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 평이 훨씬 넘는 규모, 노출 콘크리트의 수직 기둥, 5m 높이의 천장, 실내에 수로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우진의 펜트하우스.
일반인의 시선 우진, 정말 부자인가보다. 수많은 카메라와 유명한 뱅앤울룹슨 오디오, 명품 의자의 대명사인 ‘바로셀로나’까지 언뜻 보이네. 책상과 의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군. 집은 근사해 보이는데 썰렁한 느낌을 주는 것이, 심장에 모터를 달고 산다는 우진의 방답다. 그런데, 실재하는 집일까. 미술감독의 의도 우진의 방은 양수리 종합촬영장에 지었던 세트. 정확하게 23일 동안 만들었다. 전체적인 설정은,‘멋진 집’이 아니라‘낯설고도 기분 나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 이 설정하에 ‘생활 냄새가 잘 안 나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우진의 펜트하우스는 부자의 공간이기도 했으므로 그 사실에 충실, 최대한 고급스럽게 꾸미려했다. 카메라는 협찬을 받은 것이고, 뱅앤울룹슨 오디오는 진품이 맞지만 ‘바르셀로나’는 신당동 가구점에서 맞춘 것. 영화에선 잘 안 보이지만 침대, 책상 등도 소품팀에서 직접 만든 것들이 많다. 제작비의 한계 덕분이다.
→ 세트 제작 중인 모습을 담은 사진. 펜트하우스의 규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
회색 톤 펜트하우스 내 푸른 조명을 받아 유일하게 색상을 드러내는 수로. 우진은 이 물에 피 묻은 손을 닦기도 한다.
모 영화관계자 (세트를 구경한 뒤) 수로를 둥그렇게 호수처럼 만들고 나무도 좀 심지. 미술감독의 의도 세트를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건축 잡지를 많이 참고했는데 외국 부잣집들을 보니, 집 안에 ‘자연’을 가져오는 게 눈에 띄었다.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이라 우진의 집과는 어울리지 않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일본식 정원도 싫었다. 그래서 끌어들인 것이 ‘물’. ‘물’을 제안했을 때 박찬욱 감독은, 흔쾌히 좋다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오대수와 격투신을 할 때, 사람들이 물에도 빠지고, 우진이 손을 씻으면 되겠네.”
→ 냉담한 푸른빛 수로가, 육중한 기둥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던 펜트하우스. 거대한 원룸이기도 한 이 공간은 우진의 황량한 내면을 잘 드러내준다. |
|
오대수가 펜트하우스를 찾아왔을 때. 샤워를 한 우진. 방을 가로질러 사각 유리장 쪽으로 간다. 리모컨을 누르자 사각 유리장이 위쪽에서 보면 십자 모양으로 열린다. 그 안으로 들어간 우진, 옷을 입고 반대쪽으로 나온다. 우진은 옷장 사이를 다니며 옷을 하나씩 걸치고, 액세서리를 채우면서 오대수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눈이 번쩍 뜨인 일반인 바로 저거다. 내가 찾던 전동식 장롱. 저렇게 해놓으면 먼지도 안 들어가고, 폼도 나겠는걸. 존재 자체로 근사한 유리 옷장! 어디 가면 구할 수 있을까? 미술감독의 말 안타깝게도 구할 방법이 없다. 직접 디자인하고 딱 하나 만든 것이니까. 영화에서 보면 아주 부드럽게 열리지만, 실제로는 작동이 제대로 안 돼 촬영할 때 고생깨나 했다. 원래 우진의 옷장은 ‘독립된 거대한 옷장’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또, 대본을 보니 우진이 게임을 제안하는 장면에 옷장이 사용되는데 대사가 상당히 길었다. 긴 대사를 소화하려면 기존 옷장으론 한계가 있고, 우진이 옷장 속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다. 닫히고 열리고, 돌아다니면서 말이다.
→ 창가 책상 곁에 서 있는 유지태. 지능적인 복수(!)를 하는 인물로, 집요할 정도로 치밀한 우진 역을 열연했다. 앞쪽 화이트 의자가 ‘바르셀로나’를 본떠 제작한 의자. | |
첫댓글 와 쥑이네여
역시다시보두멋있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