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모든 지역에서 의무로 지내는 축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고스마와 다미아노 성인을 교회가 기념합니다. 이 두 분은 형제로 약사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튀르키예 출신으로 다양한 전설 속에서 추앙을 받는 분들입니다. 이 두 분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형제가 세례를 받는 경우 세례명으로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신앙에도 모범이었고 자선에도 모범이었고 순교에도 모범이었던 분들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두 개의 동사가 우리의 눈길을 끕니다. “찾아오다”(루카 8,19)와 “가까이 가다”(루카 8,19)라는 말입니다. 예수님을 찾아 나서는 것은 누구나 쉽게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분 가까이 가는 것, 그분을 발견하고 그 곁에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길은 의지만이 아니라 말씀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 독서의 말씀을 보면 하느님의 말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유다의 원로들은 성전을 겨우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민족의 방해가 극심했기에 페르시아 왕가의 힘을 빌려서야 완성한 것입니다. 그들은 이 봉헌식을 제일 먼저 거행하는 데 있어서 율법을 읽고 그대로 하였습니다. 율법은 단순한 법령집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고, 살아갈 길이 기록되어 있으며, 거룩함으로 나가는 길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왕국이 멸망한 이유는 바로 이 율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들은 다시는 망하지 않도록 말씀의 근원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의 근원은 글로 쓰인 규정만이 아니라 말씀이 담아 놓은 근본적인 정신, 즉 하느님만을 섬기고 사람을 겉이 아니라 속으로 사랑하라는 정신인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배에서 돌아와 그 힘든 이민족과의 갈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몸으로 이 말씀을 이해하고 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마침내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살아내기로 약속하며 새롭게 된 이스라엘 사람들은 비로소 음식을 먹습니다. 사제와 모든 백성이 말씀으로 정결례를 치르고 비로소 파스카 제물을 먹으며 구원자 하느님께서 주신 자비의 식사를 만끽합니다. 말씀과 식사.... 우리들의 미사와 같지 않습니까?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비전동성당]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