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채비를 갖추는 시기이다. 남쪽 지방은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날씨를 기록하며, 따뜻한 음료 대신 차갑고 시원한 음료를 찾기 시작하는 때이다. 특히 늦은 봄에서 여름까지는 이러한 날씨 때문에 주류관련 매출이 활발한 때인데, 알코올도수가 낮으며 수분함량이 많고, 탄산의 청량감을 가진 생맥주와 생막걸리 시장이 가장 수혜를 받는 때이다. 특히 이 시기에 비가 오는 날에는 막걸리 매출이 부쩍 올라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이런 시기에 어떠한 술을 빚으며 생활했을까? 그때도 지금처럼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를 즐겼을까? 오늘은 무더워지는 늦은 봄에서 뜨거운 여름으로 이어지는 전통주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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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식감이 부드럽고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한여름에는 찬물에 넣어 시원하게 마시기도 한다
요구르트의 식감, 떠먹는 탁주 '이화주(梨花酒)'
5월 초가 되면 배나무를 키우는 전국의 모든 과수원은 하얗게 물든다. 배나무에서 하얀 빛깔의 배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배꽃이 만개하여 절정에 달하면 빚는 술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화주(梨花酒)’. 한자 그대로 풀어서 배꽃술이다. 고려시대 때부터 빚어진 술로 빛깔이 희고 죽과 같아 떠먹기도 하며, 더워지는 계절에 맞춰 찬물에 타서 마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음용되어왔다.
이화주가 일반 가양주와 달랐던 점은 보편적인 누룩원료가 밀인 것에 반해, 이화주는 이화곡(梨花麯)이라는 쌀을 원료로 한 누룩을 직접 띄워서 빚었으며, 누룩 외의 주 원료인 곡물도 쌀을 가루로 하여 구멍떡, 설기떡 등의 떡으로 빚었다. 덕분에 쌀로만 빚은 이화주는 배꽃과 같이 하얀 빛깔을 가지게 되었고, 떡으로 빚은 만큼 요구르트와 같은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이화주에 대한 문헌은 1450년경에 쓰여진 ‘산가요록’부터 ‘규곤시의 방’, ‘요록’, ‘주방문’,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 다양한 문헌에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문헌에 기록으로 남아져 있는 것과 쌀이라는 고급 곡물만을 사용한 것을 봤을 때, 당시의 특권층인 사대부나 부유층이 즐겼을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문헌상에는 선조들이 비 오는 날에 특별히 막걸리를 즐겼다는 기록은 없지만, 더워지기 시작하는 늦은 봄부터는 특별한 탁주를 빚어 시원하고 새콤하게 즐겨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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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새벽에 개화하는 연꽃. 봉우리가 열리며 소리를 낸다고 한다. 연잎을 넣으면 연옆주, 연꽃을 넣으면 연화주라 불리며 특히 연잎은 솔잎과 더불어 천연방부제 역할을 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한여름 새벽에 피는 아름다운 연꽃, 그 잎으로 빚는 약주 '연엽주(蓮葉酒)'
앞서 설명한 이화주가 배꽃이 직접 들어가지 않고 배꽃의 하얀 모습과 개화 시기에 맞춰 빚는 술이라면, ‘연엽주(蓮葉酒)’는 말 그대로 연꽃잎을 넣어 빚는 가향주(佳香酒)란 종류로 분리된다. 동시에 이화주가 발효된 곡물을 섭취하는 탁주의 개념이라면, 연엽주는 맑은 부분만 떠서 좀 더 숙성시켜 마시는 약주로 분류된다. 연엽주를 빚는 가장 대표적인 곳은 충남 아산에서 전해져오는 ‘아산 연엽주’로, 예안 이씨 가문의 종부에만 전해져 온 궁중의 술로 알려져 있다. 현재 충남 무형문화재 11호로도 등록되어 있으며, 1600년대 말에 기술되었다고 보여지는 한글 조리서 ‘주방문(酒方文)’에 비교적 자세하게 빚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참고로 연잎이 아닌 연꽃 자체를 넣으면 연화주라고 불리는데, 연화주의 경우는 누룩을 사용하지 않고 연잎 또는 닥나무 잎 등을 항아리에 깔아 야생곰팡이와 야생효모를 생성시켜 만드는 술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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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다양한 과하주가 복원되고 있다. 출처 술아
