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마을 이야기를 읽기 전 책 겉 표지 앞, 뒤를 먼저 보았습니다. '재생종이로 만든 책'이라는 문구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숫가마을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쓸데없이 낭비되는 종이가 많고, 그렇게 소비하며 나무들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베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종이를 재가공시킨 재생종이로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있어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노는 도중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때 즈음, 엄마가 찾아오거나 창문 밖으로 밥을 먹으라고 집에 들어오라는 말은 한 번씩은 꼭 들어봤을 것입니다. 호숫가마을은 이러한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마을, 현재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아이들이 하는 일의 비중이 꽤 큰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현수막을 들고 환영하는 것처럼 책을 들고 기다리는 것, 젤리 사먹을 돈과 피시방 갈 돈을 아껴 모금함에 넣는 것, 저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 위해 전화상황극을 한 후 통화를 한 것, 저자에게 손편지를 쓴 것,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저자와의 대화 장소를 물색한 것, 행정실에 찾아가 강당실을 빌린 것, 저자에게 차를 대접한 것과 같이 사회사업가나 지역사회가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한 것이 인상깊었다. 복지요결을 읽은 후 호숫가마을 이야기를 읽었는데 복지요결에서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당사자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사업가다.’ 전체적인 틀은 제공하되, 그 안의 내용은 아이들이 해낸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마을에서 책을 읽는 모임에서 책을 읽다가 스무 살 품었던 꿈이 20년이 지난 후에 펼쳐졌다는 것 또한 굉장히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특히 대본을 읽으며 아나운서를 꿈꾸셨던 이웃 분의 감정이 제 마음에까지 전해져 처음엔 코가 매워지더니 점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꿈을 20년이 지난 후에야 책을 읽으며 다시 꺼내게 될 줄 어느 누가 알까요. 그 감정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곳곳에 이웃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은 굉장히 따뜻한 느낌일 것 같고 저도 호숫가 마을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이버지도에 검색해보니 호숫가마을은 집에서 3시간이 걸리는 걸 알수 있었는데 꼭 가보고 싶습니다. 가게 된다면 호숫가마을도서관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을 하니 일요일과 월요일은 피해야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호숫가마을의 저자가 호숫가 마을의 이웃이자 호숫가마을도서관의 관장님이란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책을 쓰시는 분인지, 호숫가 마을로 인해 책을 쓰시게 된 건지, 어떠한 계기로 책을 쓰시게 된 건지에 대해 호기심이 들었고 언젠가, 저도 호숫가 마을의 아이들처럼 한 번 '호숫가 마을 이야기' 저자이자, 호숫가마을도서관의 관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이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여행의 전체 계획을 맡은 건 처음 보는 것이라 정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각각 교통, 식사, 숙소, 회계 등등 과업을 나누어 맡았는데 이게 바로 아이들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이끌어 가는 여행이구나 라고 느꼈다. 이 여행은 아이들에게 오래오래 남을 기억임을 확신했습니다.
호숫가마을에서의 실습도 실무자를 보조하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부터 평가하는 것까지 실습생이 직접 진행한다는 사실에 이 곳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생태관에 보낸 공문을 엉터리로 써서 부끄럽게 했다던 고마운 댓글들을 보는데 한 사람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제 상황이 된다면 실수를 했다는 상황이 굉장히 부끄러울 것 같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성공을 향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모두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이 문장 또한 인용하고 싶습니다.
'어느 분야에서 무슨 사업을 하든 배운 사람은 먼저 문헌을 살펴야 한다합니다. '문'은 글이고 '헌헌은 사람입니다. 전문 도서와 실무 매뉴얼 들을 연구하고 같은 분야 경험자에게 자세히 여쭈어가며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문장을 보고는 실습을 진행하며 제가 모르는 실무의 부분은 경험자에게 여쭈어가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친해지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아이에게 예를 갖춰 대하고, 잘 듣고, 키 차이가 난다면 몸의 자세를 낮추고, 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둘의 시간이니 전화나 문자가 와도 이야기에 집중하고, 중요한 연락이면 먼저 양해를 구하고, 침묵은 기다려주고, 잘 묻고, 떠보지 않고, 의논하는 것. 그리고, 아이를 대한다고 아이같은 모습으로 대하는 것보다 '나'의 모습으로 대하기. 솔직하게 대하기. 문제보다는 강점에 집중하여 대하기와 같은 것을 머릿속에 새기고 아이를 대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친구와 함께 있을 때도, 친구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니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처럼 아이가 아니더라도 어느 누구를 대할 땐, 나는 지금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있고, 누구의 이야기에 집중해야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이 싸울 때도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배웠습니다. 함부로 판단하고 개입하면 그것이 더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싸움과 관련 없는 이야기로 돌리려하거나, 정중히 부탁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호숫가마을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는 제 마음이 꽉 채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호숫가 마을 이야기라는 책도 호숫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꽉 채워져있습니다. 아이들이 주도하지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실무자는 아이들을 보조하는 것이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당사자와 지역사회, 관계, 영향을 끼치는 생태를 살피는데 초점을 두고, 활동을 즐기고, 조급하기보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그 여유로 사람을 챙기자고 머릿속에 하나하나 새기자고, 생각보다 행동으로 옮기자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기 전 겉표지 뒤에 있는 '재생종이로 만든 책'이라는 문구가 제 눈에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책을 모두 다 읽은 후에는 이런 문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환경을 보호하고,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회사업하자는 뜻을 담아 단아한 멋이 나는 재생종이로 만들었습니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 글자 크기를 조금 작게, 문단 간격도 조금 좁게 편집했습니다. 읽을 분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책을 내면서도 이 글이 나무의 생명과 바꿀 가치가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중심에 서는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한 사회사업이란 뜻을 책 만드는 과정에도 도려내고 싶었습니다'
이를 읽고,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재생종이로 만든 책이라는 문구를 읽을 때부터 이 문구 자체가 의미있다고, 책을 쓰신 분께서 재생종이로 책을 만든 것에도 뜻이 있으시구나란 것을 읽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나서도 '역시' 싶었습니다. 호숫가마을이야기는 책의 내용,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모두 의미가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며 여러 아이들의 이름들이 나오는데 앞에서 보았던 그 이름들이 나올 때마다 아는 사람을 본 것 마냥 반가웠습니다. 기억나는 이름으로는 동건, 승주, 준희, 해솔, 호운, 솔, 성민이가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라는 기대감도 들었습니다. 아이들 중 특히 동건이가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 모험심이라는 강점을 가진 동건이는 북극곰의 영상을 보고 에어컨을 틀지 않고 여름을 버티고, 비가 오는데도 걸어가자는 강한 마음 또한 가지고 있어 어린 아이에게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저는 호숫가 마을을 읽으며 책 안에서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따뜻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호숫가 마을을 가고 싶어지게 하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지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한채원 님 안녕하세요.
채원 님은 일요일과 월요일에 오셔도 만나고 싶습니다.
채원 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호숫가마을이야기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 새롭게 생긴 이루고 싶은 점 등 얻은 것들이 많습니다.
호숫가마을의 이야기를 써주셔서,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날 때 언제든 꼭 가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