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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頭大幹記
도래기재~고치령~죽령
'Jiri-깽이' 恩敬의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
(8)
고치령(古峙嶺)
오래도 참고
많이도 견뎠다
끝인듯
시작인듯
그대여,
예 와서 잠시 쉬었다가오
돌배나무에 하얀꽃 피면
그때 단 하루만
지친 몸 기대 머물다가오
_ Jiri-깽이, 恩敬의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 _
태백의 산신 단종과 소백의 산신 금성대군
고치령에 잠시 앉아
함께 돌배나무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졌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며
꽃진 자리엔 열매가 그자릴 대신 채우니
고치령에 돌배나무꽃 피면
그대도,
여기 와서 잠시 쉬었다가시길 바랍니다.
백두대간길 고치령엔
참고 견디며 열매 맺는 꽃나무 한 그루가
밤낮 길 잃지 말라며 하얀불 밝히고
오늘도 그대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 돌배나무의 꽃말은 '참고 견딤' >
세상에 많은 눈뜬 장님들
제가 작년 가을부터 백두대간하며
눈뜬 장님인 듯
부끄러움 많이 느끼며 걷고 있습니다.
안보였어요.
진짜 안보였는데...
문뜩 섬광처럼 하나씩 보이더라구요.
기존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백두대간 길 걸으며
이런 경험 다들 해보셨나요?
참, 좋아요. 백두대간 길
힘들어서 좋고,
날이 흐려 조망이 없어서 좋고,
안개가 자욱해서 한 치 앞만 보여서 좋고,
춥고 더워서 좋고,
그 길 위에
작고 미약한 내가 함께 한다는 게 좋아요.
모든 날은 참 좋은 날이고
그래서 모든 걸음은 복된 걸음이 됩니다.
국립공원이 일제히 문을 여는 5월 첫 날
크고 작은 꽃망울이 옹기종기
차례로 온 산을 수놓으며
손님맞을 단장을 드디어 마쳤습니다.
백두대간길 올 1월 첫 째주를 마지막으로
도래기재에서 빗장 걸어 잠그듯 숨죽여 있다가...
1,400km의 거대한 산줄기 위로
드디어 두 발을 내딛어 봅니다.
지난 7번의 걸음
1구간 진부령-신선봉-미시령 <17km>
2구간 미시령-한계령-조침령 <47km>
3구간 조침령-구룡령-진고개 <45km>
4구간 진고개-닭목령-삽당령 <53km>
5구간 삽당령-백복령-댓재 <46km>
6구간 댓재-피재(삼수령)-화방재 <47km>
7구간 화방재-태백산-도래기재 <25km>
총 백두대간 진행거리 280km
구룡산과 옥석산을 잇는 도래기재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와 서벽리 사이 고개로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으로까지
지방도 제88호선으로 연결.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역(驛,역마)이 있어서
도역마을이라 불리다가
도래기재로 변하였다고 합니다.
이번 8구간은 도래기재-고치령-죽령<52km>
도래기재에서 고치령까지가 약 25.3km
고치령에서 죽령까지가 약 26.5km
나무계단을 오르면
노랗고 하얗고 파랗고 붉은 수많은 시그널이
그동안 이 대간길을 다녀갔을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부적인 양 그 자리를 지키며
오가는 이에게 반갑다 인사~
살랑살랑 웃으며 흔들리고 있고,
산에 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투와 렌턴은 배낭 안으로 들어가며
이 숲도 아침 맞을 준비를 합니다.
오랜만에 찾은 대간길
방장님은 그 사이
우리나라 100대강을 모두 걸어냈고,
방장님이 100대강 깃발에 싸인해 준 것을 본
제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우리나라에 강이 그렇게나 많냐고.
근데 그 외 짧은 강도 참 많아요.
우리나라 강의 아버지 배방장님
우리나라 강에 관한 한
누구도 방장님 앞에서는 깨갱~
욕 많이 보셨습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도래기재를 경계로
북서쪽은 내리천이 옥동천으로 (남)한강에
남동쪽은 낙동강 지류인 운곡천이 흐릅니다.
깊은 숨을 한가득 들이마시고
그동안의 공백기는 날숨과 함께 사라지니...
나 백두대간 하는 여자야~
다시 시작!
꾸준한 오르막길을 40여분 오르면
우측으로 잠시 들어야 만날 수 있는
550년 된 아직 겨울인 듯 느껴지는 철쭉나무와
잠시 인사 나눌 수 있습니다.
철쭉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척촉(踯躅)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양(羊)이 이 나무의 꽃을 먹으면 죽기 때문에
이것을 보기만 해도 겁을 내어
척촉(躑躅 : 머뭇거리고 머뭇거린다는^^)
양척촉(羊躑躅)이라 하였던 것이
우리말 철쭉꽃이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집 마당에서
해마다 모란이 피고지고
작약이 피듯
산에는 곳곳에서
해마다 진달래 피고지고
철쭉이 연분홍 꽃망울 틔우겠지요.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저는 룰루랄라 주댕이 나불나불
노래 부르며 갑니다.
서로 닮은 듯한 진달래와 철쭉
진달래는 먹을 수 있지요.
'참꽃'이라 불리고요.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됩니다.
'개꽃'이라 불립니다.
보호받고 계시는 귀한 존재 철쭉나무 되시겠습니다.
문안 여쭙고 갑니다.
이름에서도 짐작되어지네요.
바위가 나타나며,
옥돌봉 1,242m
(옥석산玉石山, 경북 봉화)
단군인 환인께서 천지를 순회하다가
이른 곳마다 옥이 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선경(仙景)이로되
옥돌봉 또한 친히 다녀가셨다 합니다.
철쭉은 5월 중순 이후에나 그 모습 보일 듯 하구요.
무료할 것 같은 산 곳곳에
진달래가 분홍빛 드리우며
새색시 마냥 수줍은 듯 눈맞춤 합니다.
요걸 싹~다~ 따먹어 말어~
ㅎㅎㅎ
얼마 전,
마당에 곱게 핀 진달래 따서
진달래 화전 해 먹었던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따먹기도 아까운,
지나가다가 자칫 다치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지나갑니다.
짜잔~우리 '준희 오라버니'의
문수지맥분기점 안내 표지~
반가운 마음에
사진찍어서 보내드립니다.
그런데 안읽으시네요.
