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덕산(鳳德山) 산행기
오늘은 성우산악회 산행지로 염산에 있는 봉덕산 산행을 하기로 하고, 성당에서 모여 9시에 염산으로 출발하였다. 어제 염산에 계신 강호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전교회장님께 미리 전화를 드리며 오늘 산행 후 우리 교우들의 식사 예약을 부탁 드렸더니 쾌히 승낙하시며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강회장님께서는 영광, 홍농, 염산, 법성을 총 망라하여 교리 교사와 전교 활동을 하신 이 지역 천주교 역사의 산 증인 이시다. 나 자신도 강회장님께 교리를 받았고 대부님이 되어주셨다. 출발하면서 19명이 12시 30분경 식당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화 드렸다.
차량은 최소화하기로 하여 사목회장인 정홍기 유스티노 차에 신부님과, 하병열 하비에르, 신성일 도미니코, 최수관 바오로가 그리고 구역장인 임동화 바오로 차에는 황금숙 실비아와 예비자 모자가, 산악회 총무인 문희영 베드로 차에는 서인숙 아녜스, 김유미 마리아, 이선화 젤마나 김양희 글라라가 승차하였고, 부회장인 손상기 다미아노 차에 정순복 베로니카, 강해정 세레나, 손옥화 글라라, 그리고 나 박성규 프란치스코가 동승하였다. 사목회장 차가 주유소에 들어가자 우리는 먼저 가서 법성 갓 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아 그제야 다른 길로 든 것을 알고 부지런히 갈 길을 재촉하였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고 청명한 날씨가 우리 모두에게 설렘으로 다가 온다. 한참 달리니 임동화 바오로 차가 보여 그제야 우리는 마음을 놓았다. 오늘은 십이십이 사태가 일어 난지 30년이 되는 날로, 이 땅에 서슬 푸른 군부 쿠데타가 권력을 장악한 아픈 역사가 기억 저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베로니카 자매님이 결혼 40주년 기념일 이란다. 다미아노 형제도 골프와 관련된 의미 있는 날이라 말한다. 염산 중학교를 지나쳐 길을 묻고 서 되 집어오니 염산중학교에 신부님과 일행이 기다리고 계셨다. 9시 40분 경 신부님의 축복기도를 받고 우리는 작은 체육시설 옆 중학교 뒷길로 출발하며 소로를 잠시 오르자 알미봉 이라는 명패가 방향을 제시한다. 봉덕산(鳳德山) 봉황이 노니는 덕이 있는 산이라 하며, 비봉포란(飛鳳抱卵) 형국으로 알미봉은 용이 알을 품었던 봉이라 한단다. 작은 산이지만 전설이 살아 숨 쉬고 가족들이 편안하게 탈수 있는 의미 있는 산행이라 생각된다.
따스한 날씨에 비에 젖어 촉촉한 산길에는 진달래가 제철인 듯 붉게 만개하고 있다. 누군가의 손으로 잘 정리 된 산길은 푸른 소나무아래 떨어진 솔잎이 촉촉이 젖어 앞서 가는 이들의 발밑에 으깨어져 상쾌한 솔 향을 풍기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한결 산행을 상쾌하게 한다. 잠시 오르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고 허릿재 봉을 지나 올라가는 길 청명한 하늘에 에어쇼를 하는지 비행기가 흰 구름을 만들며 솟구쳐 오른다. 10시 25분경 우리는 질마 쉼터에서 잠시 쉬며 서해회관에서 기증한 돌에 새겨진 ‘한산 스님’의 시 한 구절에 눈을 주며 발길을 멈추었다. 신부님이 머리카락이 없는 내가 모자를 벗고 ‘한산’스님 대역을 하라고 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읊조려 보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다 가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다 가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라 하네.
후렴은 모두 목소리를 모아 읊고 난 뒤, 비룡봉을 향해 갈 길을 재촉했다. 오르는 길옆 안내도 뒤에 누군가 나무 지팡이를 두어 하병렬 하비에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잘 쓰고 원위치 하라며 웃는다. 오르는 길도 잘 다듬어져 있었다. 오르는 길에 기기묘묘한 바위와 푸른 솔이 아름다워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10시 45분경 도착한 해발 296m의 비룡봉에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었고, 일행 외에도 산행을 하는 이들이 보인다. 팔각정에서 바라본 칠산 앞바다는 물안개를 뽀얗게 뿜어내고 잘 정리 된 염전과 파란 보리밭이 눈 아래 싱그럽다. 기념사진을 찍고 사과를 안주 삼아 문희영 베드로가 준비해온 양주를 정상주로 두어 잔 마시고 나니 속이 화끈 달아오른다.
