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방망이>
왜 그렇게 많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도깨비방망이를 찾고 날이 갈수록 그 가격이 중고조차
최신형 배트 몇개 살 수 있는 가격까지 치솟는지 그 명성에 대해서 한 번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약간의 주관이 개입되었지만 대부분 사실에 입각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하였으니
내용상 오류가 있더라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도깨비의 시조
1998년도 美 Easton사는 기존의 알루미늄 배트의 재질보다 한층 강성화된 알미늄합금( C500)과
배트내벽에 탄소섬유를 빗금무늬(▨)로 덧대어 배트의 덴트(타구후 움푹 들어가는 현상)를
방지하는 야심작을 내어놓게 됩니다. 이 기술을 C-Core라고 명명했고
도깨비방망이의 원조로서 우리나라가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낼때도
박재홍선수와 이병규 선수가 이배트로 홈런을 날렸었죠. (Redline C-core)
그리고 99년도에는 회색도깨비라 불리우는 BZ1-C가 같은 C-Core모델이지만
기존의 C500의 단점인 온도변화에 약한 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탄성(Trampoline Effect)을 더욱 강화한 소재인 SC500 재질로 나오게 됩니다.(회색 Redline C-core SC500)
이 소재는 알미늄 원재료회사인 Ashurst사로부터 공급받았는데 기존의 일반 알루미늄재질이 아닌 중량을 초경량화하여야 하는
경주용 자동차 엔진의 재질로 쓰이는 스칸듐으로 ‘Kaiser Aluminum’(Kaiser는 독일어로 ‘King’의 의미)
이라는 명칭으로 명명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BZ1-C와 SC500컨넥션, BZ2K와 BZ3-Z(빨갱이도깨비라 불리는)의 그립 윗부분에는 ‘SC500’과 그 뒷면엔
‘Ashurst사’의 마크가 찍혀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SC500마크는 최고의 반발력을 나타내는 상징처럼 통하고 있고 이 마크가 있어야 도깨비 계열로 인정받습니다.
어쨌든 위 두 배트는 뒤에 나올 배트의 모태가 된 배트로 본격적인 도깨비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었습니다.
2.Easton사 지상 최고의 배트를 만들다
드디어2000년도, 대망의 밀레니엄시대를 맞이하여 이 C-Core모델을 더욱 발전시킨
이스턴사의 불후의 명작이 탄생하게 됩니다. 밀레니엄을 뜻하는 Y2K(2000년도) 앞의 Y를
Z-Core를 뜻하는 Z로 바꾸어 Z2K로 명명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반발력이 검증된 SC500재질에 C-Core 기술에서 한 발 더 나가 탄소섬유를 빗금무늬 두겹으로(격자무늬형▩)
으로 배트내부에 결합시켜 원형복원력을 더욱 향상시킨 Z-Core기술을 선보이게 됩니다.
무슨얘기냐 하면 타격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찍어보면 알뱃이 공에 맞는 순간 살짝 찌그러지는 순간이 있는데
탄성이 좋은 소재이면 금속의 특성상 곧바로 원형태로 돌아오게 됩니다.(Trampoline Effect:탄성효과,
Trampoline은 기계체조에서 스프링달린 도움닫기용 구름판을 말함)
이 성능이 우수할 수록 반발력이 좋은 배트가 되는데 Z2K는 이 성능이 최상인 배트인 것입니다.
그리고 배럴(흔히 말하는 '빵' 으로 배트의 헤드부분)을 기존모델들 보다 둘레와 길이를 상당히 키운
'몬스터 배럴'을 개발하여 기존의 Sweet spot(정타로 타구를 맞출수 있는 부분)이 훨씬 넓어진 형태를 창조해 내었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이 방망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반발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고
그 진가는 네브라스카주 OMAHA(한국사회인 야구에서는 TPX 배트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대학월드시리즈(College World Series)에서 입증되었습니다.
2차대전 후인 1947년 시작되어 54회째인 이 대회에서 이 방망이를 사용한 대학들의 팀타격이 장난이 아니었고
역대 한 대회 최다 홈런 신기록 및 한 게임 최다 홈런 신기록을 갈아 치웠고
투수들이 연신 터지는 홈런과 장타에 초죽음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Z2K도 2종류가 있는데 최초에 출시된 모델은 '2000-20001'이라는 표시가 Z2K
마크 바로 밑에 찍혀있는데 이것을 SC500 찍혀있는 오리지널중에서도 최고로 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나온 모델은 이 표시가 없습니다.
그리고 2002년도에 모든 재질과 재원은 똑같고 도색만 다르게 나온 레드라인 지코어(BZ3-Z)
일명 '도깨비 빨갱이 버젼'이 있는데 성능은 Z2K와 똑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워낙 사람들이 Z2K만 찾다 보니 현재 가격은 훨씬 저평가 받고 있죠.
