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청계고가 시시각각 스케치
[출처 : http://www.sportsseoul.com http://www.hankooki.com]
서울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 청계천 복원사업이 7월 1일 테이프를 끊었다. 이로써 70년대 이후 서울 도심 교통의 중심 및 개발독재의 상징물 역할을 해온 청계고가도로는 개통된 지 34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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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사업 착공을 하루 앞둔 6월 30일, 서울 청계천 일대는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들이에 나섰고, 젊은이들은 곧 사라질 서울의 명물을 디지털 카메라속에 담았다. 5060세대들은 헌책방이나 골동품 가게를 노크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흥정을 하기도 했다. 반면 그간의 생활터전을 잃어버리게 된 노점상인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북적거림 속에 마지막 아쉬움의 그림자가 스친 6월의 마지막날, 청계고가도로의 여운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 AM 10:00 '청계고가 폐쇄합니다.'
청계천 복원공사를 앞두고 30일 오전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추진본부 및 교통국 직원들이 청계고가도로 폐쇄를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광교쪽에서 청계고가로의 진입로에 '서울 green 청계천' '열심히 하겠습니다'란 문구의 큰 표지판이 붙어있다
▼ AM 11:30 '추억을 필름에 담아.'
철거작업에 들어가기 직전 청계고가의 모습을 담으려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문정기씨(24)는 "고가가 철거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 생활하는 모습, 그리고 건물들을 찍어 두려고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전쟁사진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중요한 자료가 되지 않느냐?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씨(사진 위)를 비롯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청계고가 아래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사진 위).
▼ PM 12:20 '날 그냥 내버려둬!'
낮 12시 20분쯤엔 삼일빌딩 앞 고가위에서 한바탕 자살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92년 4월 청계고가도로 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김모씨(40·언어장애 3급)는 사고 후 장애로 인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왔다. 청계고가의 철거 사실을 알고 사고 현장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으로 철거 하루 전날인 30일 사고 장소를 찾은 김씨는 "최근 아내와 별거하고 오갈 데 없이 찜질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났던 청계고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고 장소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PM 2:00 '청계고가의 구조물을 철거 시연회'
오후 2시부터 '청계천 복원공사 기공식'에서 청계고가의 구조물을 철거하는 시연회를 갖고 있다
▼ PM 2:00 '3대가 함께 걸으며.'
조카들에게 앞으로 영영 사라지게 될 청계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촬영에 나섰다는 장은희씨(34). 특별히 장씨 가족은 장영화 할아버지(68)까지 3대가 함께 청계천 나들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장 할아버지는 청계천이 복개되기 전의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던 청계천이었는데 고가가 생겨 이 도시에서 아주 유용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제 다시 복원한다니 깨끗해질 모습을 상상해보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장씨 가족이 한 레코드가게 앞에서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다
▼ PM 3:30 '우리 밥줄 책임져라!'
청계천에 물고기가 뛰놀고 푸른 잔디와 나무 사이로 산책길이 난다니 기쁜 일이긴 하지만, 청계고가를 따라 늘어선 황학동 벼룩시장의 노점상들은 마음이 답답하다. 수십년간 생계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왔는데, 하루 아침에 이를 잃게 된다니 막막하기만 한 것이다. 노점상인들이 장사를 접은 채 한쪽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위). 길가던 한 시민이 풍물시장의 보존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가, 사인을 하고 있다. 전 노총련 청계천 도깨비시장 노점상 연합회 회원들이 "서울의 명물인 청계천 시장이 세계속에 자리매김 할 수 있게 살려나가야 한다. 시장 보존을 위해 서명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 PM 4:00 '아버지의 이름으로….'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듯 폐허가 되어버린 황학동 삼일아파트엔 최근 부쩍 인적이 잦아졌다. 재개발을 앞둔 채 비어있어 청계고가의 모습을 담기엔 안성맞춤이기 때문. 7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 오르자 마침 이우성씨(37)가 둘째딸 현진양(7)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이씨는 "현진이가 길을 같이 걷는데 '왜 여기 집들은 다 무너졌냐'며 많은 것을 물어보더라. '내일이면 없어지니까 아빠와 마지막으로 와 본 것이다. 언니는 학교가야 해서 못 왔지만 넌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운이 좋은 것이다'하고 말해줬다. 지금은 무슨 말인지 잘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라며 딸 아이를 향해 렌즈의 초점을 맞췄다. 아버지를 찍어준다며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는 현진양 뒤로 청계고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 PM 5:30 '울고 있으면 뭐해?'
