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고백
돌아온 목자
메콩목장 / 조법래 집사
좀 지나긴 했습니다만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돌싱남과 돌싱녀가 커플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 이었습니다. 처녀총각이 아니라 결혼했다가 이혼을 한 경험이 있는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찾아 가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서로가 끌리는 부분이 많고 서로가 좋아도 이혼을 했던 아픈 경험이 서로 커플이 되는데 많은 걸림돌이 되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나는 이 길을 가리라 좁은 문 좁은 길 나의 십자가지고 나의 가는 이길 끝에서 나는 주님을 보리라 영광의 내 주님 나를 맞아 주시리.’
예전에 처음 목자가 될 때 이 찬양을 부르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알바니아 목장 김관성 목자님, 따라즈 목장 홍주익 목자님, 한소망 목장 민사범 목자님, 동일 목장 강보성 목자님, 요르단 목장 차영빈 목자님, 웨일즈 목장 박성우 목자님, 웨일즈 목장 김성진 목자님, 구산 목장 이헌주 목자님, 먼 땅 미국까지 가서 목자로 섬기게 되어 감사하다고 분가식을 앞두고 좋은 소식을 들려준 미국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땡땡목장의 김의송 목자님, 지금은 형편에 따라 다른 곳으로 가신 분도 계시지만 이분들은 저와 함께 목장 생활을 하다가 목자로 섬기시는 분들입니다. 생각해 보면 큰 감사이고 또한 저에게는 면류관 같은 분들이고, 저를 목장을 통해 축복의 통로를 걷게 해 준 정말 고마운 분들이고, 저를 다시 구미라는 도시로 또 구미남교회로 돌아오게 했던 많은 이유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여했던 분들입니다. 가끔 여유가 있을 때나 혹시 지칠 때는 이분들과 같이 했던 시간들을 곶감 빼먹듯이 추억으로 하나하나를 빼먹곤 했었습니다. 목장을 했던 기억들이 곶감하고 다른 것은 이 기억들은 아무리 빼먹어도 줄어들지 않고 더 풍성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냥 좋아라 할 수만은 없도록 집요하게 저를 괴롭히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런 말을 직접적이거나 조금이라도 둘러서라도 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요즘 세상이 많이 변해서 좀 덜 그렇습니다만 이혼한 부인이 고향에 돌아와서 동네보기에 민망해하는 것처럼 나는 ‘나갔다 온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내 속에서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나는 이 길을 가리라’ 겁도 없이 불러 댔었지만 형편이 어찌 됐건 나 살겠다고 목장 식구들 모두 나 몰라라 하고 떠났다가 돌아서~~ 돌아서~~ 돌다가 이제 다시 주시는 축복의 기회를 잡아 보려 하지만 한 번 했던 배신의 죄책감은 제 자신을 쉬이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누구한테 물어보기로 그렇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고민을 하다가 ‘성경에는 혹시 이런 일들이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야기들을 들춰 보았습니다
다윗이 압살롬 반역 때 왕궁을 버려두고 떠났다가 반란진압 후에 궁으로 돌아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왕의귀환이라서 제 형편에 갖다 맞춰 나를 위로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로마에서 추방당했다가 직접은 아니더라도 결국엔 복음의 사역자가 되어서 로마령 영토 안에 다시 복음을 전하러 들어갔는데 이것은 추방이었지 자진이 아니었고요. 야곱이 외삼촌 집으로 20년간 피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야기, 모세가 동족을 죽이고 미리안 땅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돌아온 일들이 있었지만 모두 저에게 큰 위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욥의 아내가 고난당하는 남편을 버리고 떠난 것이 생각이 났는데 돌아왔던 기록을 본 기억이 없어서 욥기서 마지막장을 봤더니 ‘하나님께서 욥에게 갑절의 축복을 하실 때 형제자매 알고 지내던 친지들이 다 돌아 왔다’라고 기록된 것으로 봐서 아마 아내도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아니면 3명의 딸과 7명의 아들을 다시 주셨을 때 어머니의 이름 그러니까 욥의 아내의 이름도 따로 기록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다윗이나 모세, 야곱은 떠났다가 돌아오긴 했지만 상황이 좀 다른 것 같고 어쩌면 욥의 아내가 자기 살자고 남편을 버려두고 떠난 것이 꼭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욥의 아내도 욥을 통한 하나님의 축복의 길에는 소리 소문도 없이 은근 슬쩍 끼어서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도 욥의 아내처럼 목장을 통해 주시는 축복 길에 다시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며 떳떳하지는 못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이 시작되는 이시기에 내 모습 이대로 받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보려 합니다. 떠났던 목자라고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는데 기꺼이 다시 목자로 받아 주시는 목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가 없는 동안 몸에 무리가 오도록까지 잘 섬겨주신 김길호 목자님, 이해숙 목녀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잘 치료하시고 회복하셔서 더 귀하고 크게 쓰임 받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제가 구미를 떠나있을 때도 늘 형님처럼 챙겨 주셨고 다시 구미남교회에 왔을 때도 기꺼이 목원으로 받아 주셔서 3년 가까운 시간 정말 좋은 본을 보여주신 세부목장 김철기 장로님 그리고 백봉희 권사님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세부목장 식구들과 헤어짐은 아쉽지만 마냥 섬김을 받고 있기엔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다시 용기를 내 봅니다. 그동안 보여주신 장로님의 깊은 경험에서 나오는 내공을 전수받아 새롭게 도전해 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 했던가요. 이제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목자의 길에서 이끄시며 일해가시는 주님을 볼 수 있게 세부 목장식구들의 계속적인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