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건물주 등과 관리용역계약이 해지되면 근로계약도 자동해지된다는 약정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볼 수 없다. (대상판결 : 2009.2.12, 대법 2007다62840)
글. 송영호(선진노무법인공인노무사 02-568-1459)
1. 시작하며
기간제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지속적 증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래,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합리적·제도적 해결방안의 마련을 위해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아직껏 뚜렷한 전망과 공동선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 건물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은 그 소속 회사가 건물관리 용역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거나 중도 해지를 당하게 되면 운이 좋으면 신규 용역회사로 적을 옮겨 동일 장소에서 동일 업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그도 아니면 대부분 퇴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래에 소개하는 대상판결은 근로계약서 상 중도에 건물관리 용역계약이 해지되면 근로관계도 자동으로 해지된다는 특약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해지된 경우에 관한 것이다.
2. 사건개요
A회사는 B회사와 건물관리 용역을 체결하면서 근로자 홍길동을 B회사에서 미화원으로 근로시키기 위하여 2002년 2월 26일 근로계약(3개월간)을 체결하였다. 그 근로계약서에는 근로내용, 근로제공 장소가 특정되어 있었고, A회사와 B회사 간의 용역계약이 중도해지 될 경우에는 그 날 부로 근로계약도 자동소멸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A회사는 약 3년간 홍길동과 별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채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하여 왔는데, 그러던 중인 2005년 11월 30일 A회사는 B회사로부터 경영상 이유로 A회사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A회사는 종전 근로계약의 내용에 기하여 홍길동과의 근로관계를 같은 날로 해지하였다.
이 경우, 홍길동과의 근로관계는 근로계약의 내용대로 자동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아니면 이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이므로 그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3.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은, 최초의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동일한 내용으로 갱신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A회사와 B회사 간의 용역계약이 해지된 이상 근로관계도 종료되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여 근로계약서상 근무장소가 특정되어 있는 점, A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다른 곳으로 전보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점, 건물관리 용역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점, A회사와 B회사 간의 용역계약이 종료되자 종전 근로자 대부분이 새로이 B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신규 관리업체로 전적하여 동일하게 근무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용역계약이 해지되면 근로계약은 자동 소멸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근로계약서상의 조항은 근로계약의 자동소멸사유를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06.12.22 2006가합42011, 서울고법 2007.8.24 2007나9896).
그러나 대법원은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등으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한 경우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는 점에서, 근로자가 근무하는 건물주 등과 사용자 간의 관리용역계약이 해지될 때에 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도 해지된 것으로 본다고 약정했다고 하여 그와 같은 해지사유를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2009.2.12 대법 2007다62840).
4. 관리용역계약의 중도해지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에 해당하는가?
근로관계는 근로계약 당사자의 합의해지, 근로자의 자진퇴사, 사용자의 해고, 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달, 근로계약 당사자의 소멸(근로자의 사망, 회사의 해산 등) 등에 의하여 소멸된다. 이 중 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달, 근로자의 사망, 회사의 해산 등과 같은 사유는 그 사유의 발생만으로 더 이상 근로관계를 존속할 수 없게 되어 근로관계가 당연히 소멸되는 자동소멸 사유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업장에서 취업규칙 등을 통해 당연퇴직 사유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하여 그 취업규칙 등에서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된 해당 사유들이 모두 당연퇴직 사유로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유가 발생함으로 인하여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 또는 불공평하여 사회통념상 기대될 수 없는 것으로 인정될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로 인정(또는 「근기법」상 해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정당한 해고사유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지,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는 비록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 사유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하더라도 사실상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는 A회사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홍길동을 전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든가, A회사가 관리용역계약 해지로 인하여 폐업을 하였다든가 등과 같은 사정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A회사는 사회통념상 더 이상 홍길동과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로(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해고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와 달리, A회사에게 사회통념상 근로관계의 존속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면 사실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당연퇴직 시에도 근로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가?