아직 단꿈 꾸는 중이신가 봐요.
기침하세요~ 오라버니~
방장님은 투플러스 좋은 분
왜냐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친히 징검다리를 놓아주시잖아요.
제가 '준희 선생님(선배님)'을
오라버니라 부르게 될지...
감히 상상이나 해봤을까~
^^
옥돌봉 아래 문수지맥분기점 삼거리를 지나갑니다.
부시시~
시야가 좋지 않아요.
안개가 걷히지 않는걸 보니
오늘 날씨 대략 심상치 않을 듯 하네요.
방장님은 잠시 배낭 등로에 내려놓고
물줄기 살피러 내려가 본다고 가고.
느림보 저는 일단 먼저 진행합니다.
방장님 내려서는 산사면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모두
내리천으로 흘러들었다가 옥동천에 안겨~
(남)한강으로 나랏님 계시는 곳을 지나
서해로 납시겠지요.
산비탈 계곡에서 시작되는 첫 물줄기들~
이젠 등로 옆을 보면 어디에서 물이 나올지
대략 감 잡히고...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어야죠.
그러고 보니 방장님 노송님과
논산천 걸음 처음한지가 벌써 3년~
멍멍~
주댕이는 짖으라고 달고 다니는 거^^
등로 좌측으로는 오전약수로 유명한 오전리입니다.
그럼 더 가면 오후리인가?
ㅎㅎㅎ
지명이 특이해서~
이 구간 나무 이름표며,
안내표지판 잘 되어 있네요.
슬슬 초록옷 입을 준비중인 녀석들
그런 저 녀석들도 바쁜듯 보이고
방장님과 저도 갈길이 바쁩니다.
잠시지만 지나며 눈길 주며...
늘 변하며,
하지만 한결같은 모습들에 미소지어집니다.
박달령
산신각 건물 앞에 누군가 흘리고 갔는지
묵주가 하나 다소곳이 떨어져 있고~
박달령은 성황신(城隍神)을 모시고 있네요.
성황신은 토지와 마을을 지켜주는 신,
불교적 성격을 띠는 원기둥이고~
절에 가보면 대부분의 기둥이 원형
조금 후에 만나게 될 고치령
조선의 단종과 금성대군을 모셨지요.
산령각의 기둥은 아마도 사각으로
유교적 성격이 묻어 나겠지요^^
여기서 드뎌~ 기다리던 첫 식사 하고 갑니다.
따뜻한 기운 아직 남아있네요.
이번 대간길 햇반 두 개로 끼니 해결~
잊지 않고 고수레~하는 방장님
먹다가 순간 빼꼼히~ 고수레~
따라해 보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건 방장님의 꾸지람~
먹다가 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럼 우짭니까?
주댕이 댓발~ 나옵니다.
그래도 밥은 맛나게 먹어야죵~
방장님 싸온 일당백 무말랭이 오물오물~
맛있습니다.
물 부어 마무리까지 깨끗하게^^
요 아래~ 봉화군쪽으로는
유명한 오전약수(吾田藥水] )관광지~
오전리에 있는 약수로 쏘는 듯한 탄산수라네요.
조선 성종때 보부상에 의해 발견되어졌으며
전국 약수대회에서 1등 먹었대요.
1등 물맛은 어떨지??
중종 때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 선생이
즐겨 찾았다고도 전해집니다.
저 위장 약한데 이 물 마시면 효과좀 보려나요??
꽤나 많은 보부상들이
이 물 시원하게 마시며 박달령을 오갔을 듯~
수북하게 쌓인 낙엽에 발목까지 연신 먹혀가며
선달산 옹달샘(150m) 갈림길을 지납니다.
박달령에서 밥 먹은 힘으로 오른
선달산(1,236m)
외씨버선길은
강원도, 경상북도의 4개 군인
"영월~봉화~영양~청송"
김삿갓문학길, 보부상길,
조지훈문학길, 주왕산 달기약수탕길 등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 나오는
그 외씨버선에서 착안한 이름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시 전체는 모르겠고,
아는 부분만 주저리주저리~
늦은목이 가는 길 누군가 심어놓은 듯한
이름모를 산풀길
지금은 큰 나무에 잎이 없어 볕이 잘 드니
요녀석들 크기에 안성맞춤~
늦은목이(800m)는
경북 영주 부석면과 봉화 물아면의 경계 고갯마루
‘늦은‘은 느슨하다~
‘목이’는 고개를 뜻한다~
친절한 안내판 덕좀 보면서 갑니다
^^
잠시 내려서면 늦은목 옹달샘이 있는데
‘내성천 발원지’ 안내가 있지만
식용은 불가~
내성천의 가장 긴 발원지는
아까 지나왔던 옥돌봉 인근
문수지맥분기점 아래 계곡
옹달샘이 있는 백두대간 길이라~
이 물이 맑게 살아나면
참 좋겠습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 토깽이처럼
조용히 흔적없이 물만 먹고 갈텐데~
늦은목이에서 긴팔 하나 또 벗고 갑니다.
방장님이 절 보더니
도대체 옷을 몇 개나 입은 거냐며...
눈을 크게 뜹니다.
백두대간 다~ 할 때까지
어디가서 얼어죽지는 말아야지~ 싶어서^^
제가 그동안 눈 쌓인 길 걷느라
욕 많이 봤습니다.
ㅎㅎㅎ
윗 옷 하나 벗고 오르니
태백과 소백의 양백지간(兩白之間)의 선선한 바람에
기분 좋게 갈곶산에 오르고~
갈곶산은 백두대간 태백산 끝자락에서
봉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자리하며
봉황산 아래 그 유명한,
하지만 저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부석사가 자리합니다.
부석사를 한 번도 안가본 저는
방장님 눈치 살짝 보며~
"방장님 근데요~부탁이 있어요.
우리 산행 끝나고 부석사 들렀다 가면 안될까요?"
"들렀다 가야 하지 않겠나?"
역시 통큰 어른 방장님^^
대답도 시원~시원하게~
그러자며 해주십니다.
가는 길에 기왕이면 금성대군 신단과 소수서원까지
깔맞춤 셋트로~
오~예~
방장님 최고!!
