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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숲으로 간다] 박현정
씬1. 신도시 아파트 촌
버스 한 대 멈춰섰다 떠나면. 혼자 남겨진 미소. 두리번거린다.
씬2. 학교 옆 공터
공터에서 학생들 농구하고 있다. 은호 맹활약 중. 3점슛 성공하고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
재범, 카메라 들고 뛰어다니며 운동하는 모습 찍고 있다.
씬3. 공터 어귀
미소,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갑자기 품으로 날아드는 농구공. 순간적으로 공을 받아 안는다.
은호 : (E) 순발력 끝내주네요.
미소, 소리나는 쪽 보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때문에 눈부시다.
빛 사이로 서서히 실루엣 뚜렷해지면 땀에 절은 은호 서서 활짝 웃는다.
미소, 은호의 싱싱하고 당당한 모습에 주춤하고.
은호 : 공 좀 주실래요?
미소 : (곧 정신차리고 공 던진다)
은호 : 고마워요 누나.
손을 들어 고맙다는 표시하고 사라지는 은호.
미소 : 누나?
픽 웃는다.
씬4. 고등학교 교무실
미소 몇몇 교사들과 인사 중.
교감 : 병가 내신 전정만 선생님 대신 국어과 임시교사로 오신 김미소 선생님이에요. 2학년 3반 담임도 맡아주실 겁니다.
주임 : (훑어보며 걱정된다는) 담임까지 맡자면 고생 좀 하시겠어요.
미소 : 잘 부탁드립니다.
교감 : 마침 오시네. (준희에게 손짓) 유선생, 아 짝궁 왔어요.
준희 : (다가와 인사) 어? 왔네?
미소 : (밝아지며 안도)
교감 : 우리 유선생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던지. 둘이 같은 서클이었다면서요?
근데 이거, 처녀 총각 나란히 앉혀도 되는 건가?
주임 : 그러게요, (장난 반 경고 반) 연애는 금지과목입니다.
준희, 미소를 보며 흡족한 웃음.
씬5. 교내 일각
학교 여기저기 안내하는.
준희 : 월요일부터는 매일 보겠네. (미소 보며) 하루의 절반은 니가 내 옆에 있겠구나.
미소 : 두달 동안만이야.
준희 : (자못 심각하게) 두달 안에 아예 눌러앉힐 방법 없나?
미소 웃고. 긴 생머리 나부낀다.
씬6. 동산
벤치에 앉거나 누워있는 재범, 창렬, 은호. 운동 끝낸 후 쉬는 중.
은호, 농구공 머리에 베고 반쯤 누워있다.
창렬 : 좀 줘봐!
재범 : 안돼, 또 고장내려구?
창렬 : 카메라 좋다고 사진학과 붙냐?
빼앗아 구경하려는 창렬과 뺏기지 않으려는 재범.
은호, 시야에 미소의 모습 들어오자 호기심어린 눈으로 일어난다.
은호 : 야 야... 줘봐.
은호, 카메라 빼앗아 들여다보면
은호 : (E) 어떻게 맞추는 거야 이거?
초점 서서히 맞고 바로 앞에 선 것처럼 가까이 보이는 미소의 옆모습. 바람에 나부끼는 긴 생머리, 저녁햇살을 받은 얼굴 클로즈업.
찰칵하는 셔터 소리. 렌즈에서 눈 뗀 은호, 입 헤 벌어진 채.
은호 : (혼잣말) 누구지?
씬7. 교실
시끌벅적한 교실 풍경.
재범 : (뛰어들어오며) 야야야... (숨차다) 왔다, 왔어...!
일동 : ?
재범 : (헐떡대며) 임시 담임!
몰려드는 아이들.
재범 : 와! 쥑이더라!~
창렬 : 왜? 한덩치 하냐?
재범 : 아니, 그게 아니구... 심은하 저리가라야... (뿅간 얼굴) 완전, 코스모스 같대니까!
그때 재범의 뒷통수 톡톡 치는 막대. 재범 돌아보면 막대 든 주임과 미소 서 있다.
후다닥 제자리로 가는 아이들. 호기심 어린 눈빛 일제히 쏠리고. '와아'하는 낮은 탄성.
한 쪽에서 은호 '어!' 하며 놀란 표정.
씬8. 복도
주임, 문열고 나오면.
은호 : (E) 차렷! 경례!
일동 : (E) 안냐세요!
주임 : (인상 구기며) 이놈들이!
주임 장난스러운 소리에 도로 들어가려다 애라 모르겠다 그냥 간다.
씬9. 교실
재범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 황홀한 듯 미소 보고. 그 뒤에 창렬을 비롯한 뒷줄의 서너명, 조금 느끼한 시선으로 훑어본다.
창렬과 같은 뒷줄에 앉은 은호, 눈을 반짝이며 앉아있고.
미소, 그런 학생들 시선 부담스럽게 받는다.
미소 : 남자학교는 처음이라 낯설어요. 많이 도와주길 바래요. ...대신, 여학생 심리탐구는 내가 도와줄께요.
일동 : (웃고)
은호 : (E) 몇 년 생이세요?
미소 : (소리나는 쪽 보면)
창렬 : (장난스럽게) 쟤 여자친구는 올해 대학 졸업반이래요. ...몇 살이세요?
미소 : (은호 가만히 본다)
은호 : (조금 긴장해서 시선받고)
미소 : 농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연애도 잘 하나보지?
은호 : (기억하는구나 싶어)
미소 : 근데 ...사회나이? 군대나이?
학생들 왁자하게 웃고.
씬10. 교실(다른날)
뒷줄의 창렬과 몇 무리들, 야한 그림 돌려보며 낄낄대고 은호, CD 이어폰 끼고 있다가 누군가 툭툭 치면 본다.
창렬이 전해준 그림, 합성한 미소의 누드사진. 열심히 보고 있는데 누군가의 손 다가와 채가면.
은호 : 어, 어! (놀라 보고)
미소 : (사진 쓱 보고 은호 본다)
미소, 은호의 CD플레이어와 사진 뺏어 앞으로 오고.
뒷줄의 아이들, 미소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표정.
미소 : (사진 한 번보고 쫙 펴서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학생들, 와! 후리릭!, 죽인다! 등등의 흥분된 반응. 킥킥대는 축도 있다.
미소 : (둘러보며) 실망했다... (은호에게) 내가 겨우 이 정도밖에 안된단 말야?
은호 : (센데! 하는 표정)
미소 : 담임을 평가절하한 죄를 물어 숙제를 내겠다!
우우! 하며 야유 속에. 못들은 척 교실 나서는 미소.
씬11. 복도
당당하던 모습과는 달리 얼굴 붉어지며 한숨쉬는 미소. 손에 들고있던 사진을 박박 찢어버린다.
뒤에서 그런 미소보고 씩 웃는 은호.
씬12. 상담실
미소, 은호 두 사람 마주앉아 있다. 은호 잘못한 것이 없다는 표정, 미소 팔짱 낀 채 그런 은호 쏘아본다.
