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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선전판을 들고 미대사관 정문 앞에 가서 섰습니다. 미대사관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차량들이 통과하는 삼엄한 검색대를 둘러싸고 이중으로 되어있는 육중한 철문 앞입니다. 오히려 그 육중한 철문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국놈들이 만만해보입니다. 얼마나 겁을 먹고 있으면 저런 장벽을 쌓아두었는가, 미국놈들이야말로 한국을 지배하면서 저지르는 만행을 스스로 잘 알고, 때문에 저렇게 장벽으로 두려움을 감추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문 앞에서 미대사관 건물을 잘 살펴봅니다. 사실 이 건물은 단순히 하나의 외국대사관이 아니라, 미국이 한국을 지배하는 식민통치기구입니다. 위치부터가 그렇습니다. 경복궁과 바로 이웃하고 있는데, 경복궁 앞에는 일제시기 일제식민통치기구인 조선총독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1945년 9월 8일 미군이 이땅을 강점한 이후 미군은 조선총독부를 접수하여 미군정이란 이름으로 당시의 남조선을 식민통치하게 됩니다(군정이란 미국의 군대가 사법 군사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주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1945년 당시 미군정은 일제 식민통치를 이은 분명한 식민통치임). 1945년 해방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이곳 미대사관이 조선총독부와 미군정을 대신하여 한국을 간접통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미대사관 정문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정문에 이상한 글이 붙었습니다. "오늘은 미국의 공휴일이므로 미대사관은 휴관합니다" 근처를 배회하는 정보과 형사에게 물어보니,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줍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라 정동 대사관저에서 기념행사를 하느라 대사관은 휴관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오늘 미국대사관저는 대단히 성황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미국 대사와 한국에 와있는 미국정보기관, 미국기업인들은 물론이고 그보다 몇배 많은 한국인들이 붐빌 것입니다. 미국에 잘 보여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인 등과 친미주구들이 득시글거리며 미국의 독립과 미국의 번성 그리고 미국의 영구적인 한국지배를 찬양하고 기원해줄 것입니다. 정보과 형사의 말로는 정치인들은 물론 일부 연예인들과 앙드레 김이라는 디자이너도 참석한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한국을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지배한다는 모든 놈들이 모여들어 미국을 찬양해댈 것입니다. 아마 오늘 미대사관저에 모여 미국을 찬양해대는 놈들만 주한미군과 함께 미국으로 내보내버리면,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대사관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의 몸을 앞뒤로 가리고 있는 선전판을 꼭 읽고 지나갑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이나 몸짓으로 선전판에 쓰인 "주한미군철수하라!"는 문구에 동의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사람이 지니고 있는 느낌,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내가 느낀 "그들도 나와 함께 주한미군철수라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느낌은 정확한 것입니다.
그때 양산을 받쳐들고 양장을 곱게 입으신 할머니 한 분이 지나던 걸음을 멈추시고 선전판을 들여다보십니다. 그러더니 "이런 큰 일을 혼자 하고 있네!""정말 잘 하는 일이네" 하십니다. 내가 "주한미군철수하고 우리의 자주권도 되찾고, 미국에 의한 전쟁도 막아내고, 자주통일도 이루어야 합니다. 우선 주한미군철수시켜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고개를 끄떡이시며 "아주 정확하지. 아주 잘하는 일이야"라고 격려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런데 인사를 마치고 뒤돌아서서 몇걸음 가시던 할머니가 다시 돌아오셔서 손가방 속을 뒤적이시더니 사탕 한 봉지를 꺼내어 내게 건네주십니다. "고생하는데..."라며 건네주시는데, 그때 그 할머니의 눈빛에서 나는 따스함과 일종의 동지애(함께 할 수 있다는)를 봅니다. 나는 그 사탕 한봉지를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뒤돌아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민중의 따스함과 높은 진보의식 그리고 자주통일에 대한 실천의지를 느낍니다. 할머니 자신이 드시려고 가방에 챙겨가지고 다니시던 사탕 한 봉지, 그것을 선뜻 내게 꺼내주시던 그 마음... 나는 사탕을 사무실로 가져가 서랍 속에 잘 넣어두었습니다. 단순히 사탕으로서가 아니라 그것에 담긴 마음, 그 의미를 당분간 더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대사관의 육중한 철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승용차 한 대가 나오는데, 안에 까만 안경을 쓴 족제비 같은 놈이 앉아 있습니다. 내가 메고있는 선전판을 보고 뭔가 손가락질을 합니다. 나도 이것을 잘 보라고 손으로 선전판을 가르켜주었습니다. 외사과 형사가 다가가 무언가 족제비와 얘기를 나눕니다. 나도 승용차 바로 옆에 가까이 다가가 족제비에게 선전판을 보라고 손짓을 하니, 족제비가 손짓을 하며 뭐라고 떠드는데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보입니다. 나도 족제비에게 크게 한마디 해줍니다. "이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족제비처럼 생긴 놈이,,, 너희놈들 주한미군 데리고 아메리카로 돌아가란 말이다". 정보과 형사, 외사과 형사가 나를 잡아끌며 저놈이 "선전판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라 얘기해줍니다.
