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육박하던 어느날
풍이는
삶의 한페이지를 채우기위해
조그만 베낭속에 몇벌의 옷가지들을 넣고 혹시모르니 등산화와 샌들도 챙겨
차의 뒷 트렁크에 던지고
경비실에 들려 당부를 하려고 경비실문을 여니
안에 보여야할 아저씨가 안보인다
난 두리번거려 보았지만 찾을수 없어 아파트 정문을 지나처 나오는데
아파트입구 정자나무 밑에서 내차를 보더니
802호 형님 또어디가슈? 한다
예 더워서 그냥 나왔어요
에이~! 아닌거 같은데 좀전에 트렁크에 베낭 싣던데머~~
바람나셨나~~?
난 실없는 대꾸를 한다
이 더위에 바람이라도 났으면 좋겠우~~ ㅋㅋ
내가 말유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아니면 몇일집을 비워야 하니까 가끔씩 802호좀 올려다 보슈
갖고갈거 라고는 쥐뿔도 없지만....
이글거리는 안양천변의 도로위를 달리는데 차의 알피엠이 차츰 네려온다
뭔일인가 차가 밀리는건가?
앞을 주시하면서 한참을 기어가듯 가는데 일차선에서있는 차량에서 수증기가 펄펄 나오고 있다
난 내차만은 고장나지 않기를 천지신명께 빌고 속도를 낸다
나를 태운 차는
행주대교를 건너고 자유로를 달려 문산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길옆의 삶아 버릴듯 뜨거운 햇볕에 알몸을 내놓고 누어있는 노오란 참외를 보니 구미가 당긴다
난 차를 돌려 참외밭 원두막쪽에 차를 대고 주인을 보니
내나이쯤 돼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손에 마늘을 들고 까시다 말고 졸고 계신다
앗!
난 순간 생각을 한다
평소에 교통 벌칙금도 잘 내고 자동차세도 일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잘낸다고
교통부장관이 나에게 이런기회를 주시는구나
난 살금살금 원두막 앞으로가서 참외를 집어서 냅다 도망치면 따라오지 못하겠지
생각을 하고
원두막앞으로 발소리도 숨소리도 죽이고 살금살금 간다
그러나
좀 전까지만 해도 손이 움직이지 않던 손가락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아이고~! 내가 깜빡 졸었나보내!
참회 드릴까요?
넼??? 헉!!!( 더 졸으셔도 되는데...ㅋㅋㅋ)
요새 날이 가물어서 참외가 엄청 달아요
하시면서 옆에 있던 칼을 들어 소매깃에 쓱 문지르고는 참외 한 조각을 손톱밑의 까만 영양덩어리(?) 와 함께 건네 주신다
엉겹결에 받아 입에 넣는순간
헠!!
아주머니 요즘 참외는 마늘냄새가 나네요 ㅎㅎㅎ
했더니
아주머니의 대답이 웃음을 주신다
아이고 내가 좀전에 마늘을 까던 손으로 깎아서 그런가 보네~~ㅋㅋㅋㅋㅋㅋ
네 이거 얼마예요?
예!
그짝것은 만원이고 저짝 조금 큰것은 만오천원 인데 어떤거 드릴까요?