부석사(浮石寺, 경북 영주)
의상(義湘)이 통일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왕명을 받고 창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孤雲寺) 말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2018년 6월 등재
그 외 유네스코에 등재된 절로는
경남 양산 통도사, 경북 안동 봉정사
충북 보은 법주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 전남 해안 대흥사
부석사의 건물은 화엄 사상을 상징하는 한자인
‘華(빛날 화)’의 글자 형태로
배치되어졌다고 합니다.
일주문(태백산)을 지나
천왕문부터 108계단이 이어지고
꽤나 가파른 높낮이의 계단들입니다.
맘 단디~ 먹고 오르십시요.
산행 끝나고 오르려니 헉헉~
날도 덥고 지치네요.
범종각(봉황산)에는 종 대신
법고와 목어가 있는데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창할 때
부석사의 범종을 녹여
당백전을 만드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양루 지붕 받침목 사이 몇개의 공간 보이세요?
부처가 가부좌를 튼 형상이라고 하더라구요.
^^
불교에서 ‘안양’은
극락의 다른 말이라 합니다.
안양문을 지나 오르면
석등 너머로 보이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
유명한 배흘림기둥은 위아래로는 가늘고
가운데 부분 배가 볼록~
금방이라도 춤추듯 날아갈 것 같은
기와지붕을 받치고 있습니다.
국보 제45호인 소조여래좌상을 모셨고
건물 자체는 남향인데,
불상은 동향으로 좀 특이합니다.
정면 중앙칸에 걸린 편액은
홍건적의 난 때, 피난 와 있던
고려 공민왕의 글씨.
보통 일반 절의 대웅전처럼
화려한 꽃 모양이나 화려한 채색이 없어서
더 고귀한 빛을 발하는 무량수전
이 곳은 진짜 봉황이 품어주고 있는 곳일듯
^^
무량수전 옆으로 돌아가면
보이는 꽤나 커다란 바위
'돌석'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가 찍혀 있는데
무슨 한자?
점 하나를 찍어 돌이 뜨지 못하고 누르고 있다는...
대단하지요?
점 하나만으로 그게 가능하다니^^
이중환의 택리지(조선 영조)에는
바위가 떠 있다는 증거 문구가 있는데
"위아래 바위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어
줄을 넣어 당기면 걸림 없이 드나들어
떠있는 돌임을 알 수 있다."라 적혀 있다 하네요.
죽어서도 의상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의상의 여인 선묘낭자
배흘림기둥 곁에 서서
무량수전 앞마당을 거닐었을 의상을
몰래 바라다보는
선묘낭자의 모습이 조용히 그려집니다.
또, 김삿갓은 부석사에 와서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볼까나‘
라고 감탄을 했다하네요.
부석사, 시간 가지고 오래 머물러 보고 싶은 절입니다.
늦은목이에서 마구령으로 가는 중에
백두대간 하시는 분 만나 반가움에 인사 나누고~
마구령에서부터 시작해서 올라오셨대요.
등로 걸어오는 동안 방장님이 두어번
앞쪽을 향해
“어? 안녕하세요~”
그러셔서 깜빡~ 당한지라...
이번에도 장난인줄 알았는데
이번엔 진짜였어요.
능청스러운 양치기아재 배방장님과 함께
사진 담아드려봅니다.
저분 손에 방장님이 선물로 주신
달고나 막대 사탕~
저는 속으로 덩실 춤추며~
"반갑고만~ 반가습니다."
오우~ 방장님 다리 근육~
백두대간길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은근히 그 모습 드러낸
뿌리깊은 나무의 뿌리 같네요.
힘줄 빡~
헬기장을 지나 내리막길 이어지며~
마구령(馬驅嶺, 부석면 남대리)에 도착합니다.
지나는 몇 대의 차들은 이곳에서 뭔가를 확인하듯
잠시 멈춰 섰다가 출발하고~
여기서 고치령까지는 8km~
산 아래 부석면에서 바라다본 마구령~
가장 움푹 들어간 곳^^
다음날 부석사 댕겨 오다가 잠시 찍어봤네요.
사과나무에는 소금꽃이 활짝 피었고
제 얼굴에는 소금때가 슥슥 밀려납니다.
나무계단 올라
평평한 곳에 방장님표 돗자리 펴고
잠시 앉아 쉬었다 갑니다.
먼지좀 털 요량으로 양말을 벗으니...
맙소사~
낙엽을 얼마나 쓸며 왔던지
양말이 필터 역할 단디 해서
고운 검은흙(?) 낙엽가루(?) 등
양말은 기본 가볍게 통과~
발에 제대로 붙어 있어 주십니다.
“방장님 제 足 발~이~요~ㅋㅋㅋ“
하고 내미니
방장님이 더럽다고 도망갑니다.
근데 방장님도 양말 벗으니
저랑 별반 차이 없더라구요.
단양 영춘면 사람들이 부석장으로 가기 위해
이 힘든 마구령 고개를 넘었다~ 합니다.
장사꾼들이 말을 몰고 다녔다고 하여 마구령~
경사가 심한 논을 매는 것처럼 힘들다고 하여 매기재~
암튼 사람들이 편하게 넘나들던 고개는
아니었던 듯 싶습니다.
방장님 적당히 앞서 걸음하며
뒤 살피며 가고~
마구령에서 고개 하나 크게 올랐다 내려서면
작은 오르내림으로 고치령까지~
남은거리가
규칙적으로 서 있는 나무표지판 따라
어김없이 0.5km씩 쑥쑥
잘도 줄어드는 듯 하다가~
이상스럽게 몇 번을
방장님표 음료수와 물 마시며 쉬게 되네요.
물론 제 배낭에도 물 있죠.
고치령 내려가면 물 있다는 방장님 말에
방장님 가방 짐 무게도 덜 겸~
저는 착한 깽이니까~
더 열심히 마시고,
또 마셔드립니다.
물배만 차네요~
나무계단을 내려서고
야자나무카펫을 밟으며 도착하는 고치령~
긴 팔 웃옷 두 개 차례로 벗고 반팔로 걸어오며도
제법 땀좀 났네요.
얼굴을 손으로 만지니 까슬까슬
소금기가 흡사 때 마냥
손 움직임 따라 볼따구를 사정없이 구릅니다.
고치령 내려가면
펑펑 쏟아지는 물에
소금기 고이 닦아서 나빌레라~
고치령 물아 기다려랏
깽이가 간다~
후다닥~후다닥~ 깽깽~
산령각에는 이미 어떤 분들이 들었다 나오고 있네요~
산령각 사각 기둥에 붙어 있는 주련
저는 처음 본거 같아요.