무더운 여름을 탈 없이 넘기는 술 '과하주(過夏酒)'
술 제조에 있어서는 혼양주(混釀酒)란 분류법이 있다. 두 가지 종류의 술을 넣어 발효시킨다는 뜻인데, 대표적인 전통주가 여름을 넘긴다는 뜻의 ‘과하주(過夏酒)’이다. 약주에 소주를 넣어 빚는 술로 무더운 여름에 술이 산패되지 않기 위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를 약주에 첨가, 보존성을 좋게 하여 무더운 여름에 탈없이 날 수 있는 술이란 의미다. 이 과화주 역시 다양한 문헌에 등장하는데, 쌀과 물, 누룩으로 술을 빚고 술이 발효되서 익는 과정에 소주를 붓고 다시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혼양주(混釀酒)’인데, 섞일 혼(混), 빚을 양(釀)이란 어원답게 단순히 섞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시 한번 발효와 숙성를 시킨다는데 큰 의미가 있어, 즉석에서 섞어 마시는 칵테일이나 이른바 소주와 맥주의 폭탄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인문학이 살아 있는 전통주, 올 여름에는 우리 술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앞서 설명한 전통주는 대부분 일반 마트 및 유통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워낙 저가의 술이 난립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주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낼 수도 없다. 또한 명절이 아닌 이상 문화가 깃든 우리 술을 찾는 문화 역시 제대로 되어 있지를 않는 현실 속에서, 기회가 된다면 늦은 봄과 여름에 어울리는 우리술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의외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물, 자연까지 연결된 인문학적인 모습을 많이 발견할 것이다.
첫댓글 여름엔 이화주죠.
술맛은 모르지만 음식을 만드는 이의 마음 가짐은 다 똑같을 것 같아요. 먹는이를 위하는 속 깊은 마음이 가장 훌륭한 술을 빛을것 같아요.
기교보다는 마음이 들어 있는술...
기본이 쉬워 보여도 제일 어려운거 같아요
쌀 물 누룩만의 기본재료로만 막걸리를 만들어 보면 다른 것을 첨가해 맛을 내는것 보다 기본맛을 내기가 더 어려워요
복분자 백년초 등을 넣어 만들때는 본연의 맛은 감미하는 재료들 맛에 덮여 버리거든요
@식초나라 제 말이요.
술에 무언가를 섞어 마시는 게 유행이긴 유행인거 같아요.
심지어는 막걸리 만드는 경연대회를 보면 순수한 전통 막걸리는 없고
재료를 여러가지를 섞거나 더한경우는 거기에 수십가지의 산야초를 넣어 만든 막걸리들을 볼때
이게 전통 막걸리인지 막걸리 레스토랑에서 이것 저것 조미료로 간을 본 음식처럼 술맛을 맞춰
손님 기호에 맞게 나오는 메뉴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그런데 예전부터 전통 막걸리를 드시는 어른 분들은 이게 무슨 막걸리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정통이 제일 어렵다는 생각에 저도 공감해요.
동감합니다
그러나 그냥 만들어 마시는 술은 편하게 만들어 드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주는빚은이에정성과혼이들어있는작품입니다,
물과누룩,쌀,정성이담긴손끝에기가어우러져과일향이나는청아한멋,목넘김이부드러우면서목젖을휘감는
요모한감칠맛이혀끝을스치는그런맛이 전통주의맛이아닐까쉽습니다,
막걸리를 막걸리 다워야 한다고 봅니다.
막걸리는 이름 그대로 "바로 막 걸른 술"로 약간의 텁텁함에 생맛과 거친 느낌이 납니다.
요즘 막걸리는 달고 부드럽습니다.
제 개인적인 입맛엔 예전에 양조장에서 주전자로 받아 먹던 술맛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