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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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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이가 되고파 스크랩 박꽃
황금여사 추천 0 조회 1,220 12.01.26 22: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박꽃:밤에 열림

 

 

 

 

 

 

 

 

 

 

순백의 꽃, 박꽃!

박꽃은 귀한 꽃이요 순결한 꽃이다.

꽃은 저마다 개화시기와 피어나는 시간이 다르다.

또한 꽃들마다 서로 다른 향이나 모양, 유래 를 갖고 있다.


  요즈음 우리 집 보리수나무에는 박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박꽃은 아내가 보리수나무 밑에 박씨를 심어 그 나무로 올린 것이다.

짙푸른 나무에 흰 꽃이 피어있으니 도심 속의 귀한 꽃이요 길손의 눈요기 거리가 된다.

길손들은 여름에 흰 꽃을 보기가 어려운데 해마다 우리 집에서 볼 수 있어 좋다며 한마디씩 칭찬을 한다.


  지금쯤 시골 어느 초가지붕 위에서는 순백의 박꽃이 활짝 피었으리라.

수줍고 여린 박꽃이 지붕 위에서 얼굴을 드러내면 달빛이 내려와 박꽃을 품는다. 
 박꽃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꽃이다.

박꽃은 피자마자 이내 얼굴을 감추어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꽃이기에

떨어지는 그 꽃잎조차 가련해서 가질 수가 없다.


  순결의 상징인 박꽃은 슬픈 사연을 지닌 꽃이다.

아주 옛날 순수한 농부의 아내로서 행복하게 살던 여인이 있었다.

그녀가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이 구중궁궐의 임금님 귀에까지 들렸다.

그래서 그 여인은 마침내 궁궐로 끌려가게 되었다.

임금은 그 여인이 어찌나 예쁜지 넋이 빠질 정도였다.

왕비가 될 수도 있는 그날 밤,

 

그 여인은 동침을 요구하는 임금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녀의 시신이 집으로 돌아오자 농부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에 몸부림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농부는 죽은 아내를 살릴 수 있는 약을 찾아 길을 떠났으나 십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죽어서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넋이 마침내 초가지붕에 박꽃으로 피어났다.

그러니 박꽃은 얼마나 슬프고도 애틋한 전설을 지닌 꽃인가.


  박꽃과 능소화는 꽃의 모양이나 크기가 서로 닮았다.

능소화는 사랑이 서린 꽃이지만,

박꽃은 자신의 정조를 지키려는 아낙의 일편단심이 맺힌 한의 꽃이다.


  박꽃은 행상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정읍사(井邑詞)의 여인 같은 순백의 마음이다.

능소화는 첫사랑의 임금님을 기다리느라 황홍색이 되었지만,

박꽃은 임을 향한 일편담심이 달빛에 젖어 흰색이 된 꽃이다.
  개방되다시피 한 성문화를 생각하면 현대인들에게 박꽃의 전설은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듯싶다.

박꽃은 석양 무렵 피었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면 시드는 꽃이다.


  박꽃은 고향의 초가지붕에 흔하게 피었던 꽃이다.

나의 고향집은 안채와 사랑채 헛간채가 있었다.

그런데 박은 헛간채와 닭집, 돼지막 등 허술한 지붕에 올렸고,

울타리나 밭두렁, 언덕 등에도 심었다.
  가을이면 잘 익은 박 수십 개를 수확하곤 했다.

일년초 식물에서 박만큼 몸집이 크고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기란 쉽지 않다.

 

박을 타서 크고 작은 살림 도구로 썼고,

박속은 술안주나 반찬으로 만들어 먹었다.

아버님은 애주가이셨다.

어머님이 정성껏 빚은 가양주에 조롱박으로 술 몇 잔을 드시면 으레

시조 두어 수를 읊으셨다.

 

예로부터 시인들은 시골 초가지붕에 주렁주렁 열린 박을 소재로 시를 썼고,

여인들은 박속을 요리하여 웰빙식품을 만들었다. 

 

흥부네가 박을 타면 흥박이요 놀부네가 박을 타면 망박이라던가.

요즘도 결혼 전날 함을 팔러 가서 바가지를 밟아 깨야 길조라고 했다.

 

사람이 죽어서 발인제를 하기 전 바가지를 깨트려야 잡귀를 물리치고

망인이 명당으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각설이타령과 바가지는 함께 어울려야 제격이다.

또 살림이 망한 사람을 일컬어 바가지만 차면 거지와 다름없다고도 한다.

오죽하면 동냥은 못주나마 쪽박조차 깨느냐고 한다.

거지에게는 바가지가 유일한 생활 도구인 까닭이다.

 

옛날에 바가지가 없었다면 거지들은 어떻게 구걸을 했을까!
  선조들의 지혜를 생각하면 감탄스럽기 짝이 없다.

옛 사람들은 깊은 산에서 약초를 캐어 의약품으로 사용했고,

나물을 재취하여 목숨을 연명하였다.

참나무로 숯을 구웠고, 나무를 베어서 집을 짓는 목재로 사용하였다.

그때 바가지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밥이나 국, 반찬을 휴대하여 식사를 했을까!


  박은 한 줄기에 암수[자웅동주:雌雄同株]가 있지만 암수 꽃이 따로 피는 특이한 식물이다.

가을이 깊어지고 노을이 황홀한 자태를 들어내면 박꽃은 수정준비를 한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박 각시들이 모여들었는지 윙윙대며 박꽃에서 대향연을 펼치는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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