제가 그동안은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였겠죠.
모르니까 안보였던~
방장님은 뭐 별걸다~ 알아요.
방장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옥같은 이야기들 저는 거져 주워 듣습니다.
주련(柱聯)은 기둥주자+이을련자를 써서
기둥에 붙이는 글귀를 말합니다.
모시고 있는 산신을 칭송하는 문구인
두 기둥의 주련 내용을 보면~
좌) 차산국내지령지성(此山局內至靈至聖)
산의 모든 영역 안이 지극하게 신령스럽고 성스럽다~
우) 만덕고승성개한적(萬德高勝性皆閒寂)
수만 가지 덕이 높고 번성해서 모든 본성이
여유로우면서도 고요하다~
이번엔 방장님 차례
두 손 모아 합장~
방장님 다음으로 저도 인사 여쭙고~
산신령 그림과 함께
태백산신 단종, 소백산신 금성대군
위패가 보이네요.
조선의 산신들을 모신 이곳,
유교적 냄새가 폴폴~ 나나요?
고치령(古峙嶺)은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와 마락리를 잇는 고개
마구령에서 고치령까지 걸어오며~
앞서 걷던 방장님이
바닥의 발자국을 만져보며
우리 앞에 얼마 전에
사람이 두 어 명 지나갔다고 했었는데...
고치령에 도착하니
진짜 등객들 모습도 보입니다.
세 분.
귀신 족집게~
방장님 이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이분들 오늘 여기서 발길 접는다고 하십니다.
그러며 배낭에 있는 것들 꺼내 나눔해주시는데...
김밥이며 사과
물도 주시려던 것
아래에서 떠오면 된다며
괜찮다고 사양합니다.
어차피 씻기도 해야할 거 같아서...
이분들은 택시 불러 놓고 기다리고 계시는 중~
택시 도착하는 거 보고
잘 가시라 인사하며
도로따라 쭈욱~ 내려오니
여우샘이 있습니다.
어라?
근데 물은 왜 안나오는겨?
수도꼭지라도 돌려야하나??
방장님 저를 보더니 1시간은 받아야
물병 1통 받겠다고...
ㅠㅠ
난감해하고 있던 찰나
경사면을 따라 택시가 천천히 내려오고
저는 앞뒤 생각없이
길 한복판 막아서서 두 팔 벌려 차를 세웁니다.
그렇게 이분들께 물 득템~하며...
씻는건 애저녁에 포기~
예쁘거나 깨끗하거나 그런거 기대도 안해요.
저는 거지~깽이니까~ㅋㅋ
고치령 표시석이 있는 고개에 다시 올라와 앉아
고수레~
나머지 햇반 하나씩 요기하며,
정면에 바라보이는 산령각과 돌배나무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멋진 돌배나무가
또 있을까 싶어요.
여기 어디쯤엔가
단종과 금성대군도 함께 계실 듯 하고.
어쩐지 그 기운이...느껴지는 듯.
고치령은 단종복위운동의 뜻을 펼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개~
수양대군의 동생이며
단종의 숙부인 금성대군
형인 세조(수양대군, 1455년 6월)의 왕위 찬탈에 맞서다가
삭령에서 광주로,
그리고 이번엔 순흥에 유배 위리안치(圍籬安置)
순흥도호부사인 이보흠의 도움을 받아
고치령을 넘어 영월로 단종을 찾아가며
단종 복위를 계획 도모하지만
금성대군 몸종과 순흥부 한 관노의 밀고로 순절~
연루된 모든 이들이 죽임을 당했으며,
순흥도호부 또한 쇠락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고치령을 오가며
의로운 뜻을 세우려 그렇게나 애써서일까~
한때는 건의령(建義嶺)이라 불렸었다고도 합니다.
식사를 마칠즈음 두 대의 오토바이가 서고
역시 이분들도 대간 중이라고 하시네요.
뜻을 이루는 방법은 나름의 방식대로^^
반가워 음료수 나눔 해주시고
우리도 김밥과 사과 나눔 해드립니다.
우리 대한민국 민족 근성,
받으면 배로 갚아야 한다!!~
맞지예??
이제 태백산은 뒤로하고
소백산 구간으로 입성입니다.
고치령~마당치~국망봉~비로봉~연화봉~죽령까지.
오호라~ 이건 누가봐도 철쭉
잎이 먼저 나와있고 연한 분홍의 꽃망울이
내일이라도 당장
앙~다문 입을 벌릴 것 같아요.
소백산으로 드니
진달래가 철쭉에게 바통터치~
연초록잎이
꽃보다 잎이라며~
팔 벌려~ 제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철쭉 흐드러지면
이 길은 못지나갈 듯.
생각만해도 이쁠 녀석들
그냥 두고 어떻게 스윽~ 지나가겠어요?!
꽃이 아직이라 발목은 안잡혀
또 다행이라면 다행인 대간길입니다.
오르고 내리고
이제 코로나도 끝을 보이는 듯 하고
대간길에 사람들도
바글바글~대길~ 기대해보며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백두대간길
누구나가 걷고 싶어하고
또 누구나가 한 번쯤은
걸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꼭 소지하고 다니는 민증처럼
꼭 걸어봐야 하는거 아닐까^^
이렇게나 좋은데...
국망봉 이정표가 나오고
나무데크 계단이며...
걷고 또걷고
깨진 기와 파편들이 등로 옆 곳곳에 보입니다.
사람들이 머물며 살았다는 흔적들
소백산은 삼국인 고구려, 백제, 신라가 국경을 이루며
그로 인해 많은 전투가 있었다 합니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마루금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기와 조각들
소백산 인근 단양에 온달산성도 있는데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였던 온달 장군
신라가 쳐들어오자 석성인 온달산성을 쌓고
장렬하게 싸우다가 전사~
마당치를 지나
국망봉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며
오르고 또 오릅니다.
등로 낙엽 수준...ㅎㅎㅎ
걷는다기보다 밀며 쓸며~ 그러며 진행합니다.
그러니 가볍게 신고 간 트레킹화로
사정없이 작은 입자들이 들이닥친게지요.
단산면의 단산저수지와 사천 물줄기
죽계천-서천-내성천 물줄기들에 합류되며
기존의 이름은 두고
낙동강으로 몸집을 불리며 남해 품에 안깁니다.
