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해발 1천103m)은 이름 그대로 매화같은 꽃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며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전체적으로 는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누구라도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고 해 옛부터 뜻 있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태백산맥(太白山脈)의 장엄한 기운이 남으로 치닫아 마지막으로 큰 흔적을 남기는 산이요, 수려한 암벽과 저만치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웅석봉, 필봉산, 왕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철쭉의 운치를 더욱 간드러지게 하는 산이다.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 산 1번지로 동남쪽능선은 기암절벽으로 천하의 절경을 이뤄 내륙의 소금강, 즉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고 있고, 그다지 높지 않아 등반이 쉬워 철쭉의 향취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대개 신촌마을이나 만암마을에서 시작하지만 상법마을에서 출발해 신촌이나 만암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촌마을과 만암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황매산의 바위군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번잡함을 피해 나홀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며, 초입은 순탄하지만 올라갈수록 가파르다.
바위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는 등산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3시간 가량 땀 흘리고 오르면 정상부가 나온다. 목장 울타리를 한참을 오르면 암봉으로 된 정상이다. 사람들은 정상의 바위봉우리가 매화가 활짝 피어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황매산이라 하며 정상에서 보면 합천호반과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모두 보인다.
상법마을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마을을 지나면 펑퍼짐한 구릉지가 계속되고 기암괴석의 향연에 취해 능선에 올라서면 좌측의 부암산, 건너편의 효염봉 등이 보인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와 괴상한 돌들을 즐기면서 능선을 계속 가다보면 여름에는 참나무 커다란 잎이 온 산을 수놓은 장관을 보게 된다.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빼곡이 덮여 있는 철쭉 군락은 벚꽃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중턱에 넓게 펼쳐져 있는 군락지도 멋지지만 정상에서 접하게 되는 풍광은 절로 탄성을 터지게 한다.
봄에는 수십만평의 고원에 펼쳐지는 철쭉군락과 풍차, 아카시아 향기, 조팝나무의 흰 살결 고운 자태가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황매산 철쭉은 분포 범위나 고운 빛깔이 다른 곳과는 달리 황매산을 경계로 나뉘어져 있는 산청군과 합천군, 두 자치단체가 매년 철쭉제를 개최할 정도다. 4월 한달동안 꽃구경을 못한 등산객들을 위해 이곳 철쭉은 5월초경에 절정을 이룬다.
여름에는 가슴을 꿰뚫어 버리는 시원한 솔바람과 고산지대 특유의 자연풍광은 삶에 지친 도시인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하다. 가을에는 능선을 따라 온 산에 술렁이는 그윽한 억새노래와 형형색색의 단풍, 그리고 보리수 열매의 농익은 풍요로움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겨울에는 기암과 능선을 따라 핀 눈꽃과 바람 그리고 햇살의 조화가 황매산 사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황매산은 효(孝)의 산이며 3무(無)의 산이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한 무학대사가 황매산에서 수련을 할 때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면서 칡덩굴과 땅 가시에 발등이 긁혀 넘어져 상처가 나고 뱀에 놀라는 것을 본 뒤 황매산 산신령에게 정성으로 100일 기도를 올린 이후 지금까지 뱀과 땅가시, 칡덩굴이 자라지 않아 3무의 산이라 불리고 있다.
무학대사의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의 실천과 사랑은 천년의 시공(時空)을 넘어 전설로 이어져 오고 있다.
천년사랑의 이야기는 이곳에서 영화 「단전비연수」를 촬영하는 인연으로 다시 만나 새로운 전설로 탄생했다. 은행나무의 전설로 남은 다섯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와 체취가 느껴지는 곳 황매산에서 맺은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
차황면 법평리 신촌의 북편에 「에미골」이라고 하는 험한 골짜기가 있다. 옛날 이곳에 가난한 모녀가 살아는데 어느 봄날 어머니가 산에 나물 캐러 나갔다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다. 그 후 딸이 죽은 골짜기에 날이 흐리기만 해도 「어매, 어매」하고 부르는 애절한 계집애의 목소리가 들려 그 골짜기를 에미골이라고 불렀다 전한다.
봄이면 붉은 철쭉의 향기로, 가을이면 고즈넉한 억새의 몸짓과 풍차의 울림으로 이곳 황매산 돌 하나 잎새 하나 이슬 하나에도 사랑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청=김윤식기자 kimys@knnews.co.kr
# 황매산 인근명소
■율곡사=산청군 신등면 율현리 지리산 동쪽 자락에 자리잡은 절로 651년(신라 진덕여왕 5년) 원효 대사가 창건했고 930년(경순왕 4년)에 감악(感岳)조사가 중창했다.
조선 성종때 간행된 「동국여지승람」 단성현조에 율곡사는 척지산에 있다라고 쓰여진 것으로 보아 조선 초기에도 율곡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대웅전, 칠성각, 관심당, 요채만 남아 있으며 대웅전은 조선 중기때 지어진 건물이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증수됐다.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건물답게 상승감을 강조해 잘 다듬은 돌로 3층의 기단을 만들었으며, 처마 끝 활주가 시원하다는 느낌을 더해 준다.
대웅전의 오른쪽으로 향하면 3개의 암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데 그 가운데 암봉이 새신바위이며 원효대사가 이 바위에 올라 지금의 절터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대웅전은 단층팔작지붕의 다포계 건물로 정면 3칸·측면 2칸의 정면과 측면 길이의 비가 황금비를 이루는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 그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단정하고 우아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율곡사는 지리산의 지맥인 척지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대웅전은 지난 63년 보물 제 374호로 지정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황매산 영화 주제공원=영화 「단적비연수」의 주 촬영장으로 산속에 작은 원시마을이 만들어져 있다.
3천여평의 공간에 31채의 선사시대 가옥과 풍차, 영화에 쓰였던 은행나무와 주인공의 캐릭터 등 1천여점의 소품이 전시돼 있다.
5월이면 수십만평의 고원에 펼쳐져 아름다운 선홍의 색깔을 연출하는 철쭉 군락은 전국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황매산 등산코스
1.신촌마을과 만암마을~돌팍샘~정상(3시간)~하산(2시간)
2.장박마을~큰곰티~너백이~정상(3시간)~하산(2시간)
3.상법마을~천황재~정상(3시간)~만암마을, 신촌마을로 하산(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