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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암산 |
높이: 961.7m
산의 특징:만수계곡에서 들어가면 쌍봉의 육산처럼 보이지만 문경시쪽에서 보면 암봉임 산행특색:계곡산행과 능선산행 병행 식생:산입구에 소나무숲, 개울옆에도 소나무 숲이 이어짐. 조망:억센 월악산 봉우리들,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조령산에서 흘러온 대간이 부봉을 지나 다시 흘러오다가 하늘재에서 가라앉는 광경이 전개된다. 산행시간:5시간(최대한 여유있게 산행) 산행일자:97.12.21일 |
12월 초순 몰아부쳤던 강추위는 열흘남짓 해동이 되는 듯 푸근해져 오늘 오르기로 한 만수계곡의 물의 수량이 붓고 투명하고 푸르게 만들어 놓고 있다. 만수계곡은 넓은 화강암 암반이 발달한 계곡이다. 개울의 거의 30%(추정)를 이 화강암 암반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계곡바닥에 소나무가 많고 만수봉쪽에 발달한 단애와 단애위의 소나무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만수계곡에 물소리가 또렷하고 봄바람을 연상케하는 바람이 청솔가지를 흔들어대는 아침의 송림속 개울옆길은 참말이지 상쾌함과 정갈함의 극치였다. 청솔숲, 투명한 계류, 큼직큼직한 화강암 바위가 그득한 개울, 와폭으로 점철된 노송아래의 수렴같은 물의 모양, 주변의 나목 숲으로 덮인 산복,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얼음기둥 등을 보면 겨울산의 아름다운 아침풍경이 시리도록 가슴속으로 젖어드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겨울에도 기를 쓰고 산을 오르려는 것은 이런 상큼한 겨울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수골옆 만수휴게소에 차를 대놓고 만수계곡으로 들어가면 만수봉쪽 산복에 단단하게 형성된 억센 화강암 단애가 보이고 단애위엔 송림이 우거져 있다. 만수봉쪽 뿐 아니라 만수계곡 바닥에도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는 키도 크고 수피는 적색을 띠고 있어 적송임을 알 수 있다. 물이 맑고 화강암이 많고 청송이 우거진 것은 모두 서로 상관관계를 갖는 요소들이라는 것을 설악산의 장수대 부근 계곡 같은 데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만수골을 들어가면 넓은 공터(여름엔 초본류가 무성할 것이다)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2시방향으로 포암산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개의 봉우리로 되어있는 포암산은 하늘재쪽에서 바라볼 때의 대슬랩 등 바위라고는 보이지 않은 육산으로 순해 보이기만 한다. 만수봉이 하얀 바위로 갑옷을 두른 듯 위세가 당당한데 비하면 포암산은 유순하기만 하다. 포암산의 두 산은 왼쪽 봉우리가 960미터, 오른쪽 봉우리가 961.7미터이므로 멀리서 보면 마치 같은 높이의 두개의 봉우리처럼 보인다.
송림속을 조금 걸어 들어가면 소나무숲으로 가려져 있던 쇠락바위로 구성된 단애들이 보이고 단애아래엔 요새 새로 놓은 다리가 보이고 다리 오른쪽으로는 와폭으로 쏟아져내리는 투명한 계류와 그 아래 형성된 푸른 소를 볼 수가 있다. 이쯤에서도 만수계곡은 가경을 연출하고 있다. 시원한 폭류가 개울에 그득한 큰 바위 사이를 비집고 흐른다. 잎이 생생한 소나무가지는 개울위로 깊은 계곡을 배경으로 푸르고, 연무에 휩싸인 나목숲으로 치장한 일부의 산복은 희뿌옇게 보이는 도시의 빌딩숲 매연과는 달리 오히려 산의 정기처럼 보인다.
여느 산과는 다른 월악의 매력이 이미 절반이상이나 선을 뵌다. 들어갈수록 송림은 더욱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듯하고 다리를 지나면 너럭바위에서 떨어진 물이 만들어낸 넓은 소에 물이 남실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길은 거의 평탄하여 봄, 여름 산책을 하기에도 적당한 곳이 만수계곡이다.