봉우리가 저 앞쪽에 솟아 보일 때마다
살짝 긴장하지만
그래도 또 선물인 듯
산비탈 옆으로 돌아갈 수 있게
완만하게 등로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봉우리 보일 때마다
무식해서 그런지
치고 넘어가야만 할 거 같은데...
그래서 숨고르기는 되는 등로들~
좋습니다.
방장님 저 큰 배낭 등짝에 붙이고
어찌 그리 잘 가는지...
매번 골빙든다고는 하시는데
골빙든 사람이 저 정도인가?
의문이...
암튼 걷기 하나는 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듯.
숲에 들면 세상에 일이란
딱 두 가지만 있는 듯 합니다.
먹는 거 아니면 걷는 거
아니다. 하나 더.
싸는 거
연화삼거리를 지나며~
좀 전에 내려다 보였던 단산저수지가 있는
연화동 좌석리 마을로 연결됩니다.
방장님이 잘 하면
일몰 상월봉이나 국망봉에서 볼 수 있다고
힘내라고 합니다.
소백산 왔으면 일몰, 일출은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화이팅~
가자.
대간길 다시 걸으며
걱정 많이 했었는데...
다리가 아프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오래 쉬지 않고 가려니
그냥 좀 지치는거지.. 괜찮아요.^^
시속 3km를 넘기지는 못해도
예전에 비하면 양반으로 갑니다~
쉬어가라고 만들어 놓은 듯 한데...
상태 안좋으네요.
쉬긴 어디서 쉬어.
어여 그 유명한 소백산 일몰 보러 가야지.
등로에는 낮은 자세로 활짝 웃고 있는
봄맞이 꽃들이 지천이예요.
보랏빛 얼레지가 유독 많고요.
별을 닮은 크고 작은 개별꽃들이며
현호색도 곳곳에
같은 꽃들이라도
어느 산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른듯 합니다.
그 녀석들 만나는 재미에 정신 잠시 팔며
힘든거 잊으며 갑니다.
늦은맥이재를 지납니다.
등로 맞기는 맞나? ㅎㅎㅎ
여기 국립공원 맞는디...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등로길
오늘 걷는 길은 대체로 폭신폭신~
발에 피로도가 적은 이번 대간길입니다.
위 사진같은 이런 바위 있는 구간들도 더러 만나며...
지루함 없애주느라
길가에 양념해 놓은 거 같아요~
지나온 등로와
구인사(단양군 영춘면)로 연결되는
신선봉, 민봉 방향~
가야할 국망봉 방향~
방장님 저땜에 일몰 못보실까
빨리 먼저 가시라고 하고는
나름 쫓아 왔습니다.
상월봉이라는데...
바위가 떡~하니 앞에
저는 아래서 그냥 보겠다고 하니
방장님 손 잡아주시면서
얼릉 올라서라고 하십니다.
다른 때 같으면
폴짝 뛰어서 그냥 기어 올라가겠지만
서둘러 오느라 진이 다~ 빠져서
기어올라갈 힘이 없어요.
붙잡아 주셔서 낑낑 기어 올라
뒤돌아 보니~
와우~
기가 막힙니다.
일몰 만납니다.
소백의 일몰이...
저를, 방장님을 기다렸나봐요.
상월봉에서 나 한 번 봐라~
얼마나 멋진가~
어때? 흐뭇하지.
소백산에서 만난 일몰은
소백산의 느낌을 그대로 닮은 듯.
마음도 고운 흙처럼
포근포근~ 해 집니다.
상월봉 일몰을 이렇게 만나며 갑니다.
정말 순식간에 30초나 만났을까
J3 대간 13차팀이 걸어놓았나봐요.
상월봉 안내판^^
반가워서 사진 담고
다시 보니 해는 이미 사라져버렸고...
뒤돌아 본 상월봉(上月峯)
참 기묘하죠.
동쪽을 바라보는 듯
무슨 동물의 얼굴처럼 불뚝 솟은 바위~
좀 전에 반대편 서쪽 바위에 올라
순간의 일출을 맛보았지요^^
간발의 차이~
국망봉에 바위꽃이 피어 있는 거 같아요.
해는 넘어갔지만
아직 어둠이 밀려들기는 전이고...
원래 국망봉에서 일출을 봐야한다고 하셨었는데...
쬐매 늦었네요.
그래도 열심히 왔어요.
걸릴 것 없는 편한 길 따라
상월봉에서 국망봉으로 갑니다.
국망봉(國望峰) 오르니
방장님 다소곳이 앉아 계시네요
잠시 앉았다가 갑니다.
국망봉은 마의태자(경순왕의 아들)가
왕건에 나라를 빼앗기고
모든 노력이 허사로 끝나자,
엄동설한에 베옷 한 벌만을 걸치고
망국의 한을 달래며 개골산(금강산)으로 들어가
초근목피로 여생을 보냈다 전하는데...
가는 도중 이곳에 올라
멀리 옛 도읍 경주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그리하여 국망봉이라 부르게 됐다고.
진행해야 할 비로봉~ 연화봉 방향~
슬슬 렌턴 꺼내 준비하며 갑니다.
순식간에 어둠이 주위를 삼키고
보이는 건 렌턴 밝힌 바닥만~
겨우 앞만 보며 걷고 있는데
소백산성 안내표지판이 있네요.
주위로는 뭐가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내판으로 대충 짐작해보며^^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곳 어딘가에 아주 오랜 옛날~
풍기 군수셨던
이황 선생님께서도 서 계셨던 거였네요.
이황하면 두향과의 로맨스가 빠질 수 없는데
단양 군수로 있던 시절 관기였던 두향을 만났고
그들의 만남은
이황의 풍기 군수 발령으로
바이바이~
이별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풍기(豊基, 경북 영주시)‘하면~
인삼과 사과죠~
어쩐지 사과 먹고 얼굴 이쁜 사람들과
인삼의 기운 받아 힘 좋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풍기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1,439m)
어둠 속에서 바람에 몸이 밀리며
간신히 지팽이에 의지해 여기까지 왔네요.
소백산 바람 위력이 이정도일줄이야~
비로봉은 희귀식물들의 보물창고구요.
에델바이스 등
예로부터 왕실 가구제로 쓰여졌던 주목(정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단 주목대피소로 잽싸게 내려가
바람 피해 쉬다가
새벽 연화봉 일출 시간 맞춰
나가기로 합니다.
