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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Perma Cool사의 오일쿨러 코어]
[일본 HKS의 슈퍼헤더 : 파이프밴딩 배기 메니홀더]
XI. [인터넷, 닷컴, 자동차] 90년대 초에 방위다녀와서 복학을 하니, 학과 사무실엔 베이지색 단말기가 있었다. 그 단말기는 수강신청용 대형컴퓨터 터미널이었다. 그런데, 거기 메뉴에 재밌는 코너가 있었으니…INTERNET이라는 단어였다.
인터넷 접속을 꾹 누르면 서브메뉴로 TELNET FTP GOPHER … … 등이 나와있었다. 텔넷으로 몇몇군데 추천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실시간으로 전세계를 돌아댕길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99년. 대한민국은 그때 불어닥친 인터넷 비즈니스를 통해 IMF를 한방에 극복하려는 온나라의 열풍에 휩싸이게 되었다. UNIX의 원조 터미널인 텔넷에 이어 팀 버너스리가 고안해서 특허를 포기하고 누구나 쓰게 만들었다는 WWW는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경기도 남부에까지 초고속CATV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했으니…사무실과 학교에서 LAN을 쓰던 맛에, 집에서 간간히 접속해보는 56K모뎀의 속도와 끊김은 죽을 맛이었다. 드디어 인터넷 망이 집에 깔렸다. 그당시에 압축될 데로 압축된 튜닝에 대한 열기와 자동차호기심은 인터넷이라는 점화플러그에 의해서 펑~! 하고 폭발되었던 것이다.
애인에게 부탁해서 선물받은 크리스마스 선물…타공흡음식 일제 튜닝 머플러. 저소음형이고, 일본의 소음규제치를 만족한다 하였으나 버버벙벙 정신이 없었다. 나는 주차장에서 조용히 뒷 트렁크의 내장재를 뜯고 코울타르 주성분의 방청방음재를 칠하고 붓고 했다. 마르는 일주일 동안 나는 자동차를 타면, 본드와 신나를 자동으로 들이마신 사람이 되었다. 일주일 후, 뒷트렁크에서 머플러와 신나게 공진하던 철판들은 이제 울리지 않게 되었다.
스피커에서도 공진은 문제가 된다. 여러분들의 PC스피커가 너무 싸구려라고 한탄만 하지 말고, 날잡아서 자동차 용품센터에 가서 하체방진용 스프레이를 한통 사와서 스피커를 뜯고 안쪽 부분에 잘 발라서 말려보시라…아무리 볼륨을 울려도 떨지않는 스피커를 발견하게 되실 것이리라….
나중에 중고로 구입해서 바꾸게 된 앞스피커(6.5인치+트위터)는 사실 앞문짝에 공진처리와 함께 나름대로 순정상태에서도 인클로징을 잘 해두었다.(아반떼에 비하면 더욱 더 그렇다) 그러나 뒷좌석 팔걸이부 양쪽에 걸려있던 6*9인치 3웨이 스피커의 뒷부분은 처참했다. 순정형 스피커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 스피커 뒤의 빈공간에는 정처없이 떠도는 얄팍한 스폰지 한 장이 있었을 뿐이다. 차 바깥쪽 철판에 잘 붙어있어야 할 스폰지가….그런점에 비춰보면 무게가 무거워져서 그렇지, 스피커 인클로저의 역할을 하는 앞뒤 문짝의 철판들은 방음재를 (시트형이든 액체 바름형이든) 잘 처리해두면 소리는 더할나위 없이 좋아질 듯 하다.
