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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장,
영우엄마와 서울 댁은 부지런히 거북손과 배말 그리고 홍합을 채취한다.
서울에서 내려올 조카를 주기 위해서 영우엄마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한다.
서울 댁 또한 잠시 숨을 돌리지 않고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지금까지 영우엄마에게 받기만 하고 자신이 보탬이 되어 준 적이 없기에 이번 기회에 조그만 보탬이
라도 되어 주고 싶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이기에 얼마든지 해산물을 채취할 수가 있는 곳이기에 두 여인의 손은 놀
릴수록 거북손이 잔뜩 쥐어진다.
그녀들은 서로 말을 나눌 시간도 없이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있다.
얼마를 그렇게 했는지 이미 바구니에 가득 찬다.
“서울 댁아, 이자 그만 해도 되것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참말로 오늘은 다른 날보다 부지런을 안 떨었나?
이만하믄 될 거이 아닌가 싶다.“
“아주머니!
이것도 보태세요.“
서울 댁은 자신의 것도 준다.
“참말로 내를 줄 거인가?”
“네!
그래도 풍족한 것이 좋겠지요.
저는 또 몸만 부지런히 놀리면 되는 것인데요.“
“그라믄 내 이것을 돈을 쳐 줄끼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나도 앞으로는 아주머니의 어떤 도움도 받을 수가 없지요.
어떻게 이것을 돈을 받겠어요?“
서울 댁은 짐짓 토라진 몸짓을 보인다.
“그 말이 그리도 서운한가?
미안타, 내는 힘들여 일을 한 거인데 그냥 받는 것이 미안해서 안 그러나.
마음 상했다면 참말로 미안타.“
영우엄마는 거듭 사과를 한다.
“아주머니, 제가 누가 있습니까?
이곳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아주머니인데 제가 이런 것이라도 조금이나마 도움
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참말 고맙다.
내도 니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안 있나!
자, 그만 가자.“
서울 댁은 마음이 상쾌해진다.
조그만 것이라도 자신이 남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 자체로서 기쁜 마음이 되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낀다.
다른 날보다 조금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 그런지 몸이 피곤함을 느낀다.
가벼운 샤워를 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는 그대로 잠자리에 눕는다.
피곤해서 그런지 힘들지 않게 잠을 자고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깬다.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
모처럼 아무런 꿈도 없이 잠을 잔 것만 같다.
새벽에 마을을 운동 삼아 한 바퀴 돌아온다.
가끔 이렇게 운동을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조차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무엇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인지 그저 만사가 귀찮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참으로 몸이 거뜬하고 기분도 좋다.
영우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그래도 친정조카들이 이 먼 곳까지 찾아와 준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고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다.
아들내외도 함께 온다는 연락을 받는다.
이래저래 기분이 좋은 영우엄마다.
섬에서는 먹기 힘든 고기도 어제 남편을 육지로 내보내어 구입을 해 두었다.
모처럼만에 포식도 하고 사람구경도 하는 날이다.
영우엄마는 서울 댁을 부르고자 마음을 먹는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는 배가 들어오기만 기다리면서 일손을 놀린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람을 어려워하는 서울 댁은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선뜻 가보지 못하고 멀리 배가 들어오고
있나 내다본다.
마음 같아서는 가서 일손을 거들어 주고 싶지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보니 공연히 방해가
될 것만 같아 가보지 못한다.
식은 밥을 한 술 뜨고는 티비를 켜 놓고는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본다.
어제 일찍 잠이 들어서 매일 보던 연속극을 보지 못한 것이 생각이 나서 어디서 하나 하고 채널을 돌
려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바다로 나가기도 싫은 마음이 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티비 채널만을 돌리며 뱃고동소리가 들리는 것인지 신
경을 곤두세운다.
정작 자신이 기다려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서울 사람들이 온다는 것 이외에는 자신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인데도 무언지 모르게 자
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공연히 가슴이 울렁거린다.
정말 자신이 서울과 인연이 있는 것인가?
자신에게 붙여진 서울 댁이라는 별호에 맞게 자신이 서울에서 살았던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다.
서울이 여기서 얼마나 먼 곳인가?
어떻게 해야 서울엘 갈 수가 있을 것인가?
