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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파(Tampa)는 플로리다 서해안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템파란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은 플로리다에서도 손 꼽히는 관광휴양지이기도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의 홈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야구가 중계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는 아마도 항구로서의 템파보다는 ‘템파베이 레이스’란 이름으로 템파가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 유명세 만큼 아름답고 볼 것 많지만 템파가 뜨게 된 것은 분명 템파베이(bay)가 있어 가능했을 것 같다. 멕시코만이 플로리다 반도 속으로 밀려 들어간 템파베이는 하트모양과 닮은 꼴이다. 주위로 템파와 세인트 피터스버그(St. Petersburg) 같은 대도시, 베이 입구의 작은 휴양도시 그리고 멕시코만에 흩어져 있는 섬들(key)이 모두 템파베이 지역인데 볼 것 많고 아름답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와 만 남쪽의 테라 시어(Terra Ceia)를 잇는 선샤인 스카이웨이 브리지는 선박 통행을 고려해 높게 만들었기 때문에 웅장하다는 느낌이 든다. 언덕 처럼 높은 다리 위를 지나가면 만은 물론이고 저 멀리 템파 시가지 까지 시원스럽게 바라다 보인다.
이 다리는 1980년 악천후 속에서 항로를 잃은 한 화물선과 충돌해 부분적으로 부서져 새롭게 지어졌다고 한다. 성수대교와는 다른 경우지만 당시 출근길 다리를 지나던 차량 가운데 7대가 추락해 30여명이 숨진 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리를 지나다 보면 교각 주위로 콘트리트 구조물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들이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뮬레 키(Mullet Key) 북쪽 해안은(north beach) 템파베이 바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이 섬은 전 지역이 포트 디 소토(Fort de soto) 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주소:3500 Pinellas Bayway S. Tierra Verde, FL 33715) 섬에서는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는 것 외에도 한 때 미군이 주둔했다가 지금은 역사 유적지로 지정된 포트 디 소토 병영과 섬 여기 저기 설치된 피싱 워프(fishing wharf)에서의 바다 낚시, 보우팅(boating), 캠핑 같은 즐길거리가 다양하지만 단연 으뜸인 것은 바로 우유 빛 명사십리이다.
멕시코 만 쪽에서 부는 바닷 바람이 끊임없이 해변의 모래를 섬쪽으로 밀어낸 결과 해안선에는 높다란 사구가 생겼고 그 위로 야자수 같은 아열대 식물이 자라나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사구와 바다 사이가 바로 우윳빛 해변인데 남쪽으로 포트 디 소토까지 길게 뻗어 있다. 색깔도 특이하지만 모래의 입자가 워낙 잘고 가늘어 마치 밀가루를 만지는 것 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포트 디 소토 북부해변은 지난 2005년 Dr. Beach(Stephen P. Leatherman)에 의해 미국 최고 해변으로 지정됐고 2008년에는 TripAdvisor가 전미 최고 해변으로 지정했을 만큼 해변의 경관과 모래의 질, 생태계가 잘 보존 관리되고 있고 레크리에이션과 여행지로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포트 디 소토는 처음으로 뮬레 키를 방문했던 스페인 탐험가 에르난도 디 소토(Hernando de Soto)의 이름을 따서 지은 요새의 이름이다. 명사십리에서 남쪽으로 1~2마일 정도 내려가면 멕시코만 해안에는 아직도 대포와 박격포가 전시돼 있고 병영 막사 건물도 그대로 남아 있다. 1861년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북부 연합이(Union) 뮬레 키 등 2개 섬에 주둔하면서 남군의 주요거점인 템파베이를 해상에서 봉쇄했다. 현재의 위치에 요새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1898년, 템파지역 수비를 위한 목적으로 포병부대와 해안 진지가 구축돼 1910년까지 운영됐다고 한다. 포트 디 소토는 바다 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포트 디 소토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 바다 방향으로 약 500~600미터 돌출된 피싱 워프가 하나 있다. 낚싯대와 미끼만 준비해 가면 언제든 바다 낚시를 할 수 있다. 피싱 워프의 이용료는 무료이고 낚시 면허 같은 것도 필요없다. 분명 낚시를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낚싯대 2대를 챙겨 갔지만 새끼 멸치 모양의 가짜 미끼를 끼워서 그런지 물고기가 물지를 않았다. 미국인들은 생선이나 오징어를 잘라 미끼로 이용했다.