점화계통은 특별히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성능향상을 시킬 수 있었다. 티뷰론은 이상하게도 점화플러그의 수명이 길지 못했다. 순정 동플러그는 약 3000Km에서 2단 저속으로 운행하면 울컥거렸다. 참피온에서 나온 백금플러그 (그랜져V6의 순정 플러그)는 좀 오래갔으나, 1년을 버티기 어려웠다. 그리고 순정점화배선 역시 좋은 상태가 썩 오래가지 못해서 일제 울트라 케이블로 10만킬로 이상 뛰었다. 나중에 등장한 에쿠스 4.5 GDI엔진용 순정플러그는 니폰덴소의 이리듐 플러그였다. 열가가 비슷한 그 이리듐 플러그를 베타엔진에 사용한 결과는 대 만족이다. 동플러그의 +극이 넙덕하다면, 백금플러그는 1.0mm 볼펜심이고, 이리듐 플러그는 0.5mm 샤프끝 처럼 가늘었다. 플러그는 공중방전을 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중심전극이 가늘수록 유리하나, 그 플러그는 엄청난 열기와 압력을 견뎌야하므로 그 사용재료가 버틸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로 만들게 된다. 동보다는 백금이 더 잘견디고, 백금보다는 이리듐이 더 잘 견디므로 가늘게 만들 수 있고 그만큼 유리한 것이다. 값은 동플러그 1500원, 백금플러그 11000원, 이리듐플러그 12000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이리듐 플러그가 수명에 비해 저렴하다)
울산에 있는 인터넷 자동차 가게 *호 카. 지금이야 인터파크 수준의 제대로 된 사이트와 물건이 있지만, 초창기엔 그저 볼품없는 가게였다. 하지만 온동네 돌아댕겨서 구해야 하는 여러 자동차 물건들이 널려있었다. 3000rpm으로 돌아가는 저렴한 광택기는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3000으로 된 피니싱 컴파운드를 사용하여 광택을 낸 후에, 적당한 광택왁스 (3M 오너용 광택왁스나 등등)로 피니싱을 하면…앞문짝에 대고 이빨닦을 정도의 광이 났다.
장안평에서 [마당 내놓을 차의 광택]이라 말하면, 아주 꼼꼼한 광택작업을 의미한다. 이보다 한술 더 뜬 광택질이 있으니…[모터쇼 내놓을 차의 광택]이겠다. 그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피니싱 컴파운드를 사용하든지 해서 광을 낸 후에, 왁스칠을 3번 하면 된다. 첫째는 차의 가로방향, 즉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왁스를 칠하고 걸레로 닦아낸다. 두번째는 차의 세로방향, 즉 앞뒤를 가로지르는 방향. 마지막 세번째는 차의 대각선방향이다. 아마 이런 류의 작업결과를 직접 대해보면, 이차가 정말로 자기가 몰고다니는 차인가 싶을 정도의 깊고 심오한 광이 난다. 나는 광택기 없이 손으로 이짓을 하다가 며칠 들어누운 적이 있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특징은, 국경이 없다 였으니…닷컴 붐을 타고 인터넷 자동차부품회사들이 특히 미국에 많이 생겼다. 그땐 구글같이 잘 찾기는 검색엔진이 없었으니, 내가 알아서 찾아내야만 했었다. 그래서 Car & Driver나 Road & Track같은 유명한 자동차 잡지의 광고를 보고 몇군데 들려보곤 했었다.
이름한번 거창한 permacool. 영원히 시원하단 뜻의 이 회사에서 만든 오일쿨러가 있었다. 엔진오일도 덴뿌라 기름처럼, 한번 와글와글 끓고나면 그 기능을 상실한다. 그래서 신나게 밟기 위해서는 오일을 따로 식혀주는 것이 좋다. 사실 오일쿨러가 제대로 필요한 곳은 항공기용 내연기관이다. 나도 한번 달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오일쿨러가 필요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중 몇 명일까? 튜닝샵에서 파는 제품들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걸 150달러에 주문하고 이주일쯤 기다리니 경비실로 배달되어 왔다. 캘리포니아로 주문해서 카드결제하고, 국제우편으로 뭔가를 받아보다니….지금이야 그런게 일상생활이지만, 그땐 그런게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세차장에 있던 리프트로 차를 뜨고 쿨러를 달았다. 사실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엔진오일 필터를 어댑터에 끼우니 그런대로 잘 들어갔다. 시동을 걸어서 오일상태를 봤다. 별이상 없었다. 시동을 건채 다시 차를 띄우고 밑부분을 봤다. 그순간 뻑~!@ 하고 오일필터는 달아나버리고 나는 오일로 된 비를 맞게 되었다. 뜨뜻한 선지피 같은 그 느낌은 평생 잊기 어려웠다.
나사산이 문제였다. 퍼마쿨의 제품은 인치로 계산된 오일필터의 나사산이 있는거고, 내차는 어디까지나 메트릭이잖는가. 급한 김에 인치형 오일필터를 구하러 돌아댕기다가, 결국 포드의 F트럭이 쓰는 오일필터를 구해다가 끼웠다. 나중에 나는 추가로 Allied Signal에서 나오는 값비싼 오일필터 몇 개를 주문해다가 끼우고 쓰곤 했다.
