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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토요일 하루종일 비
기상청 예보대로 아침부터 비가 쏟아집니다.
새로 생긴 나의 애마는 너무 나이가 많아,
창 틈으로 비가 들이치고
윈도 브러쉬는 부드럽게 양손을 흔들어 대다가도 뭐가 불만인지 한 번씩 둔탁하게
‘뜨악’하고 뺨 때리는 소리를 내니 경기가 날 정도입니다.
어제 인터넷으로 확인한 경매 물건들을 조사하러 비를 뚫고 달려갑니다.
안덕-한경-한림-애월-제주-조천 순으로, 서귀포 서쪽에서 제주시 동쪽 방향까지
타원형 제주도의 반경을 가로지를 생각입니다.
안덕면 감산리에 갔더니 보기에도 90은 넘어 보이시는 귀가 어두운 꼬부랑 할망이 나오십니다.
질문은 전혀 못 하고 외투만 젖은 채로 물러났습니다.
비바람이 거세집니다. 앞유리 창은 뿌옇게 서리가 앉고 ,
연신 닦아내며 운전을 해야 하니 날을 잘못 잡은게 아닐까? 하는 근심이 엄습합니다.
모레(월)면 올라가야 할 집사람과 같이 하는 마지막 답사이니 도리가 없었습니다.
전혀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지만 , 그래도 옆에 앉아 있으니 든든합니다.
한경면 두모리의 밭(600평)을 둘러 보았습니다.
두모리 포구의 해안가에 위치한 땅이라 고민의 대상이 될 듯합니다.
바람이 점점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
차를 몰아 북서쪽으로 더 전진합니다.
한림에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빌라를 보았습니다.
22평형이었는데 경매 개시금액의 49%(3차)라 도전해 볼 만 했습니다.
202호로 가서 문을 두드려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이 있었습니다.
50 초중반의 아저씨가 팬티 바람으로 놀래서 쳐다 봅니다. 민망스러웠으나 기왕 그리 된 거, 정보 하나라도 건져가야겠지요?
거주 5년차인 아저씨는 4차에나 도전해 보겠답니다. 가격이 그 정도 되어야 적정하다는 거지요.
건축 완공 20년이 다 되어가고,
날림 공사로 창문 틈이 벌어져 있어 북서풍이 불어 오는 겨울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춥다는 이야기를 강조합니다.
제가 보기엔 베란다 양 쪽에 유리 덧문만 달면 그나마 괜챦을 듯 합니다.
(협재해변에 있는 햄버거 집, 비추 ㅜㅜ)
(을씨년스러운 해변가에 청년들이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이채롭지만 휴대폰엔 담기지 않았습니다.)
다시 북쪽으로 차를 몰아 가다가 올레 길에서 보았던 햄버거 집에 들렀습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서 출출했기 때문에, 2인용 햄버거를 주문했습니다.
먹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구매 비용 15,000원은 솔직히 아깝단 생각이 듭니다.
비가 몰아치는 협재 해변에 사람들이 나와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추워 보였는데 역시 젊음은 무모한 도전도 두렵지 않은 모양입니다.
서해아파트(이도이동)에 들려봅니다. 사람이 없어 내부는 확인하지 못하고 관리실에 가 봅니다.
밀린 관리비는 없었지만, 2차까지는 진행될 듯한 물건입니다.
다시 삼양동으로 이동....
신축 빌라(32평형, 4층)를 살펴 봅니다. 위치와 내부, 모두 맘에 들었습니다.
헌데 내용이 다소 복잡합니다.
조사보고서엔 3층과 4층 모두를 매입하고 잔금만 7,000만원 정도 남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네시가 넘어가고, 하르방 형님이 알려 주신 서우봉 해변의 빌라를 살피러 함덕으로 달려갑니다.
유치권(가구당 700만원)이 설정 되어 있지만, 24평형 신축이고 제주시에서 멀지 않아
취득할 수 있다면 앞으로 제주에서 사는데 집 걱정은 안해도 될 만한 건물이었습니다.
(하르방 형님이 살고 계시는 곳 주인집 강쥐,
비를 맞으면서도 반기는 표정이 애처롭습니다.
