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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水 학년 終業式종업식
‘務本敎育무본교육’이란 무엇인가?
‘務本敎育무본교육’ 용어를 <속뜻사전>의 저자 전광진 선생님께서 만드셨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뿌리가 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논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용어를 처음 쓰시기 시작했을 때가 근 10여년이 된 듯한데 그동안 나는 이 용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만 있었다. 우선 ‘務本무본’과 ‘敎育교육’이 각각 무엇을 지시하는가가 분명하지 않아서 답답하기만 했던 것이다. 남들은 무심결에 좋다고 마구 쓰는데, 나 혼자 용어에 대해 이의와 질문을 제기하기가 껄끄러웠던 것이다. 더군다나 나의 교육관에 비추어보건대, ‘교육’은 아무데나 쓰일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전광진 선생님의 대강의 의도는 어휘력이 인간의 고등 사고력과 어문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여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된다는 의미를 한껏 담아 <논어>에서 ‘務本무본’을 가져오고, 가치어로서 ‘교육’과 결합시킨 듯하다. 선생님의 학문적 깊이에 따라 우리말의 한자어 어휘력이야말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게 다뤄져야할 내용으로 ‘務本敎育무본교육’으로 드날린 것이다. 구국의 결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십 수 년간 前無後無전무후무할 <속뜻사전> 작업을 감행하여 마침내 완성을 보신 것이다. 그 작업이 얼마나 힘든가를 대강이나마 조금이나마 느끼기에 나는 전 선생님을 우리나라 학계의 큰 어른으로 모실 수 있다. 선생님께서 펴내신 <속뜻사전> 3총사와 <선생님 한자책>은 ‘務本敎育무본교육’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서 이 땅의 모든 학도들의 손에 들릴 것이다. 여기까지가 무본교육으로 향하신 선생님의 자취다.
난 어릴 때부터 아둔해서인지 질문이 많았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해도 질문을 머릿속에 남기고 반추하는 버릇이 있다. 초임교사 때부터 교과서가 이상했다. 특히 국어교과서가 더 그랬다. 뭔가 내가 하고자 하는 국어수업과는 결이 달랐고 교과서가 내 수업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교과서는 이상했다. 한글전용정책이란 우민화 정책으로 겉만 한글일 뿐 속은 한자투성이의 우리말과 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어문 환경으로 인해 자세한 뜻을 모른 채 대충 넘어간다. 또한 교과서만 읽고 교과서에 부분적인 글짓기와 문제 활동을 국어활동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국어활동은 책을 깊이 이해하고(讀解독해), 원하는 주제에 대해 발표와 토론, 작문과 퇴고를 할 수 있어야한다. 국어활동을 교과서 활동으로 대신하고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교직생활 25년이 지나 이제야 자각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아둔한 자로다! 국어활동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수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어휘력이기에, 어휘력을 개선하는 활동이야말로 務本무본이요, 敎育교육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쏟기 위해서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무본이요 교육이 되어야 하기에 <속뜻사전>활용을 통한 교육이야말로 ‘務本敎育무본교육’의 정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글이라도 쓰려거든 자신의 어휘력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비로소 <국어사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어사전> 활용 없이 어떻게 어휘력을 신장하고 더 나은 국어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종업식을 맞아 감사의 편지를 전한다. 1년 전 자신의 어휘력과 작문 실력을 기억할까? 아무튼 아이들은 내게서 <속뜻사전> 활용교육과 작문 활동을 통해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자기 글로 표현하고 있다. 나 또한 아이들의 편지가 바로 ‘務本敎育무본교육’의 증명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이런 보람을 ‘속재미’로 표현하나 보다. 문득 대문호가 계속 자라나는 영국의 선생님들의 교직의 속재미가 어느 수준일지 궁금하다. 부지런히 가야한다. 갈 길이 멀지만 ‘천조꾸’하면 결국 이루고 계속 이룰 것이다.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