배를 타고 통영버스주차장엘 가면 서울 가는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지만 한 번도 나가보지 않
아서 생각은 그곳에서 멈추어 버린다.
멀리 뱃고동소리가 들린다.
서울 댁은 마당으로 나가 영우네 손님들이 오는지 내다본다.
영우아버지가 손님들을 마중을 나갔는지 한참 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영우아버지를 따라서 올라오
는 것이 보인다.
영우네는 왁자지껄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참으로 좁은 섬에 영우네 손님들로 섬전체가 들썩거리는 기분이다.
새로 결혼을 한 조카네 신혼부부와 영우와 며느리 그리고 태어 난지 백일이 조금 지난 손자가 이 작
은 섬을 찾아준 것이다.
영우는 이 섬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서울로 대학을 다니고 그곳에서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해서 일가를
이루고 살아간다.
영우엄마와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을 보기 위해서 가끔은 서울 나들이를 하곤 한다.
이제 태어난 지 백일이 조금 지난 손자를 보고 싶어서 안달을 하던 영우엄마는 손자를 보더니 정신이
없다.
사랑스럽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다.
며느리는 이미 모두 준비를 해 놓으신 주방으로 들어가 상을 차린다.
상차림이 거의 다 되어 가는 것을 보고 영우엄마는 손자를 업고 서울 댁을 부르러 올라간다.
“서울 댁아!”
영우엄마의 목소리에 내다보는 서울 댁이다.
“아주머니, 어쩐 일이세요?”
손님들이 있어 바쁠 텐에 무슨 일로 올라오셨는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어여 우리 집에 가자.”
“네?”
“내 말을 몬알아 듣나?
어여 가서 함께 점심을 묵자는 말이다.“
“아닙니다.
손님들이 있는데 제가 왜 그곳에 가겠습니까?“
서울 댁은 질겁을 한다.
“와?
어디 모리는 사람들이가?
참, 우리 손자 좀 보소.“
영우엄마는 손자를 자랑하고자 아기를 등에서 내린다.
“자, 우리 영우하고 많이 닮았제?”
서울 댁은 아기를 들여다보며 잠시 안아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
“조심 하그라.
얼라도 낳아보지 않는 사람이 우찌 안을 수가 있을꼬?“
아기를 건네주면서 영우엄마는 걱정을 한다.
서울 댁은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는다.
그러고는 한참을 아기를 본다.
“아기!
내 아기!“
“이 무신 소린교?
시방 자네 아기라 했노?“
“....................아기?”
서울 댁은 아기를 가슴에 꼭 품어 안는다.
“아, 아가!”
뭔가 떠오를 듯 떠오를 듯 영상이 스쳐지나가 버린다.
영우엄마는 그런 서울 댁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 내 딸!”
서울 댁은 아기를 영우엄마에게 주면서 밖으로 나간다.
영우엄마는 아기를 업고는 서울 댁을 따라 간다.
뭔가가 떠오른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따라가 본다.
역시 바닷가로 나가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내가 누군지 말을 해 주세요.
내 딸이 누군지.........내 딸?“
서울 댁의 생각을 또 거기까지 뿐이다.
영우엄마는 그런 서울 댁이 안쓰럽고 가슴이 아프다.
“서울 댁아!
딸이 있드나?“
“모르겠어요.
그냥 막연히 내 딸이라는 생각이 납니다.
아, 내 딸아!“
그러나 그 이상 더 생각이 나는 것이 없다.
필름이 딱 끊어진 것처럼 캄캄하다는 생각뿐이다.
“오야!
너무 그리 성급하게 초조할 것은 읎다.
지금까지도 많은 것이 생각이 안 나드나?
이제 조금씩 그렇게 기억이 떠오르고 있지 않나?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도록 기둘려보자.“
“........................”
서울 댁은 먼 바다를 바라본다.
서울!
그곳에 자신의 과거가 있을 것인가?
그곳에 자신이 애타게 찾는 가족들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넓디넓은 서울 하는 그 어느 곳에 가야 할 것인가?
서울이라고 생각이 나는 곳이 아무것도 없다.
무작정 서울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곳을 떠나서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면서 자신의 과거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서울 댁아!
우리 집으로 가자.
모두들 기둘리고 있을 거이다.“
영우엄마는 서울 댁의 손을 잡고 이끈다.