그당시 205mm*15인치 50시리즈 타이어는 흔한 사이즈가 아니었다. 아마 지금 18인치 타이어의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고로, 휠 인치업을 통해서 타이어를 바꾼다는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다만 배나온 사람처럼 옆으로 늘어진 205mm타이어가 꼴보기 싫었다. 그래서 독일에서 수입해서 팔다가 긁혀서 싸게 내놓은 6스포크의 알미늄 휠을 빌다시피 해서 사왔다. 그 휠은 림폭이 7인치였다. 7인치 림에 끼운 순정사이즈 타이어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브레이킹 성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나, 얇아진 타이어로 인해서 다른 차 같은 승차감을 보여주었다.
배기머플러의 변화는 차성능과는 크게 다른걸 보여주진 못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소리]의 변화가 중요했었다. 누가 중고로 내놓은 HKS의 파이프 벤딩 배기메니폴더는, 티뷰론에서 이리듐 플러그만큼 중요한 성능변화를 보여주었다. 주물제 배기 메니폴더는 무게도 엄청 무겁지만, 배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뽑아주지 못한다. 나중에 교환할 때 보니, 이미 어느 부분에 금이 가있었다. 그에반해, 파이프형 배기 메니폴더는 배기유체의 흐름이 매우 부드럽다. 이는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보면 금방 느껴진다. 즉 순정배기메니폴더+순정 머플러는 우우우우우우웅~하고 엔진회전이 올라가고 페달을 놓으면 부우우우으으으응하고 회전이 떨어진다.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떨어진다. 반면에 튜닝 메니폴더와 튜닝 머플러는 우웅~!하고 올라가고 푸웅~!하고 떨어진다. 스포츠카의 중요한 감각적 특성중에, 엔진회전의 즉답성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점에서는 티뷰론 순정형의 배기메니폴더와 머플러는 별로였다. 그러나 이 두개의 부품 모두다 튜닝제품의 값이 순정형의 10배가 넘는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거 같다.
캘리포니아에서 주문한 두번째 부품은 K&N 습식필터였다. 나는 그렇게 큰소리를 원하지 않았고, 순정엔진의 레조네이터를 그대로 붙이고 쓰고 있었으므로, 순정형 사이즈의 튜닝 필터가 필요했다. 필터에 기름을 발라서 먼지를 흡수해서 에어 플로우를 좋게 만드는 이 필터 역시 만족스러웠다. K&N필터에 HKS의 매니폴더, 타공형 튜닝머플러의 소리는 어릴 때 듣던 폭스바겐 공냉식 엔진차와 비슷했다. 부우우웅~!하는 4000rpm에서의 소리는 아주 매력 있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티뷰론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을까? MB Quart의 6*9인치 스피커에서 나오는 웅장한 소리도 못 들었을 뿐더러, 아마 지금까지도 [벤츠]나 [BMW]가 비싼 차니까 잘달린다고만 생각했을 것 같다. 스포츠카가 비싼 이유라면, 위에서 언급한 모든 요소들을 타협하지 않고 적용시킬수록 비싸지게 되기 때문이다. 즉, 비싸게 만드니까 비싸지는 것이다. 밸브의 관성질량을 줄이기 위해서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하고, 배기매니폴더와 머플러의 무게경량화를 위해서 티타늄을 사용하고, 서스펜션 하중량을 줄이기 위해서 알미늄 합금의 서스펜션과 카본블랙으로 만든 브레이크 디스크를 쓰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정도면 부르는게 값일 정도가 된다.
차체강성 역시 경제성과 성능의 타협점이다. 모노코크 바디에서의 강성은 용접점의 개수와 차체형상, 그리고 보강재의 사용범위가 중요한데, 이 모든 것이 $와 관련이 있다. 용점점이 많고 복잡할수록 생산속도가 느려지며, 보강제의 사용범위가 커질수록 차체는 무거워지며 차체형상이 차체강성을 높일수록 거주공간의 안락함과 크기는 날라가게 된다. 티뷰론에 큰 기대를 걸고 일체형 서스펜션이나 우레탄 부싱을 사용하고 차를 날리게 되면, 차체에 변형이 올 정도다. 그런점에서, 대당 50만불짜리 4륜구동 터보 티뷰론 WRC같은 차는 티뷰론과 비슷한 점이 거의 없어진 튜닝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라이트 튠 티뷰론. 그정도만 해도, 스포츠카 비슷한 감성을 뿜어내고 느끼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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