문턱을 넘고는 싶은데 망설임이 가득합니다.)
피곤이 몰려 옵니다. 눈꺼풀이 살포시 감깁니다.
수화기를 통해 흘러 나오는 졸음 섞인 하르방 형님 목소리에 취했나 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셔야 졸음과 추위를 떨쳐 버릴 듯 합니다.
일상처럼 형님 집에 들러 이런 저런 보고(?)를 마치고, 조언을 들은 뒤 숙소로 향합니다.
내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하고서...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려 옵니다.
5월 23일 일요일 종일 오락가락 비...
집사람은 감기가 다 나아갑니다. 반증으로 제가 감기를 앓게 되는 저의 가정사가 16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 파이프에서 흘러 나오는 물줄기처럼 콧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어제 무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제주에 내려온 지 한 달 하고 17일, 피곤한 날도 있었지만 이렇게 몸살 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8코스 올레를 한다는 집사람을 월평동 송이슈퍼 앞에 내려주고, 중문에 있는 약국을 뒤집니다.
일요일이라 중문동 중심가 차도 변의 약국은 거의 휴무, 수소문을 한 끝에 한 군데 문을 연 곳을 발견하고 감기약 이틀 분을 사 들고 숙소로 다시 옵니다.
심혈관 확장제와 고혈압 약을 장복하고 있는데 알약 2개가 추가됩니다.
온 몸이 병동이라는 형님의 핀쟌(?)이 떠 오릅니다. ^^.
실은 양 손 바닥에 주부습진과 유사한 피부이상이 생겨 복용하고 있는 약까지 더하면 그런 말씀은 당연한 것일 겝니다.
지친 몸으로 점심 약속을 지키기엔 무리라고 판단,
문자로 형님께 취소 요청을 전하고 인터넷 귀농2기 카페에 나와 있는 정보를 살펴 봅니다.
위미리에 120만원 짜리 방이 나와 있다는 내용이 눈에 번쩍 뜨입니다.
아픈 건 뒤로 하고, 서둘러 달려 가 보았습니다.
허나,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조립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합판을 몇 장 덧댄 듯한 벽이 겨울을 지탱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 집에 사셨던 분들도 지난 겨울 추위에 엄청 고생했다고 하니 더더욱 결정이 어려웠습니다.
실망이 몰려오니 맥이 빠져, 온 몸의 기운을 다 소진한 듯 두 다리로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숙소로 돌아오기 아쉬워, '오일장' 신문에서 보았던 쇠소깍 근처(남원읍 하례리)의 보증금 300만원에 년세 200만원 짜리 집을 점검해보고자 통화를 시도합니다.
주인이라고 전화를 받으신 분이 제주에서 넘어가고 있으니 한 시간 정도만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망설임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알았노라고 답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남원읍 위미리의 다른 집을 살펴 보았지만 여전히 실망스럽습니다.
결국 오늘은 휴식을 취했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네시경, 올레를 떠났던 집사람은 대평리 포구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있다고 전화가 옵니다.
함께 동행하지 못한 미안함이 밀려오고, 결실은 없고..
보말을 잡아와서 죽을 끓여 주는 집사람의 마음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5월 24일 월요일 맑음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쉬 자릴 털고 일어날 수 없습니다.
오늘 귀경하는 집사람은 반찬을 만들어 놓고 가야겠다고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함덕에 신구간까지 120만원 년세를 받는 2층(방2,거실,욕실,화장실,주방)집이 나온걸 교차로에서 보고 숙소를 나섭니다.
집사람이 가기 전에 집을 구한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기대를 저버리고 제주시에 진입을 하는 순간 문자가 옵니다. 방나갔습니다라고.
우울했습니다, 정말.
남은 시간 동안 제주시에서 다른 집을 찾아 보지만 신구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 몰랐습니다.
7시 15분 비행기에 몸을 싣는 집사람을 배웅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대학시절 과 동기가 대정읍 상모리에서 커피하우스를 오픈했다는 사실을,
집사람이 비행기에 타기 전 통화를 하며 알았습니다.
어언 7-8년은 족히 된 것 같습니다, 그 동기하고 통화한 것도.
