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선정 '2018년 바둑계 10대 뉴스'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 바둑계
(재)한국기원이 2018년 바둑계의 10대 뉴스를 선정해서 발표했다. 1년간 바둑계에선 어떤 뉴스들이 화제를 모았고 관심을 받았을까. 순위는 따로 매기지 않았다.
바둑진흥법 제정, 매년 11월 5일 '바둑의 날'
‘바둑진흥법’이 3월 30일 재석의원 171명 만장일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바둑의 날’에 바둑경기 및 바둑 관련 학술행사 등을 하거나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바둑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법이다. 법안에 따라 11월 5일을 '바둑의 날'로 지정했다.
바둑진흥법은 ▲바둑 진흥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바둑 진흥 기본 계획 수립ㆍ시행 ▲바둑단체 지원 및 바둑전용경기장 조성 ▲바둑 연구 활동 및 국제교류, 해외 확산 지원 ▲바둑의 날 제정 ▲바둑 관련 창업 및 기술 개발 지원 ▲바둑문화산업 선진화를 위한 시책 마련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 3월 30일 '바둑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사진은 바둑진흥법 제7조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바둑의 날 기념식 장면. 11월 5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정환, 폭풍 질주
박정환 9단이 2018년 최고의 활약상을 펼쳤다. 올해 12억850만원을 획득하며 자신의 연간 최다 상금(2013년 8억 2800만원)도 경신했다. 특히 국제대회 우승 3회, 국내대회 우승 2회를 거머쥔 상반기 성적은 명불허전의 클래스를 뽐냈다.
1월 몽백합배를 시작으로 2월 하세배와 크라운해태배, 3월 월드바둑챔피언십과 KBS바둑왕전 우승으로 상반기에만 9억4500만원을 벌었다. 박정환 9단의 상반기 총수입은 한국기원 소속 기사가 상반기에 획득한 최다 금액 신기록이다. 7월 국수산맥 세계프로 최강전 우승, 12월 춘란배 결승 진출과 천부배 4강 성적도 보탰다.
▲ 박정환 9단이 올 한 해도 반상 세계를 누볐다. 연초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우승(사진)을 시작으로 국내외 대회 우승컵을 잇달아 들어올렸다.
신진서, 국내 랭킹 1위 등극
'21세기 키드' 신진서 9단이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의 59개월 연속 1위 질주를 무너뜨리며 입단 6년 4개월 만에 1위 자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0년 3월생 신진서 9단은 18세 8개월로 1위에 올라 최연소 1위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박정환 9단이 2012년 6월에 세운 19세 5개월. 이창호ㆍ이세돌ㆍ최철한ㆍ박정환 9단에 이어 2003년 랭킹제도 도입 이후 1위에 오른 다섯 번째 주인공이 된 신진서 9단은 2012년 7월 제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했다.
▲ 신진서 9단이 2013년 12월랭킹부터 59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해 왔던 박정환 9단의 절대아성이 무너뜨리고 11월랭킹에서 첫 1위에 올랐다.
바둑계 '미투' 파문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파문이 바둑계까지 번졌다. 바둑계 내에서도 미투 폭로가 이어졌고, 이에 대한 진상 조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김성룡 9단은 제명 처분됐다.
한국기원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한국기원 소속기사 내규 제3조(전문기사의 의무) 3항에 명시된 '본원의 명예와 전문기사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김성룡 9단의 제명을 결의했다. 김성룡 9단은 한국기원에 재심 청구서를 보내 불복 의사를 비쳤지만 한국기원은 7월 이사회에서 제명을 최종 확정했다.
▲ 사회 전반에서 일어난 미투 운동이 바둑계로도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부끄러운 낯을 드러냈다.
농심신라면배 5년 만에 우승
한국이 5년 만에 농심신라면배 우승컵을 탈환했다. 와일드카드로 태극호에 승선한 김지석 9단은 본선 3차전 12국부터 나서 5연승 행진 중이던 중국의 당이페이 9단과 중국 주장 커제 9단에게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첫 주자로 나선 대표팀 '막내' 신민준 9단이 6연승을 달린 데 이어 '맏형' 김지석 9단이 2승을 보태며 주장 박정환 9단이 출전하지 않고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 중국 주장 커제 9단을 꺾고 한국 우승을 결정지은 김지석 9단이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8단, 목진석 감독.
