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이 하늘과 지상을 나눈다.
모처럼 무심히 창밖 풍경을 바라보니 늘어선 아파드들이 모형물처럼 즐비하게 서 있다.
아파트는 정물화고 그 뒤에 펼쳐진 짙푸른 산들은 쉼 없이 일렁거린다.
세상에 사람은 나뿐이다. 나만 보이는 시간이다.
저 단단한 조형물에 갇힌 사람들의 생활상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다가 나 또한 저들의 풍경과 다름 없음을 느낀다.
육십여 년의 시간은 나를 여과해 어디로 갔을까?
나를 그쳐간 시간의 퇴적물은 거울 속에 처연히 남아있다.
팔자 주름이 늘어지고, 광대뻐도 살짝 함몰되어 안면의 좌우 대칭이 어긋나 있다. 웃을 땐 왼 입술을 살짝 들어 올려야 원만해지는 표정이 된다.
머리가 무겁다. 뒤엉킨 퇴적물들이 만성 두통을 일으킨다.
다 그놈 때문이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내 짝꿍 돌석이, 그놈의 얼굴이 지금도 흉기처럼 확 떠오른다. 누런 콧물이 터널을 드나드는 기차 처럼 시커먼 콧구멍을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가끔 왼쪽 가슴에 달린 꾀재재한 손수건을 뒤집어 코를 풀던 놈이다.
나를 괴롭히는 재미로 학교를 다녔던 놈이다.
책상에 선을 긋고 영역을 표시하고, 내 물건을 자기 물건처럼 가져다 쓰던 놈, 받아쓰기 글자는 한자도 몰라서 지가 그은 영역을 지가 허물던 무법자 같은 놈이다.
고무줄 놀이하면 달려와 고무줄을 끊고 일어나 앉을 땐 의자를 빼던 고약한 지능만 자라던 그런 놈이었다.
지독한 학교 폭력이었고 난 참 어리숙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전학을 갔지만, 그놈의 악행은 꿈마다 나타나서 나를 괴롭혔고 평생을 따라다니다 오늘에사 대중앞에 덜미를 잡는다. '네 이 노~~~옴!'
퇴적물 한 꺼풀 걷어낸다.
머리가 조금 맑아진다. 환기가 필요한 아침시간이다.
첫댓글 아마도 필시 돌석이가 임순이를 좋아했는가 보다.^^
ㅋㅋㅋㅋㅋㅋ
긍정으로 떠나보내기 그놈 탓할 나이는 지난거쥬ㅎ
그당시 좋아하는 맘을 지도 몰라서 간질간질거리던 마음을 고무줄 끊고 책상에 줄긋고 의자빼고~^^ 어에삐 자그마한 소녀에게 괴롭혔네요. 네 이놈. 당장 물렀거라.
그 당시 남자 애들은 참 비슷하게
짖궂은 짓을 하며 놀았던 것 같아요.
나도 퍼뜩 그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혹시 선생님의 어린시절이 그 돌석이를 좋아하시진?
설마? 고오~~~얀놈을ㅎ
글을 읽으니 저도 옛생각이 나네요. 이제는 지나쳐도 모를게 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