밤길을 달려 가 보니 송악산 못미쳐 해안가에 있는 ,
게스트하우스 ‘사이’ 2층에서 이번 달인 5월 1일에 문을 열었더군요.
학창시절 그 친구는 몹시 와일드해서, 커피를 볶고, 내리고, 서빙을 하는 직업을 하게 될 거라곤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일입니다.
기실, 저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요.^^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서로 놀래서 한 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서도 얼굴 보기 힘든 사이였는데 이 곳 제주에서 해후할 줄이야...
한찬 한 .일 전 축구가 진행중이었지만 근황을 묻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친구가 내려 준 커피는 일품이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으니 오늘은 헤어지기로 합니다.
시간이 10시가 넘었군요.
(피곤해서 흔들렸습니다. 서 있는 사람이 친구입니다.) ( 직접 내린 원두커피.향취를 전할수 없어 죄송합니다.)
5월 25일 화요일 맑음
찌푸둥한 몸을 추슬러봅니다.
오늘은 필히 과수원 방제 작업을 마쳐야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로 귀경해야 하는 친구의 가재도구도 인수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집을 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오전 9시에 전화로 과수원에서 형님 내외를 만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서홍동과 중문동의 집 두 곳을 급히 살펴봅니다.
서홍동은 맘에 들었지만, 옆 집 사시는 분이 비싸게 내놓았다 하시고.
중문동은 정말 좋아 보였지만,
수도 밸브 하나가 누수현상이 생겼는데 주인하고 통화해 보니 고쳐주겠다는 소릴 하지 않는군요.
이러다가 가재도구 인수해도 쌓아 놓을 곳이 없겠구나 싶어집니다.
과수원으로 가 보니, 형님이 보르도 액과 기계유제를 섞고 계십니다.
송구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부랴부랴 분무기를 잡아 들고 방제액을 살포하는 순간,
중간 밸브에 막아 놓은 곳에서 방재액이 분수처럼 솟구칩니다.
맥가이버(?) 형님이 이음 작업을 간단히 해치우고 , 분무 작업을 다시 해보지만 이었던 부분이 또 말썽입니다.
적절한 이음 작업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수업 시간과 이삿짐 옮겨야 하는 시간이 맞물려 방제 작업을 내일로 미루기로 결정하고 농기원으로 자릴 옮깁니다.
집 구하는 문제로 요즘은 수업 듣기가 너무 힘듭니다.
지도하시는 분들과 동기들 보기 민망합니다.
그럼에도 출석을 하자마자 , 귀농 동기 반장의 트럭을 빌려 애월로 출발합니다.
처음으로 앉아 보는 트럭 운전석이라 다소 생경합니다. 스틱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이 없음 잇몸으로 사는 법이니 적응할 밖에요.
가는 도중에 집사람하고 통화해서 법환동 단독 주택으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가격 때문에 두고두고 후회할지라도,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깔끔함, 그리고 넓은 마당과 텃밭이 있다는 점, 독채라는 장점을 위안삼아 1년을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몽롱해져 옵니다.
오랜 시간 이어온 고민의 결과를 좇아 오는 허탈감에 감기약이 치명타가 됩니다.
싱글 침대, 이불과 베개, 세탁기, 냉장고, 밥상, 온풍기, 프라이팬 및 냄비, 접시와 그릇, 빨래 건조대, 작은 수납장, 간이 옷 걸이대, 심지어는 쌀과 김치 약간을 포함한 부식과 세재류.... 그 친구가 사용했던 물품 중에 쓸만한 건 모조리 차에 실었습니다. 식탁과 tv, 옷장 정도만 있으면 부족함이 없을 듯 합니다.
5시, 막노동을 하고 있다는 그 친구완 서울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아쉬운 이별을 고합니다.
부디 잘 살아내길.....
이젠 법환동 집을 계약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트럭 주인인 반장에게 이삿짐 하차 도움을 청하고, 집주인 할망을 기다리며 이삿짐을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계약도 하기 전에 짐부터 들이는 경우가 어디 있냐 하시는 언쨘은 목소리도 자장가처럼 노곤한 몸을 휘감습니다.
경황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날입니다.
계약을 마치고 짐만 들여놓은 채로 숙소로 가는 길에 살펴보니 계약서가 안 보입니다.