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 및 서면통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해고의 세부 절차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취업규칙 등에 해고에 관한 절차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소명기회 등을 부여하지 않아도 그 해고의 정당성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음이 원칙이다.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 사유를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절차와 달리 규정(예를 들면 통상 해고절차는 인사위원회 등을 소집하고 이에 당사자의 소명기회를 부여하나 당연퇴직의 경우는 이러한 절차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는 경우)하였다면 당연퇴직 시 그 절차는 어떠해야 하는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과 같이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되어 있고 또한 그 실질이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에 해당한다면, 통상의 해고절차 등과 같은 절차는 거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보듯 비록 취업규칙 등에는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그 실질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해지절차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로 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취업규칙 등에서 당연퇴직 사유에 대하여 다른 징계해고 등과는 달리 아무런 절차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당연퇴직 사유가 동일하게 징계사유로도 규정되어 있는 경우와는 달리 당연퇴직 처분을 함에 있어서 징계 등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1995.7.14 95다1767 외). 즉 대법원은 취업규칙 등의 당연퇴직 사유에 ① 다른 통상해고나 징계해고 등과 달리 아무 절차 규정이 없고, ② 그 당연퇴직 사유가 다른 통상해고나 징계해고의 사유와 중복되지 않으면 ③ 설사 그 당연퇴직 사유의 실질이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 등을 부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6. 당연퇴직 시에도 해고를 예고해야 하는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30일 이상의 기간을 두고 이를 미리 예고하거나 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근로자가 갑자기 실직하여 생활상 곤란에 처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 할 것이다.
이러한 해고예고제도는 당연퇴직 규정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해지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이는 그 당연퇴직 규정을 개별적으로 살펴 근로관계의 자동해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할 것이다. 즉 근로자의 사망, 정년의 도달 등과 같이 그 실질이 근로관계의 자동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해고예고 또한 적용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와 같이 근로계약 기간 중에 위탁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자동종료된다는 특약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해지되었다면, 이는 그 실질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므로 해고예고제도를 적용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노동부 행정해석도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 이전에 해외현장공사가 종료되어 해고된 경우에 해고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1984.07.12, 해지 125-15405).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또는 근로자가 6개월 미만의 계절적 업무 종사자, 월급근로자, 3개월 미만의 수습근로자, 일용근자 및 2개월 미만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인 경우 등은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7. 마치며
대상판결은,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 기간 중 사용자와 건물주 등의 관리용역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그 근로자와 사용자의 근로관계도 해지되는 것으로 한다는 해제조건부 근로계약에 있어서 그 해제조건의 성취(근로계약 기간 중 관리용역 계약의 해지)는 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한 것이 아니고 근로관계의 해지사유(해고사유)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비록 하급심이기는 하나, 근로계약서 상에 계약기간을 위탁계약 기간의 종료 시까지로 정한 상태에서 위탁계약의 종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해지한 사건에서 “근로계약은 ‘아파트 관리업무가 끝날 때까지’를 계약기간으로 정한 유기근로계약에 해당하고, 아파트 관리업무의 한시적 성격과 관리용역업무의 성질, 계약서 내용 등에 비추어 근로계약관계가 아파트 관리업무 기간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한 만큼 이러한 기간의 약정은 유효”하며, 근로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근로계약이 당연히 종료된 이상 이는 근기법상의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그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해고예고도 필요 없다고 한다(2008.11.21 대구지법 2008고정744).
생각하건대, ‘기간’이란 어느 시점에서 어느 시점까지의 계속된 시간을 의미하고, 이러한 기간의 종료시점은 어느 정도 특정될 수도 있고 전혀 불확정적이지 않다면 어느 정도 부정기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탁계약 기간의 종료시점까지를 근로계약 기간으로 약정하였다면 이는 기간제법 상의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해당 판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의 경우에 사업이 완성되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사업의 완성을 통지한 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등의 특별한 규정을 두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와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문제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줄로 안다.
결론적으로 현행 노동관계법의 해석상, 근로계약 기간이 관리용역계약 기간(또는 파견계약 기간)으로 정해진 경우는 그 관리용역계약 기간 등을 근로계약 기간으로 볼 수 있으나, 근로계약 기간 중 관리용역계약 기간 등이 중도 해지되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규정은 근로계약의 해지사유를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 이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2002.1217, 근기 68207-3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