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산다는것의의미
#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
-파스칼의 팡세 중에서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 1988]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되었지만 원래의 제목은 [음악 선생 Le Maitre de Musique]입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봤지만 이 영화는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명한 베이스-바리톤(참고로 바리톤 중에서도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가수를 베이스-바리톤이라고 합니다.) 호세 반 담(Jose van Dam)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라 관심을 가졌고, 영화 속에 음악이 풍성하고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나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아래는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유명한 성악가 조아킴(Joachim Dallayrac(실존 인물) : 호세 반 담 분)이 연주회의 마지막에 돌연 은퇴를 발표합니다.
은퇴 후 조아킴은 여자 제자 소피(Sophie : 안네 로우셀 분)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합니다.
조아킴은 어느 날 외출을 나갔다가 장(Jean : 필립페 볼터 분)이라는 도둑과 마주치는데 장에게 가수로서의 자질이 있음을 간파하고 집으로 데려다가 노래를 가르칩니다.
조아킴은 소피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번민하지만 스승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소피 역시 스승 조아킴에게 필~이 꽂힌 상태.
조아킴과 소피는 마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던 중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데 조아킴은 앞으로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닫고 소피의 구애를 거절합니다.
(이 때 말러의 교향곡 4번 3악장의 선율이 잔잔하게 깔리고 소피는 울면서 빗속을 달려 갑니다)
어두운 밤 창 밖에서 소피는 조아킴의 노래를 들으며 깊은 슬픔에 잠기고, 장은 그녀의 외로운 마음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옵니다.
마침 과거 조아킴의 라이벌이었던 스코티 공작이 콩쿠르를 연다고 조아킴에게 초청장을 보내 옵니다.
콩쿠르 형식을 빌어 둘의 제자들끼리 대결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조아킴은 스코티 공작의 집 앞에 제자들을 내려 놓고 당당하게 승부하라는 한 마디를 던진 채 자신은 혼자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의자에 기댄 채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고요히 숨을 거둡니다.
남겨진 제자들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콩쿠르에 어쩔 줄 몰라서 당황하지만 뛰어난 스승의 제자들답게 훌륭하게 대결하여 명예를 지켜내고, 소피와 장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로 발전합니다.
조아킴의 장례식.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집] 중에 나오는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가 연주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 이 곡은 바로 나 자신이다." - 말러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오랫동안 세상과 떨어져
이제 어느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내가 죽은 것으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도
부정할 생각도 없어
사실 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제 이 세상의 동요로부터 떨어져
조용한 나라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네
나만의 천국에서 홀로 살리라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Mit der ich sonst viele Zeit verdorben,
Sie hat so lange nichts von mir vernommen,
Sie mag wohl glauben, ich sei gestorben!
Es ist mir auch gar nichts daran gelegen,
Ob sie mich für gestorben hält,
Ich kann auch gar nichts sagen dagegen,
Denn wirklich bin ich gestorben der Welt.
Ich bin gestorben dem Weltgetümmel,
Und ruh' in einem stillen Gebiet!
Ich leb' allein in meinem Himmel,
In meinem Lieben, in meinem Lied!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가 노래하는
-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Mahler - Rückert-Lie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