비로봉 아래로는 순흥면이 자리하고
죽계천이 흐릅니다.
이 물줄기와 함께 옆으로
소수서원이 자리하고
단종복위운동의 성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금성대군 신단이 또 인근에 있습니다.
선비촌과 청다리도^^
부석사와 함께 하산 후 잠시 들러봤는데...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하면 딱이려나~
엄청 좋았더랬습니다.
이곳들 안들렀었다면
이번 백두대간 구간에 대해 뭔가 많이 부족했을 듯.
^^
아무렴~ 백두대간 하려면
이정도는 정성들여 해야지~
앞으로 "우리 방장님"이라고 해드릴께요.
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금성대군 신단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70, 사적 제491호)
조선 세조 2년(1457) 세종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이
성삼문 등 사육산의 단종 복위 운동에 연루되어
순흥에 위리안치
금성대군은 이곳에서 순흥부사 이보흠 등 유림과 더불어
단종 복위가 실패하여 순절하게 되는데,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마련된 제단입니다.
단종 복위가 실패하자
순흥부도 없어졌으며.
사진속에 은행나무 보이시죠?
"순흥이 죽으면 이 나무도 죽고,
이 나무가 살아나면 순흥도 살아나네."
순흥사람들이 부른 참요인데
금성대군의 단종복위운동(1456년)이 실패하고
순흥도호부가 초토화 되면서
이 나무도 불타 죽어버렸는데
세월이 흘러 밑둥치만 남아있던 나무에
새로운 가지와 잎이 돋아나더니
순흥부도 다시 설치(1682년)되었고
그때 희생된 선비들도 다시 모시게 되었다네요.
후로 이 은행나무는 금성단 옆에서
이렇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서 있다고 합니다.
사액서원인 영주의 소수서원
(사액서원: 나라에서 책, 토지, 노비를 하사하고
조세와 병역까지 면제받은 서원)
소수서원은 조선 최초의 서원으로
기폭제가 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니
모든 서원의 원형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자바위(敬字巖)
주세붕이 바위에 새긴 '敬(경)'
공경과 근신의 자세로 학문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안향(安珦)을 공경하고 기리는 마음을
후대에 전한다 합니다.
경 글자 위의 백운동(白雲洞)은
주자의 '백록동서원'을 본받은
소수서원 원래 이름이라네요.
퇴계가 풍기 군수로 재임 중 명종이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편액을 내렸다 하며,
이름도 바뀝니다.
소수란 무너진 교학을 닦는다는
학문 부흥의 의지
순흥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인 안향
‘관동별곡’ ‘죽계별곡’을 지은 안축
그의 동생 안보 등 순흥 안씨 3인과
서원을 창건한 주세붕을 배향하고 있습니다.
단군복위를 꾀하다 처형된 선비들의 피가
붉은 내를 이뤘다고 전해는 죽계천~
주세붕이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경자에 붉은 칠을 했고.
취한대(翠寒臺)는
자연을 벗하며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곳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터를 닦고 이름을 지음.
푸른 산의 기운과 시원한 물빛에 취하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는 의미~
근처에 기와집, 초가집 등 선비촌이 있으며
울며 불며 떼 쓰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하는 말~
'다리밑에서 주워왔다고'
그 다리입니다.
공부하러 왔던 유생들이
기생과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으면
이곳에 아이들이 버려졌고
아이 없는 집에서는 그 아이들을
데려다 키웠다고 전합니다.
바로 인근의 청다리
(지금은 제월교로 현대화됨)
주목대피소에서 이름모를 남자 두 분과 함께
대피소 벽을 후려치는 바람 소리와 더불어
지옥의 세계를 경험하며
긴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자다 깨다를 시간별로 반복~
이 바람에 저 문을 열고 새벽에 나갈 수 있을까~
진짜 이상한나라의 엘리스가 되어
휘리릭~ 안개속으로 날라가는거 아닌가?
방장님 그 큰 배낭에 침낭 두 개~ 핫팩에...
돗자리, 담요에...
덕분에 얼어죽지는 않았지만
더러운 양말 벗고 발시려서...끙끙~
그래도 핫팩 하나 끌어안고
추억이라면 추억 한 줄기 남깁니다.
일출은 안개로 포기하고
이른 새벽 대피소를 나섭니다.
밤새 소리로만 듣던 그 바람~
막상 그 바람 안에 들어 걷고 보니
몸서리치게 춥지는 않고
걸을만은 합니다.
이 고무 깔아놓은 데크
오~~ 노노노~~
다리 엄청 피곤하게 하네요.
천군만마와 같던 육산 좋은 소백산의 길.
밤새 쉬고 나와 쌩쌩하던 다리는
또 점점 지쳐~
휴~~휴~~
풀밭으로 껑충껑충 그냥 걸어가면 안될까요?
차라리 철계단을 깔아주오~
조선 중종 때의 천문지리학자인
남사고 선생께서는
“허리 위로는 돌이 없고,
멀리서 보면 웅대하면서도 살기가 없으며,
떠가는 구름과 같고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무런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형상이라서
많은 사람을 살릴 산이다.”
백두대간 소백산(小白山)을 이렇게 풀어내셨네요^^
백두대간의 모든 길은 보물창고~
읽어보실 분들은 보시구요.
두고두고~ 애끼고 애껴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능선쪽의 키작은 초목들~
조망터라고 있는 곳들은
안개에 속수무책 장님이 되고~
등로가 세수한 듯 깨끗하고
안개 자욱해서 더 걷기 좋은
운치 있는 새벽 산죽길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
같은 종(種)의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한 나무처럼 서로 합쳐져 되는 것을
연리(連理)라고 합니다.
겨우내 모든 잎을 떨군 나뭇가지들은
잠이 덜 깬 모양으로 어수선~
이른 새벽 호젓하게
누구도 다녀가지 않은 이 길을
방장님과 제가 앞뒤에서 만끽하며 걸어갑니다.
숲으로 들어오니
바람을 막아줘서 이젠 더워지고.
노력하면 바뀌지 못할 것이 없네요.
산도, 사람도...
그러고보면 노력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부여된 특별한 선물이 아닐런지...
모든게 깨끗해야만
모든게 잘보여야만
좋은건 아니니까^^
걸음 옮기며
안개가 거울이 되어
나 스스로와 대화도 하고~
안개비에 머리칼은 소리없이 젖어 갑니다.