대사관의 6층과 7층에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들어서 있다고 합니다. 청와대까지 감청한다는 그 정보기관놈들이 사실 한국을 지배하는 핵심기구입니다. 방금 전에 그 족제비도 정보기관 소속입니다. 미대사관 앞에서 오래도록 시위를 한 내 경험으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도 조금 다릅니다. 대사관의 일반직원은 1인시위 등을 애써 외면하지만, 정보기관원놈들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어떤놈은 시비를 걸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1인시위를 하면서 관찰하면 그렇습니다.
잠시 뒤 경비가 뛰어나오고 다시 철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승용차가 하나 나옵니다. 내가 다시 선전판을 앞세우고 그 차로 다가갑니다. 경찰들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말립니다. 부대사가 외출하는 중이랍니다. 뒷좌석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부대사, 그가 바로 한국을 움직이는 실세 중 하나입니다. 한국대통령은 물론 군장성들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놈이 바로 저 놈입니다. 저 놈의 뒤에는 미국의 부시가 있고...
미국이 한국을 마음대로 지배하는 구조를 한번 생각해봅니다.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친미매국노 이승만은 대전협정을 통해 군사주권을 미국에게 완전하게 넘겨주었으며, 정전협정이 이루어진 뒤인 1953년 10월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해 주한미군의 한국영구주둔과 한국사회지배를 제도적으로 합법화시켰습니다. 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미합의의사록이 1954년 11월 체결되었는데, 기본문에서 "국제연합사령부가 대한민국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 국군을 동 사령부의 작전통제하에 둔다"고 명시함으로써 한국의 군사주권은 정식문서에 의해 유엔군사령부인 미군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 그리고 유엔사령관을 겸임하는 미군대장에게 한국의 군사주권이 넘어갑니다.
1994년 12월 '평시작전권'은 한국군에게 환수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평시작전권조차 미국이 실질적으로 행사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부여받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통해 평상시 위기 관리 명목으로 한국군의 일상적 작전 활동을 보고받고 있으며 정전협정 사항, 을지포커스 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 전시작전계획 수립, 한미 정보관리, 지휘통신 체제 상호운용성 등에 대해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심지어 한국군장성 인사문제에도 직접 개입하는 등 한국군의 핵심적인 군사사항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 제74조1항은 "대통령이 국군을 통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이 없고 그 군사주권은 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군대는 그 국가의 자주성과 안보를 지키는 핵심적 물리수단으로서 국내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뒷받침하는데, 그 군사주권을 주한미군이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주한미군은 한국사회 전반을 강하게 지배하게 됩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한국사회의 주권을 장악하는 권력을 독점하고, 이것을 가지고 한국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통령도 미대사관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는데, 그 아래의 장차관이나 외교부 직원들 그리고 군장성들은 눈치를 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미국의 입김대로 쫒아 움직이는 사냥개들처럼 지내야 하는 참담한 현실입니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도 참 불쌍하고 우리국민들도 더욱 비참합니다. 자주적이지 못한 우리나라의 비극입니다. 그러니 일단 주한미군철수 시키고 우리의 자주권을 되찾는 것이 이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가장 우선되는 과제라 아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십여명의 외국인이 미대사관 앞을 지나며 나를 유심히 봅니다. 선전판의 글도 유심히 봅니다. 그들은 선전판의 의미를 알았을 것입니다. 선전판에 "US TROOPS, OUT OF KOREA!"란 글과 성조기를 찢는 상징적 사진이 들어있기 때문에 대사관 앞에 서 있는 나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 중 한 여자가 몇번이나 뒤돌아보며 지나치고, 길 건너편에 가서도 한참이나 이쪽을 쳐다봅니다. 어떤 느낌을 받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사실 나는 지금 1인시위를 하면서도 빠른 시간내에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에 빠져있습니다. 미군을 철수시킬 더 효과적인 방법... 미국에게 짓밟히고 있는 우리에게, 미국이 획책하는 전쟁책동에 자칫 우리 한반도의 모든 생명들이 멸망할 수 있는 위기를 항상 안고 있는 우리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에 희생되며 고통받고 있는 이땅의 노동자 농민을 위해, 미국에 의한 분단의 장벽에 막혀 남북으로 갈린채 연결되지 못하는 조국의 통일을 위해, 우리는 살인 등 그 어떤 방법도 미군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합니다.
