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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절더러 폐하께서 요청하시면 여기에 머물라고 말씀하신 건가요?”
“단지 조영공자의 마음이 세상 나라의 파도에 휩쓸릴까 염려돼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 예수님이 내 안에서, 나를 통해 살고 계시기만 하면 돼요.”
“간단한 듯하면서 난해한 말씀이군요.”
“난해한 게 전혀 없습니다. 지난번에 우리 십자사 경내, 이 두 분의 처자가 있는 자리에서, 맘 속에 그리스도를 모셔 들이지 않았나요?”
고양원은 이루하와 여미아를 둘러보았다.
“네, 그런 적이 있습니다.”
“그럼, 그리스도가 지금 공자님의 맘 속에 살고 계신 게 아닌가요?”
“······?”
“그리스도는 관념상의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부활해서 살아계시는 분이고 하나님이십니다. 그 분의 거룩한 영靈이 그분을 모신 자의 심령 속에 살아계십니다.”
“그 분이 내 안에 살아계신다면, 그럼 난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 분이 내 맘을 다스리면 그 분의 하늘나라가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까?”
“역시 공자님은 명민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사시면 그게 이루어집니다.”
“내 안에 이미 살고 계시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럼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까?”
“아닙니다.”
고양원은 고개를 돌려 고승을 흘낏 본 후 조영에게 물었다.
“혹시 조부님으로부터 단군임금들의 염표문念標文에 관한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는지요?”
“네, 있습니다.”
“그 첫 네 글자가 무엇이었죠?”
“일신강충一神降衷.”
“네! 맞습니다. 그걸 무슨 뜻으로 이해하셨는지요?”
“한분 하나님이 속마음에 내려오신다는 뜻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우리 선현들은 수 천 년 전의 고대에 벌써,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속마음 깊은 곳에 영으로 내려오신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아!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그 다음 네 글자가 무엇인지요?”
“성통공완性通功完.”
“바로 그겁니다. 일신강충으로 모든 게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통공완이 필요하죠. 그 의미가 무엇이라고 배우셨는지요?”
“내 속마음에 내려오신 한분 하나님과 성품을 교통해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옳습니다. 그건 바로, 내 안에 영으로 들어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교통해 그 분 자신의 성품과 의향이 나를 통해 밖으로 나타남으로써 내 인격이 완성되는 것인데,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 곧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통치, 그리스도의 나라가 내 심령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총명한 조영은 이제야 단군임금들이 가르친 염표문의 의미를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가르침은, 공맹孔孟의 제왕학帝王學이나 유가윤리, 노장老莊의 언어와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핵심은, 그리스도와의 교통입니다.”
고양원이 힘주어 강조했다.
“그리스도와의 부단한 교통이 없이는, 성통性通 즉 신神의 성품과 나의 성품이 하나로 통하는 현상, 다시 말해 내 성품에서 그리스도의 성품이 나타나는 현상은 일어날 수 없으며,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실질적으로 나를 통해 사시기 어렵고, 따라서 내 심령에서 그리스도의 통치와 나라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성통공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체득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대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게 환히 깨달아졌습니다.”
뜻밖에도 이 말을 발언한 이는 고승이었다. 그가 부언했다.
“그게 바로 근묵자흑近墨者黑(먹을 가까이 하면 검은 것이 묻는다)의 원리가 아닌가요?”
고양원이 겸손하게 합장한 후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불러, 살아계신 그리스도와 끊임없이 교통하고 사귀면 그리스도의 성품이 저절로 내게서 나타납니다. 바로 그 교훈이 그리스도의 핵심 가르침 가운데 하나이고, 공맹 노장 제자백가 및 부도교(불교)의 교훈과 판이하게 다른 점입니다.”
“나를 통해 밖으로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성품이란 어떤 것입니까?”
조영이 물었다.
“대단히 훌륭한 질문입니다. 염표문의 마지막 네 글자가 무엇입니까?”