네 큰것으로 주세요
이렇게 해서 참외 도둑질은 실패로 끝나고 그 대신
덤으로 주시는 후한 인심과 참외 한봉지를 차에 싣고 차를 돌려 가던길을 재촉한다
뜨거운 햇볕이 세상을 태워버릴듯 이글 거리는 도로를 따라 얼마나 달렸을까
만약
천당과 지옥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게다
난
주차를 하고 천당과 지옥을 이어주는 그야말로 천국의 계단으로 발길을 옮겨 천당쪽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음악소리와 함께 북쩍이고 즐거움에 아우성 소리가 계곡을 삼킬듯 하고
뒤를 보니 불타는 도로위에 빽빽히 들어선 자동차들과 그 사이를 위험하게 피해다니는 상인들의 아우성 소리가 시끌벅쩍하다
난
천당과 지옥을 사이에둔 돌다리를 건너 천당쪽으로 건너뛴다
이렇게 나는 지옥과 천당을 돌다리 하나로 왔다갔다 하다보니 시장기가 든다
천당에서 식사도 할겸 식당을 찾아보니 앉을 자리가 없다
겨우 앉을자리가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막국수 한그릇을 주문을 하고 천당 사람들을 보니
남녀가 뒤엉켜 물 싸움을 하는 사람
이곳이 해수욕장인양 썬그라스에 비키니 차림의아가씨는 물방울이 자기 쪽으로 올까봐 폴짝폴짝 뛰고있고
어느 펑퍼짐한 중년들은 평상에 앉아 백숙 잔치를 벌이고 있고
어떤이는
대낮인데도 벌써 술에 취해서 흥청거리며 천당에서의 더위를 맘껏 즐기고 있다
난 천당에서의 막국수 한그릇을 비워 가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나: 여보세요!
폰: 어디야? 차 많이 밀려?
나: 응! 나지금 가다가 백운계곡에서 막국수 한 그릇 먹고 있는데 왜??
폰: 야 ! 거기서 점심을 먹으면 어떻게해!
우리는 너오면 같이 먹으려고 토종닭 두마리 주문해서 곧 나온다는데....
나: 그래? 토종닭 주문했다고 안 했잖아!
폰: 잔소리 말고 먹지말고 빨리와!
나: 거의다 먹었으니 다 먹고 갈게~~~끊어!
내가 먼저 띠롱!!!
천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지옥으로 오기 위해 돌다리 두 세개를 건너는데
앞을 보니 정말 지옥이다
차는 밀려서 늘어서 있고
자동차에서 내 뿜는 뜨거운 열기는 하늘을 찌르고
장사꾼들의 함성은 귓청을 찢어 놓을듯 하고
여기저기 넓으러저 있는 쓰레기 더미는 산을 이루고 있고
난 얼른 차에 올라 시동을 켜니 내 차안이 바로 천국이다
룰루랄라~~
밀리고 또 밀리며 가다가 가평쪽으로 핸들을 돌리니 도로가 텅 비어있다
난 도마치 고개 라는 고개를 넘기위해 액슬에 힘을 준다
가파른 커브길을 여유를 부리고 에어컨 바람에 시원함을 만끽하면서 한구비 한구비 핸들을 돌리며 오른다
드디어 강원도와 경기도 의 경계선인 도마치고개의 정상.
늘 이곳을 지날때 마다 먹던 솔잎차 생각이나 주차를 한다
사장님!
여기 솔잎차 한잔하고 냉 칡즙 한병 주십시오
네
솔잎차는 있는데 칡즙은 시기가 아니라서 없는데요
그럼 솔잎차라도...
은은하게 입속을 감도는 향기는 나그네의 피로를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어서와라 오느라 고생했다
어머!
풍숙이 아빠 오셨어요?
예!
난 통상적인 인사를 하고 참외 한 꾸러미를 친구에게 주면서
야 !
그 참외 훔치려다 들켜서 사갖고 온겨~~ㅋㅋㅋ
우리는 친구 내외와 그리고 아들 내외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손자 손녀
일곱명이서 참외도 수박도 배부르게 먹고
나와 친구는 물고기를 잡는답시고 계곡을 뒤집고 있다보니
어느덧 산 그늘이 좁은 계곡을 삼키고 이따금 주인집 개 짖는소리만 좁은 골짜기를 흔들어 놓는다
선득한 산 기운에 눈을떠 밖을 보니 새벽 안개가 산등성이를 휘감고 있고
차창너머로 보이는 하늘에 한 조각 구름이 두둥실 떠있어 내가 구름에게 묻는다
구름아 구름아 !
오늘 하루 나에게 어떤 결과를 주겠느냐 라고,,,,
난
밖에서 아침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친구에게
아침먹고 화악산 가는거지?
엄청 더울텐데 괜찮을까?