연화봉 올라가는 돌계단
오~우~ 꽤나 기네요.
올라가야 끝난다는 건 만고의 진리~
그저 뚜벅뚜벅 올라갑니다.
방장님과 사이가 점점 벌어지지만
뭐 괜찮아요.
여기 가장 높이만 오르면 연화봉이라는 걸 아니까
다~ 온거나 진배 없음~~
이곳 연화봉 정상을 시작으로
죽령휴게소까지 약7km 구간에는
거리 축적에 맞는 위치에
각 행성에 대한 정보를 담은 해설판이 설치되어 있고
탐방로 걸어 내려가며
태양계 크기와 상대적 거리를 체험 해보세요
연화봉 아래 소백산천문대가 있다더니^^
별자리에 관심 많으신,
그리고 쪼매 아는 방장님
관심있게 보시네요.
저는 잘 몰라서 건성으로 보며~
머리 감은거 아닙니다.
안개비에 젖은거지~
물 없어서 꼬질꼬질 씻지도 못했는데
알아서 자동 머리감고, 세수~
정상석과 나란히 서 봅니다.
죽령까지 두 어 번의 오름이 있고
꽤 오래 이런 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사탕이라도 빨며 가야해요.
내려가는 방장님과 저는 그나마 다행인데
이 비탈 오르막을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홀로, 또는 둘이,
몇 사람의 등객들
어린 아이들 가족 단위의 모습도 보이고요.
아휴 대간~켔다~
방장님은 낑낑 오르던 꼬마녀석에게
달고나 막대사탕 주며
화이팅~ 힘내라 말하고
저는 제 손에 내내 머물던 지팽이를
꼬마녀석에게 건네줍니다.
안개는 내내 자욱하기만 하고~
사람의 모습보다 말소리가 한 발 앞섭니다.
그냥 공사 중인 줄로만 알았던 매점(?)은
알고보니 불이 났었다고 하고
얼마나 다행이예요.
소백산으로 불이 번지지 않았던 게...
택시 도착 전까지,
열려있는 부지런한 죽령주막 식당에서
따끈한~ 제대로된 식사 합니다.
어느 도승이 대지팡이를 꽂은 것이 살아났다고
죽령이라 부른다는
그 죽령 드디어 도착입니다.
문경새재, 추풍령과 함께
영남의 삼관문 중 하나인 죽령은
옛날 신라 아달왕 5년에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는데...
임진년에 왜군은 험했던 죽령은 포기하고
새재와 추풍령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누구는 없는 길 만들기도 하는데
누구는 있는 길 이용하기도 안한다네요.
역시 그 옛날에도 왜군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수 위^^
안되는 걸 되게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고야 마는
우리는 백두대간의 정기를 이어받은
불굴의 한민족입니다.
방장님, 이번 구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산행 후 보너스 타임
부석사, 금성대군 신단, 소수서원까지
같이 돌아주시고^^
방장님은 이미 다~ 가본 곳인데...
저 인간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이리 애쓰시고.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방장님.
다음 백두대간은 이곳 죽령에서부터 시작
우리에게 기대되는 '다음'이 있다는 거
참 행복한 일이지요.
다음에 만나요. 다음에~
|
첫댓글 장문의글 쓰신다고 수고 많으셨구요 허약한 두다리로 걷기에 이번 산길은 참 좋았죠
덕분에 저도 잊어 먹고 살던 오래된 기억들 다시한번 깽이님께 떠들어 좋았습니다.
다음구간은 대간길따라 많은 이야기가 있는 진부령 황태 덕장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매서운 바람에 꼬들 꼬들 말라가는 예천 용두리 황태 덕장
용문산 아래 "소백산 용문사" 윤장대 그리고 계립령 넘어 미륵리에 마의태자가 만든 마애불까지 미리 찾아 보시고 공부 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글 잘봤구요
"깽님 운동 좀해"
용두리 황태 못 먹고 온것도 속상하고
소백산용문사 일주문 현판이랑 윤장대 못 보고 온 것도 속상하고
담부터는요. 싹~다~ 하고 와야겠어요.
후회안되게...
방장님, 늘 잘 부탁드립니다.
운 좋으면 운동하는 이팽달 만나실 수도...
그건 모두 방장님 운~입니당.ㅎㅎㅎ
노력하겠습니다.
대간길 남진, 북진을 해봤는데
저는 야간산행만 했었나 싶습니다.
산행기 끝판왕~
깽이님 산행기 자알~봤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네요.
2리터 생수 두어개 꽁꽁 얼려 방장님 배낭에 담아 주세요.
션~하게 마시게.....ㅎ
푸른바다님께 감사 인사 드려야겠어요.
푸른바다님 댓글 덕분에
진짜로 이번에 방장님이 꽁꽁 얼린 물
가져오셨더라구요.
그래서 기회되면 진짜 푸른바다님께
감사인사 드려야지~ 그랬는데...
션~하게 잘 마셨습니다.
덕분에요^^
앗~~깽이님 산행기 보니 너무 방갑습니다
방장님 배낭은 아직도 무게와 싸움인듯..
두분 지리까지 무탈하게 화이팅입니다
저 대간길에 복귀~
반겨주셔서, 잊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당 지맥님~
사진 올라온거 보니
살이 많이 빠져 보이시던데..
고생 너무 많이 하시는거 아니신지..
맛난것도 먹으러 댕기시며
원기 보충하시며 다니세용.
시나브로 산꾼으로 변해가는 깽이님 덕분에 이공부 저공부 많이 합니다^^
배방장 말 너무 잘 들을 필요없다는거 잘아시죵^^
아름다운글 잘 읽었어요 두분 수고많았습니다. 늘상 응원합니다 빠쌰아~
방장님 이야기한거 제대로 기억 못하고 있으면
방장님 얼마나 무섭게 구시는지...
힘들면 아무말도 귀에 안들어오는 법...
제가 방장님 말씀하시는거 어찌 다~~ 기억해요
저 억울한 1인...
빠샤이~ 그래도 늘 꿋꿋합니다. 저는.
방장님 약점을 하나 찾아야할낀데...
