째 어른들이 온천회비를 만원씩 하자던 할부지, 할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