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재원분담협상
한․미․일 3국은 경수로사업 재원분담을 위해 우선 경수로 건설에 소요되는 총사업비를 확정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KEDO는 1996년 한전에 용역을 의뢰하여 경수로사업의 개략사업비(ROM; Rough Order of Magnitude)를 1차로 산정케 하였고, 한전은 그 결과를 한․미․일 집행이사국에 통보하였다. 사업비 산정(1995년 12월 불변가, 환율 780원/$ 기준)이 대체로 타당한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KEDO는 한전이 1차로 제출한 기준사업비외에 건설기간중 물가상승비와 북한의 특수성에 기인한 예비비(contingency)를 포함하여 경수로 사업수행에 관련된 소요비용을 한전이 재산정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한전은 1997년 9월 예상사업비를 재산정하여 KEDO에 제출하였고, 이를 기초로 한․미․일 3국이 최종 확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3국은 1997년 11월 25일 사업비 규모를 환율 1$당 925원을 적용하여 약 51억 7,850만달러로 합의하였으며, 다만 추가로 비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KEDO가 추가 조달하여 한전에 보전하기로 합의하였다.
경수로 예상사업비의 규모가 확정됨에 따라 KEDO 집행이사국은 각 국가별 재원분담을 위한 협상을 1997년 12월부터 진행하였다. 우리측은 기존에 약속한 중심적 역할과 IMF구제금융 신청 등 어려운 국내경제 여건을 조화시키는 방향에서 협상을 진행하였다. 협상 초기에 우리정부는 이미 경수로사업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에 필요한 제도적 여건을 확보한 만큼 이에 걸맞게 경수로사업비의 2/3 부담입장을 표명하였다. 일본은 1,000억엔의 기여가 최종입장임을 견지하였으며, 미국은 중유비용과 폐연료봉 처리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경수로사업비 부담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 일본은 미국의 사업비 기여가 필수적이라는 데에 입장을 같이하고 미국의 사업비 기여를 위한 공동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공사비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조달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사업비 기여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족분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각국의 강경한 입장으로 재원분담협상은 초기에는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협상의 적기 타결을 유도하기 위해 일본이 기여금액을 1,000억엔(당시 기준 약 8.3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증액하고, 미국이 경수로사업에 대해 실질적 기여를 하는 한편 부족분조달에 있어서도 책임질 경우 경수로사업비의 70%를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후 한․미 정부의 계속적인 설득으로 일본은 10억달러 상당의 엔화를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미국은 향후 사업비 기여를 위해 노력하고, 부족분 조달에 있어서도 지도적 역할을 하기로 하였다.
한편,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측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1997년 11월 예상사업비 산정시 적용되었던 환율 925원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어 새로운 전망환율에 맞추어 경수로예상사업비를 재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10여년간 적용될 기준환율을 1,100원으로 다시 적용하여 예상사업비를 당초 51억 7,850만달러에서 46억달러로 조정하였다. KEDO 집행이사국은 예상사업비 조정을 비롯한 모든 사항에 대해 합의를 마치고 재원분담결의안에 1998년 7월 21일 가서명하였다. 가서명 이후 각국은 국내절차를 거친 후 동년 8월 31일 정식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서명당일 북한의 로켓발사체 사건이 발생하여 일본이 서명을 보류함에 따라 「재원분담결의」 채택이 지연되다가 11월 9일에야 정식 채택되었다.
재원분담결의에 따른 각국별 분담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측은 실제공사비의 70%(예상사업비인 46억달러 기준으로 3조 5,420억원)를 기여하되 우리의 어려운 외환사정을 감안하여 원화로 기여하기로 하였다. 일본은 10억불 상당의 엔화인 1,165억엔을 기여하도록 하였다. EU는 KEDO가 필요로 하는 재원으로 사용되도록 KEDO 가입 당시 약속한 7,500만 ECU를 기여하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미국은 중유비용 및 KEDO의 여타 소요자금에 대한 재원 확보에 노력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또한 KEDO 집행이사국이 기여하는 총액이 예상사업비 46억달러에 미달될 경우, KEDO 집행이사국은 부족분 조달을 위해 노력하되 특히 미국은 부족분 조달에 있어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과 일본은 약속한 기여금액이 최대치(maximum)임을 명기함으로써 부족분 조달시 한․일측의 추가 기여가능성을 배제시켰다.
KEDO 집행이사국간 「재원분담결의」가 채택됨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후속절차로서 KEDO와 「차관공여협정」을 체결하고, 각기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또한 우리 정부는 우리측 분담분에 대한 국내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의 구조조정과 실업대책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수요와 경기침체로 인한 세입감소로 인해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있는 형편인만큼 어려움이 많지만 정부는 자금의 적기, 안정적 조달 및 형평성에 부합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각국이 재원조달을 위한 후속절차를 마무리하고 KEDO와 한전간 주계약이 체결되면 경수로사업은 본격적인 공사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경수로사업은 10여년간에 걸쳐 남북간 대규모의 인적․물적 교류 및 협력를 수반하게 된다. 이러한 협력은 남북간 불신을 해소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는 대북경수로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하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수로사업이 민족공동발전계획의 첫 공동사업으로서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지원 및 협조가 필요하고, 아울러 경수로사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 확보가 선결되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