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학의 위기를 초래한 일차적인 주범은 2007년의 사립학교법 개악이다. 1980년대 이후 드러나기 시작한 사학의 부패와 사학분규를 해결하면서 사학 민주화가 시작되었고 그 과정을 반영하여 2005년에 사립학교법이 전향적으로 개정되었던 것이 다시 개악되면서 사학부패를 바로잡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개악으로 발족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사학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학 민주화 과정에서 물러난 비리재단을 복귀시키는 통로가 됨으로써 우리 사학은 1980년대의 상황으로 후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상지대, 조선대, 영남대, 대구대, 세종대, 경기대 등 수많은 대학과 더 많은 초중등 학교들에서 예외없이 비리재단이 복귀하고 다시금 분규에 휩싸이는 상황이 되었으며 수원대, 서남대, 청주대 등 대학과 충암고, 양천고, 진명여고 등 고등학교에서 우후죽순으로 사학비리가 창궐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 우리 교육은 다시금 통제불능의 사학비리 천국이 되었다.
사학의 위기를 초래한 두 번째 주범은 정부와 사학재단의 유착이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포진한 대표적인 관피아인 교육마피아들은 사학재단과 결탁하여 사학을 편들고 사학비리를 옹호하였으며 사학분규에 무대책으로 수수방관하면서 사학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사학분규가 발생한 곳에는 상지대의 모영기, 대구대의 태칠도와 같은 교육마피아가 개입되어 있었으며 상지대의 함종한, 수원대의 김무성과 같은 정치인의 개입도 있었다. 사학재단은 교육마피아와 끈끈하게 결탁하여 사학을 좌지우지하면서 부패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의 지원을 배경으로 족벌체제를 지속시켰다.
사학의 위기를 초래한 세 번째 주범은 대학설립준칙주의와 교육부의 정책적 무능이다. 사학재단을 옹호하는 교육마피아들은 사학의 이익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대학설립을 남발한 반면 설립 이후에는 방치하였다. 더구나 이들은 2000년대 들어 출산율이 급격하게 낮아져 학령인구가 급감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학설립을 부추겼으며 그 결과가 지금의 심각한 대학대란으로 현실화되었다. 교육부가 뒤늦게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폐지했지만 그렇다고 교육부의 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그 폐해는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방식이나 대학퇴출 촉진제도 등 현상에 집착한 대증요법으로 문제에 접근할 뿐 사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이 다수의 지방대학을 고사시키고 비리부실대학의 운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사학 민주화를 통해서 안정과 발전을 이룩했던 모든 학교에 비리재단이 복귀하고 다시 학내분규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개악된 현행 사립학교법이 사학비리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분위가 오히려 사학분쟁을 조장하는 기구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여 작년 7월에 사분위는 ‘정상화 심의 원칙'을 일부 수정하였지만 비리재단에게 학교를 돌려준다는 기본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비리 주범 주명건의 세종대 복귀에 이어 대한민국 사학비리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인 김문기가 상지대 총장이 되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다시 경기대가 상지대의 전철을 밟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유명무실한 개방이사제도를 제외하고는 사학부패를 통제할 수 있는 구절이 단 한 줄도 없고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조문조차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사학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독점한 사분위의 운영을 규율하는 조항 역시 단 한 줄도 없어 사분위의 전횡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09년 이후 사분위가 정상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로 비리재단이 복귀하지 않은 학교가 없고, 분규가 발생하지 않는 학교가 없고, 모범적으로 정상화된 학교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사분위가 사학분쟁을 조정하여 학교를 안정화시킨다는 입법 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기구라는 것을 입증하는 명징한 증거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수원대 비리 사태, 청주대의 독단적인 운영, 이홍하의 서남대 족벌운영 등 사례는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는 사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해주는 것이다.
사학이 국가공교육의 한 축으로 존재하고 고등교육의 8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학비리와 사학의 비민주적인 운영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장애물이 아닐 수 없으므로 국가는 모든 정책 역량을 집결하여 사학비리를 청산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사학비리를 청산하고 사학을 민주화하는 일이 사학의 자율성에 맡겨져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사학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실현 가능한 일도 아니므로 정부와 국회, 감사원과 검찰이 함께 나서서 사학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먼저, 국회는 사학비리의 발생을 통제하지 못하는 현행 사립학교법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여 다시는 교육현장에서 사학비리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사학분쟁의 조정이라는 입법 목표를 벗어나 비리재단을 옹호하고 비리재단 복귀의 통로가 되어 사학분규를 부추기는 사분위를 즉시 해체하고 공익적인 관점에서 사학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대체기구를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청문회를 통해 사학비리와 사학분규의 실태를 조사하고 원인을 규명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 중에서도 김문기가 총장으로 선임된 상지대와 김무성이 관련된 수원대의 유착 사례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교육부는 비리재단 복귀 이후 심각한 분규를 겪고 있는 전국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즉각 실시하여 사학비리를 처벌하고 사학분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학비리와 분규의 책임이 있는 이사를 해임 혹은 고발하고 이사회를 전향적으로 재편함으로써 학교를 안정화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특히 비리주범이 총장이 된 상지대, 사학비리를 비판한 교수들을 파면한 수원대, 독단적인 운영으로 분규를 자초한 청주대 등에는 총장과 이사회에 모두 책임을 물어 분규의 토대를 근원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
감사원은 국가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권한을 십분 활용하여 사학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무를 방기함으로써 사학비리를 조장하고 사학분규의 발생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교육부와 사분위에 대한 감사를 즉각 실시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촉구하여야 한다. 아울러 검찰은 이해관계자의 고발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사학비리를 발본한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사학비리 수사에 나서야 한다.
국가공교육의 핵심축이자 국가백년대계의 원동력인 사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학비리의 척결로부터 시작되는 사학의 진정한 정상화가 실현되어야 하며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교육의 전당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이 대대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전제 위에서 모든 국민들이 수준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와 모든 지역이 차별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공평하게 충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대학구조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교육단체, 교수단체, 학술단체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학의 부패청산과 사학 민주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면서 국회와 정부는 국민이 헌법과 법률로 위임한 책무를 온전히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 시간 이후로 우리는 사학부패 척결, 사립학교법 개정, 사분위 폐지를 사학 민주화의 3대 긴급과제로 설정하여 이 과제가 실현되는 날까지 학계와 교육계, 시민사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촉구하고 투쟁해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2014년 9월 17일
사학비리 척결 및 비리재단 즉각 퇴출, 그리고 사학 정상화를 위한 교육단체, 교수단체, 학술단체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