황망히 여기저기 살펴 보고, 중개인한테도 물어 보지만 어디에서 흘렸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이없음에 온 신경을 모아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도통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 봐야겠다고, 감기약 때문이라고 치부하며 숙소에 도착하니
아까 애월에서 받은 제주시 고원장 선배의 전언이 생각납니다.
모임을 하니 인사를 하러 오라는.....
지친 몸을 고추 세워 운전대를 다시 잡습니다.
술자리인지라 한 잔 만 들이켜도 대취할게 분명했음으로 대리비를 뺏어서라도 숙소에 복귀할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제주시에 도착하니 9시. 오랜만에 보는 학교 선배가 보입니다.
물경 20년은 된 것 같습니다. 반가움에 피로가 조금은 사라집니다. 농민회 활동을 하는 친구와, 관련 강의에 나가고 있는 여성 교수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제주살이에 대한 조언을 경청합니다.
귀농이건 그 무엇이건 실패하길 두려워하지 말 것을 주문받습니다.
한편, 마음을 얻기 위해선 제주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 귀농 성공을 위해 농민회에 가입하라는 주문이 이어집니다.
힘들고 지친 마음에 따끔한 충고로 위로를 마다 않는 분들이어서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자정이 넘어 1시가 되어 숙소에 복귀합니다.
아이구!!! 방제 작업 마무린 언제 하누?
5월 26일 수요일 맑고 늦은 밤에 비
6시 15분.
여전히 무거운 몸을 털고 일어나기 힘이 듭니다. 숙취도 사라지지 않고...
몇일은 피곤이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아!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로미오와의 통화가 떠오릅니다.
이번 주말에 몇몇 유력한 분들과 다시 오기로 했답니다.
와서 창고 부지와 사업장 ,거처를 결정한다고 하네요.
내가 정신이 없음으로 인해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8시, 법환동 381-1, 이제는 내 집이 된 곳으로 갑니다.
어제 통화했던 도배일꾼이 그 시각에 온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르방 형님께 오후에 만나서 방제 작업을 하자고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우전방에서 본 집. 쌍둥이 모양 2실) ( 집 옆의 우측 텃밭)
( 마당 앞에 있는 제일 큰 텃밭입니다.)
(마당 앞에 있는 다용도실 및 화장실) ( 다용도 실 옆에 있는 화단 및 텃밭 )
찐드기처럼 떨어지지 않는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갑니다.
서귀포는 병원들이 구서귀포 1호 광장 부근에 몰려 있습니다. 확실히 서울과는 많이 다릅니다.
따가운 햇살에도 으실으실 한기가 느껴집니다.
객지 생활의 피로가 많이 쌓였나 봅니다.
간호사에게 따갑지 않은(?) 주사를 요구하여 한 방 맞고,
숙소로 가서 잠시 쉬려고 하는데 점심 시간이라 밥 먹자는 도배 아저씨의 콜이 옵니다.
정말 쉬고 싶었습니다. 죽기보다 가기 싫었습니다. ㅜㅜ
그래도 어쩝니까? 혼자 일 하러 온 그 양반 처지가 나와 뭐 다를게 있나 싶기도 하고.
바로 달려가 중국집에 자장면(난 짬뽕)을 시켜먹고 나서 도배 뒷정리를 하며, 부려놓은 이삿짐의 자릴 대충 잡습니다.
바닥에 남겨 있는 도배지 조각들은 굳더라도 물기가 촉촉이 남아 있는 걸레질을 하면 잘 닦인다고 하지만,
쉬면서 시간을 죽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삿짐 정리는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나고, 과수원 일을 약속한 2시는 다가오는데 도배는 끝이 나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상을 쓸 수도 없고, 마무리를 기다려 바닥 뒷정리를 하고 나니 3시....
먼저 일하고 계실 형님 내외가 오늘은 순조로우실 거라는 기대를 하며 과수원으로 달려 갑니다.
헌데, 1/4 정도 작업을 하시다가 호스가 다시 말썽을 부려서 손을 보고 계셨습니다.
이골이 나신 터라, 이음 작업은 금방 끝나고 분무기를 잡은 손에 힘이 실립니다.
