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이 막막..." 한숨만
"평택공단 존립자체 위협"공포감 휩싸여
평택시 "지역경제 붕괴될라" 파장축소 안간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진 9일 오후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곳곳에는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채 맹추위까지 휘몰아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감돌고 있었다. 쌍용차 공장은 지난 5일부터 조업이 재개됐다지만 이날도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제때 공급 받지 못해 곳곳에서 라인이 멈춰서는 등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마침 납품대금을 받기 위해 공장을 찾았다는 협력업체 K사의 이모 대표는 "상하이차가 결국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머리가 텅빈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쌍용차는 정기 결제일(10일)에 맞춰 일단 이날 협력사에 대해 납품대금을 대부분 정상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용차 협력업체가 대거 몰려 있는 평택공단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공단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쌍용차와 7년 정도 거래해왔다는 J정밀의 한 관계자는 오가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법정관리까지 결정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협력업체들은 이날 법정관리 소식이 알려진 후 잇달아 비상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옴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협력사들은 법정관리에 들어 갈 경우 자금도 묶이고 부품 공급마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줄도산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쌍용차 1차 협력업체는 약 213개사에 이르며 이중 쌍용차와만 독점 거래해 온 업체는 50여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다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협력사는 1,000여개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프레스 및 금형 제작업체인 유진정공의 한 관계자는 "상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하고 있는데 쌍용차 사태로 매출이 70%나 격감했다"며 "현재로서는 대책이라고 내놓을 것도 없고 그저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말 근무인력을 절반 정도 내보내는 등 구조조정까지 단행했지만 가동률은 평상시의 70%에 머무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쌍용차의 새해 생산계획에 맞춰 부품 조달계획까지 세워놓았지만 현재로서는 납품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지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애를 태우고 있다.
김산 자동차협동조합 부장은 "협력사들은 지난해부터 공장가동 중단으로 고통을 감내할 만큼 최대한 으로 버텨왔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사업을 접어야 화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특히 쌍용만 주로 거래하던 부품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쌍용차 협력사 모임인 협동회는 이에 따라 조만간 쌍용차 파산을 막고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 측에 요청할 게획이다. 신동훈 대원강업 부장은 "협력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법원과 은행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무조건 파산사태만큼은 막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에 지역경제를 의종해온 평택시도 지역경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며 파장을 최소화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평택시장은 이미 관내 기업체 및 단체 등 1,600여곳에 쌍용차를 구매해달라는 서한을 발송하고 협력사 동향을 점검하는 등 비상대책에 들어갔다.
평택시는 쌍용차 종업원의 90%에 달하는 5,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감안할 때 전체 인구의 15%인 5만여명이 직,간점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