청계6가 육교에 자리한 노점상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당장 갈 곳도 없고, 새 곳으로 옮기면 단골들의 발길도 끊길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당장 D데이가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육교 아래서 30년간 장사해왔다는 정윤심 할머니(70)의 표정은 의외로 밝다.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 할머니는 "울고 있으면 뭐해?"라고 도리어 반문한다. 기분을 굳이 말로 표현하면 꼭 집이 없어지는 것 같단다. 사람 구경도 하고 돈도 만져보고, 밥도 먹고…. 집보다 더 편하게 느끼던 장소가 이제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걱정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지만 울고 있을 순 없어서 웃는 것이라며 "사진도 많이 찍어가고, 내 이야기도 꼭 써줘. 그래서 우리네 살길 좀 마련해 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줄 수 있겠어?"라고 당부한다. 정 할머니가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 PM 7:00 "청계고가 한번 달려볼래요?"
택시운전사 이장근씨(58)는 이날 특별히 손님들을 청계고가로 모셨다. 이왕 가는 방향이면 이제 없어진다는 청계고가를 달려봐야 하지 않겠냐며 제안했다는 것이다. 손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씨는 덕분에 개인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는 청계고가를 달리며 '찰칵!'했다
▼ AM 0:00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아 드디어 7월 1일 0시. 동대문 시장 부근에 사라지는 역사의 현장을 기념하기 위해 머물러 있는 차량들만 조금 있을 뿐 고가도로가 텅 비어 있다
청계고가가 폐쇄된 첫날인 1일 오전의 모습. 청계고가위 도로는 전면 통제가 이뤄졌고, 아래 청계천로는 양방향으로 2차선만 운행되고 있다. 도로의 정체가 극심하다. 청계고가가 폐쇄되고 이제 곧 그 모습조차 자취를 감출테지만, 그래도 아침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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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되는 청계천의 모습
| 2년 후 서울 도심 속의 생태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청계천 복원 이후 모습/서울시 제공 |
‘맑은 물이 흐르고 다양한 물고기와 식물이 서식하는 시민들의 휴식공간’
청계천이 복원되면 도심속 생태공간으로 탈바꿈해 서울의 명소가 될 전망이다.
복원구간은 태평로 입구에서 신답철교까지 5.8㎞ 구간. 하천의 폭은 6~25㎙. 수심 30㎝ 이상의 물이 항상 흐르게 된다. 하천이나 도로변, 호안 벽면 등지에는 폭 1.5∼3㎙의 산책로와 징검다리, 녹화ㆍ경관시설 등 녹지 8만3,000여 평이 조성된다. 또 총 3개 공구별로 나눠 21개의 다리와 2개의 광장, 18곳 이상의 테마공간이 들어선다.
태평로_광장시장(1공구ㆍ2㎞)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의 문화 중심지’란 테마에 따라 청계천 10경(景)이 들어선다. 상징광장(1경)은 중앙의 청운샘이 청계천의 물길을 열고, 조형물 천년잉어로 꾸며지는 시민참여마당과 조선후기 서울지도인 수선전도를 형상화 한 청계마당, 청계천의 미래를 표현한 시간광장 등으로 구성된다. 광교(3경)와 주변(2경)은 정월대보름 연등놀이와 신년 돌다리 밟기의 이미지를 담고, 판자촌과 토막골로 가난의 상징이었던 관철교 상류(4경)의 벽면은 목재판넬로 연출한다.
| 1공구 2경 수표교의 복원이후 모습/서울시 제공 |
이와 함께 시민이 벽면에 자유롭게 낙서그림을 그릴 수 있는 관철교 하류(5경), 고풍스런 성돌쌓기로 꾸며지는 수표교 주변(6경), 빨래하는 여인상과 수변데크가 마련된 빨래터(7경), 복개도로와 고가도로의 흔적이 남겨지는 관수교주변(8경), 청계천의 바람소리와 향기를 형상화한 세운교 주변(9경), 서식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배오개교 주변(10경) 등이 꾸며진다.
