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 영암~강진~해남南道 한정식과 서남해안 해물의 風味

[hkjceo]

강진

  오지에 고속도로가 뚫리면 인구는 줄어든다지만, 오랜 손맛이 밴 별미집들은 줄지어 찾아드는 새 고객들로 늘 북적거린다.
 
  光州에서 영암과 강진, 해남, 진도와 완도를 잇는 4차선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茶山草堂(다산초당), 七良(칠량)도예마을, 대흥사, 土末(땅끝마을), 진도와 완도, 월출산 등 南道의 명승지들이 光州에서 1시간이면 접근이 가능해졌다. 南道 명물과 珍味(진미)들을 때에 맞춰 찾아가는 일이 한결 쉬워졌다.
 
  곰삭힌 젓갈과 향이 진한 산채, 남쪽 들녘의 푸성귀, 청정한 갯벌을 끼고 있는 서남해안의 신선한 회와 해물, 떡갈비와 석쇠불고기가 어우러지는 한정식, 30가지 해물이 녹아든 해물탕, 갯벌낙지와 갈비를 함께 즐기는 갈낙탕, 남도의 상징적인 명물 魚卵(어란)까지 별미 나들이 길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해남

 
  1) 천일식당 ― 다섯 가지 젓갈 오르는 80년 내력의 장터백반
 
   전남 해남 재래시장 입구에서 1924년 개업, 3代 82년을 이어온 향토음식점이다. 「해남천일식당」이란 고유명사가 붙어 있을 정도로 해남의 대표적인 음식명소다. 한 상에 30가지가 넘는 찬과 요리를 포개 얹어 양쪽에서 맞들고 들어오는 전통적인 상차림이 옛 그대로 변한 데가 없다.
 
  메뉴에는 한정식으로 표기해 놓았지만, 푸짐하게 차려내던 옛 장터백반의 모습 그대로이고 해남에서 나는 푸성귀와 해물이 계절감 있게 오른다. 숭어내장젓으로 맛을 돋운 곰배젓(전어내장젓)과 토하젓, 굴젓, 송애젓(밴댕이젓) 등이 각각 제 맛을 내준다. 천일식당은 남도 젓갈 맛을 제대로 헤아릴 줄 알아야 찾아간 보람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떡갈비와 석쇠불고기를 묵은 김치에 싸고, 밥에 젓갈을 듬뿍 얹어 함께 씹으면 깊은 맛이 진하게 배어난다.
 
  떡갈비정식(1인분) 1만8000원, 불고기정식(1인분) 1만3000원.
 
  ● 주소 해남군 읍내리 34(재래시장 입구) 전화 061-536-4001
 
 
  2) 용궁해물탕 ― 서남해안 30가지 해물의 총집합
 
   해물탕 한 가지로 20년을 이어 온다. 해수오염과 갯벌이 줄어들면서 제대로 된 해물탕을 만나 보기 어렵게 됐지만, 이 집에서는 청정한 서남해안의 갯벌과 바다에서 나는 어패류를 가득 넣은 해물탕을 선보인다. 바지락과 홍합, 대롱·홍조개·돌조개·소라·백합·키조개·석화 등 15가지의 조개가 오르고, 갑각류인 꽃게·왕새우, 연체류인 오징어와 한치알, 미더덕, 세발낙지, 주꾸미 등 대충만 헤아려도 30여 가지 해산물이 들어간다.
 
  여기에 미리 끓여 놓은 해물육수를 붓고, 얼큰한 양념을 풀어 가며 화끈하게 끓이면 설탕과 조미료 한 톨 안 들어가고도 진하게 감치는 단맛과 시원한 뒷맛이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다. 고객의 50%를 지역고객들이 차지할 정도로 바닷가 사람들도 인정해 주는 음식명소다.
 
  해물탕(2~5인분) 3만~6만원.
 
  ● 주소 해남읍 평동리 171-37 전화 061-536-2860
 
 
  3) 대흥사 전주식당 ― 남녘의 산채와 들나물이 어우러진 산채정식
 
   대흥사 관광단지에서 주인이 「음식匠人(장인)」을 자칭하는 특색 있는 산채정식집이다. 1995년 남도음식축제에서 大賞을 수상한 해남군 지정 우수 음식점이다.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 산채와 버섯, 계절야채, 해물을 이용한 煎(전)과 젓갈, 갓김치와 묵은지, 장아찌 등 남도의 찬들을 고루 얹어 낸다. 3~4인상을 기본으로 빈 그릇을 걷어 내며 두세 차례로 이어지는 요리가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하다.
 
  놋그릇에 담아 내는 산채비빔밥도 고사리와 취나물, 참나물, 콩나물, 돌나물, 시금치나물 등 비빔감이 푸짐하다. 별도로 추가나물과 물김치, 젓갈과 장아찌 등 4~5가지의 기본찬이 정식처럼 곁들여진다. 주인이 직접 개발했다는 표고전골과 표고산적, 표고전이 별미로 꼽히고, 갈낙탕과 해물파전도 손색없는 맛을 내준다.
 
  산채정식(4인 기준) 6만원, 산채비빔밥 6000원, 표고산적 1만원.
 