“홍익인간弘益人間입니다.”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일은,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사랑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성품은 사랑입니다. 그것은 첫째 부모와 임금을 향한 사랑이죠. 이것을 가리켜 효와 충이라고 하잖습니까? 다음으로는 가족친지와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입니다.”
“그건 묵적墨翟(서기전 479경-381경)의 가르침과 유사하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묵자의 교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
“그리스도의 성품은, 맨 먼저 하늘 임금을 향한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실은 그리스도와 쉬지 않고 부단하게 교통하며 사귀는 것 자체가 하늘임금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의 행위입니다. 이것이 최우선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것, 다른 모든 윤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조영은 이제야 그리스도교 윤리가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단군임금의 가르침과 그리 멀지 않았으니, 그리스도와의 쉼 없는 교통이 최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일신강충 一神降衷 한 분 하나님이 속마음에 내려와
성통공완 性通功完 하나님과 성품을 교통해 인격을 완성하고
재세이화 在世理化 세상을 다스려 진리로 변화시키며
홍익인간 弘益人間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도다.
“그러니까, ‘재세이화’는 세상을 다스려 변화시키는 것인데, 내 맘에 먼저 그리스도의 다스림이 이루어질 때, 나도 그리스도의 사랑의 성품과 그리스도의 진리로 나라를 다스림으로써,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이 곧 우리 단군임금들의 가르침이자, 또한 구세주 메시아의 가르침이군요.”
“맞습니다. 양자의 가르침이 그 면에서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세주 그리스도와 매일, 매시간 교통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오신 그리스도께서 그것을 내게 간절히 원하십니다.”
“오, 그래요?!”
여미아를 제외한 방안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그 분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날 밤 열두 제자가 모인 자리에서 그 진리를 설명해주셨고, 죽음에서 부활승천하신 지 여러 해가 지나 그분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분인 사도 요한님에게 나타나나셨을 때에도, 그것을 분명하게 일러 주셨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염표문 열여섯 글자 중 “성통공완”은 <단군세기>에서 “성통광명”으로 나오는데, 이는 성품이 광명하신 신과 통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신교의 경전인 <삼일신고三一神誥>에서는 “성통공완”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양자의 실질적 개념은 동일하다.
이 네 글자는 ‘하나님과 성性품을 통通하게 해 공功(인격)을 완完성한다’는 뜻이다.
<삼일신고>는 삼신일체三神一體 하나님 즉 ‘삼일신의 가르침誥’이다. ‘삼신일체’는 기독교의 삼위일체에 비슷하게 대응하는 배달겨레 신교의 신 관념이다.
“재세이화”는 <삼국유사> 등에 엿보이고, 여러 사료에 등장하는 “홍익인간”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이다.
“일신강충”과 염표문 전체는 고려 말의 명신 이암李嵒(1297-1364)의 <단군세기>에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일러둘 게 있습니다.”
모두가 긴장한 빛으로 고양원을 주시한다.
“그리스도의 성품이 내게서 나타나는 것을 방해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타락한 죄악의 성품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님은 바로 그것을 나의 ‘옛사람’이라 부르고, 그 옛사람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것으로 간주하라고 이르셨습니다.”
이어서 고양원은 구세주의 말씀이 담긴 이십칠 권의 경전 중 한 구절을 소개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장 20절
여미아를 제외하고 고승을 비롯한 장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옛 성현들과 제자백가, 고금의 사상가들에게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기오한 가르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고양원이 말한 모든 내용이 그 안에 압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고양원이 잠깐 동안 이 구절을 해설하며, 메시아(= 그리스도) 구세주에 대한 참된 신앙이 바로 그리스도와의 부단한 교통과 신뢰에 있음을 설명하고 나자, 조영이 머리를 깊이 숙이며 약속했다.