산 정상에는 젊은 부부인 듯 보이는 남녀가 글라이더 원격조정 장치로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신부님께서 술 한 잔 하겠냐고 말을 건네자 부부는 술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라이더가 하늘 높이 날자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줄 알고 매가 글라이더를 따르며 경계의 눈초리를 번득인다. 마치 에어쇼를 하듯 글라이더를 뒤 쫓아 멋진 비행으로 따른다. 우리 모두 한참 동안 눈을 빼앗기며 놀라움을 금 할 길이 없었다. 11시 10분경 우리는 하산 길을 잡았다. 한참을 내려가니 유두봉 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팻말 앞에는 움푹 파여 있어 누군가 유두를 파 버렸다고 말하며 웃는다. 예전에 승달산에서 내려오면서 유달산을 바라보았을 때 유두를 보았던 기억이 생각났다. 11시 25분경 내려오는 길에 신부님께서 기분이 좋으신지 청명한 하늘을 보며 ‘한산’ 스님의 시를 다시 한 번 읊조리신다. 망월재를 거쳐 범봉을 지나 생애재를 내려오는 길섶에는 고사리가 많아 봄이 되면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리라 빨간 열매의 청미래 덩굴이 간간이 마른 삭정 사이로 감탄사를 토해내게 하고 푸른 인동덩굴이 나무를 감아 오른다. 신부님은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시며 아침이슬 노래를 시작하시고 교우들에게도 노래를 시키며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엮으신다.
한시랑 입구로 내려오며 다미아노 씨와 강회장님을 먼저 모셔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갈림길에서 길을 잡아 염산 중학교에서 전화 드렸더니 먼저 식당에 와 계시 단다. 12시 반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선착인 우리가 12시 35분에 도착 했으니 후 착은 얼마나 늦을까 걱정이 되었다. 잠시 후 속속 도착하는 일행 속에 예비자 분이 먼저간 아들이 보이지 않아 걱정을 하신다. 나와 바오로 젤마나와 어머니가 일행에게 양해를 받고 사목회장님 차로 오는 길을 되짚어 나가는 데 맞은편에서 잠시 후 주인공이 오고 있다. 남포간 사거리에서 다른 길로 가다 다시 되 집어 왔단다.
흥부 식당에 대부님께서 예약해 둔 짱뚱어 탕을 먹으면서 산악회장의 인사와 총무님의 축배를 시작으로 그동안 결산 보고를 하고 산악회장과 부회장 선출이 있었다. 배현상 콜베 이름이 거명되고 잠시 후 회장에는 김중훈 마로, 부회장에 정순복 베로니카 자매님이 선출되어 신임 사를 듣고 올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올해 산행을 주도하신 신부님을 비롯하여 준비에 애쓰신 분과 지원해 주신 분들 그리고 동참 해주신 분들 수고 많으셨고요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특히 오시면서 이 지역 천주교 산 역사를 들려주신 강회장님 감사드립니다.
봉덕산 산행
섣달에 봉황이 노닌다는 산에 오르니
봄이 나들이를 나왔나! 진달래 연분홍 볼 붉히고
젖은 대지 위, 낙엽 건반에 청솔 향기 피어난다.
기암괴석에 눈길 주면 산새들 화음이 정겨운 곳
비행기 오르는 하늘 저편 흰 구름이 뒤 따르네
비룡봉 팔각정이 칠산 바다 무릉 온천 내려 보면
햇살 떨어지는 곳에 물안개 자욱이 피어오르고
반듯한 염전과 파란 보리밭이 눈에 싱그러워라
구불구불한 소로가 뱀처럼 산으로 기어오르고
원격 글라이더 쫓아 비행하는 매의 에어 매스게임 !
목 늘여 한 눈을 팔다 재촉하는 아쉬운 하산 길엔
청미래 열매 붉어 반기니 가벼운 발걸음에 콧노래 흥겨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