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뭔들 오선경
많은 얼굴들을 뒤로 하고 가는 한해
무엇을 주었는지 어렴풋하지만
받은 각기 사랑의 모양은 확연합니다
가진 것 다 주리라 시작한 사랑
끝나고 보면 받은게 더 많아
부끄럽고 송구할 뿐입니다
손톱만큼 주는 순간에도
속으로 계산하고 아까워하고
그러고 보니 이게 저인 것입니다
이해한다 하면서 외면하고
용서한다 하면서 벼르고
사랑한다 하면서 여전히 무관심합니다
오늘도 저는
내 이름 질경이
오선경
철퍼덕 앉은 네 엉덩이 밑으로
계절 모르는 청춘이 피어 있다
철퍼덕 네 옆에 앉은 나에게
속 모르는 소리를 해댄다
일어나라고
일어나 가라고
까맣게 타 없어버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어날 힘 없어버린 내게
내려다 보아야 보이는 너는
납작 업드려야 보이는 너는
속 모르는 소리를 해댄다
이 세월도 견뎌내면
계절 모르는 청춘이 피어 난다고
내 이름이 그래 질경이라고
십자가 튼튼히 붙잡고
오선경
밤새껏
주먹만하게 퍼지던
하이얀 은총을
새벽녘이 되어선
온통
진주로 내려 앉았습니다
너무 눈부신 세상
죄 많은 첫걸음이
차마 내딛기 송구합니다
당신의 십자가
튼튼히 붙잡고 가는
은총의 이 길에
하이얀 입김이 먼저 앞섭니다
그 뒤엔
뽀드득 뽀드득
차고 영근 결심들이
알알이 맺힙니다
방금 전까지도
십자가에서 맺은
사랑의 언약들이
뽀드득 뽀드득
약력
서울여고졸업<1985>
부천대 졸업<1991>
대한예수교장로회 보수개혁 신학교 졸업<2000>
총신대 평생교육원 문학개론과정 수료<2005>
총신대 졸업<2008>
국제신학대학원졸업<신학석사>
생수교회 담임목사
창조문예 시로 등단<2005>
한국문인협회 회원
짚신문학회 상임부회장
알곡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