“그리스도와의 교통을 명심하고 명심하겠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곁에서 듣고 있던 태평공주 이영월의 얼굴에 희색이 봄날의 노란 개나리처럼 가득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고양원이 설명한 심오무비의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기보다, 고조영의 낙양 체류 여부에 서광이 비쳤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루하의 낯은 우울한 잿빛 하늘처럼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루하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고양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 대덕님, 조영 공자가 꼭 여기 황궁에 머물러야 할까요?”
“아닙니다. 꼭 머물러야 된다는 건 아니고, 머물러도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조영공자께서 알아서 결정할 일입니다. 저는 다만 어진님의 뜻을 전해 드렸을 뿐입니다.”
“대덕님, 여쭈어 볼 게 또 있습니다.”
조영이 입을 열었다.
“제가 그리스도와 부단하게 교통한다면, 저의 심령은 바로 천제 하나님의 나라, 이 땅의 신궁神宮이 되어, <삼일신고>에서 말하는 ‘영득쾌락永得快樂[영원히 즐거움을 누린다]’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 참으로 좋은 질문이에요. <삼일신고>에서도, 성통공완자가 신궁의 하나님을 알현하고 영원한 쾌락을 누릴 수 있다고 가르치죠. 이 땅에 살아도 주 예수님과의 교통에 전념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뵈옵고,’ ‘현풍玄風(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을 누린다고 경교의 경전이 가르치고 있어요.”
고양원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덧붙였다.
“요즘 학식 있는 여러 문장가들을 통해 경교의 경전 가운데,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그분의 사도使徒들의 기록이 거의 다 한어漢語로 번역되었습니다. 내가 십자사로 돌아가면 합본을 하나 전해 드릴 터이니, 깊이 연구해 보세요.”
“고맙습니다.”
조영은 고양원 대덕의 명쾌한 가르침에 속으로 놀라마지 않으며, 연신 사의를 표했다.
“조영공자가 설사 이곳에서 태후마마와 황제 폐하를 섬긴다 하더라도, 어진님은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 다시 말해 이 땅 모든 임금들을 다스리시는 하늘임금이시므로, 그 분께 먼저 사랑과 충성을 다 바쳐야 합니다. 사랑과 충성을 다 바친다는 것은 곧 그분과 쉼 없이 사귀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양원이 조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덧붙인다.
“황궁에 근무하더라도, 내 마음에서 천국이 이루어질 때, 내가 저 하늘에서도 그것을 계속 누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또한 이 땅보다 거기에 소망을 두고 살아야 합니다.”
조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은 언제나 황량한 들판이며 이 세상에 있는 한, 우리는 들꽃임을 잊어서는 아니 돼요. 들꽃이 고운님을 목 놓아 부르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부를 때만 우린 모란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태평공주 이영월과 이루하도, 끈질기게 고양원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하늘의 임금이신 고운님, 내 안에 영灵으로 살아계신 우리 어진님을 늘 그리워하며 목마르게 찾고 사모해야 해요. 그것이 바로 어진님과 성통性通하는 길이에요. 그렇게 할 때만 모란꽃처럼 우리의 심령이 화려하게 피어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해요.”
“대덕님의 가르침,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 가르침을 준행할 의향과 의지가 굳건하게 서 있다면, 이곳 황궁에 머물러도 가하리라 봅니다.”
고양원 대덕은 무 태후가 조영에게 요청한 일과, 조영의 마음 속 고민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대덕님, 저는 고려인입니다.”
조영이 염려스런 말투로 조심스레 에둘러 말했다. 고양원이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묻는다.
“고려인은 당인唐人을 섬길 수 없다는 뜻인가요?”
“······.”
“우리의 임금이신 구주 예수님께서는, 섬기는 자가 섬김을 받는 자보다 더 높아진다고 하셨습니다.”
고양원이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뜨며 말을 이었다.
