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고양이 그리고 철학적 사고 22.02.06

[세바시]

걷기 운동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이 있다.

걷는 사람 거의가 패딩 옷차림인데 냥이는 어찌 지내나? 자주 지나치다보니 관심이 쏠렸다.

햇볕에 졸고있는 고양이

내 눈에 보일 때마다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고양이의 털색깔도 여러가지이다. 누런 털에 까만 얼룩 점이 있거나, 아예 검은 고양이, 회색빛 얼룩말 무늬를 한 고양이, 그냥 누런고양이, 이 겨울에 노상에서 어찌 지내나 생각하게 되자 길가에 설치된 고양이집이 눈에 띠기 시작했다. '여기도 있네, 어어 저기도 있네' 하게 된다.

고양이 털색이 다양해요

누군가가 고양이를 위해 애를 쓴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특별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 주변에 사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운동으로 걷는 둑길은 바깥쪽에 고속도로가 있고 안쪽에는 빌라 밀집지역이다. 이 곳에 아마도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 사는 모양이다. 한 주택가 담장 아래에도 고양이 집이 서 너개 있다. 다가가서 고양이집을 들여다보니 사료가 가득 든 먹이통이 세 개나 있다.

어느 집 담장에 있는 고양이 물건들

그러던 어느 날은 마침내 고양이집 갯수를 세어보게 되었다. 총 일곱 개였는데 아니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한때 가정에서 사용하던 나무 상자도 있고 플라스틱 상자도 있다. 그 옆에 미니 생수통도 놓여 있다. 이 겨울에 물이 꽁공 얼만도 한데 볼 때마다 물은 얼지 않았다. 그렇담 누군가가 날마다 물을 갈아준다는 것이 된다.

고양이 식당 -사료가 가득 있어요. 물하고 같이.

둑길 언덕 경사면에 있는 고양이 식당

고양이가 식사하고 있어요

그 다음날도 내 관심은 또 하나를 발견했다. 고양이가 잠자는 집과 사료 먹는 공간을 다르게 만들어두었다는 사실이다. 잠자는 집은 사방이 막힌 사각박스인데 다만 한쪽에 들락일 수 있는 조그만 구멍을 뚫어서 들창문으로 들려있다. 먹이를 먹으라고 준비된 식당처럼 보이는 사각 집은 아예 한쪽 면이 없다.

잠 잘 수 있는 집-조그만 사각구멍이 있다

다가가서 들창 안으로 들여다보니 폭신하게 깔린 담요와 이불이 있다. 겉과 달리 고양이 호텔이다.

 길고양이 집까지 사진으로 담게 되고 마침내 여기저기 그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야, 물도 있고 고양이 전용 사료도 듬뿍 담겨있다. 첫 생각처럼 바람만 피할 수 있도록 설치한 집은 아니었다. 그래도 저곳에서 잠자기는 엄청 추울 것이다. 순간 털이 부스스한 고양이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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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고양이를 통해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살피고 있다. 날이 갈수록 먹이가 점점 줄어들어야 하는데 볼 때마다 그렇지도 않다. 그럼 고양이가 사료를 안 먹는다는 건가? 아니면 사람이 늘 채워 놓는다는 건가? 고양이 조상 신도 이렇게 못할 일을 하고있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더욱 궁금해진다 루소보다는 조금 빨리 걷다가 소로처럼 다른 시각으로 보다가 시몬 베이유처럼 관심을 기울였다고나 할까. 마지막에는 셰이 쇼나곤처럼 감사하는 법을 익힐 차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흡족해지니까 누군가의 지극한 동물 사랑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지금 읽고 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에 저자 "에릭 와이너"가 등장시킨 14분의 철학자 중 네 분의 본을 받은 셈이다. 내일도 걷기 운동을 하면서 고양이집과 함께 머리 속에서 만나게 될 철학자는 누구일까. 14분 중 현재 열 한 분에 대해 읽었다. 나는 매일 걷기처럼 그 책 읽기를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