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의 부엌에서 가장 큰 변화는 땔감 대신에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뚜막 형태에 익숙했던 사람들을 위해 부뚜막 형태의 연탄 아궁이가 그대로 이용되었다. 1957년 가스레인지가 도입되었으나 처음에는 사용이 미비했고, 취사 보조용으로 널리 사용된 것은 석유풍로였다. 부엌의 변화를 가져온 또 하나의 요인은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도시의 상수도 보급이었다.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수도시설이 마련되어 타일로 마감한 개수대(Sink)와 조리대가 등장했다.
1970년대는 가스와 전기, 수도의 일괄적인 보급과 관리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가 대중화되었는데, 기존 주택과 가장 크게 다른 곳은 부엌이었다. 스테인리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등을 갖춘 부엌은 거실과 가까워졌고, 식탁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입식 부엌이었다.
물론 1970년대까지도 도시에서 취사와 난방용으로는 연탄이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부엌의 구조는 연탄 사용에 적합하도록 설계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입식 부엌이 편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의 부엌은 방과 마루보다 낮은 반지하에 위치했고, 마루 아래에는 지하실이 만들어져 연탄을 보관했다. 반지하인 부엌은 연탄을 지하실에서 꺼내 사용하기에 유리했다. 부엌 바닥은 흙이 아닌 타일이 깔려 있고, 석유풍로 등 보조 취사도구가 사용되어 전통 부엌과는 크게 달랐지만, 식사는 여전히 안방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를 지나면서 차츰 연탄을 대신해 석유와 가스로 연료가 변하고, 냉장고,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전자기기의 보급으로 부엌은 급속히 입식 부엌으로 변화되었다.
최초의 부엌으로 되돌아온 부엌
최초의 부엌은 집의 중심이었다. 한때 식탁과 분리되었던 부엌은 이제 다시 음식을 만드는 곳과 음식을 먹는 공간이 결합되었다. 또한 주거 공간과 떨어져 위치하던 부엌이 주택의 중심 공간에 위치하게 되었다. 부엌의 공간 변화는 여성의 생활환경을 변화시켜, 여성들의 삶 자체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가사 노동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여성들은 사회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를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부엌은 여성들의 전용 작업장에서 남성들도 드나드는 공간으로 변했다. 요즘 들어 요리를 취미로 여기는 남성들이 많아진 것은, 부엌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엌은 이제 여성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인 가족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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