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는 치매에 걸려도 꽃처럼 예쁘게 걸렸다.
원산 아주머니가 요양원에 가셨다.
아주머니는 나의 9촌 숙모로 올해 101세, 우리 석강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내가 어릴 때부터 기억하는 아주머니는 늘 잔잔한 웃음을 띠고 있었고, 말씀을 조용 조용하게 하셨고, 듣기 언짢은 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아주머니는 40년 전 막내딸이 성장해 집을 떠난 이후 최근까지 혼자 살았다.
남편(아저씨)은 별세한 지 50년이 훨씬 지났고, 슬하에 2남(위로) 4녀를 두었는데, 맏아들은 40 몇 년 전에, 딸 하나는 30년 전에 사망했다. 20년 전쯤에 사위도 한 사람 죽었다.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고 나보다 세 살이 많은 작은 아들은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데, 아버지와 형을 닮아 술을 아주 좋아한다. 이 형은 술을 마셨다 하면 주사(酒邪)가 심하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하는 건 아니고, 진득하게 사람들을 괴롭힌다.
큰며느리(부산)는 뇌졸중으로 요양원에 간 지가 10년이 되었다.
50대 초반인 장손(부산)이 있지만 살기에 바쁘고, 딸 셋이 있으나 모두가 도시에서 고만고만하게 살고 있다.
아주머니는 3, 4년 전만 해도 정신이 말짱했다. 작은 체구지만, 건강은 타고나서 평소에 아픈 데가 없었다.
아주머니는 신기하게도 치매가 들어 주위 사람을 못 알아보면서도 3, 4년 동안 스스로 텃밭을 가꾸고 밥해 먹고 집안일을 했다.
아주머니는 올해 5월 어느 날, 잡초가 무성한 마을 꽃밭을 혼자서 몇 시간에 걸쳐 깨끗하게 맸다.
아주머니는 온갖 잡초들이 무성한 풀숲에 홀로 자라 피어 있는 예쁜 꽃과 같다.
아주머니는 치매에 걸려도 꽃처럼 예쁘게 걸렸다.
가신 요양원이 우리 마을에서 가까이 있지만, 아주머니에게 요양원은 전혀 낯선 환경일 텐데,
아무튼, 사는 날까지 잘 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