포스코켐텍, 바둑리그 통합우승
포스코켐텍이 7년 만에 KB리그 우승컵을 탈환했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 포스코켐텍이 디펜딩 챔피언 정관장황진단에 2-0으로 이기며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3판 2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포스코켐텍은 1차전 3-0 완봉승에 이어 2차전도 3-2로 제압했다.
팀의 1∼3지명 최철한ㆍ나현ㆍ변상일 9단은 1ㆍ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변상일 9단은 2차전에서 정관장황진단 주장 신진서 9단을 꺾는 활약으로 KB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 2011년 통합 챔프에 오른 후 7년 만에 다시 KB리그를 평정한 포스코켐텍이 선수단이 트로피를 들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최정, 여자기전 독주 태세
여자 기록부문 3관왕에 오른 최정 9단이 여자바둑계 독주 태세를 갖췄다. 최정 9단은 올 한 해 77승20패, 승률 79.38%의 경이적인 성적을 거뒀다. 1월과 10월 여자국수전을 우승하고 11월에 여자기성전 정상에 오르며 국내 여자기전을 휩쓸었다.
세계대회에서는 7월 오청원배를 준우승, 11월 궁륭산병성배를 우승했다. 5월에는 여자단체전인 천태산배 한국 우승도 이끌었다. 또 삼성화재배 16강에 올랐고 박정환 9단과 짝을 이뤄 세계페어바둑 정상에도 섰다. 국내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연간 상금 3억원을 돌파했으며 61개월 연속 여자랭킹 1위를 독주 중이다.
▲ 최정 9단이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2연패를 이룬 것을 비롯해 여자기성전과 여자국수전 우승 등 여자바둑계를 장악했다.
인공지능으로 공부하는 시대 도래
세계 정상급 프로기사를 능가하는 실력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보이며 전문기사는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나 AI를 통해 안방에서 공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편 AI를 통한 대리대국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기원은 바둑 경기규정 제7조에 '전자기기의 휴대 및 사용 제한' 등에 관한 규정 신설을 3월 5일 열린 제23차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이후 한국기원 주최 바둑경기에서는 모든 전자기기 휴대가 금지됐다.
▲ 실력 강한 인공지능 바둑의 등장으로 프로기사들이 고능성 컴퓨터를 구입해 인공지능으로 공부하는 풍토가 조성됐다. 한게임바둑이 개발한 AI바둑 '한돌'은 최강의 프로기사 5명과 릴레이 대결을 펼친다.
일본 후원 첫 국내기전 용성전 창설
일본의 바둑ㆍ장기 채널에서 후원하는 용성전이 출범해 김지석 9단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일본 자본이 국내 바둑대회를 후원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제1기 용성전의 총규모는 2000만엔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200만원.
현재 용성전은 일본(28기)과 중국(9기)에서도 열리고 있다. 초대 챔피언 김지석 9단은 내년 4월 한중일 통합 챔피언전에서 일본ㆍ중국 우승자와 왕중왕을 가릴 예정이다.
▲ 외국 기업이 후원한 첫 국내 기전으로도 화제를 모은 제1기 용성전이 성공적으로 첫 대회를 마쳤다. 우승한 날에 태어난 딸과 함께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한 우승자 김지석 9단.
김채영, 오청원배로 첫 세계제패
김채영 5단이 오청원배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입단 후 첫 세계바둑여왕 자리에 앉았다. 특히 세계여자바둑대회 3회 우승에 빛나는 최정 9단을 꺾고 거둔 우승이어서 기쁨이 배가됐다.
김채영 5단은 결승 대국 전까지 최정 9단과 11차례 맞붙어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세계대회 결승 무대에서 11연패 사슬을 끊고 2-0으로 승리하며 지긋지긋한 '최정 징크스'에서도 벗어났다.
▲ 제1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를 우승한 김채영 5단이 한복 차림으로 시상식 무대에 섰다. 오른쪽은 린쥔차오 중국바둑협회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