광장시장_난계로(2공구ㆍ2.1㎞)
역사(종묘ㆍ우시장) 문화(동대문시장ㆍ오간수교) 생활(황학동 주거지역) 등이 어우러진 2구간엔 평화시장 앞 패션광장(한류마당ㆍ3경)을 중심으로 ‘천변8경’이 조성된다. 오간수교와 버들다리 사이에 자리잡을 패션과장은 길이 100여㎙의 복개구조물을 유지해 만들어지는데 청계고가 도로 상판과 교각 25㎙가 남겨져 전망대로 사용되고, 그 밑엔 패션쇼 등이 열리는 야외무대가 설치된다.
| 왼쪽 2공구 천변1경 푸른내(옥류천), 오른쪽 천변3경 한류마당(패션광장) 복원 이후 모습/서울시 제공 |
주변엔 고사(高射)분수와 천변무대가 들어서고, 벽면프로젝터가 설치되는 등 패션관광지의 특색을 담는다. 훈련원로 부근 청계천의 지류가 합류하는 곳은 벽면에서 물이 흘러내리도록(벽천ㆍ壁泉ㆍ1경) 만들어지고, 우시장의 흔적을 벽화로 연출한 헛뫼(2경), 옛 징검다리의 흔적을 되살린 탁족여울(7경) 등이 눈길을 끈다.
난계로_신답철교(3공구ㆍ1.7㎞)
주거지역을 흐르는 하류부 3구간은 친수, 친자연, 자연체험 등 5개 테마별로 벽천, 징검다리, 습지, 생물서식지 등이 들어선다. 테마공간과 함께 해시계 앙부일기(모전교), 나비의 날개짓(나래1ㆍ2교), 시장의 천막(새벽다리) 등을 형상화 해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른 21개의 다리가 놓여져 청계천은 ‘아름다운 다리 전시장’이 된다.
| 왼쪽은 복원이후 3공구 벽천과 수변무대, 오른쪽은 3공구 습지원: 체험, 생물서식지, 습지 모습/서울시 제공 |
또 안개분수, 고사분수, 워터스크린 등의 조경시설과 공간에 따른 수중연출조명, 수목조명, 실루엣조명 등의 화려한 야경은 청계천을 새로운 도심명소로 만들 전망이다. 시민들은 하상과 하천변 도로에 만들어질 1.5~3㎙의 산책로를 따라 청계천의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며, 하천 양안에 14개의 둔치 접근로를 통해 수변까지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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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물 어떻게 흐르나
복원된 청계천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맑은 물이 흐르게 된다. 하지만 청계천은 물의 흐름이 끊겨 마른 하천으로 전락한지 오래. 청계천의 상류인 백운동천과 중학천은 계곡물과 빗물, 하수가 뒤섞여 함께 하수관로로 빠지도록 돼 있어 청계천으로는 자연수가 전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복원 이후 맑은 청계천을 유지토록 하기 위해 하루 9만3,700톤의 물을 인공적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즉 청계천은 자연하천으로의 복원이 아니라 인공하천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시는 중랑하수처리장에서 고도 정수처리된 물과 지하철역의 지하수를 하천에 우선 공급하고 향후 수질을 유지 관리하는데 필요할 경우 한강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랑하수처리장에서 끌어들이는 물은 하루 7만1,700톤. 이 물은 청계천 밑에 매설된 새 관로를 통해 펌프로 뿜어져 태평로의 시점 부분에 6만3,200톤, 동대문부근에 하루 8,500톤씩 방류된다. 중랑하수처리장에서 문제가 생겨 수질을 보완해야 할 경우 잠실대교 부근 자양취수장에서 한강물을 끌어들여 중랑하수처리장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공급된다.
지하철역사에서 나오는 지하수에서도 하루 2만2,000톤이 공급된다. 시내 대부분의 지하철역에는 전동차가 다니는 터널 주위에 지하수를 모으는 집수정이 있다. 이 집수정에서 청계천까지 직경 30㎝의 관이 연결돼 지하수가 공급된다. 청계천 주변의 광화문역, 종로3가역, 동대문역 등 15개역이 청계천 물 공급 담당을 맡게 된다.
여기에 북한산과 인왕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받기 위해 백운동천, 중학천에 오수, 우수 분리시설을 설치, 자연수를 일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의 인위적인 물공급 계획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하천 복원’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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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고가 마지막 모습(10시간 연속촬영)! ESC누른후 클릭!
청계천 복원 이렇게 이루어진다! ESC누른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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