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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이 활짝 피고 난 뒤 겨울에 찾는 무안은, 그 바다는 서늘하다. 재잘거리는 참새처럼 즐거운 연인들 이 가끔씩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겨울 바다는 사색의 공간이자 추억을 회상하는 곳으로 다가선다. 머리 위에서 태양이 아무리 이글거려도 가슴에 스며드는 냉기를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석양이 발갛게 얼굴 붉 히는 오후의 태양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즈음에는 매섭게 대지를 흔들던 북풍도 잠시 쉬었다가기 마련, 세상은 고독해진다. 사실 고독을 오롯이 즐기기란 쉽지 않다. 매일 매일 수많은 활자와 영상이 우 리 곁을 맴돌고, 조금의 틈새라고 생길라치면, 어김없이 휴대폰이 울려대니 말이다. 여느 영화처럼 롱테 이크 된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해질녘의 포구를 찾아가보자. |
머리부터 통째로 끼워 돌돌 감은 다음 양념장을 골고루 바르고 구워낸 낙지호롱구이 |
쥐불놀이를 좋아한 이들이라면, 옛 추억의 냄새를 간직한 짚불구이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어릴 적에야 불장난 하면 오줌 싼다며 한바탕 혼나야 했지만, 짚불에 구워낸 삼겹살은 혼을 빼놓을 정도로 맛있기만 하다. 몽탄면 사창리는 돼지고기 짚불구이의 원조. 제1회 남도 음식축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니 남도 맛의 대표주자라 할 만 하다. 짚불구이는 암퇘지의 삼겹살, 목살 등을 얄팍하게 썰어낸 뒤 툭툭 왕소금을 던지듯 뿌리고 석쇠에 놓고 볏짚의 불씨로 1분 정도 고기를 구워낸다. 혹여나 불씨가 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 많겠지만 기름이 볏짚 위로 떨어지자 물 만난 고기처럼 더욱 강한 불씨가 만들어진다. 후루룩 타오르는 짚불에 구워내는 삼겹살에는 볏짚 특유의 향이, 들판의 향기까지 고스란히 스며들어 담백하 면서도 쫀득쫀득한, 그 맛이 일품이다. 두텁게 써는 대신 얄팍하게 썰어내어 고소하고 바삭거리기까지하 니 먹어도 먹어도 질릴 틈이 없다. 여기에 무안에서 재배한 양파로 담근 양파 김치에 상추쌈이라도 한쌈 크게 싸서 먹으면 ‘무안’이 입 안에 가득 들어온 기분이다. 아니 떡 벌어진 입이 ‘무안(?) ’할 틈이 없다. ‘양파’의 무한도전! 김치의 터줏대감‘배추’에 도전장을 내다 |
짚불고기 전문점으로 알려진 녹향가든에서는 짚불구이 돼지고기와 양파김치, 뻘게를 통째로 갈아만든 젓갈이 나오는데 이를 합해 ‘짚불구이 삼합’이라 부른다. 짚불구이를 이 게장에 찍어먹는데 맛이 담백하기 그지없다. 세 가지를 한 쌈 싸서 먹으면 고기의 쫀득쫀득한 육질, 양념이 잘 된 양파김치의 새콤한, 게장의 구수함의 오묘한 조합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나 전국 양파생산량의 20% 생산하고 있는 무안 양파로 만든 김치인 양파김치는 무안의 맛 중에 맛. 양파김치를 한 입 물면 ‘사각사각’소리가 날 정도 로 싱싱하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하고, 톡 쏘는 맛까지 더해져 음료수로 치자면 사이다쯤? 맵지 않은 맛 이 특징이다. 짚불구이에 입안이 즐거워졌다면, 무안의 향취에 더욱 빠져볼 수 있는 무안의 명물 한우는 어떨까. 무안에서 재배한 양파를 6개월간 먹여 키운 무안의 한우는 다른 곳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향긋함을 갖고 있다. 영양학적으로도 불포화지방산 및 필수지방산이 높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받는 무안 최고의 먹을거리다. 낙지의 새로운 패러다임‘기절낙지’, 놓치면 절대 후회할 맛 |
무안에 들렸다면, 절대 맛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세발낙지. 일하다 지쳐 기절한 소도 깨운다는 낙지는 무안을 비롯하여 목포, 영암 등 인근 바다에서 잡는 ‘살아있는 산삼’ 이다. 특히나 모래가 없는 무안 뻘 낙지는 여느 낙지와 맛이나 향에서 비교할 수 없기에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친다. 무안읍 시외버스터미널 앞 낙지골목에 가면 이 소중한 뻘낙지들이 맛의 향연을 벌인다. 그중에서도 기절낙지. 이름한 번 끔찍하다. 어떻게 하여 그 이름이 나왔나하니, 조리법은 대강 이렇다. 일단 팔딱팔딱 살아 요동치는 산낙지를 대소쿠리에 넣고 비비면서 육질을 부드럽게 한 다음, 민물에 씻는데 이 소금기에 잠깐 기절하게 된다. 허나 죽은 것처럼 가만 있던 낙지를 막걸리, 초와 마늘다짐, 깨소금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넣으니 움찔 다시 살아 움직인다. 이에 ‘기절낙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꼬들꼬들하고 쫄깃쫄깃하니 과연 별미다. 잡아먹을 듯 입, 코 가득 달라 붙는 낙지발의 공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온 것이 바로 이 기절낙지. 싱싱한 산낙지의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돌돌 말고, 다지고, 무쳐진 낙지의 수난시대 … 미안하다, 맛있다! |
참기름과 비벼져 고소한 탕탕(좌)과 매콤새콤한 낙지초무침(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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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채웠으니 이제 다시 고독을 즐기러 떠나보자. 영광에서 함평을 거쳐 무안 해제면으로 이어진 해제 반도. 뚝 끊어질 듯 가늘디가는 허리처럼 길이 끊길 듯, 길 양쪽 바닷물이 서로 넘다들 듯 이어져 있어 그 곳이 섬인지 육지인지 도저히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서해로 기우는 해를 따라갈 때는 우선 홀통 유원 지를 진입하는 길을 조금 지나쳐 왼쪽 소나무 숲 해안으로 접근하면 바다가 열린다. 한해를 마감하는 12 월의 겨울의 풍경을 제대로 보고자 한다면 일몰이 아름다운 곳에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무안 지역 어디서나 낙조가 아름답지만, 문어발처럼 쭉 뻗어 살짝 구부러진 도리포에서 보는 낙조는 그 깊이가 다르다. 고려 말 도공들이 청자를 빚었던 도리포는 함평 끝자락에서 서서 솟아오르는 일출과 반대편 칠산 바다쪽 에서 지는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광경 또한 장관이라 연말이나 연초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굳이 일몰이 아니더라도 도리포에는 마늘과 파밭이 펼쳐져 있어 눈이라고 온 다손 치면 전혀 색다른 설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우거진 노송산책로 거닐고, 다도(茶道) 즐기며 한 해를 정리할까? |
인근 톱머리해수욕장과 홀통해수욕장에 우거진 노송산책로를 거닐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기에도 좋다. 무안읍에서 서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망운면 피서리에 위치한 톱머리 해수욕장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여 간조 때 펼쳐지는 끝없이 넓은 백사장과 보호림으로 지정된 울창한 해송숲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호젓하면서도 빼어난 경관과 인근 해안에는 돔, 숭어 등 어족이 풍부하여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찾는다. 질퍽한 갯벌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갯벌낙지를 잡는 장면을 덤으로 볼 수 있다. |
다성 초의선사의 역사성을 배울 수 있는 초의선사탄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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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안 지킴이 많은 도움 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