포트 디 소토는 국립공원도 주립공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에 많이 알려진 유명 관광지도 아니다. 템파베이 남쪽의 테라시어에서 선샤인 스카이웨이 브리지를 건너 해변 휴양지로 가는 길과는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이 곳에 대한 정보를 갖고 꼭 가보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한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클리어 워터나 라르고 같은 번잡한 해변 휴양지 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놀이공원 중심의 템파 관광이 정적인 반면 포트 디 소토는 체험하고 즐길거리가 다양하고 더 활동적이다. 포트 디 소토 입장을 위해 특별히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관광이 경제적이다. 육지에서 포트 디 소토까지 가는 도로가 유료이기 때문에 2달러의 통행료만 내면 OK다. 공원 입장료는 없다. 미국도 어떤 관광지를 가든 주차가 문제지만 공원내 주차 공간이 워낙 넓어 주차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고 비용도 무료다. 공원 내 군데군데엔 화장실 겸 샤워장이 설치돼 있어 해수욕을 한 뒤 샤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더 좋은 것은 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프그라운드가 있어 섬 안에서 숙박에서 관광, 레저가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점이다.
더운 날씨와 모기에 지친 상태에서 번잡한 도시보다는 조금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없을까 물색하던 중 찾게된 곳이 바로 포트 디 소토였지만 나 역시 사전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템파베이 남쪽 브라덴톤(bradenton) 근교 호텔에 묵을 때 “템파지역에서 가볼만한 관광지 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알게 된 곳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플로리다 여행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됐던 것 같다. 나도 그렇지만 가족들도 플로리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포트 디 소토라고 말할 정도니까, 현지인들이 지역 사정에 가장 밝은 만큼 마땅한 계획이 없거나 설사 예정된 계획이 있더라도 현지인들의 조언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포트 디 소토가 있는 뮬레 키로부터 시작된 키는 세인트 피터스버그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클리어 워터까지 약 20마일 가량 계속된다. 키웨스트가 있는 플로리다 최남단의 키 처럼 이 곳도 육지를 따라 활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섬이지만 모두 하나로 연결된 섬이다. 섬 가운데로 도로가 나 있고 해변 쪽은 리조트나 호텔 건물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촘촘히 들어 차 건물을 통하지 않고는 바다로 나갈 수 조차 없다. 주위 경관이 뛰어나고 리조트 건물이 워낙 많아 세인트 피터스버그가 휴양지로서 얼마나 인기있는 곳인 지 짐작할 수 있다. 클리어 워터에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 샌드 키(sand key)란 공원이 나와 드디어 해변으로 나가볼 수 있었다. 키의 북쪽 끝에 있는 클리어 워터에서 둑방길을 따라 템파에 들어가는 것으로 템파베이 여행을 마쳤다.
템파베이 지역은 도시도 가볼 곳도 많아 여러 곳을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시간이 한정돼 있다면 어느 한 곳도 제대로 보기 어렵지만 '포트 디 소토'를 선택하고 집중해 플로리다 여행에서 가장 멋진 곳이란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
첫댓글 미국은 땅이 넓은데도 주차장이 부족한가 보네. 비록 현대화된 주차장이 없더라도 자연으로 형성된 공터같은 곳이 있으면 좋을텐데.
도시 지역은 단속이 무서워서 아무데나 댈 수 없는거지. 물론 주차공간은 부족하지 않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주차공간이 부족한 도시지역도 많다. 도시 내부는 마찬가지야, 물론 한국보다는 조금 덜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