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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은 전체 길이 2,506km, 유역면적 84만㎢으로 규모 면에서 세계 3대 강으로 꼽힌다. 히말라야산맥의 강고토리 빙하에서 발원하여 인도 북부와 비하르주 동쪽 경계의 남동부에 해당하는 뱅골평야를 지나 뱅골만에 흘러들면서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사는 약 1억 5천6백만 명의 젖줄이 되어 왔다.
그런데 이 갠지스강의 흐름이 2500년 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갑자기 방향이 바뀌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됐다.
이와 함께 이 지역에 새로운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인구가 밀집한 델타 지역에는 홍수 우려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구 온난화로 2035년이면 히말라야 빙하가 모두 녹아 없어져 이곳이 수원(水原)인 다수의 강물이 고갈될 것이라는 유엔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암울한 전망이 발표된 바 있어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진은 겐지스 강의 주요 수로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남쪽으로 100km 가량 떨어진 곳을 흘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갠지스강의 발원지와 하구 위치. ⓒwikipedia
지진으로 인한 액상화 흔적 발견하다
밴더빌트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콜롬비아대학교 라몬트 도허티 지구관측소 합동연구팀은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오래전에 발생한 지진으로 갠지스 강의 주요 수로가 바뀌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강의 수로가 바뀌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삼각주를 흐르는 강의 낙차 때문인데 상류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침전되면서 하류의 바닥이 높아져 강이 범람하거나 원래 수로를 벗어나 종종 새로운 길을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현상이 갠지스 강과 같은 큰 강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마이클 스태클러(Michael Steckler) 콜롬비아대학교 교수는 대형 지진이 순간적인 이탈을 촉발할 수는 있지만, 이 강의 삼각주에서는 지형 변화를 일으킬 만큼의 지진 활동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증거를 목격했고,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굿브레드(Steven Goodbred) 밴더빌트대학교 교수와 연구진은 2018년에 갠지스 강의 예전 수로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오래전 물 웅덩이 흔적, 또 다른 하나는 밝은색 모래로 형성된 모래제방이다. 모래제방은 강한 지진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올라서 지반이 액체 상태로 변화는 액상화의 증거다. 연구진은 지진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원지역으로부터 180km가 넘는 규모의 모래제방이 생성됐을 정도면 지진 규모가 무척 컸을 거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모래제방 암석층의 연대기 측정 결과. 사진 b는 시추과정에서 나타난
암석층으로, 지구에서 가장 최근에 반복된 빙하기에 해당하는 홍적세(
Pleistocene-aged) 시대의 모래 위 0~20m 높이까지 진흙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 c는 너비 20~40cm 정도의 모래제방으로 벽을 따라 퇴적 흔적
을 볼 수 있다. ⓒnature communications
2500년 전, 겐지스 강에는 규모 7~8의 지진이 있었다
연구진은 지진암과 인근 토양 샘플을 채취하여 광학유도발광(OSL)을 통해 퇴적층의 연대기를 추적했다. 그 결과 해당 지층이 약 2500년 전에 지진에 의해 퇴적되었으며, 하류로 85km 떨어진 두 번째 수로의 토양 샘플 역시 비슷한 연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 인근에서 일어난 지형 변화의 시기는 약 2500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모래제방과 수로는 약 180km 떨어진 진원지에서 발생한 규모 7~8 정도 지진의 흔적으로 밝혀졌다. 너비가 약 30~40cm가량인 일부 제방은 지진규모 6.5 정도를 의미하지만, 더 큰 제방들은 지진 규모 7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논문에 따르면 이 근방에서 발견된 모래제방은 최근 전 세계 지진 자료들에 중 가장 큰 모래제방의 크기와 유사할 정도다. 이렇게 광범위하고 강력한 액상화는 갠지스 강 본류의 갑작스러운 분리(이탈)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물길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유사 사례를 설명하면서 이것이 겐지스 강의 유일한 사건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2016년 뉴질랜드 카이코우카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클라렌스 강’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1811~1812년 미국 뉴매드리드 지진으로는 포인트플레전트가 미시시피 강으로 침수됐고, 물길이 바뀌면서 릴풋 호수가 생겨났다.
겐지스 강을 따라 형성된 벵골 분지 및 지진 발생 이전의 강줄기로 추정되는 흔적 위치.
ⓒnature communications
연구진은 지진의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했다. 하나는 겐지스 강 삼각주 아래에 섭입대(subduction zone)가 있어 방글라데시, 미얀마, 인도 북동부에 걸친 거대한 해양 지각판이 아래로 밀려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주장은 인도 아대륙이 아시아의 나머지 지역과 서서히 충돌하면서 융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대륙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부탄, 스리랑카 등이 위치한 지역으로 지리적으로 북동쪽에 히말라야 산맥, 동쪽은 벵골만으로 둘러싸여 있고 2000년 이후 규모 8~9의 대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스태클러 교수는 이번 연구의 결과와 최근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지진이 무관하다고 보지 않았다. 그는 2016년 본인의 연구에서 밝혔듯이 이러한 지진이 또다시 발생하면 1억 4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진 발생 후 나타난 지층의 전형적인 징후는 더 어두운
색의 퇴적물로 인해 올라온 모래기둥이다. ⓒscience
지진은 무서운 파괴자, 자연재해 중 사망자 가장 많이 발생시켜
지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자연재해 중 하나다. 많은 자연재해가 사회·환경적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데, 특히 지진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유엔 재해위험감소사무국(UN DRR)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전 세계 지진으로 7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1억 2,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고 집을 잃거나, 피난을 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한 지진은 2010년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이다. 규모 7의 지진으로 총 사망자 22만2천 명을 넘겼고, 피해 규모도 11조 달러에 달했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지진’으로 꼽히는 튀르키예 지진은 사망자 5만 여명 이상을 발생시켰다. 2023년 2월에 규모 7.8의 강진이 덮쳐 재앙적 수준의 피해를 입혔고 여전히 그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액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대표적인 나라인데,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현재까지도 방사능 피해가 지속되고 있을 만큼 큰 피해를 남겼다.
지진은 그 피해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주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 등 직접적인 피해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지진은 복합재난이다. 즉, 인명과 사회환경과 같은 사회·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평가도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거의 대지진이 갠지스 강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연구결과는 지진 관련 환경피해에 대한 인식제고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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