미소 : (갑자기 은호의 손을 잡고)
은호 : (긴장하는) ?
미소 : (손바닥에 클립꼭지 두 개 쥐어주는)
책상 위에 클립꼭지 두 개를 세워보려는 은호. 그러나 구부러진 철사 두 개가 서있을 리 만무하다.
연속 허탕치고 곰곰이 클립꼭지 들여다보던 은호 곧이어 회심의 미소.
마술사같은 손놀림으로 꼭지에 주술을 걸 듯 콧김을 쐬더니 집중해서 클립 꼭지 두 개를 아슬아슬하게 세우고.
꼭지 두 개, 서로 기대어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선다. 은호, 휘리릭 휘파람 분다.
미소, 제법인데 하는 표정. 은호, 득의만면한 얼굴로 손 벌리면 매우 아쉽다는 표정으로 CD플레이어 돌려주는 미소.
은호, CD플레이어 재생 누른다. 이어폰 끼우려다 미소에게 한쪽 건네는. 미소, 고개 젓고.
재차 권하는 은호. 마지못해 귀에 대보는. 점차 음악에 빠져드는.
열어놓은 창으로 들이치는 햇살. 적당히 부는 바람. CD플레이어 돌아가고 둘이 이어폰 한쪽씩 듣고 있다.
풀스 가든(Fool's Garden)의 '레몬 트리(Lemon Tree)' 흐르고.
갑자기 일어나는 은호. 음악에 맞춰 춤추듯 왔다갔다하는. 미소 '어? 어?' 이어폰 줄에 매달려 덩달아 왔다갔다.
그러다 이어폰 줄에 감기는. 그제서야 당했지? 하는 표정으로 웃는 은호. 미소 괘씸하다는 표정.
은호의 가슴과 미소의 얼굴 닿을 듯 가까운 상태. 갑자기 미소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는 은호. 미소 일순간 완전히 긴장하고.
은호, 미소를 만질 듯하다가 귀에 꽂힌 이어폰 빼서 가져간다. 음악 멈춰지고. 미소, 긴장했던 몸 풀어지며 벙찐 표정.
씬13. 교무실
아이들 숙제 검토하는 미소, 입가에 웃음이 감돈다. 다가와 옆자리에 앉는 준희.
준희 : 뭐, 재미있는 게 있나부지?
미소 : 애들이 낸 숙제. 시를 한 편씩 써보라고 했거든...
준희 : (흥미없는 듯) 시?
미소 : 미사여구는 그럴 듯한데, 하나같이 논문 같애.
준희 : 아무래도 시 한편보다는 논술이 더 급한 애들이니까.
미소 : 선배, 내가 망설이지 않고 국문과에 간 이유가 뭔지 알아?
준희 : ...
미소 :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 때문이었어. 2주에 한번씩 우리한테 시를 읽어주셨다. ...
(눈을 감고) 반 애들이랑 입을 모아 시를 읽는 동안에는 대입도 모의고사도 다 잊고 참 행복했는데...
준희 : 10년 전에는 가능한 얘기지.
미소 : (보며)
준희 : 요즘 애들, 해마다 바뀌는 수능정책 땜에 만능 로보트처럼 살아. 괜히 그런 거 돌렸다가 혼란스럽게 한다고 얘기나 듣지.
미소 : 선배 많이 변했네. 시 때문에 몇날 며칠 밤새던 그 유준희 맞어?
준희 : (웃으며) 다 너 생각해서 하는 얘기야 임마.
미소 : (불퉁한 기색)...
씬14. 교실
숙제와 프린트물 교탁에 놓는 미소의 손. 아이들 침 꿀꺽 삼킨다.
미소 : (맨 위의 한 장 들고) 묻지말아요/ 내 나이는 묻지 말아요/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창렬 : (뻔뻔한 표정)
미소 : 가을로 가는 길은/ 쓸쓸해/ 너무 쓸쓸해.... 이창렬, 너 어제 노래방 갔었지?
창렬 : (쭈그러진다)
학생들 : (와 웃음)
미소 : (다른 것 들고) 삶은 주어지고/ 그리고 다가오는 성숙의 시간들...
은호 : (뜨끔한 표정)
미소 : 우리는 시련에서 강해지니/ 결국 언젠가는 우리 곁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고/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 무엇이 되리라..
홍은호? 이건 처음 듣는 노랜데?
은호 : 네? 그게, 그게 그러니까...
재범 : 은호 글 잘 써요. 중학교 때 백일장에서 상도 탔어요.
미소 : 그래애?
은호 : 아니, 아니구요.. (난감하기만 하다)
미소 : 멋진데? 다시 보여.
은호 : (말을 못하고)
미소 : (프린트물 나눠주며) 자, 선물이다.
호기심 어린 아이들 '뭐예요?', '뭐예요?' 묻고.
미소 : 여러분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시 한 수!
창렬 : 시? 우웩!
미소 : (웃으며) 시 한 편에 당장 시인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또 모르지 시 한편에 인생관이 바뀔지도. 자, 읽어볼까?
일동 : 숲.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아이들 소리맞춰 읽고 미소, 천천히 아이들 사이를 걷는다.
일동 :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면/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재범, 미소 가까이 다가오자 바닥을 연신 힐끔댄다. 애들 킥킥거리고.
일동 : ...이 메마른 땅을 의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와지끈 소리. 일제히 시선 쏠리면, 은호가 미소 앞쪽에 서 있다. 발 밑을 보면 은호 거울을 밟고 있다.
몸을 굽혀 발 밑에서 깨진 거울을 줍는 은호. 재범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순간 재범의 얼굴 빨개지고.
창렬 : (중얼거리듯) 재범이 저 자식, 장난 수준도 꼬옥 초등학생이래니깐...
은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에 가서 앉고 미소 괜찮다는 듯 웃자, 재범 더 무안하고 미안하다.
미소 : (아이들 둘러보며) 자, 이 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기심과 고독을 얘기하고 있어요. 항상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강하게 하나를 이루고 있는 나무를 보면서, 숱한 만남 속에서도 사람들은 왜 외로울 수밖에 없나를 얘기하고 있지.
(재범의 어깨 다독이며) 우린 숲을 이룰 나무들일까, 아님 광화문 네거리의 콘크리트 기둥일까?
은호, 담담하게 대처하는 미소에게 눈길주고.
씬15. 미소네 집 앞(N)
골목 저쪽에서 걸어오는 미소. 반대쪽에서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놀라보면 은호다.
미소 : (놀라며) 은호 아냐?
은호 : 어 선생님 (놀랍고 반가운 척)
미소 : 너 여긴 웬일이야?
은호 : 저, 학원이 이쪽이거든요. 집에 가는 길인데...
미소 : (다 알고있는듯) 그래애?
은호 : 댁이, 이쪽이세요?
미소 : 이모집. 출퇴근하기에 멀어서 여기서 다녀.
은호 : (머뭇머뭇)
미소 : ?
은호 : 낮엔 죄송해요. 애들 장난이 좀 심하죠?