미국에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땅의 자주와 평화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자고요? 미국의 전쟁책동과 한반도 지배도 반대하지만, 우리가 그에 맞서는 어떤 폭력도 역시 반대한다고요?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몇년간 주미철본 회원으로서 고민한 결과에 의하면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한국국민들에 의해 진행되어야 할 시기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아마 다수국민들이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미국이 지금까지 한국을 편하게 지배해왔다고 앞으로 더욱 오래도록 마음대로 농락할 구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이제 한국에 있는 미군을 포함한 미국놈들의 피를 여기저기서 보게 될 순간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지배정책과 한반도 전쟁책동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라는 것을 미국이 분명하게 알아야 할 때인데, 이것을 모르고 아직도 각종 음모를 한반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국이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합니다.
지금 나는 1인시위를 합니다. 사실 이 시위를 하며 나는 생각에 몰두하고, 그 생각 속에서 나는 단련됩니다. 시위를 하며 내 몸은 육체를 넘어, 폭탄으로 변해갑니다. 미국의 한국지배를 끝장내고 자주조국을 세울 핵폭탄으로 내 몸은 변화됩니다. 이렇게 1인시위를 하며 주한미군을 몰아낼 현실적인 방법을 구상하고, 또 실천을 결의하고, 주한미군철수 이후 우리민족 사회는 어떻게 통일되어야 하고 또 어떤 체제로 우리민족의 발전을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도 생각해보는 나... 이런 내 눈에 미대사관은 점점 왜소하게 보여지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우리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맞서 싸우려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미국놈들 겁내지 않을 용기와 자신이 금방 생깁니다. 사실 우리민족이 단결하면 저 미국놈들 어쩌면 세계지도에서 미국이란 국가가 없어지도록 종말을 가져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자신과 용기를 가지고 싸워야 하고, 실제로 미국을 그렇게 만들 능력도 갖추기 위해 노력과 실천을 해야 합니다.
미국놈들이 핵무기로 전쟁책동을 계속하면 우리민족 역시 핵무기로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하고, 주한미군놈이 한국에서 살인과 강간을 저지르면 그런 놈들을 몇배 같은 방법으로 꼭 응징하겠다고 하고,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고 음모를 꾸미면 마구 남발하는 달러화를 버리고 유로화나 인민폐(중국) 등으로 외환체계를 바꾸는 노력을 동북아 주변국들이 같이 해버리겠다고 하고, 해상봉쇄 한다고 지랄하면 우리도 미국놈들 잠수함은 물론 무역선까지 경계선 그어놓고 넘어오면 박살낸다고 하고, 이렇게 강경하게 나서면 미국놈들 꼼짝 못할 것입니다. 미국은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오히려 얕보고 잡아먹으려고 날뛰는 나라입니다. 약탈자, 침략자, 착취자의 속성은 강자는 피해가고 약자는 죽을 때까지 짓밟고 피를 빨아마시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국에 맞서는 방법은 목숨걸고 싸워서 극복하는 것 이외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싸움 이것이 바로 이땅에 대한 학살자, 침략자, 착취자, 지배자 미국에 맞서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입니다.
광화문 미대사관 주위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 차량들... 1인시위를 하며 나는 그들의 눈을 봅니다. 그들의 마음을 봅니다. 그리고 저들도 나와 함께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 느낌만큼은 아주 정확한 것입니다. 이제 이땅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외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철수하라! 이땅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미국 너희들의 지배책동과 전쟁책동을 당장 포기하고 물러가라!". 그리고 그런 외침 뿐만 아니라, 이땅 다수 사람들이 이제 일어나 하나둘 미국의 부당한 존재를 이땅에서 쓸어버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때 미국이 스스로 알아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지배책동과 전쟁책동을 거두지 않으면 우리민족에 의해 피를 흘림은 물론 제국의 종말까지 보게 될 것입니다.
나는 오늘 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지금 미대사관이 포위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미대사관은 이땅 다수사람들에 의해 포위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미국이 이땅에서 저지른 지배, 학살, 착취의 책임을 묻는 이땅 사람들에 의해 완전하게 포위될 것입니다.
주한미군철수, 분명히 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기를 더욱 앞당겨야 합니다. 주한미군철수를 위한 미대사관 앞 1인시위, 이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것이 1인시위를 하며 느낀 최종 소감입니다. 1인시위, 주한미군을 몰아내는 모든 실천활동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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