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황강에서.
황강수중마라톤에 참가신청서를 내고서 우리가족의 여름휴가지는 자연스럽게 합천으로 정해졌다. 이미 4월에 합천벚꽃마라톤대회를 참석하고난 뒤 합천의 훈훈한 인심을 느껴본 바
여름휴가지로 딱이었다.
수중마라톤이라니, 강물속에서 달린다면 후끈후끈한 지열도 이마에 흐르는 지긋지긋한 땀방울도 안녕이야. 그러니 얼마나 더 잘 달릴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모의 마라톤대회의 영상을 티비를 통해서 보고는 아이고 이게 장난이 아닌가 보다고 남편은 10km, 나는 5km, 얘들은 1km를 신청했다.
한번도 뛰어보지 못한 물속에서의 경험을 상상하며 합천에 도착하여 황강을 바라보니 군데군데 올라와 있는 모래와 강물이 반쯤씩 섞여서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고
대회장에서의 분주한 확성기 소리와 패러글라이딩 시범이 한창이다.
대회 코스마다 참가자들의 복장은 오늘 이글거리는 태양만큼이나 화려하고 다양하다.
전통적인 마라톤복장을 한 참가자, 수영복에 바지를 받쳐입은 참가자, 그냥 평상복차림의 참가자와 마라톤복에 새겨진 소속이름으로도 멀리 서울에서 전라도에서 부산에서 전국곳곳에서 대한민국 첫 이벤트 대회를 참가하기위해서 먼 걸음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대회장의 한마디, 여러분들은 여기서 세계첫기록을 간직하게 된 겁니다. 모두들 함성을 지른다. 정말이네.
다른 대회장에서와 달리 들뜬 분위기의 참가자들은 출발지에서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한채
여기저기서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드디어 출발, 10km대회참가자들이 출발하고, 한참을 스트레칭과 대회유의사항을 듣고는
5km도 출발한다. 조금의 모래밭의 지나 바로 물속이다. 첨벙첨벙 이거 장난이 아니군....
발목까지 오는 물속에선 좀 뛸만했지만 무릎가까이만 와도 앞으로 물살의 힘으로 앞으로 나
가기가 힘들다. 걸어도 힘들다. 500m 마다 급수대가 있고 강중앙으로 미리 줄을 대어놓아
대회코스를 알기 싶도록 배려해둔 대회사무국의 마음씀이 고맙다.
맑은 강물속에 황강의 모래가 금빛으로 반짝이고, 군데군데 강가에 야영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흐름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맑은 물빛과 그 아래 잔잔히 밟히는 모래 위를 뛰는
대회라니, 5km 참가자들은 기록은 생각도 없다. 단지 발아래 밟히는 모래와 다리를 스치는 이 물결을 즐길 뿐이다. 간간히 올라있는 모래톱을 뛰고, 다시 물속으로를 반복하니 어느새 반환점이다. 중간중간 줄을 이어 가는 시각장애자와 그의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들의 뛰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마라톤대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뛰고 걷는 두사람의 모습이 다정스러워 보인다.
좀 깊은 물에서는 아예 퍼질러 앉아서 더위를 식히는 모습도 더러더러 보인다.
나도 중간중간에 물속에 쑥 들어가서 몸전체를 식히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물속에서는
걷고 모래에서는 뛰다보니 어느새 결승점이 눈앞에 보인다.
10년만에 온 더위속을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거의 땀을 흘리지 않고 뛰다보니
물속에서는 힘들기도 했지만 5km는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가를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과 발아래 물속을 달리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대회기념품으로 지급받은 아쿠아슈즈에 간간이 모래가 들어와 양말을 버리고 뛰다보니
결승점근처에서는 신발을 벗어들고 아예 맨발로 뛰어 결승점까지 골인했다.
우리 아이들도 1km는 너무 빨리 끝났다며 내년에는 꼭 5km로 신청해 달란다.
대회전에는 뛰기 싫다고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아이들도 뛰어보니 정말 좋더라고
내년에도 꼭 오자고 얘기한다.
10km를 뛰고온 남편과 함께 대회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맛있는 돼지고기도 먹고 미숫가루
도 먹고, 인라인 묘기며, 고적대연주도 들으며 아쉬워 하는 얘들과 물놀이도 더 하고
대회장을 떠나 다음 행선지인 거창으로 향했다.
이상으로 정말 환상적인 대회에 참가한 소감이었습니다.
올 여름 휴가는 황강수중마라톤대회에로의 탁월한 선택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