미소 : 우리는 시련 속에서 강해지니...
은호 : ...!
미소 :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리... (보며) 은호 니 시에서 한 수 배웠다.
은호 : (웃다가) 저...선생님, 고백할 게 있어요.
미소 : 뭔데?
은호 : 그 시요, 사실은... (머리 긁적긁적) 제꺼 아니거든요.
미소 : 뭐어?
은호 : ...예반이라는 외국사람이 쓴... 산문집 목차 베낀 거예요. (걱정스럽게 보며) 실망하셨죠?
미소 : 각오해!
은호 : (걱정스런 얼굴)
미소, 심각하게 째려보다가 풋 웃고만다. 은호 순간적으로 긴장했다가 미안한 표정으로 따라 웃고.
은호 : 대신...벌 받을께요.
미소 : 무슨 벌을 받고싶은데?
은호 : 선생님 보디가드요! 그것도 펴엉생!
미소 : 뭐야?
씬16. 몽타쥬
컴퓨터실에서 노트 뒤적이며 워드치는 미소. 모니터에 조태일의 '새벽에 일어나기' 시 전문.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황혼에 쓰러져서 새벽에 일어난다. / 황혼과 새벽 사이 의 긴긴 밤물결에 떠서 //
노를 저어라 노를/ 어둠을 사루어서 새벽을 만들자. // 우리들이 아는 사람들은 모두/새벽에 일어나서 황혼에 쓰러진다. /
새벽과 황혼 사 이의 신나는 빛물결에 떠서/ 노를 저어라 노를/ 태양을 사루어서 / 더 큰 태양을 만들자.
시 프린트물 뒤로 돌리는 아이들. 창렬, 영 재미없는 얼굴이고. 재범 일어나서 낭송하는.
교정 벤치에 앉아서 몇몇 아이들과 담소하는 미소. 재범과 창렬, 은호 등도 끼어있다.
은호, 미소의 뒤쪽에서 머뭇거리다 머리카락 몇 올 만져보는. 미소의 머리에 가만히 코를 댄다.
창렬, 그런 은호를 힐끗 보고.
교실에서 시를 함께 낭송하는 아이들과 미소. 쌓여가는 시 프린트물.
씬17. 교무실
교감 : (E) 그게 사실입니까, 김선생님?
교감 앞에 서서 고개 숙인 미소.
교감 : 곧 고3 올라갈 애들한테... 그 중엔 참여시도 있다면서요? 애들한테 그런 시를 주입시키는 저의가 뭐예요?
미소 : 교감선생님, 그건 중학생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시예요.
교감 : 이거 보세요 김선생. 그런 건 대학가서도 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입시가 코앞인데 무슨...
미소 : ...
교감 : 수업시간에 시같은 거 나눠줘서 수업 분위기 흐리는 건 안돼요! 다른 선생님들은 그런 거 몰라서 못하는 줄 알아요?
미소 : 교감 선생님!
교감 : 애들 성적 떨어지면 김선생이 책임 질 겁니까?
씬18. 교실
주임교사, 은호를 노려보며 서 있다. 한 손에는 아이들에게 걷은 시 프린트물.
주임 : (열받은 듯) 빨리 안 내놔?
은호 : (단호하게) 싫습니다.
주임 : 빨리 내 놔!
은호 : 안됩니다!
주임, 노려보다가 은호의 책상을 뒤진다. 은호, 주임의 몸을 막고.
주임 : 홍은호, 너 임마 하찮은 종이쪽지 하나 갖고 왜 이래?
은호 : ...
주임 : 너 지금 선생이랑 맞짱이라도 뜨겠다는 거야 뭐야?
은호 : 아니요.
주임 : 뭐?
은호 : 입시에 도움이 되든 안되든 그건 배우는 저희가 판단할께요.
학생들 : 맞아요! 옳소!
주임 : (아이들 향해) 어느 놈이야? (은호보며) 그래서... 끝까지 반항하겠다?
은호 : ...
씬19. 교무실
짝짝, 몽둥이 소리. 한쪽 구석에 벽에 손을 대고 엎드려있는 은호. 주임, 몸둥이로 은호의 허벅지 뒤쪽을 패고있다.
교사들 혼날 놈들은 혼나야한다는 듯 무관심. 미소 허둥지둥 들어와 다가간다.
미소 : 선생님, 제가 잘 타이를께요, 네?
은호 : 선생님 비키세요, 다쳐요.
주임 : 어쭈 이 녀석이? 그래, 너 이놈, 언제까지 그렇게 기가 살았나 두고보자!
힘차게 짝짝 패는 주임. 미소 더는 못 보겠는지 주임의 손을 막아선다.
주임 : ?
미소 : (단호하게) 저희반 학생이 선생님한테 무례했다면 제가 사과드릴께요. 주세요, 제가 처벌할께요.
씬20. 교실
아이들 웅성거리며 심상찮은 분위기.
창렬 : (갑자기 일어나서) 야, 반장 저대로 둘 거야?
일동 : (주목하고)
재범 : 그럼 어떡해?
창렬 : 이건 명백한 수업 자율화 침해야.
재범 : 자율화...침해?
창렬 : 그래 짜샤. 그 프린트물은 엄연히 우리 건데 왜 함부로 내놔라 마라 해? 그건, '강탈'이라구.
재범 : (감명받은 듯) 강탈!
창렬 : 솔직히 우리가 국어시간에 노래를 하건 춤을 배우건 담당도 아닌 선생들이 무슨 상관이야?
학생들 : 옳소! 옳소!
씬21. 교무실
미소, 이를 악물고 은호의 허벅지를 때린다. 그 옆에 주임 팔짱끼고 서 있다. 은호, 고통스럽지만 의연하다. 미소도 무표정.
그때, 갑자기 웅성대는 소리. 복도를 내다보는 교사들.
씬22. 복도
은호 반 아이들 다 몰려왔다.
흰 종이에 '저희에게 시(詩)를 돌려주십시오', '시가 있는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등등의 문구 조악하게 써서 들고 있다.
교감과 준희, 미소, 주임 뛰어나온다. 미소,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교감, ' 끄응' 혈압 오르는지 머리에 손 대고 눈감는다.
주임 나서서 창렬과 부반장, 재범 등 앞에 서 있는 아이들 차례로 따귀를 올려붙이고 미소를 노려본다.
미소 놀라서 주임을 마주보고.
씬23. 상담실
은호, 창렬 나란히 앉아 반성문 쓰고 있다. 둘 다 백지 앞에 놓고 딴 생각 중.
은호 : 왜 그랬냐?
창렬 : ...
은호 : 교무실 앞으론 침도 안뱉는 놈이. ...시 때문에 닭살 돋는대며?
창렬 : 심심해서.
은호 : (본다)
창렬 : 재미있잖아, 공부 안해도 되고.
둘 마주보며 웃는다. 문 열리며 미소 들어온다.
미소 : 반성문은 다 썼니?
창렬, 은호 : 예.
미소 : (반성문 넘겨다보며) 뭘 잘못했는지 알고는 있어?
