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갤러리에서는 유의정 작가의 방어기제(防禦機制), ‘Defence mechanism’展 을 연다. 작가는 21세기 문화의 혼재 속 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의 정체성을 도자기에 부여하여 전통과 현대, 실재와 가상,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 서로 다른 양상이 공존하는 진화된 도자기를 탄생시켰다. 이번전시는 동양적이며 역사성을 띤 '도자기'라는 매체와 서양적이며 산업화의 상징인 기계와의 결합을 통한 ‘Hybrid’ 적인 진화 형 도자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전시 기간 : 2010.10.28 - 2010.11. 6
전시 장소 : 무심갤러리 (043-268-0070)

Defence mechanism _ ceramic,decalcomania,luster,motor_ 39×39×63(h)㎝._2010
작품 세계
욕망, 갈등, 변이로 진화되는 문화 - 그 또 하나의 자화상
전 세계의 문화를 언제 어디서든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시대에 있어 문화적 교류와 그 차용 (借用)및 변용(變容)은 우리에게 또 다른 정체성의 문제점을 부여하고 있다. 그가 성장했던 시절은 서구의 문화가 풍부하게 수용되었던 1980년대로 88올림픽 이후 더욱 다양해진 문화 교류로 서구의 상품들이 낯설진 않았던 시기이다. 이러한 유년시기를 보냈던 작가는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에서 디즈니 만화를 보며 자랐으며, 코카콜라의 맛에 길들여져 있었고, 브랜드의 이미지에서 오는 권력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만화 캐릭터들 중 까마귀를 부정적인 일의 상징으로 흑인을 비유한 것과 같은 서구 백인들의 우월성을 강조한 인종차별적인 면과, 중독성이 있는 광고와 맛으로 전 세계를 지배한 미국적 상품, 명품이 상징하는 부(富)의 위력과 욕망들처럼 이러한 대상에 내재된 텍스트들에 의해 왜곡되는 우리들의 정체성에 관해 유의정은 <Big Mc>, <Friends>, <Prayer I>, <Hybrid series 2008 No. 02 Coca Cola>등에 그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상징적 의미에 대해 때론 직접적으로 때론 은유적 표현으로 자신의 모습이자 우리 모두의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유의정 에게 있어 특유의 작업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는 도자기 표면을 마치 캔버스와 같이 사용하여 매끈한 표면 위에 그가 지닌 경험과 환상 그리고 욕망을 콜라주 (collage), 포토몽타쥬 (photomontage), 데쿠파주(découpage)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조합의 표현방법을 통하여 그의 내러티브를 표현한다.
치밀한 계획아래 다양한 기법의 이용과 반복적 소성(燒成), 그리고 이질적 매체의 조합은 장르를 넘어선 표현가능성의 탐구이다. 도자기라는 전통을 상징하는 매체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의 로고라든지 네온사인, 전구, 모터 등과 같은 산업화에 따른 기계적인 장치 등을 이용하면서 전통의 기반 안에 현대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전통과 현대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여 Hybrid적인 진화형 도자기를 만든다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장르간의 동화와 융합은 유의정에게 있어 전통적 공예개념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며, 예술과 공예가 그 근원적인 길이 동등하며 그 표현의 동질성을 확보하여 공예로서의 한계성을 넘어 그 벽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 저변에 많은 고뇌와 갈등이 있었음에 이제 더욱 값진 작업으로 세상에 선보여지는 이번 전시에 많은 이들이 유의정의 작업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조형예술학박사 김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