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토픽 국제면에 만취한 한 여성이 비행 중에 비상구를 열려다 승무원의 제지로 무산되고 도착 후 벌금형을 받았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사드린 엘렌 셀리스(34)라는 프랑스 여성은 지난달 19일 캐세이패시픽을 타고 홍콩에서 호주로 가던 중 비몽사몽 중에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한다.
평소 비행 공포증을 앓고 있던 그녀는 비행 전 술과 수면제를 모두 복용했다고 진술하고, 브리즈번 법정에서 보석금으로 1,000 호주달러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만일 승무원의 제지가 아니었다면 그녀에 의해 비상구가 열리고, 영화에서처럼 여객기 안과 밖의 기압차로 인해 움직이던 일부 기내 승객들은 비상구로 빨려가 지상으로 추락하고, 여객기 운항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등 대형참사가 일어났을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항공기가 순항고도(8천미터-1만3천미터)를 날고 있다면 비상구는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이는 항공기 비행고도에 따라 외부 기압과 기내 기압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300미터 상승할 때마다 약 3퍼센트씩 외부 기압이 떨어져 약 3천 미터 상공에서 부터는 산소가 부족해 승객들의 호흡이 곤란해지고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항공기는 1만5천 미터까지 올라가도 객실내에 편안한 압력을 유지시켜 주는 여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여압 시스템으로 인해, 가령 항공기가 1만2천 미터의 순항고도를 유지하고 있다면, 항공기는 기압차이로 인하여 항공기 표면은 1제곱인치당 4.5킬로그램의 압력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이는 항공기에 나있는 작은 창문 하나에도 1톤 가량의 힘이 가해지는 것이며 항공기 출입문의 경우는 대략 35톤에 달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비행 중에 비상구의 손잡이를 돌린다 해도 35톤의 압력이 문을 누르고 있어 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열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기압이 지상에서와 비슷한 고도로 날고 있다면 항공기 출입문을 쉽게 열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도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다. 기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항공기의 속도가 이륙할 수 있을 만큼 빨라져 절대적으로 문이 열려서는 안 되는 상태가 되면 문 안쪽의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내려오도록 설계돼 있다.
설령 이러한 장치가 없다 하더라도 빠른 속도 때문에 실제로 문을 쉽게 열기는 힘들다고 한다. 이 잠금장치는 항공기가 착륙을 하면 문을 열 수 있도록 다시 오므라든다. 또한 어떤 경우든 문이 열리면 조종석 계기장치에 의해 감지가 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혹 이륙 전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종석의 기장과 부기장의 계기판 체크를 통해 이중 삼중 점검이 가능하다.
객실 승무원 역시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면 도어 사이드에 착석해 혹시 있을 지 모를 승객에 의한 비상구 개방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처럼 항공기 출입문은 단순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최첨단 항공 메커니즘이 겹겹 작용하는 완벽한 기술의 집합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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