은호, 창렬 : (마주본다)
미소 : 사나이들의 의리, 멋지던데? 봐요, 우리도 이런 거 할 수 있어요... 잠깐 기분도 좀 났지?
은호, 창렬 : ...
미소 : 근데, 선생님이 틀렸어요... 말할 수 있을 만큼 니들 행동은 정말 옳은 거였을까?
창렬 : (입 나온다)
은호 : (굳은 표정으로 책상 위만 뚫어지게 보고)
창렬 : (혼자말처럼) 칫, 누구땜에 이렇게 됐는데...
미소 : ...넘치면 모자람만 못해. 니들 행동, 너무 넘쳤어.
창렬 : (듣기싫다는 듯 벌떡 일어난다) 반성문 내고 오겠습니다.
미소 : (말문 막히고)...
창렬 나가면. 은호, 미소 손을 응시한다. 미소, 주머니에게 뭔가 꺼낸다. 책상 위에 내려놓는 것은 연고.
은호 : !
미소 : 많이 아플 거다. 요령있게 때리는 법은 못 배웠어...
은호 : ...
미소, 돌아서 나가려한다. 은호, 벌떡 일어나 막아선다. 미소 놀라서 본다.
미소 손을 가만히 펴보는 은호.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있다. 책상위에 있던 연고 열어서 미소 손바닥에 발라준다.
미소 : ...!
은호 : (묵묵히 약 바른다)
미소 : 은호야...
은호 : 선생님이 진짜 하고싶은 얘기 뭔지 알아요.
미소 : ...
은호 : 선생님 땜에 우리가 피해라도 받을까봐, 그래서 그러시는 거죠?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미소 : ...
은호 : (웃음) ...걱정 마세요,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할 거니까. 선생님 힘들게 안해요.
미소 : ...
은호 : 원래 선수끼린 통하잖아요.
약바르는 은호. 그런 은호를 바라보고 있는 미소.
씬24. 술집(N)
급하게 생맥주 마시는 미소. 준희 걱정스럽게 본다.
준희 : 체하겠다 천천히 마셔.
미소 : (잔 내려놓고) 휴우...
준희 : 시커먼 사내놈들 속에 너 팽개쳐놓은 것 같아서 내가 후회막급이다.
미소 : 아니야, 애들 3일 근신으로 끝난 거 다 선배 덕분인데 뭐. 어떡하냐? 대학 때부터 내 뒷치닥거리만 도맡아 하구...
준희 : (웃고)
미소 : 선배가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준희 :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구.
미소 : 정말이야.
준희 : 남자학교 생각보다 쉽지않지?
미소 : 자질문제지 뭐. ...나 선생 재목이 아닌가봐.
준희 : 열여덟이라는 나이가 말야,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애들인 참 기형적인 나이거든.
미소 : ...그만큼 순수하기두 하구.
준희 : 무모함이 용긴 줄 착각하는 무서운 애들도 있어. 조심해라.
씬25. 김밥전문점(N)
창렬, 재범 라면과 김밥을 맛있게 먹는다. 은호 생각에 잠겨 그냥 뒤적이기만.
창렬 : (젓가락질 멈추고) 짜식, 어디가 그렇게 좋냐?
재범 : ?
은호 : 어떻게 알았어?
창렬 : 이 세상에는 말야, 절대 감출 수 없는 게 세가지 있걸랑. 양말 뚫어진 거랑 기침나는 거랑 사랑하는 거.
쌔꺄, 니 얼굴에 '김미소 내 사랑'이라구 크게 써있어.
은호 : (얼굴을 한번 쓸어본다)
재범 : 은호 너 선생님 좋아해? (실망+ 걱정) 나둔데...
창렬 : 적당히 해라. 내가 공부는 너보다 못해도, 사랑에 있어서는 한수 위잖냐. 아무리 봐도 이건 잘 해야 본전이야.
은호 : (픽 웃는다)
창렬 : 웃긴? 이 새끼, 뭘 몰라요. 어쨌든 사랑은 나이 어린 사람이 상처받는 법이야.
재범 : 왜?
창렬 : 앞날이 창창할수록 다치는 법이라구! 물불 안가리고 빠지거든.
은호 : (어깨 탁 치며) 충고 고맙다. 대신 이건 내가 쏠게.
씬26. 거리(N)
창렬 : 야, 어디가서 한 대 꼬실를래?
재범 : 냄새 배서 안돼. 엄마한테 들킨단 말야.
창렬 : 으이그, 빙신.
은호 : (멈추고) !
창렬, 재범 : (뭔가 보면) 어?
은호 : ...
창렬 : 드디어 사랑의 장애물이 등장하셨군.
앞쪽에 나란히 얘기하며 걸어가는 미소와 준희. 준희, 얘기하며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 올리는.
재범 : (E) 둘이 잘 어울린다.
창렬 : (E)(한대 때리는) 새끼!
재범 : (E) 아얏!
창렬 : (E) 아예 소금을 쳐라, 소금을 쳐!
뒤쪽에서 바라보는 은호, 질투어린 시선. 뒤돌아서 성큼성큼 가버린다.
씬27. 미소네 집 앞(N)
골목 들어서는 미소 앞에 나타나는 그림자. 은호다.
미소 : 어?
은호 : 선생님...
미소 : (미소지으며) 학원 갔다오니?
은호 : ...네.
미소 : 늦었는데 빨리 집에 가라.
은호 : 네에.
은호, 인사하고 지나친다.
미소 : (E) 참, 은호야!
은호 : (돌아보면)
미소 : 시험 준비 잘 하고있지?
은호 : ...
미소 : 이번 일도 그렇고, 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시험 잘 봐서 선생님 체면 좀 세워주라.
은호 : 선생님!
미소 : (보면)
은호 : (다가와) 그럼 제 부탁도 들어주실래요?
미소 : 부탁? 뭔데?
은호 : 아직은 모르겠어요. 시험 잘 봐서 선생님 체면 세워주면 제 부탁도 하나 들어주세요.
(손가락 내밀며) 그래야 맞는 거래 아닌가요?
미소 : (요것봐라) 그렇지... (손가락 걸며) 그래, 좋아.
은호 : 도장!
미소 : 도장!
은호 : 양면복사!
미소 : (웃으며) 양면복사! 됐지 이제?
은호 : (손등에 얼른 입 맞추고) 우표두요.
미소 : !
은호, 돌아서서 성큼성큼 가고. 미소,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씬28. 은호 공부방(N)
새벽 두시를 알리는 탁상시계. 스탠드 아래서 공부중인 은호. 암기하다가 고개들어 벽을 보고 흐뭇한 미소.
미소의 옆모습 사진(씬 6에서 찍은) 붙어있고, 그 옆에 <숲>시.
씬29. 복도
복도에 전교 1백등까지 대문짝만하게 붙여지고 맨 앞에 은호이름 언뜻 보인다. 미소, 신나서 계단을 뛰어오고 있다.
씬30. 교실
웃으며 들어서는 미소. 와글거리던 아이들 조용해지고.
