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을 2-1로 앞서자 들뜨고 긴장되더니 3-1까지 갔을 땐 정말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초반에 상대 슛이 골대 맞고 나올 때부터 감이 좋았죠” “나중엔 ‘우리가 이기다니 축구계에 죄송한 일 아니야’라고 농담하면서 웃었어요”…. 단 1승의 기쁨에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하는 서울대 축구부 선수들을 만나봤다.
◇서울대 축구부,그들은 누구인가
24명 전원이 사범대 체육교육학과 학생. 체고에서 축구를 전공한 특기생도 한둘 있지만 대부분 학부건물에 나붙은 ‘축구부원 모집’공고를 보고 모여든 진짜 아마추어들이다. 입학 당시 축구가 선택종목이었던 이들도 있고, 지역 클럽에서 ‘볼을 좀 찬다’는 소리를 듣던 이도 있다. 일주일에 1~3번, 수업이 끝난 오후 5시쯤 1~2시간 먼지가 폴폴 나는 운동장에서 볼을 찬다. 대회는 1년에 2차례 춘·추계연맹전에 나선다. 현재 6명의 4학년 선수 중 1명이 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이고 5명은 오는 12월 교원임용고시를 치를 예정일 만큼 장래 체육교사를 꿈꾸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서울대 운동부는 만년꼴찌?
서울대 내 체육학부 등에 총 31개 종목 운동부가 있는데 이들 중 대학 1부리그 경기에 나가는 것은 야구,축구,하키 단 세 종목이다. 야구는 지난 9월 1일 2004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에서 창단 28년만에 1승의 감격을 일궜다. 76년 창단 이래 200전 1무 199패 후 첫 승이었다. 물론 축구부는 사정이 다르다. 80년대엔 2차례(81,86년)나 대학연맹전에서 준우승하는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말 특기생 가산점제도가 폐지된 후엔 선수경험이 없는 일반 학생들로 구성되면서 사실상 ‘동네북(?)’이 됐다.
교내 체육관 시설만은 남부럽지 않지만 동호회나 다름없는 운동부에 대한 지원이 별로 없어 한 번 대회에 나갈 때 학교에서 70만~80만원을 24명의 교통비 명목으로 지원받는 것이 고작이다. 몇만원씩하는 유니폼 구입비도 갹출한다.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말 ‘운동이 좋아서’하는 이들이다.
◇축구에 눈 뜬 그들의 변신
인천대에서 4년여 사령탑을 맡으며 팀을 대학 정상으로 이끈 뒤 지난 해 5월 사임한 모교 출신 강신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 팔을 걷어부쳤다. 30여년간 한결같이 축구부를 지도해온 스승 김의수 교수(체육교육학과)로부터 “후배들에게 축구를 좀 제대로 가르쳐 달라”는 전화를 받고나서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보다 전문적인 축구수업이 시작됐다. 지난 해 겨울방학 열흘간의 울산 합숙훈련을 통해 볼키핑과 드리블 능력이 향상됐다. 강 위원은 다음 단계로 “일단 (골을)적게 먹자”며 수비조직력을 강조했고, 지난 봄부터는 “이제 (골을)넣어 보자”고 독려해 공격력도 업그레이드했다. 자발적인 열의와 흥미가 있고, 이해력도 뛰어난 선수들이라 1년만에 축구팀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즐기니까 강제도 필요없었다. 맨날 지던 고교팀에도 올해부터는 매번 이기기 시작했고 선수들은 ‘골맛’과 ‘승부욕’을 알기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예선통과’
간절히 염원하던 1승목표를 달성했으니 다음 목표는 당연히 조별예선 통과다. 1승에 18년이 걸렸으니 이번 목표는 또 얼마나 걸릴까. 하지만 좋아서 하는 축구인만큼 불가능처럼 보이는 목표도‘달콤한 꿈’이다. 잃을 것이 없는 만큼 매 경기 부딪쳐보고 새로운 걸 익히는 건 즐겁고 흥분되는 도전이다. 1학년생 김성욱(04학번)은 “사실 우린 아마추어인데 이런 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우리 축구부는 한마디로 ‘절제된 자유’에요. 운동부스러운 선후배 관계와 훈련이 있으면서도 동호회같은 자유와 친목이 공존하죠” 라고 팀을 요약했다.
정가연기자 what@
첫댓글 나 없을때..ㅠㅜ.. ㅋㅋ 그래도 너무 행복합니다.^^
내머리 너무 크게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