초보 농군의 서투름은 기어코 방제 농약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쓰게 합니다.
하다가 보면 또 새어 나오는 곳이 있어 땜질을 반복하길 4시간여.... 7시 정도 되어서야 마무릴 합니다.
물론 쪽밭(200평) 과수원으로 연결되는 분무호스도 새어 나오는 곳이 6군데 나 되어 다음에 하기로 미루고 말았습니다.
내일 아침엔 가뿐히 일어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5월 27일 목요일 약간 흐리고 맑음
목이 잠기고, 콧 속이 답답한 걸 보니 아직은 감기란 놈이 안 떠난 모양입니다.
7시 쯤 일어나 아침을 해결하고, 농약 묻은 옷가지와 침대보를 세탁합니다.
오랜만에 시간이 났기 때문입니다.
빨래를 널고 밀린 일기를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데, 사)일하는사람들 김경환 대표가 9시 25분경 전화를 걸어옵니다.
생선액비 작업장에 학습삼아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집 정리에 대한 고민은 제쳐 두고 , 쉽게 경험할 수 없을 현장이라고 판단하여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답합니다.
구서귀포 동홍동 홈플러스 옆에 있는 일하는사람들 사무실에 도착하니 10시가 채 못되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마치고 표선 상대리 작업 현장으로 가면서 상황 브리핑을 듣습니다.
사)일하는사람들은 자활공동체들이 회원으로 참여한 사회적기업으로, 태동 시절부터 액비 제조작업이 시작되었으니 7년 여의 업력이 있었습니다. 일명 아미노산 액비로도 불리는데, 거름 역할은 물론 해충기피(방제효과) 기능까지 하는 우수한 친환경 비료였습니다. 의외로 작업공정은 간단하여 생선(대가리,내장,뼈)부산물과, 당밀(EM먹이),EM,물을 70:16:2:12 정도의 비율(정확치 않음)로 밀봉하여 1년을 숙성시키면 약간의 찌거기와 함께 액비가 생성된다고 합니다. 일부 친환경 농가에서 자체 생산해서 밭을 기름지게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사)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급여가 작은 관계로 적응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작업자들을 고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상대리로 가는 도중에 생선 부산물들을 수거하고 작업 현장에 도착, 부산물들을 포장하고 있는 비닐을 벗겨내는 작업을 해 봅니다. 그다지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간혹 얽힌 상태로 냉동된 것들이 섞여 있어 다소 애를 먹었습니다.
(냉동 생선 부산물 비닐 제거 작업) (1000L 통에 담긴 냉동 부산물)
(1000L 저장 통에서 액비 뽑아 내기)
(수산업체에서 생선 부산물을 싣기 직전) (혐기성 미생물(EM)이 분해 작업중인 1000L 저장통)
만들어 놓은 액비를 20L 말통에 담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처음 맡아 본 액비의 냄새는 그다지 고약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경험자들은 입고 있는 옷은 물론 말통 주변에 묻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갓 졸여낸 간장 냄새라고나 할까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제 잘못을 깨닫기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폐부를 찔러오는 듯한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엽채류엔 700-1000 배 정도 희석을,
감귤 나무에 강하게 사용하더라도 500 배 희석을 하면 된다는 설명이 이해가 되는 순간입니다.
만들어진 액비를 담아 들고 EM 센터에 납품을 하는 길에 동행을 합니다.
육지부에까지 EM 센터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었습니다.(35000원/20L)
김 대표는 조만간에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자동화 공정(교반기 정도)으로 대량 생산을 하게 된다면, 지
금 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공급하여
농민도 살고 땅도 살고 소비자인 국민도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 받을 수 있을거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꿈이 실현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믿으며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첫댓글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있었네요. 항상 건강하게~~~
너무 활동량이 많은 것 같아요^^
정착 초기라 그냥 마음만 바쁠 뿐이지요. 건강 항상 유의하겠습니다. ^^
법환동 집 좋아 보입니다. 행복하시길~~~~~
감사합니다. ^^
점점 더 광범위 해지는 영역이보입니다 한경리엔 제친구도 감귤밭밀고 펜션을 하는데 아호 연락도 제대로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