일동 : (뭔가? 하는 눈빛)
미소 : 이번 시험에서... 전교 일등이 우리 반에서 나왔다.
일동 : 와! 누군데요? 누구예요?
미소 : 홍은호! 축하한다!
은호 : (얼떨떨하다)
아이들 박수치고, 미소 활짝 웃는다. 은호, 미소의 모습이 좋기만 하다.
씬31. 교무실
미소 책상에 앉아 일지를 쓰고 있다. 옆에 준희도 보인다.
은호 : (E) 선생님!
미소 : (보면) 은호구나?
은호 : (꽃 한 송이 책상 위에 놓으며) 데이트 신청하러 왔어요.
미소 : (꽃과 은호를 번갈아 보고) ?
준희 : (놀라 쳐다본다)
은호 : 약속하셨잖아요.
미소 : 어, 그래...
은호 : 이번 주 일요일이요.
미소 : 일요일?
준희 : (얼굴 구겨진다)
은호 : (준희를 힐끗 보고)
준희 : (뭘 봐? 마주 보고)
씬32. 신촌역
기다리는 은호. 미소, 스포티한 차림으로 나타나고. 은호, 그런 미소보고 눈부시다는 표정.
씬33. 교외선
기차 타고 환호하는 아이들 틈에 끼어 같이 소리지르는 두 사람.
씬34. 미술관
야외 미술관에서 조각품 둘러보는 두 사람. 조각품 사이에 목 내밀고 장난하는 은호. 미소 재미있다는 듯 웃고.
씬35. 산책로
장흥 정도의 드라이브 코스. 계곡이 보이는 길을 나란히 걷고있는 미소와 은호.
지나가던 여자들, 두 사람 흘끔대며 속닥거리다가 킥킥댄다. 남자가 너무 어리네, 연하 아냐, 고등학생 아냐 어쩌구...
미소 그런 사람들 시선 부담스럽다.
은호, 어색하게 떨어져 가는 미소보다가. 갑자기 셔츠 깃을 올리더니 미소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깜짝 놀라며 '얘가?' 하는 미소. 은호 태연한 표정.
미소, 어깨 위의 손 내리고 대신 손잡는다. 은호 좋아죽겠다.
씬36. 카페
카페 천장에서부터 빼곡히 매달려있는 색바랜 메모지들. '이 순간을 영원히', '연희야 사랑해' 등등 구경하며 감탄하는 미소와 은호.
메모지 하나 새로 매다는 중. '신랑 홍은호, 신부 김미소 -두 번째 오는 날 결혼한대요' 써 있고
더 높이 매달려는 은호와 빼앗으려는 미소.
씬37. 야외 공연장
그룹의 신나는 공연. 사람들 신나서 괴성 지르고 춤, 헤드뱅 등 따라 하고.
은호, 미소의 손 잡아끌고 쑥스러워 하던 미소, 은호가 시키는대로 따라하며 서서히 분위기에 젖는다.
(시간경과)
노을지며 더욱 열광하는.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받아 미소의 얼굴 빛난다.
열기와 노을에 젖어 발그레해진 미소의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는 은호. (음악 멈추고 정적)
사람들과 어울려 춤추는 미소.
은호, 미소의 머리로 손을 뻗친다. 은호가 핀을 빼자 미소의 생머리가 한꺼번에 찰랑거리며 쏟아져 내려온다.
깜짝 놀라는 미소. 그러나 입도 몸도 얼어버렸다. 은호, 생머리를 만진다. 그러다가 목 언저리에 손이 닿고.
아득해지는 표정으로 순간 눈을 감는 미소. 은호, 미소의 생머리에 얼굴 가까이 댄다. (다시 음악 들리고)
해가 완전히 지고, 미소, 머쓱해진 표정으로 자리를 빠져나온다. 그런 미소의 뒷모습을 쫓는 은호의 시선.
씬38. 화장실
달아오른 얼굴을 물로 적시는 미소. 거울에 비친 얼굴 보다가 자신의 머리를 쓸어본다. (아까 은호가 만진 곳) 목에도 손을 대보고.
(인서트) 머리카락과 귀, 목덜미를 스치는 은호의 손길.
미소,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른 사람 들어오자 인기척에 놀라 눈뜨고. 말도 안돼 하는 표정. 정신차리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씬39. 공원(N)
벤치에 앉아서 음료수 마시는 두 사람. 분위기 조금 어색하다.
미소 : ...니 부탁 여기까지다. 완벽하게 갚은 거지?
은호 : 저땜에 억지로 가신 거 아니죠? 선생님도 좋으셨죠?
미소 : ...
은호 : 선생님!
미소 : (보면) ?
은호 : 저 선생님 사랑해요.
미소 : (난감) ..!
은호 : 선생님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 알고계셨죠?
미소 : ...학창시절에 선생님을 좋아하는 추억 하나쯤 누구나 다 가져.
은호 : (도리도리) 그런 사랑 아니에요!
미소 : (못들은 척 고개 숙인다)
은호 : 남자인 홍은호가 여자인 김미소를 사랑한다구요!
미소 : (본다)
은호 : 선생님 숲이 되고싶어요. 선생님은 제 숲이 돼주세요.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미소 : (픽 웃으며) 은호야, 그 시의 숲은 그런 뜻이 아냐...
은호 : 알아요, 알아. 그래도 난 그냥 사랑이라고 생각할래요.
숲처럼 빽빽하게 채워진 사랑, 그게 선생님한테 보여주고 싶은 내 마음이니까요!
미소 : 그래, 니 맘 알겠다. 그래서?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데?
은호 : ...
미소 :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랑 나랑? 너 내가 몇 살인줄 알아?
은호 : 7년 차이 그거 아무 것도 아니예요. 아이를 만드는 여자 김영희 아시죠? 그 사람은 열네 살이나 연하인 남편이랑
아이낳고 잘 살아요. 또 우리 삼촌 친구는 열살 연상인 이모 친구랑 결혼했어요.
미소 : (달래듯) 은호야...
은호 : 우리도 가능해요. 다만... 선생님이 많이 기다려야 해요. 대학가고 군대가고...넉넉잡고 8년만 기다려 주세요...
미소 : (벌떡 일어나며)
은호 : (따라 일어나고)
미소 :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니?
은호 : 선생님!
미소 : 잘 들어!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난 니 선생이구, 우린 사제지간이야! 사제지간엔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게 있는 거구. 알아들어?
은호 : (이를 앙다문다)
미소 : 약속이니까 지키고 싶었는데. 내가 착각했다.
은호 : ...
미소 : ...아직 어린 너를 너무 혼란스럽게 한 거 같애.
은호 : 제일 큰 착각이 뭔 줄 아세요?
미소 : ?
은호 : (다가서며) 선생님도 나를 사랑하고 있어요. 근데 그걸 제자에 대한 총애 정도로 무마하려구 하는 거요!
미소 : ...
은호 : (미소 내려다보며) 선생님이 나를 얼마나 특별하게 바라보는지 자신은 모르죠?