도통 찾아지질 않아서...ㅠㅠ
제가 아주아주 쪼매 밀립니다~
우리 깽이님.대간졸업동기님이 유능한s대쪽집개 과외샘같이 대단한분이랑 함께해서 더 빛이 나고.졸업뒤 아는것도 엄청 많을꺼같아요.살짝 부럽기도~~~ㅋ
조만간 놀러갈께요^^
우리 깽이님 산행기올리느랴 잠도 제대로 못자는거 같애^^ 재미나게읽고 , 편집사진들 잘보고 가여♡♡
s대쪽집개 과외샘 방장님??ㅎㅎㅎ
언니 그 표현에 90점 드립니다.
산행기땜에 제 방 컴터가 늘상 켜져 있어서
고생이라면 고생이네요.
후기 안쓸때도 일단은 컴퓨터 켜 놓고
사진 글 지도 띄워놓고..
그러고 딴짓하고..
그래야 맘이 편해서...
^^ 페가언니 우리 본지 너무 오래된거 아녀??
@Jiri-깽이(신은경) 역시...컴켜놓고 있는게 맘편할정도니..어찌 대단한산행기,강행기가 나오지 않을수 있겠어?ㅋ 작가이십니다요~~울깽이님♡
우린 한여름에 보겠네? 그전에 널보러 산으로 날아가마~~ㅋㅋ 다치지말고.대간길 마음속에 저장잘하며.
과외샘이랑 잼나게 걸어^^
@페가소스 ㅎㅎ 응^^ 언니~~
보호받는 철쭉보니 예전에 거기서 사진찍고 쉬었다가ㅋ갔든것도 생각나고 선달산까지 걸을때는 길이 편했든게 생각나고 ...가는길마다 옛생각에 잠기네요~그런데 슬프집니다~왜그럴까요~에이 ㅋ
알아서 보이는 것들
저도 대간에 대해 이렇게 글도 쓰고 그러니
너무 좋아요.
전에는 남들이 대간 이야기 하면
한쪽에 조용~히 있었는데...
보라언니는 언니가 잘하는 것들 멋지게 해내는 그 모습들이
늘 최고 멋져보입니다.
늘 잘하고 계시고 앞으로 나가고 계시고
가끔 언니 모습 보며 제 게으른 성정 반성도...
보라언니 늘 홧팅~
깽이님 산행기가 올라오고 이젠 정상으로 돌아온건가요
아픈 고관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나 보네요
배방장님 말에 충격먹을 깽이가 아닌걸 아직도 모르나 봅니다 ㅋ
고관절이랑 장경인대는 대간길 걷는 구간
길이 좋아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별 이상은 없네요.
저도 사실 걱정 엄청 많이 했는데...
이 코끼리 다리가 아프다니
별일은 별일이었습니다.
국공 해내신 유나님~ 빛나는 유나님~
이제 진짜 어느 산길이든 두려울게 없으실 듯^^
울 빵순이 함게 못해 미안합니다, 연락이 넘 늦어서~~!
이건 핑개에 지나지 않지요, 내가 가야 울 빵순이 배방한데 덜 갈금 당할덴데....
다음 구간에 시간 한번 만들어 볼게요, 올만에 긴거리 걷느랴, 고생 많았시유
더위에 건강 잘 챙기고 운동은 숨쉬기 운동만 하라구,,, 화성이라는 아름다운 ☆ㅇㅅ 老 松
댓글을 쪼매 늦게 다는 경향이 있네요.
대간하니 대간혀요.
숨쉬기 운동 말고 이젠 진짜 운동좀 하며 살아야겠어요.
너무 쉬었더니 살도좀 쪘고...
저도 쫌 해봐야죠.
대간길 지리산 천왕봉 삼촌 만나러 갈때는
홀쭉한 모습 보여드려야할낀데...
오랜만에 깽이님의 대간기를 정독하게 되는군요.
방장님과 함께 하니 대간길 공부하며 즐기니 힘드지 않을것만 같은데...ㅎㅎ
수고 많았고요 담 구간도 기대해봅니다.
늘 대간기 댓글에 정독하신다는 뽀대뽀님...
대간길은 대간길이더라구요.
산이 다 같을거라는 생각으로 섰는데...
다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매번 힘들어요. 힘들고 또 힘들어요.
^^ 그래도 합니다. 잘 해야죵.
따뜻한 봄이 지나가고 있구먼. 큰기지게. 한번 하고. 다시 대간길
아무쪼록. 무탈하게. 대간. 하길 바라요. 깽이님 억수로 수고 했서요
아~ 우리 대영호지부장님~
따뜻한 봄이 지나가고 있어요.
무더운 여름이 코 앞이예요.
근데 지부장님 얼굴이 가물가물...
^^ 그렇게 동해안유치원 원생들 종종 보고 싶어요.
어찌들 지내시는지 궁금도 하고~
걷기 바뻐 어둠에 지나쳐 모르고 지났던 길들의 이야기를
깽이님 덕분에 공부하느라 머리가 짜개지네요 ^^
잔잔하게 이쁘게 알차게 쓴 후기 즐감했구요.
남은 대간길도 홧팅!입니다~~~~~~~
잔잔하게 이쁘게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치우님~
다들 그렇듯 저도 걸어가며
놓치고 가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 어떤 것들은 볼 수 있죠.
그것만해도 어디예요^^
홧팅!!
대간길과 함께 후기도 다시 시작되었네요.
유익하고 알찬 내용 잘 읽고 갑니다.
돌배나무가 아주 멋있네요..
지리산에 서는 그날까지 무탈한길 되길 바랍니다.
수고했어요
그쵸. 제가 단언컨대 ~
고치령 돌배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질 듯^^
지리산까지 열심히 가볼께용.
늘 감사합니다.
가만보면 두건님이 젤로 바쁘신거 같아요.
대간할 적에 소백산 구간을 4월 말 즈음에 지났는데 눈이 다 녹지 않았던 기억이 솔솔 납니다.
산행하는 것 보다 자료찾고 기억하고 산행기 작성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듯 합니다.
소백산은 겨울에 설화가 필 적에 찾으면 더 좋긴하지요.
수고하셨습니다.
소백산 처음으로 대간하면서 지나갔는데...
겨울에 꼭 와봐야지~ 그랬습니다.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어서요.
대간 다~ 하고 나면
걸었던 그 안부가 궁금한 산들도 다시 찾아보고 싶고...
대간길 걷고 있는 요즘이 너무 좋네요.
힘나는 댓글 감사합니다. 바랭이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