  ● 주소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140-5 전화 061-532-7696
 
 
  4) 청자골종가집 ― 남도 호부자 집 주연상의 호사
 
   전남 강진은 자연스럽게 한정식이 떠올려질 만큼 南道 한정식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상주인구가 1만5000명에 불과한 작은 읍 마을에 전국에 이름난 대형 한정식집들이 4~5곳이나 있다.
 
  그런 만큼 상차림이 만만치 않다. 가까운 해남이나 보성, 완도 등지의 향토백반 상차림과 달리 주연상 형태의 코스요리를 화려하게 펼쳐 낸다. 생선회와 육회를 비롯해 구절판과 신선로, 갈비찜 등 본격적인 요리가 격식을 갖춰 40가지가 넘게 오르고, 가격도 4인 기준으로 8만원부터 16만원을 호가한다.
 
  고객 구성도 80~90%가 南道여행길의 단체관광객들이거나 주말여행길에 나선 가족단위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 「청자골종가집」은 강진종합운동장 동문 주차장 앞에 100여 대의 주차공간을 갖춘 두 채의 한옥 기와집이 궁궐을 연상케 한다. 화려한 상차림과 시설로 이 집을 따를 곳이 없다는 것이 강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정식(4인 기준) 8만~16만원.
 
  ● 주소 강진군 군동면 호계리 599-2 전화 061-433-1100
 
 
  5) 목리장어센타 ― 날된장 얹어 상추쌈에 싸는 장어구이 쌈
 
   강진읍에서 칠량 도예마을로 나가는 길목인 목리교 앞에서 45년째 이어 오고 있는 강진의 명소다. 강진灣(만)에 자연산 장어가 풍족하게 나던 시절에는 장어회와 장어탕이 강진 별미로 손꼽혔다.
 
  양식장어만 나오는 오늘날에는 장어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가 나온다. 굽는 방법은 예나 크게 다름없다. 장어뼈를 한약재와 함께 곤 장어장을 발라 초벌구이를 한 장어에 고추장양념을 덧발라 가며 주방에서 직접 구워 낸다.
 
  직접 재배한 상추쌈과 묵은 김치, 날된장을 곁들여 내는데, 상추에 장어구이를 한 점 얹고 묵은 김치와 날된장을 덧얹어 쌈을 싸면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미를 경험할 수 있다. 식사를 주문하면 밥과 함께 장어내장젓과 토하젓, 톳나물 등 7~8가지 찬이 따로 곁들여진다.
 
  장어구이(식사포함) 1만3000원.
 
  ● 주소 강진군 강진읍 목리 31-1 전화 061-432-9292
 
 
  6) 중원회관 ― 갈비와 갯벌낙지의 조화 갈낙탕
 
   영암은 강진과 해남을 잇는 南道여행길의 관문 격이다. 월출산 허리를 굽이돌아 좌회전하면 강진이고, 우측으로 돌면 해남과 완도, 진도로 빠진다. 월출산과 대흥사, 토말, 다산초당, 진도, 완도를 여행하는 길에 잠시 들러 영암의 진미인 갈낙탕과 영암어란을 만나볼 수 있다.
 
  갈비육수에 삶은 갈비를 안치고, 한바탕 끓을 무렵에 살아 있는 갯벌낙지를 한 마리 넣어 살짝 익었을 때, 알맞은 크기로 썰어 갈비와 함께 즐긴다.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에 고소한 갈비살과 쫄깃하게 씹히는 낙지의 신선한 질감이 일품이다. 군청 앞 중원회관은 갈낙탕을 끓여 온 지 35년이 넘는 갈낙탕의 원조집이다.
 
  갈낙탕(1인분) 1만4000원.
 
  ● 주소 영암군 영암읍 동무리 전화 061-473-6700
 
 
  7) 영암어란 ― 61년 손맛 밴 김광자 「어란명인 1호」의 진품
 
   매해 5~6월은 숭어의 산란철로 南道 명물 영암어란의 채란 시기다. 4~5년생 숭어의 완전히 성숙한 알로 1~2개월 자연 건조해 완성되는 魚卵(어란)은 조선시대 나주 영산포에서 선적되는 왕실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다.
 
  영암어란의 맥을 가장 정확하게 이어 오는 이가 영암군청 옆, 김광자(81세) 할머니다. 19세 되던 해 출가해 온 할머니는 20세 되던 해부터 시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아 올해 61년째, 代를 거슬러 오르면 100년이 훨씬 넘는 내력을 지녔다. 살아 있는 싱싱한 숭어에서 꺼낸 알을 소금물에 담가 기본 간을 해 형체를 가다듬고, 햇살과 선선한 그늘을 옮겨 가며 참기름을 발라 정성스럽게 말리는 어란은 오래 두고 귀물로 즐길 수 있다.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모양을 갖춰 놓으면 보기에도 아름답다. 호남의 부호들이 지체 있는 손님을 맞이할 때 내놓았고, 입맛을 잃었을 때 입맛을 되찾아 주는 약처럼 여겼다고 한다.
 
  어란 1쌍 10만~40만원.
 
  ● 주소 영암군 영암읍 서남리 67 전화 061-473-3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