미소 : (일부러 거칠게 밀어낸다) 그만 하고 당장 가!
은호 : (체념한 듯 돌아선다)
미소 : (어쩔 줄 모른다)...
은호 : (다시 뚜벅뚜벅 걸어온다)
미소 : ?
은호 : 선생님 사랑은 선생님 맘대로 하세요. 언젠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하지만 제 사랑은 막지 마세요. 전 제 식대로 사랑할래요.
돌아서서 성큼성큼 간다. 미소, 멍하니 서 있고.
씬40. 미소의 방(N)
생각에 잠긴 미소.
은호 : (E) 선생님을 사랑해요.
씬41. 공연장(미소의 상상)
(분위기는 낮의 상황과 같고) 음악 느리게 흐른다. 밝게 웃으며 춤추는 미소와 은호. 남의 이목 전혀 상관없는 당당한 모습.
은호 : (E) 선생님 숲이 되고싶어요. 선생님은 제 숲이 돼주세요.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춤추다 은호가 머리핀을 빼자 쏟아져 내리는 머리. 긴 머리를 흩트리며 시원한 표정의 미소. 은호의 품에 가만히 안기는.
은호 : (E) 7년 차이 그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갑자기 음악 멈추고.
씬42. 미소의 방(N, 현실)
상상하던 미소 점차 얼굴 굳어지며.
미소 : 7년...
씬43. 교실
수업시간, 미소를 끈질기게 바라보는 은호, 은호의 시선 끝내 모른 척 하고 수업에 열중하는 미소.
씬44. 복도
수업 끝나는 종 울리고 왁자한 소음. 미소 교실에서 나오고 뒷문으로 반가운 표정의 은호 나온다.
미소, 모른척 지나가자 은호 표정 바뀐다.
씬45. 화장실
손 씻다가 거울보는 미소. 긴 머리와 목덜미를 가만히 쓸어보며 생각에 잠기는.
씬46. 교무실
미소, 차 마시며 창밖을 보고 있다. 체육복 입고 농구하는 아이들.
3점슛 성공한 은호. 어느 순간 교무실 쪽을 보더니 손 흔들며 환호. 은호는 미소가 자신을 보고있다는 걸 진작에 알고있었던 것.
깜짝 놀라는 미소. 준희 다가온다.
준희 : 뭘 그렇게 열심히 봐?
미소 : 어? 어!
준희 : (웃으며) 나쁜 짓 하다 들킨 학생 같네.
같이 창밖을 보다가.
준희 : (머뭇머뭇) 토요일 오후에 시간 좀 있니?
미소 : ?
씬47. 대학 캠퍼스
미소 : 선우선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대전까지 오라고 해놓고 자기는 서울갔단 말야? (준희보며) 정말 연락된 거 맞어?
준희 : 미소야, 이 학교 어때?
미소 : (웬 난데없는 소리?)
준희 : 나 여기서 보따리 장사 할까 해.
미소 : 보따리 장사? 시강말야?
준희 : (미소 똑바로 보며) 이 대학 이사진이 우리 일가거든. ...너랑 같이 내려왔으면 해.
미소 : ...?
준희 : 여기 부속여고에서 애들 가르치면서 니가 원하는 공부 계속해. ...실은 너한테 이 학교 보여주고 싶어서 선우선배 팔았어.
미소 : 선배...
준희 : 바보야, 지금 프로포즈하는 거야.
미소 : 나...난...
준희 : 5년 전인가? ...선우형 학술상 상금으로 엄청 퍼마신 날 기억나니?
미소 : 응.
준희 : 복학해서 동아리방에서 널 처음 본 게 그때였어. 구석에 웅크리고 잠든 너를 깨워서 집에 바래다주면서,
이 여자랑 결혼하게 될 거다, 그런 암시를 걸었지. 시 한줄 안 쓰면서도 문학 동아리를 떠나지 못한 거 다 너 때문이었어 임마.
미소 : (그랬구나) !
준희 : (쑥스러운 듯) 그만하면 나 많이 기다린 거 아냐?
미소 : 어쩌지...난 한번도 선배를 결혼상대자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
준희 : (실망) 그래?
미소 : 미안해... 미안해 선배...
준희 : (입맛 다시며)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 봐. 그건 해줄 거지?
미소 : ...
준희 : (어깨동무하며) 우린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될거야.
미소 : (표정 혼란스럽다)
씬48. 몽타쥬
교무실- 들어올 때마다 두리번거리며 미소를 찾는 은호.
그런 은호의 시선을 느끼는 미소. 곁에 앉은 준희와 일부러 다정한 척 얘기하고.
컴퓨터실-장난치며 웹서핑하는 준희와 미소 두 사람. 문 열다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보고 멈칫하는 은호.
은호 가면 문 쪽 바라보며 표정 어두워지는 미소. 그런 미소 유심히 보는 준희.
학교 정문- 나란히 퇴근하는 미소와 준희. 그 뒤에서 쓸쓸히 바라보는 은호.
씬49. 유람선 식당(N)
'유재현 선생 회갑연'라는 플래카드 보이고 파티분위기.
어색한 듯 서서 인사하는 미소. 준희부, 깐깐한 눈으로 미소 훑어보고.
(시간경과)
난간에 기대선 미소. 준희 음료수 들고 다가온다.
미소 : (받아들며) 왜 미리 얘기 안했어?
준희 : 니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미소 : 솔직히 그래.
준희 : 전정만 선생, 수술 경과가 좋아서 2주 후에 퇴원한다더라.
미소 : (놀라며) 그래? ...잘 됐네.
준희 : 나, 인사갈까?
미소 : (멍하니) 엉?
준희 : 니네 부모님한테 말야.
미소 : 선배...
준희 : 아직... 더 기다려야 되니?
미소 말이 없자 준희 씁쓸한 표정으로 술 마신다.
씬50. 미소네 집 앞(N)
초조하게 왔다갔다하는 그림자 하나. 은호다. 꾹 다문 입, 양미간을 모으고 몹시 화난 표정.
저 쪽에서 발소리 들리자 한쪽으로 피한다. 두런두런 얘기하며 걸어오는 미소와 준희.
미소 : 어떡하지? 너무 늦었다.
준희 : (안쪽 보며) 벌써부터 찍히면 안되는데...
그때 준희 너머로 어른거리는 그림자. 미소, 직감적으로 은호라는 걸 눈치챈다.
준희 : (가만히 다가와) 미소야!
미소 : (그림자 의식하며 어떻게 해야하나)
준희 : (입 맞추려 하고)
미소 : (이건 아니다 싶어) 잠깐! 선배 저...
은호 : (E) 싫다잖아요!
준희, 미소 : (깜짝 놀라 떨어지고)
가로등 아래 씩씩대며 나타나는 은호.
준희 : (어리둥절) 어, 너 홍은호 아냐? 이 밤중에 여기 웬일이야?
미소 : 은호야, 늦었어 빨리 집에 가!