그러면 중봉 까지만 갔다가 네려 오지머
난
친구 부인의 정갈한 솜씨로 차려진 소박한 밥상에 앉아
밥한술에 아침의 새소리를 반찬삼아 간단하게 먹고 산행준비를 한다
친구에게 난
중봉까지 가려면 계곡물을 몇번 건너야 하니까 등산화보다는 끈있는 아쿠아 신발이 좋을거야
그러면서 친구의 눈치를 살피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왜그래?
가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고
어젯밤 과일먹고 남아서 아이스박스에 넣으면서 애기 밥을 넘어뜨려서 애기밥이 못쓰게 됐어
뭔소리여~?
애기 밥은또 뭐고~!
얘기는 이렇다
집에 고양이가 5일전에 새끼를 낳았는데 어미가 새끼 낳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 않고 도망나가
배곺은 새끼를 그냥 볼수가 없어서 동물 병원에서 초유 한켄을 사서 먹이던중
아들 내외가 대구에 사는데 휴가라고 올라와 피서 가자고 하는데
새끼를 혼자 집에두면 죽을거 같아서 눈도 안 뜬 새끼를 데려왔단다
그런데
아침에 초유를 먹이려고 아이스 박스를 열고 초유를 찾다보니 초유캔이 엎어져 물이들어가서 못먹이게 생겼으니
초유를 사러 인천으로 갔다 오던지 해야겠단다 ㅜㅜㅜㅜ
휴~~~~!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애틋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해 하기 어렵다
그럼
조금 이따가 여기서 가까운 가평쪽이나 춘천쪽으로 가서 사오면 되지 굳이 인천을 다녀와야해??
그렇잖아도 아들이 아침 일찍부터 24시 동물병원을 알아 봤는데 가평에는 분유는 있는데 초유가 없다고 한대
그런데 춘천에 동물 대학병원이 있는데 거기는 혹시 있을지 모른다는데
아예 인천가서 사오는게 맘이 편할거 같다 라고 ............
그럼 아들을 보내 사오라고해
그래야 할거 같어
그래서 우리 둘이는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화악산 중봉이 보일때쯤 친구가 나에게
너 혼자 다녀 와야겠어
내가 불안해서 안되겠어
나먼저 갈테니 넌 산행하고와!
하며 하산을 서두른다
난 하탈한 마음으로 친구의 뒤를따라 오던길을 또다시 걷는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니 친구아들이 지 아비에게 초유파는곳을 전한다
춘천 강원대 에 가면 동물병원이 있는데 거기에서 초유 있는 병원을 알려준다고 한단다
대략 난감...
더 난감한건 나보고 같이 가잔다 그것도 내차로....힝~~~!
그래 가자!
그래서 고양이새끼 덕분에 춘천 장도 구경하고 강원대학교도 가보고 호반 도시답게 아름다운 호수도 보고
가는날이 장날이라 춘천장도 구경하면서 찰진 거도 사먹어보고
속소에 돌아와 아들이 포항에서 사온냉동 꼼장어를 구어서 먹고
엊저녁에 잡은 몇마리의 물고기를 튀김도해서 먹고
그렇게 해서 친구와 2박을 하고는
친구와 헤어저 인제를 지나고 진부령을 넘어 고성에 도착하니
꾸덕꾸덕 말라가는 생선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여행길에 지친
풍류객을 반기는듯하다
멀리 수평선 끝에는 아침에 보았던 조각구름이
나그네의 피곤함을 씻어주려는듯
붉은 노을을 남기고 서서히 사라진다
오늘의 마무리를 이곳에서 하려고 한것은 아니지만
날이 더 저물기전에 서둘러 숙소 부터 예약을 해야 할거 같다
이글은 지난 여름 피서갔다가 느낀 이런저런 일들을 글로 풀어
어느 키페에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해서
우리 가족 카페에도 올려 봅니다
첫댓글 다녀가네. 참외는 서리해 멱는 것이 더 맛은있는데? 하여튼 글 솜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