SC500배트들의 단점은 반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내구성면에서는
영상 15도 미만에서 타격시 쉽게 깨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배트의 반발력과 내구성은 서로 상충되는 성질이 있어서 반발력을 높이면
내구성이 떨어지고 내구성을 높이면 반발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3.반발력 제한 규정
여하간 2000년 이후로 NCAA(전미 대학스포츠 연맹)에서는 SC500로 만든 배트 사용을 금지시키고
배트규격도 -5드롭과 2 3/4인치배럴도 금지하여 -3드롭과 2 5/8 배럴만을 정식규격으로 인정하기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Z2K는 미대학야구에서 사라져갔고 미고교야구 또한 이 규정을 따라 5드롭 배트 사용이 금지됩니다.
또한 반발력 규정을 제정하여 배트의 반발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게 됩니다.
BESR (Ball Exit Speed Ratio)이라는 이 규정은 배트를 가만히 고정시켜두고
타점(Sweet spot)에 공을 던져 공이 배트에 맞기전 속도와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의 비율이
일정수치 이하여야만 대학야구에서 사용가능한 배트로 공인을 받게 됩니다.
이후 나오는 -3드롭 배트들은 거의 모두 'BESR Certified'라는 표시가 찍혀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4.왜 다시 재생산하지 않는가?
어쨌든 모든 SC500모델은 단종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미국에서만 금지되었으니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양산하면 되지 않느냐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배트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비용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사회인야구에서
판매되는 수량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질 않습니다.
이 배트는 규격 자체도 틀리고 특히 몬스터 배럴이라는 마치 소프트볼 방망이처럼 타점(sweet spot이라 함)이 되는
빵이 넓고 길어서 공정 자체도 현재 나오는 배트랑은 다르다고 합니다...
일단 한 모델이 생산해서 수익이 나려면 일정 개수 이상을 만들어야 되는 최소한도가 있습니다.
마치 브로셔나 소책자 인쇄할때도 일정수량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 처럼요...
우리나라 전체에서 판매되는 알뱃 수량이 미국의 1개주나 대도시
한 곳의 판매량에도 못미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역시 미국과 비슷한 반발력과 무게 규정이 있어서 이 배트를
고교야구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본 고교야구 인증 배트인 미즈노 빅토리스테이지나 사사키 스카이비트등을
접해 보셨다면 그 엄청난 무게감에 놀라셨을 겁니다.
중국 또한 야구인구가 극히 미미하고 그러면 사용가능 지역이 우리나라와 대만 정도인데 대만도 우리나라와
수요량이 비슷한 걸로 알려져 있으니 그 수량이 그리 많지 않겠지요...
미국내수 역시 미국 일부 사회인 리그(Senior League)에서는 아직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하나
시니어리그조차 점차 5드롭을 금지시켜 가는 추세라 -사실 이 때문에 이베이에서 중고가 심심치
않게 풀립니다 - 3드롭 수요량의 수십분의 일도 안되는 수요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연유로 인해 Z2K배트제조비용이 많이 들거나 해서 못만드는 것은 절대 아니고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만들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생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존 재고분은 점점 없어지고 중고가격조차 날이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배트 최초 출시가격은 미화 229불(23만원)이었답니다.
그런 배트를 현재 이베이 낙찰가가 신품기준 1000불이 넘는다고 해서 소수의 수요자를 위해서
지금 재생산해서 최초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겠지요.
또 한가지 이유는 배트회사들이 매년 5월경에 다음해 연식을 붙여 신제품들을 내놓는데
여러해가 지난 구모델을 새로 내어 놓는다는 사실자체가 자신들이 막대한 RD자금을 투하해
갖가지 첨단기술을 동원해 만든 신제품에 대한 성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제살깎아먹기식
결과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재생산하지 않는 것입니다.
5.아류작의 양산과 아쉬움
한편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등 에서도 이 배트에 대한 호평이 계속되고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자 2002년도에 SC777재질로
된 BZ2K-A(아시아판이란 의미로 A를 붙임)라는 금색으로 된 버젼을 내어 놓았으나
역시 오리지널의 성능에 비할 바가 못되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도에 한국 이스턴 총판이었던 TM에서는 역시 SC777로 된 원Z2K와 똑같은 도색과 모양으로
오더제품을 내어 놓았으나 짝퉁 시비만 불러 일으키고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6. 글을마치며...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얼마든지 Z2K보다 반발력도 더 강력하고 내구성도 긴 배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심각한 타고투저 현상을 불러 일으켜 올 것이고 선수의 경기력이 아닌
장비의 도움으로 인해 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이기 때문에 배트 반발력 제한 규정을 둔 것이다.
나무배트를 사용하는 프로야구에서 압축배트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라는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