준희 : (미소와 번갈아 보며) 허 이 녀석, 자주 이래?
은호 : 싫다는 사람한테 왜 억지로 그럽니까? 선생님 치한이에요?
미소 : (은호 밀어내며) 홍은호, 너 그만 못둬? 빨리 가!
준희 : 뭐 치한? (인상) 이 녀석, 오냐오냐했더니 아주 맞먹을려구 들어? (꾸짖는) 그러는 너는? 여기 숨어서 뭐하는 거야?
은호 : 숨다뇨? 누가요? (미소 보며) 선생님 만나러 왔어요. 정정당당하게!
준희 : 허, 이놈 봐라! (미소에게) 어떻게 학생이 집까지 쫓아다니게 두나?
은호 : 그건 우리 문제예요. 선생님이 참견하실 일이 아닙니다.
준희 : 뭐어? 우리 문제?
미소 : 은호야...
은호 : (미소 보며) 선생님, 제 앞에서 연기하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제 맘은 변함없으니까. 선생님 진심이 뭔지 아니까.
(준희 쪽 보며) 억지로 끌려다니지 마시라구요. 그 말하려고 기다렸어요.
준희 : 이 자식 이거 싸이코 아냐? (은호 때리며) 정신차려 임마.
미소 : (소리지른다) 선배! 왜 그래요?
은호 : (그대로 맞고)
준희 : (또 때리며) 야, 니가 스토커야? 응?
미소 : 그만 하라니까! 은호야, 빨리 가!
은호 앞을 막아선 미소를 얼떨결에 떠미는 준희. 그 결에 미소 넘어지고.
은호 : (그 모습보고 머리끝까지 열받은 표정으로) 에이 씨!
은호, 준희에게 달려들어 머리로 냅다 배를 받아버린다.
준희 : (E) 악!
씬51. 응급실(N)
누워있는 준희. 초조하게 서 있는 미소. 의사들 진찰하고. 저쪽에서 들어오는 준희부. 근엄한 표정.
씬52. 병원일각(새벽)
미소, 터덜터덜 오다 구석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은호 발견한다.
미소 : (화난 듯 보다가 옆에 앉는다) 왜 이러고 있니, 빨리 집에 가라니까!
은호 : (기죽어) 괜찮으세요?
미소 : (한숨) 일단 정신은 차렸어. 자세한 건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안대.
은호 : (고개 숙인 채) 선생님은요?
미소 : (물끄러미 보다가) 넌?
미소, 부어있는 은호의 뺨을 만져본다. 은호, 얼굴 밝아지며 미소의 손을 잡아 입맞춘다. 미소, 빼려 하고.
은호 : (손에 더 꼭 키스하며) 사랑해요, 선생님 사랑해요.
미소 : 유선배 아버님이 오셨는데... 예감이 안좋아.
은호 : (미소를 와락 안는다)
미소 : (놀라고)
은호 : 난 괜찮아요. 선생님만 괜찮으면... 선생님만 날 사랑한다면 난 정말 어떻게 돼도 괜찮아요.
미소 : (떼어내려) 은호야...
은호 : (더 꼭 매달리며) 선생님이랑 꼭 결혼할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김미소는 홍은호랑 결혼한다! 하늘이 두쪽 나도!
미소 : (안으며) 은호야, 어쩌면 좋으니... 우릴 어쩌면 좋으니...
씬53. TV 화면
학교를 배경으로 기자의 멘트.
기자 : 늦은 시간 밤거리를 배회하던 학생이 귀가하라고 훈계하는 교사를 폭행한 끝에 장파열로 입원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씬54. 교장실
멘트 이어지고. 교장실 안에서 교사들 대책회의하는 모습.
주임, 미소를 손가락질하며 얘기하고. 고개를 숙인 채 말없는 미소도 보인다.
기자 : (E) ...교사를 폭행한 홍모군은 평소 성실하고 온순한 성격에 성적도 전교 10위권에 들고 학급에서는 반장을 맡는 등
다방면으로 모범학생이었다고 해 더욱 충격을 주 고 있습니다.
씬55. 병실
병원 앞에 서 있는 기자 화면에 보이고
기자 : 홍모군에게 폭행당한 교사 유씨는 현재 서울 모 병원에 입원 중이며,
사건 당시의 충격으로 일체의 인터뷰와 면회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화면 꺼지고. 침대에 누운 준희 옆에 미소가 리모컨을 쥐고있다.
준희 : 솔직히...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어.
미소 : 학교에서도 이사회의가 소집됐어. 은호 부모님도 호출당하고...
준희 : ...
미소 : (매달리듯) 선배가 도와줘. 그앤 이제 막 시작인 애잖아. 은호 잘못되면 선배나 나나 평생 괴로워할 거야.
준희 : (고개 저으며) 이미 내 손을 떠났어.
미소 : 고소 취하해... 사법처리만 면하게 해줘 응? 그건 선배 한마디에 달려있잖아.
준희 : ...너 이러는 거 단순히 죄책감 때문이니? 설마... 그 젖비린내 나는 애를 사랑해서는 아니겠지?
미소 : ...
준희 : 말해봐. 니 진심이 뭐야? 내 청혼 거절한 거 혹시 그 녀석 때문이니?
미소 : (혼란스럽다)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준희 : ...!
미소를 뚫어지게 보던 준희 외면한다.
준희 : 맙소사! 너 지금 흔들리고 있어. 어린애 장단에... (고개 저으며) 순진한 것도 어느 정도지!
미소 : ...
준희 : 미소야! 니가 정말 장래를 생각한다면...그건 아냐. 걔한테 넌 바람 정도야. 지나고 나면 기억도 못할걸.
그런 애한테 니 인생을 걸어선 안돼.
미소 : ...(눈물 주루룩 흐른다)
준희 : (외면한 채) 약속하자.
미소 : (보면)
준희 : 퇴원하는대로 약혼하기로.
미소 : !
미소와 준희 각자 생각에 잠긴채.
씬56. 공원(N)
미소 두리번거리다 저만큼 앉아있는 은호 발견한다.
은호 : (반가움) 선생님!
미소 : (찬찬히 보며) 괜찮니?
은호 : (씩 웃으며) 보시다시피요!
미소 : 뭐하면서 지내?
은호 : 오랜만에 잠도 푹 자고 책도 읽고 (웃으며) 시도 써요.
미소 : (밝은 모습이 다행스럽다)
은호 : ...
미소 : 한달 공백쯤... 니 인생에서는 아무것도 아냐. 상처받지마.
은호 : (바라보며) 힘들게 해서 죄송해요. 집에 갇혀있으면서도 선생님이 제일 걱정됐어요.
미소 : ...은호야, 담임 선생님 퇴원하셨어.
은호 : (시무룩) 그랬군요...
미소 : ...그동안 있었던 일 다 잊고 이젠 공부에만 신경 써. 알았지?
은호 : (끄덕끄덕) 학교로 돌아가면 아무 생각 안하고 정말 공부만 할께요. 좋은 대학 갈거예요.