“높아지기 위해서는 낮아져야 하며 굴욕도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여기에 남아 당나라 조정을 섬겨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여기에 머물고 머물지 않고는 전적으로 조영공자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고양원은 조영의 얼굴과 세 여인의 낯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매사에 때와 기한이 있어, 지혜자는 이를 능히 헤아리지만, 우매자는 이를 알지 못합니다.”
고양원이 조영에게 던진 말이다.
“이루하 아가씨는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어서 이루하를 위로한 후 경승 고양원은 태평공주 이영월에게 부탁했다.
“공주마마, 외람되지만 조영공자가 만에 하나 여기에 머물 경우, 연소한 관계로 혹시 실수를 저지른다 하더라도 너그러이 관용을 베풀어 주시기를 빕니다.”
태평공주 이영월이 가슴 앞에 얼른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대답했다.
“대덕님, 조영 공자가 낙양성의 궁궐에 남는다면, 제가 모든 힘을 다해 공자를 보호해드릴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마라나타.”
고양원도 두 손으로 합장하며 겸손히 머리를 숙였다.
이영월은 뜻밖에도 경승 고양원이 조영의 황궁 체류가 가하다고 말하자, 속으로 기뻐 어쩔 줄 몰랐지만 그 희열감을 애써 감추었다.
고양원이 이루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앞뒤 글자 위치를 바꾸면 리자정회離者定會가 됩니다.”
이루하의 근심을 고양원은 이미 통찰하고 있었다.
“회자정리는 이 땅의 진리이고, 리자정회는 천상의 진리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만남은 결국 죽음의 이별로 종결되지만, 천제 하나님의 나라에 사는 우리들의 모든 헤어짐은, 설사 그게 사별이라 하더라도, 천상에서의 희열 찬 재회로 새로이 영원한 막을 열게 되죠.”
이루하가 우울한 낯빛으로 물었다.
“그럼 이 땅은 오로지 이별의 슬픔뿐이고, 상봉의 기쁨은 천상에서나 이루어진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세상에서도 얼마든지 서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걸 부인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헤어짐에도 영원한 해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땅에서 해후의 낙을 길이 누릴 수는 없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남과 여가 혼인한다면. 하지만, 만남 자체는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못합니다. 수많은 여인들이 지아비에게 학대를 당하고 이 땅에 이혼이 횡행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에게 행복을 줄까요?”
“하늘임금 하나님의 나라가 행복입니다. 그 안에는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하나님의 나라 안에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이번에는 태평공주 이영월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일상적인 행복이야 있겠지만, 가슴 속의 참된 희열과 만족, 영원한 행복은 오직 하나님의 사랑 속에만, 즉 천제 하나님의 나라 안에만 존재합니다. 그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 나라를 심령 속에 받아들인 사람은 참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이영월은 고조영에 대한 기대감 가운데서도, 일면으로 가슴이 좀 답답한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좌중에 정적이 흐르고 있을 때 이영월이 입을 열었다.
“벌써 정오가 넘은 것 같은데, 오늘 제가 여러분께 식사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조영이 황궁에 머물 것 같아 춤이라도 추고 싶은 이영월의 가슴은 한껏 들떠 있었다. 네 사람은 집에서 나와 다른 음식점으로 향했다. 식사 후 이영월이 부푼 가슴으로 제의했다.
“객관에 갇혀 지내느라 몸과 마음이 좀 갑갑할 터인데, 오늘 성 밖으로 말을 타고 나가면 어떨까요?”
“우리 늙은이들은 할 일이 있어서 집안에 머무를 예정이니 젊은이들이나 호연지기를 마음껏 마셨으면 합니다.”
고양원이 웃으며 부언했다.
“멀리 외출할 때는 무기를 몸에 지니고 또 시종들을 거느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좀 불길한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 집의 몸종들은 무술이 신통치 않아서, 오히려 짐이 될 거예요.”
태평공주가 웃으면 대꾸한다.
(다음 장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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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3. 11. 25. 초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