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스님의 주석처 천장사 가는 길 3.8km 구간이 ‘경허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정부에서 추진한 도로명주소 사업으로 불교적인 이름이 사라져 가던 차에 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 스님의 이름이 들어간 ‘경허로’를 갖게 된 것이다.
경허로는 도로명 주소 시행이후 최초로 지정된 불교와 관련된 ‘명예도로명’이며, 충청남도에서는 유일한 명예 도로명이다.
천장사 가는 길의 명칭이 ‘경허로’라는 명예 도로명을 부여받기까지는 천장사 주지 허정 스님의 역할이 컸다.
명예도로명 '경허로' 지정되다! 명예도로 ‘경허로’((3.8km, 녹색선은 ‘천장사길’ 도로 약 1.1km)
명예도로명 ‘경허로’가 성사되기까지는 약 4년의 세월이 걸렸다. 지난 2008년 천장사 주소가 ‘서산시 고북면 장요리 1번지’에서 ‘서산시 고북면 고요동 1길 93-98’로 변경되었고, 2012년 9월 허정 스님이 천장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도로명 변경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 됐다.
허정 스님은 2012년 11월 24일 주민의 서명동의를 받아 도로명 주소 ‘서산시 고북면 고요동 1길 93-98’에서 ‘서산시 고북면 천장사길 100’으로 ‘천장사’를 주소에 넣는 변경을 이룬데 이어, 2013년 8월 1일부터 천장사내에서 방문객을 상대로 도로명 ‘경허로’ 도입을 위한 서명작업을 시작했다. 유인물 ‘천장사와 마을주민이 경허로(鏡虛路)를 만드는 까닭’을 제작해 배포했고, 2013년 8월 20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서명 청원을 시작했다.
2013년 9월 시청에서 고수관로를 사용하는 서명대상자 189명 주소를 받아 신도님들과 서명운동을 시작, 2013년 10월 3일 서산시 토지정보과에 ‘도로명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 공정성 요구의 건’이라는 공문서를 접수시키고, 10월 8일에는 서명 받은 130명 명단을 가지고 서산시장을 면담했다.
10월 10일 서명대상자 189명 중 130명의 서명을 받아 도로명 변경 신청서를 서산시에 제출하고, 천장사 신도와 탐방객 400여명에게 받은 서명서도 같이 제출했다. 그러나 12월 6일 서산시 도로명주소위원회는 도로명 ‘경허로’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이 사실이 12월 16일 불교계신문 미디어붓다, 불교닷컴, 법보신문, 불교신문 등에 ‘경허로’ 부결에 대한 사건이 기사화 되었으나 몇 군데는 게재되지 못하고 몇 군데는 일주일후에 기사를 내리는 일이 일어났다. 그 배경에 서산시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우려한 수덕사 교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허로 도로명 제정을 위한 천장사 허정 스님의 원력을 시들지 않았다. 2013년 12월 18일 서산시에 ‘도로명주소 위원명단과 회의록 공개요청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접수해 압박을 가하는 한편, 12월 24일에는 서산주지협의회 스님들과 서산시장을 면담했다. 이에 따라 서산시와 천장사는 공식 도로명은 아니지만 ‘명예도로명’ 지정방안을 논의했고, 2014년 1월 2일 서산시 토지과에 명예도로명 경허로 신청 공문 제출했다. (2014년 1월 24일 미디어붓다에 “천장사 진입로 ‘명예도로명 경허로’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됨)
이같은 과정을 거쳐 2014년 2월 13일~ 2월 27일 서산시 고북면 홈페이지에 명예도로명 부여 주민의견 수렴 공고(서산시 공고 제2014_190호)가 나왔고, 3월 7일 서산시 도로명주소 위원회에서 명예도로명 ‘경허로’ 통과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천장사는 2014년 5월 경허선사 열반 102주기에 맞추어 명예도로명 ‘경허로 제막식’ 및 인근의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경허 백일장’등의 행사 개최할 예정이다.
천장사 주지 허정 스님은 ‘명예도로명 경허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우리나라와 서산시 지역사회에 경허스님의 위상이 높아지고 ▲도로명주소 안내시설과 도로명주소 안내도에 ‘경허로’가 표시됨으로 자연스럽게 경허스님과 천장사가 홍보되며 ▲탐방객들에게 천장사를 쉽게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고 ▲천장사와 수덕사 사이에 있는 ‘깨달음의 길’과 연계되어 걷기코스로 활용이 되며 ▲서산의 자랑스러운 인물에 경허스님이 들어갈 가능성을 높이게 되고 ▲경허스님과 수월, 혜월, 만공스님 같은 경허의 제자들이 서산의 문화 자원이 되어 앞으로 다양한 행사가 가능해지며 ▲서산시는 물론 충청남북도를 통털어 최초의 명예도로명이라는 점에서 지역민들과 불자들이 자긍심을 갖게 되고 ▲경허스님과 제자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탐방객들과 지역 어린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며 ▲경허스님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하여 서산시와 고북면을 찾는 분들이 늘어나서 지역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정 스님은 “도로명 주소 도입으로 수많은 불교지명을 상실한 불교계가 천장사에서 명예도로명 ‘경허로’를 관철시킨 것처럼 명예도로명 지정을 통한 불교지명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예도로명이란?
명예도로명은 도로명주소법 제 8조의 2(명예도로명)와 도로명주소법 시행령 제11조의5(명예도로명의 부여 절차)에 근거한 법으로 지정되고 나서 5년후에 다시 주소위원회 회의를 거쳐 재지정 되어야 하며, 경허로가 지정되기 이전까지 서울에만 11개의 명예도로명이 있었다. 전국적으로는 몇 개의 명예도로명이 지정되어 있는지는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충청남북도의 경우 ‘경허로’가 최초의 명예도로명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불교와 관련된 명예도로명은 ‘경허로’가 유일하다.
일반도로명은 도로명을 사용하는 주민의 과반수 동의를 얻고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통과되어야 하지만 명예도로명은 주민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통과되기만 하면 된다. 명예도로명은 관주도형의 도로명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명예도로명을 적절히 활용하면 기존의 도로명과 마찰하지 않고 지역의 특색 내지는 불교적인 도로명을 되찾거나 지을 수 있다. 불교와 관련된 도로명을 지정할 기회를 놓친 사찰이나 불교단체에서 지금 당장 추진해 볼만한 이유다.
천장사는 일반도로명 ‘경허로’를 추진했으나 경허스님이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서산시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명예도로명 ‘경허로’를 추진하게 되었다. 천장사는 명예도로명 ‘경허로’를 5년 동안 사용하고 다시 재지정 신청을 하거나 일반도로명으로 변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천장사는 명예도로명 ‘경허로’를 널리 홍보하고 앞으로 5년 동안 ‘경허로’에 대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여 ‘경허로’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명예도로명은 도로명주소 안내시설과 도로명주소 안내도에 일반도로와 함께 표시가 되지만 일반지도에 표시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더구나 명예도로명판을 어떤 색깔로 몇 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그러나 명예도로명을 지정하는 이유가 지역의 산업과 관광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임으로 명예도로명의 설치와 홍보를 해당 관공서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일반 지도에도 표시되도록 요구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허정 스님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