그래야 선생님 앞에 당당하게 설테니까... 그때까지는 말 잘 듣는 착한 학생 될께요.
미소 : (손 내밀며) 약속!
은호 : (손 걸고) 도장! 양면복사!
두 사람, 손 그러쥔 채 바라보고 있다.
은호 : (미소를 일으킨다)
미소 : ?
은호 : (미소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서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제일 좋아요. 내가 진짜 선생님 숲이 된 거 같아서.
애틋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 은호 아주 조심스럽게 미소를 안는다.
은호 : 사랑해요.
미소 :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은호 : 선생님도 날 사랑하죠? 그렇죠?
미소 : (떼어내며) 얼굴 봤으니까 됐어. 이제 가.
은호 : 난 알아요 선생님이 언제부터 날 사랑하게 됐는지. 상담실이죠? 함께 음악듣던 날...
미소 : !
은호 : 한번만 ...말해주면 안되요? 한번만 ...사랑한다고 ....
미소 : ...안 갈거니?
은호 머뭇머뭇 걸음 뗀다. 미소 뒤로 아쉬운 듯 멀어져가는 은호.
미소 : (다급하게) 은호야!
은호 : (돌아보면)
미소 : 농구장이야.
은호 : (잘못 들었나?)
미소 : (이젠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상담실이 아니라...농구장이야. 널 처음 본 그날...
순간 은호 달려와 미소를 꽉 끌어안고. 미소, 이제 다 끝이라는 표정으로 눈감고. 은호, 이제는 됐다 싶어 소리내어 웃는다.
마주보는 두 사람. 조심스럽게 키스하는 은호.
씬57. 미소네 집 앞
자전거 뒤에 꽃다발 한아름 묶여있다. 기웃거리던 은호,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누른다.
여자 : (E) 누구쇼잉?
은호 : (카메라에 얼굴 대고) 김미소 선생님 제자거든요...
여자 : (E) 김미소잉? 선상한다는 이 집 조카 말인가보네.
씬58. 거리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은호.
여자 : (E) 난 오늘 여기 집 봐주러 온 파출분디, 그 선상 오늘 약혼식하러 갔는디... 가만 있어봐, 뭔 호텔이락허더라...
신호등도 무시하고 마구 달린다.
씬59. 약혼식장
반지 나눠 끼고 케잌 커팅하는 미소와 준희. 환한 웃음 짓는 준희에 비해 밝지못한 미소. 준희, 미소 뺨에 키스하고.
씬60. 호텔입구
자전거 타고 입구까지 온 은호. 온몸이 땀투성이. 자전거 치우라는 도어맨과 실랑이.
그때 안쪽에서 나오는 미소와 준희. 준희, 한쪽에 서 있는 은호보고 놀란다.
은호 굳은 듯 서고. 거친 숨소리만 높아진다.
은호 못본 채 차에 오르는 미소. 따라 오르는 준희. 떠나는 차.
망연자실 서 있는 은호. 은호, 정신차린 듯 자전거를 타고 차 뒤를 쫓는다. 그러나 자전거로 승용차를 쫓기는 역부족.
열심히 페달을 밟지만 결국 넘어지고 만다.
호텔 입구를 빠져나가 유유히 사라지는 승용차. 자전거와 뒤엉킨 채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은호.
씬61. 학교 동산
넋을 잃고 앉아있는 은호. 그 곁에 심란한 표정의 창렬, 재범.
재범 : 울 엄마 말로는 너 유기정학 선에서 끝난 것도 수학이 선처해서 그런 거래.
창렬 : 아마도 내 짱구로는... 고소 취하하는 대신 결혼하기로 한 거 아닐까? 그러니까 퇴원 하루만에 약혼식하지.
...심청이가 따로 없구만.
은호 : 어디로... 간대?
창렬 : (아냐는 듯 재범 보면)
재범 : 울 엄마 말로는 수학 고향이 충남 어디래지 아마? 거기 자기네 학교가 있대요.
창렬 : 족벌정치 하러 간거지 세트로. 다 그런 거다. 사랑이 밥 멕여주냐? 있는 놈들이 다 채가는 법이야. 억울하면 나이먹어. 성공해.
재범 : 그래도... 아직 결혼한 건 아니잖아...
은호 : (주먹으로 바닥을 마구 친다)
재범 : 야, 피 봐...
재범, 창렬 은호의 상처 만져주고 은호, '아아악' 소리지르며 절규. 공원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운다. (F.O)
씬62. 야외 공연장(6년 후)
6년전 은호와 왔던 그 교외의 공연장. 젊은 록커 노래부르고. 헤드뱅 하며 신나게 따라 하는 관객들.
뒤쪽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미소.
(인서트) 은호와 함께 했던 추억. 춤추는 미소, 번지는 노을, 은호 손길. 흩어지는 긴 생머리,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길. (씬37)
추억에 잠긴 애틋한 표정. 슬며시 빠져 나간다.
씬63. 미술관 내 카페
매달린 메모지들을 하나하나 들추며 뭔가를 찾는 누군가의 손. 그러다 색 바랜 메모지 잡고 멈춘다.
'신랑 홍은호, 신부 김미소 -두 번째 오는 날 결혼한대요' 씌어있는.
그 쪽지 확인하고 다시 덮는 손. 짧은 머리의(이제 막 제대한 듯) 은호다.
씬64. 야외미술관
조각품 하나하나 돌아보는 미소. 한 작품 앞에 멈춰서고.
(인서트) 조각품 앞에서 장난하는 은호. (씬34)
미소, 기억 떠오르자 웃음 머금고.
씬65. 카페
주인 : (E) 어서오십쇼.
미소 들어와 맞은 편 모닥불가에 자리잡는다. (미소가 등돌려 있어 은호와 서로 안보이는)
주인 : (아는 체) 오셨어요?
미소 목례하고. 차 시키고 마시는 사이. 은호 테이블에서 일어나 돈 내고 나간다.
E : 핸드폰 소리(레몬트리, 간발의 차이로 두 대 동시에 울리는)
은호 그대로 나가고 미소 전화받고.
미소 : (받는) 네에... 어, ...여기?
씬66. 카페
바깥 나오면서 핸드폰 받는 은호.
은호 : 응 그래, 창렬이니?
창렬 : (E) 야 임마, 제대 신고식에 주인공이 빠지면 어떡하냐? 너 도대체 어디야?
은호 : 응...그렇게 됐다...
씬67. 카페 안
미소 전화받는.
동료교수 : (F) ...누가 주변머리 없는 노처녀 아니랠까봐 그새 빠져나갔지?
미소 : (웃으며) 한선생도 눈치껏 빠져나와.
동료교수 : (F) 그래, 이젠 MT도 못 따라다니겠어. 애들 노는데 노친네들은 빠져줘야겠지?
미소 : 응, 빨리 와.
씬68. 미술관 전경
미소, 천천히 차 마시며 전화하는 모습 카페 창으로 보이고
서서히 멀어지면 역시 전화받으면서 조각품 하나하나 둘러보는 은호 모습 합쳐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