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일본 역사책 속에는 예-맥(濊-貊)도 있다!
작가께서는 오늘, 「일본서기」속에 기록된 노래, 그것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제1번 詩에서 삼국시대 이전의 부족국가 중 하나인 예-맥(濊-貊)을 찾아낸다.
한자와 일본어로 표기된 원문을 옮겨야 할 만큼 학문적인 노력(^^)은 필요치 않을 것 같아 그 개요를 옮겨본다.
우선 일본 학자들이 해독해 놓은 내용을 소개한다.
뭉게구름이 치솟아 오른다. 이즈모(出雲)의 여덟 겹 울타리. 아내를 가두기 위해 여덟 겹 울타리를 만든다. 그 여덟 겹 울타리를
무슨 소리인지 아리송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스사노오(素戔鳴 소잔명) 神이 읊었다는 이 노래의 가사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랑의 노래>라 하여 일본 국민이 열렬히 애송하였고, 숱한 문학작품에도 인용된 유명한 노래라고 한다.
작가는 스사노오 神에 관한 「일본서기」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신라의 소시모리(會尸茂梨 회시무리)를 떠나 일본 서북부해안의 이즈모(出雲 출운)에 당도한 스사노오는, 소녀를 가운데 두고 울고 있는 노인 내외를 만난다.
“왜 우시오”
“이 아이는 구시이나다히메 올시다. 내게는 여덟 명의 딸이 있는데 저 산골짜기에 사는 큰 구렁이에게 해마다 하나씩 일곱을 빼앗겼고, 올해는 이 아이마저 삼켜버릴 참이요.”
그러면서 여덟 개의 머리와 여덟 개의 꼬리를 지닌 구렁이의 눈은 빨간 꽈리 같고, 등에는 소나무 잣나무가 무성하며, 여덟 언덕과 여덟 골짜기에 걸쳐 몸뚱이가 뻗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자 스사노오 신은 자기의 신분을 밝히며 “당신네 딸을 내게 주면 그 구렁이를 없애주겠소” 하며 청혼하자 늙은 내외가 기꺼이 응낙한다.
스사노오는 노부부로 하여금 여덟 차례나 되 빚은 독한 술을 여덟 개의 통에 담아 구렁이가 찾아오는 길목에 놓아두게 한다.
예정대로 나타난 구렁이는 술을 보자, 여덟 개의 머리를 여덟 개의 술통에 박아 마시다 크게 취해버린다.
이때 스사노오가 지니고 있던 칼로 구렁이를 베어 죽인다.
구렁이와의 싸움에서 이긴 그는 살만한 곳을 찾다가 스가(淸地 청지)라는 곳에 이르러 궁전을 세운다.
이 기록을 전후하여 읊었다는 노래가 「일본서기」 가요 1번인 것이다.
이런 줄거리로 미뤄 일본학자들은 <아내를 위해 궁궐을 짓는 사랑의 노래>로 오판하여 엉뚱하게 오역해 버린 것 같다고 한다.
작가는 원문의 첫 구절 <夜句茂多兔(야구무다토)>를 풀이한다.
일본학자들이 ‘야쿠모(八雲 팔운) 타스(立つ)’라고 문맥을 맞추어 읽어 <뭉게구름 치솟는>의 뜻으로 해석한 이 말을
우리말로 해석하면 <예-맥 다퉈(多兔 다토)>라는 것이다.
그에 대한 근거를 이렇게 설명한다.
고대 한반도 동부 해안에는 예-맥(濊-貊)이라는 부족국가가 있었다.
이중 ‘예’가 먼저 일본에 진출하여 일본식 호칭으로 ‘야’라고 불리며 ‘夜(야)’ 또는 ‘八(일본 훈독 야)’라 표기되었다.
또한 맥은 「삼국유사」 고조선조 등에서 ‘곰’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고대 일본에서는 ‘구무(句茂)’ 등의 한자로 표기하곤 했다.
즉 <夜句茂多兔(야구무다토)는 다름 아닌 이들 ‘야(예)’와 ‘구무(맥)’가 다투어 전쟁했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렇게 해석한 일본의 1번 시가의 전문 풀이이다.
예-맥 다퉈, 이즈모 예땅 갖기. 군사 묶어 매니, 예땅 갖기 기세 돋우라. 무쇠네 예땅 갖기여!
즉 예와 맥이 싸워 이즈모(出雲)의 예의 땅을 맥이 차지했다는 승전가라는 것이다.
신라 바닷가로 해서 일본 이즈모(出雲)에 진출한 맥 계통의 제철 집단이 먼저 정착한 예 계통의 제철 집단을 공격, 대규모의 무쇠 광산과 용광로를 점령한 승전가의 내용인 것이다.
이즈모(出雲)는 소문난 고대 야철 산지였으므로 여덟 개의 머리를 지닌 큰 구렁이는 예 계통의 철광산과 용광로를 의미한다.
그리고 구시이나다는 예 계통의 농경 집단, 스사노어는 맥 계통의 철기 집단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궁전을 세운 스가(淸地 청지)도 우리말이란다.
<슷갓> 즉 ‘씻는 곳’이라는 뜻의 우리 고대어인 것이다.
스가(淸地 청지)는 지금의 시마네현 우시오 온천이다.
이즈모(出雲) 근처의 냇가에 있다. 반딧불로 이름있는 정갈한 물고장으로 그야말로 씻는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요가 로맨틱한 사랑의 노래라면 모양새는 좋겠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의 오늘의 마지막 멘트이다.
우리는 지금 진실에 목말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30년 전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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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일변도의 와이셔츠가 컬러플 해지고 있다. 아내가 사준다 해도 마다하고 겨우 회색이나 하늘색 정도만 입었었는데...
가족사진 촬영 쿠폰은 지금도 성행하는 마케팅 수단이지만, 무료 사진 촬영 대신 액자값이 황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광고 : 한 말씀만 하소서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 작가의 글이다.
항상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로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셨는데, 이 글은 작가의 부군이 지병으로 소천하고, 그해에 사랑하는 의사 아들마저 잃게 되자, 그 견딜 수 없는 슬픔을 일기 쓰듯 써 내려간 작품으로 기억한다.
더불어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천주교 신문에 연재하던 최인호 형의 신앙고백 에세이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