두번째 다리를 지나면 자동우량 계측 장치가 나오고 그 옆으로 늙은 소나무아래 깊고 넓은 소가 하나 자리잡고 있다. 산의 정수를 모은 듯 투명하고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맞은 편은 사철 응달을 이루고 있지만 중간중간에 물이 흐르다 얼어 있는 높지 않은 단애가 형성돼 있어서 소는 더욱 운치가 있다. 그 물을 보고 있으면 물의 작은 요소들이 생생히 살아 있는 것 같다. 손으로 떠서 물을 마신다. 골짜기에서 어물거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 거기 물이 좋구만." 이 정도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 골짜기는 높은 산이 없으면 깊지 않다. 그 물은 넓고 투명하지 않다. 넓은 암반이 있고 깊은 소가 있으면 산위에는 대개 큰 슬랩과 넓은 바위가 있다. 산의 전모가 그 물속에 녹아 있다고 봐야 한다. 산행길에 언제나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버릇처럼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진--정상에서 본 월악산
이 암반위로 물이 비단결처럼 곱게 그리고 투명하게 흐른다 싶고 길이 조금 언덕을 오른다 싶을 때 개울을 건너 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은 포암산으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조금 올라가면 산죽밭 사이에서 길이 희미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십중팔구 길을 잃을 염려가 있기 때문. 만일 이길로 들어섰다면 가능한한 왼쪽 능선으로 붙어야 할듯하다. 계곡으로 올라가면 너덜지대가 나오면서 길이 없어지는데다가 덩굴이며 잡목이 갈길을 막아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들어갈수록 개울의 암반은 더욱 길어지고 물이 미끄러지다 암반이 끊어진 중간중간에 작은 폭포가 만들어지고 그 아래엔 어김없이 넓다란 소가 형성돼 있다. 송림뒤로 보이는 폭포와 소. 그 소의 물은 더욱 푸르러 보인다.
관음재로 가는 길로 가려면 개울을 따라 난 등산코스로 계속 들어가야 한다. 개울옆을 떠나면 안된다. 개울의 암반으로 이어진 물길옆으로 계속 올라가면 산복으로 올라가는 길과 개울 옆으로 난 길로 나뉘는데 산복으로 가는 넓은 길은 만수봉으로 가는 길이다. 개울을 따라가면 다시 왼쪽으로 희미한 길이 나타나는데 이길은 왼쪽으로 보이는 폭포로 가는 길이다. 폭포위에 또 하나의 폭포가 보인다. 폭포 아래쪽이 합수점이다. 관음재쪽 물과 만수봉쪽 물이 합치는 지점이다.
왼쪽에서 흘러내려 내려오는 개울 물을 건너 오른쪽 개울을 따라 계속 들어가면 또다시 왼쪽 산복으로 난 길이 보인다. 이 길은 작은 길이나 이 길도 만수봉쪽 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계속 개울을 따라 들어가면 거대한 이깔나무들이 무성한 평탄한 분지형 지형이 되고 개울이 작아진다. 이 개울을 건너 낙엽송 솔가리가 곱게 깔린 평탄한 산길을 가다가 좁은 골짜기로 들어가 경삿길을 올라가면 관음재가 된다. 그런데 하늘을 찌를듯 치솟아 있는이깔나무숲이 움돋을 즈음 이숲의 아름다움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급경사도 아닌 경삿길을 20분쯤 올라가면 관음재이다. 관음재는 문경시 관음리로 가는 지름길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인 모양이다. 관음재에서는 하늘재에서 관음리를 내려가는 도로가 보이고 산골이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재 부근은 길도 평탄하고 거칠거나 위험한 곳이라고는 없으나 문경쪽은 단애를 이루고 있어 조망이 좋다. 관음재에서 960봉으로 가려면 서남쪽 경삿길로 올라가야 한다. 산죽이 간간이 보이는 경삿길을 따라 올라가면 960봉이다. 960봉과 포암산정상은 겨우 1.7미터의 고도차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에서 서면 북으로 만수봉, 960봉, 영봉, 중봉등 월악산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열을 지어 솟아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서남쪽을 보면 주흘산의 뭉특한 봉우리에서 시작하여 주흘산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높고, 부봉 6봉과 조령산에서 마패봉으로 오는 백두대간의 여러 암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포암산에서의 하산길은 남서쪽 능선을 따라 하늘재로 곧장 내려가는 코스와 미륵리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다. 포암산에서 남서쪽 능선을 내려갈 때 위험지역이 한곳있다. 양쪽이 단애를 이룬 암릉으로 확보만 잘 하면 문제가 없다.
만수계곡을 낀 전체산행의 소요시간은 대충 중식시간 포함 5시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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