서울 댁 역시 더 이상 생각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힘없이 따라간다.
그렇게 영우네는 손님들로 사람 사는 것처럼 소란스럽다.
그러나 하루 밤을 지내고 다들 돌아가고 난 후의 적막감이란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영우엄마는 다시 서울 댁을 데리고 바다로 나간다.
모든 잡념을 잊어버리기에는 일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임을 터득하고 있다.
바다는 늘 변함이 없다.
언제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주고 기다리고 있다.
“서울 댁아!
지난 밤 한숨도 못잔 거이가?“
“네!
뭔가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을매나 답답할꼬?
허지만 아무리 그케도 때가 되야 되는 거이다.
너무 그리 맘 쓰지 마라!“
“.........................”
서울 댁은 일손을 놓고 바다만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딸!
내 딸이라는 단어만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이 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을 어찌 해야 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그저 바다 저 건너엔 모든 것이 다 있을 것만 같다.
다음날 서울 댁은 다시 통영으로 나간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걷는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걷기도 하고 한적한 곳을 걷기도 해 본다.
자신이 되돌아 가야할 섬을 잊는다.
배가 돌아가는 시간조차 까맣게 잊고 거리를 배회한다.
어둠이 내려앉는다.
그제야 자신이 돌아갈 곳을 생각하지만 이미 배가 출항할 시간이 한참을 지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암담해진다.
이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 것인가?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지만 갈 곳이라고는 없다.
아는 사람도 한 사람이 없는 낮선 곳이다.
당황하게 된다.
아직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다시 선착장이 있는 곳까지 와 보지만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을 뿐이다.
서울 댁은 그대로 바다로 나가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바다와 마주한다.
번잡한 시내보다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보다는 어둠의 바다가 더욱 정겹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귀에 익어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늘 들어왔던 정겨운 파도소리에 서울 댁은 편안한 마음이 되어 모래사장에 그대로 몸을 맡기고 누워
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문득 별을 헤아린다.
“별 하나 나하나 별 둘 나 둘..............”
그렇게 한참을 별을 헤아리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
“엄마, 저 별은 어디서 온 거야?”
“별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면 하늘로 가서 별이 되는 거란다.”
엄마의 음성이다.
서울 댁은 주변을 돌아본다.
“엄마, 어디 있어?”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 아주 어릴 때 엄마와 했던 말이지?
그것이 언제였지?
그리고 어디서였지?“
그러나 기억은 또 그곳에서 멈추어 버린다.
또 다시 모래에 몸을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별을 헤아려 보지만 더 이상 엄마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는다.
자신은 왜 이곳에 있어야 할까?
어쩌다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가?
그렇게 서울 댁은 바다와 함께 온 밤을 지새운다.
영우엄마는 서울 댁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알고는 걱정이 된다.
연락을 취해볼 곳도 없다.
그 흔하다는 휴대폰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서울 댁이다.
누구에게 전화를 할 곳도 전화가 올 곳도 없다는 이유로 해서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고 있는 서울
댁이다.
영우엄마는 밤새 걱정이 된다.
“영우아배여!
배가 들어오믄 서울 댁을 찾으러 가야겠슴더!“
“어디 있는지 알고 찾아 나서겠노?
들어 올 때가 되믄 들어오겠지.
괜시리 헛힘을 뺄 거이 뭐가 있노?“
“아침 배로 들어오덜 안으믄 우찌하겠소?
그래도 사람이란 거이 그동안 함께 살아온 정이 있는 벱인데 우찌 모린척하고 기둘리고만 있것소?“
“좋을 대로 하소.
내도 함께 나가 보것소.“
“그래 줄라요?”
부부는 외출을 할 준비를 서두른다.
행여 나쁜 일이라도 생기지나 않을 것인지 조바심을 내며 부두로 향한다.
멀리서 배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이제 들어왔다 나가면 오후에 다시 들어오는 배다.
저 배로 들어오지 않으면 부부가 타고 나가서 찾을 생각을 하며 기다린다.
뱃머리게 서울 댁의 모습이 보인다.
영우엄마는 안도의 가슴을 쓰러 내린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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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좋아요
고맙습니다.
감사
♡♥♡~ 아싸,쵝오 항상 감사~♡♥♡